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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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3.10.19

페이지

176쪽

상세 정보

체념과 무기력만 남은 듯한 세상에 희망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자신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는 청년 세대를 그리는 시인, 고선경의 첫번째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문학동네시인선 202번으로 출간한다.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할 당시 이문재, 정끝별 시인으로부터 넘치는 “시적 패기”로 써나갈 시의 힘이 기대된다는 평을 받은 시인은, 이십대의 현실을 핍진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수상 소감에서 밝혔듯 “무궁무진하고 이상한 미래”로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시편들을 선보여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오래된 테이프를 재생하듯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 요소들을 배치해 읽는 이를 공감과 향수로 가득한 시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딴청과도 같은 회상이 끝나고 돌아온 현재는 그러나 지고 또 지는 게임의 연속이다. 시인은 자조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유머로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비틀고, 미지의 내일에 향기롭고 경쾌한 상상을 덧입힌다. 너머를 상상할 수 있기에 앞으로를 다짐하고, 사랑을 약속하며, 끝없는 소망을 품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편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꿈꿈으로써 또 한번 오늘을 살아내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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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오

@accio

여름이 가기 전에..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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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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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dlwjddus

아름다운 문장들 속 피어난 여름의 이야기들, 사이사이 끼어있는 고선경 시인의 유-머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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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dlwjd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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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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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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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체념과 무기력만 남은 듯한 세상에 희망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자신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는 청년 세대를 그리는 시인, 고선경의 첫번째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문학동네시인선 202번으로 출간한다.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할 당시 이문재, 정끝별 시인으로부터 넘치는 “시적 패기”로 써나갈 시의 힘이 기대된다는 평을 받은 시인은, 이십대의 현실을 핍진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수상 소감에서 밝혔듯 “무궁무진하고 이상한 미래”로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시편들을 선보여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오래된 테이프를 재생하듯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 요소들을 배치해 읽는 이를 공감과 향수로 가득한 시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딴청과도 같은 회상이 끝나고 돌아온 현재는 그러나 지고 또 지는 게임의 연속이다. 시인은 자조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유머로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비틀고, 미지의 내일에 향기롭고 경쾌한 상상을 덧입힌다. 너머를 상상할 수 있기에 앞으로를 다짐하고, 사랑을 약속하며, 끝없는 소망을 품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편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꿈꿈으로써 또 한번 오늘을 살아내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출판사 책 소개

“쓰러진 풍경을 사랑하는 게 우리의 재능이지”

구겨진 뒤축 같은 오늘을 딛고
끝내 내일이라는 약속을 지켜내는 이십대의 초상


체념과 무기력만 남은 듯한 세상에 희망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자신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는 청년 세대를 그리는 시인, 고선경의 첫번째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문학동네시인선 202번으로 출간한다.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할 당시 이문재, 정끝별 시인으로부터 넘치는 “시적 패기”로 써나갈 시의 힘이 기대된다는 평을 받은 시인은, 이십대의 현실을 핍진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수상 소감에서 밝혔듯 “무궁무진하고 이상한 미래”로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시편들을 선보여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오래된 테이프를 재생하듯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 요소들을 배치해 읽는 이를 공감과 향수로 가득한 시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딴청과도 같은 회상이 끝나고 돌아온 현재는 그러나 지고 또 지는 게임의 연속이다. 시인은 자조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유머로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비틀고, 미지의 내일에 향기롭고 경쾌한 상상을 덧입힌다. 너머를 상상할 수 있기에 앞으로를 다짐하고, 사랑을 약속하며, 끝없는 소망을 품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편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꿈꿈으로써 또 한번 오늘을 살아내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우리의 교환일기는 늦여름 더위를 먹고 다 타버렸지

심야 산책중 주운 나뭇잎들과 너의 깨진 안경알 잡동사니 불길한 애정 모든 게 따분해졌는지 몰라 선풍기가 고장난 빈 교실에서 있었던 일 기억해? 그날의 일기에는 귀여운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두었잖아 너의 펜촉은 유창한 주삿바늘이었어 알록달록한 감정들을 주입했지 통통하게 부푼 마음을 찔릴 때마다 나는 향기로워졌어
_「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약국에 버려주시면 됩니다」에서

고선경의 시들은 교환일기를 쓰고 무한궤도와 패닉, 다프트 펑크를 듣던 그리운 한낮의 오후로 시간을 되돌린다. 귀엽고 감미로운 기억의 조각들은 화자와 읽는 이를 노스탤지어에 잠기게 한다. 그러나 시의 후반부에 이르러 교환일기를 쓰던 화자는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 되어” 친구의 곁에 누워 있고, 부드러운 바람은 낡아가며 빗방울에는 녹이 슨다. 커져가던 회상을 과감히 떠나보내고 화자는 현실을 인식한다. 그리고 빚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이십대 청년으로 돌아와 중국집 주방에서 설거지를 시작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젊음의 모습은 고선경의 시에 없다. 필터 없는 카메라와 에코 없는 마이크처럼 고선경의 시는 날것 그대로의 화소로 어딘가 어설픈 청년의 일상을 포착한다. 그런데 해고를 당해도, 시가 팔리지 않아도 고선경의 화자는 섣불리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조적인 유머로 상황을 비틀고 자신의 처지를 재차 환기한다. 자기를 연민하지 않으면서 현실의 무게를 정확히 대면하는 패기가 고선경의 시편 곳곳에 어려 있다.

아르바이트를 잘리고 가게를 나서기 전
얼음물 좀 마셔도 되겠습니까 물었다
물을 마시면서
세상에는 야무지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겁니다
쯧, 훈수를 둔 뒤 사장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

밤이
방까지 몰고 온 안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나는 빚이 있단 말이야 바보야 빚은
푹신푹신하다
_「알프스산맥에 중국집 차리기」에서

조금만 견디면 더 나은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 이 시대의 청년들은 어떻게 현재를 견뎌내고 있을까. 고선경은 무궁무진한 상상을 덧입혀 눈앞의 삭막한 풍경을 경쾌하게 바꿔버린다. 잠 못 이루게 만들던 빚은 베개처럼 푹신푹신해지고, 도시는 색색의 비로 젖어들며, 비탈에는 빨간 토마토가 데굴데굴 굴러간다. 이러한 풍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고민은 떠나가고 마음은 가뿐해진다. 비록 실패가 예정되어 있더라도 상상이라는 해방구를 열어두는 자세에서 시대가 아닌 자신을 믿고 다독이는 시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고선경의 핍진한 시선과 발랄한 상상력은 사랑을 말하는 시편들에서 혼합되며 독특한 반전을 만들어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일 때, 운동화의 구겨진 뒤축은 웃는 표정으로 바뀌어 보인다. 소다수의 기포처럼 연약하고 유한한 것들은 단단해지고 무한해진다. 이제 세상은 그 자체로 견고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현관에 놓인 신발의 구겨진 뒤축이 웃는 표정을 닮았어 너는 침대에 누워 있고 바람이 많이 부는 청보리밭에 가고 싶다 멸종된 기억을 가지고 싶다 너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흩날릴 때 나는 사라진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아침의 어둠이 이젠 익숙해
그래도 같이 씻을까
산책을 갈까

세상에서 가장 느린 산책로
쓰러진 풍경을 사랑하는 게 우리의 재능이지
_「샤워젤과 소다수」에서

시인 고선경의 재능은 이렇듯 쓰러진 풍경 너머를 상상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꿈꿀 때 빛을 발한다. 체념과 무기력에 잠식당하기 쉬운 지금,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온 고선경의 문장들은 “우리 여기 남아 삶을 더 지속해보자”(해설)고 선언하는 것만 같다. 삶의 무게를 떨쳐내고 미지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딘 청년의 초상이 『샤워젤과 소다수』의 사랑스러운 향기를 따라 그려지는 듯하다.

◎ 고선경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가 출간되었습니다.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후 일 년 반 만인데요. 첫 시집을 선보이는 마음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데뷔 후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셨는지도요.

단 한 번뿐인 처음이어서일까요? 뭐라고 말하기 두렵고 어려운 마음입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힐까, 읽히기는 할까 걱정도 되고 맥없이 의기소침한 나날이에요. 그런데 오늘 부모님께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제 시집 표지로 바꾸셨더군요. 감사하게도 저보다 더 저를 응원하는 분들이 있어서 그분들이 계시는 한 주눅들어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 시기를 무탈하게 보내고 싶어요. 데뷔 후에는 다시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과자 가게 아르바이트를 했고 시도 썼고 여행도 다녔고 연애도 했고 대학원에 입학했고 공부는 잘 안 했고 사람들 만나 놀기 좋아했습니다.

Q2. '샤워젤과 소다수'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톡톡 터지는 탄산과 향기를 뿜는 비눗방울이 떠올랐어요. 어떻게 이 제목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청량하고 경쾌한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그것이 이 시집의 첫인상이 되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한바탕 울고 난 다음의 기분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기쁠 때도 울고 슬플 때도 우는 울보거든요. 다 울었다는 생각이 들면 깨끗이 세수를 하는데, 그때 물에 씻기는 건 아무래도 비누 거품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뒤섞인 여러 감정, 지나치게 무거워진 마음, 잡념, 나 자신. 그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걷히고 나면 한결 가뿐해져요. 그 가뿐함은 반드시 울고 나서야 온다는 점에서 이 시집과 닮았습니다. 무엇보다 샤워젤과 소다수, 이 두 가지 오브제는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일상을 환기시키는 것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감각을 지니고 있고 또 유발하지요.

Q3. 시편들에서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학창시절 시인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그리고 그 시절의 어떤 경험들이 시에 영감을 주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담임선생님은 부모님께 저를 과격한 아이라고 표현했다더군요. 중학교 생활기록부에는 ‘눈빛이 도전적임.’이라고 적혀 있고요. 한마디로 저는 거칠고 반항적인 학생이었습니다. 단체생활과 교칙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안달을 내곤 했어요. 그런 저를 친구들은 버거워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면 자주 소격감을 느꼈지요. 그래서 저는 멀리 있는 것들을 사랑했습니다. 소설과 영화, 음악처럼 제가 침투할 수도 닿을 수도 없는 세계를요. 특히 중학생 때는 하굣길에 서점 들르기를 좋아했는데요. 돈이 없던 저는 아르바이트생 얼굴이 익숙해졌을 때쯤, 용기를 내 책을 사지 않고도 읽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무조건 괜찮다면서 무슨 책을 좋아하냐고 물어 오더군요. 아르바이트생 언니와는 그때부터 친해졌어요. 우리는 카운터 안쪽에 무릎담요를 덮고 앉아 코코아를 마셨고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책과 음악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언니는 제게 라디오와 다이어리를 선물하기도 했어요. 언니의 다이어리 이름은 ‘알도’라고 하더군요. 동화 제목에서 따 왔다는데, 동화 속 외로운 한 아이의 친구, 토끼 인형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서점에 가도 언니는 볼 수 없었습니다. 일을 관둔 것이었겠지요. 생각해보니 저는 언니가 서른 살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정보가 없었습니다. 제게는 말할 수 없는 상실감과 라디오, 어설프게 언니를 따라 이름 붙인 다이어리만 남았을 뿐이었지요. 가끔 그 일이 진짜 있었던 일인가 생각합니다. 진짜 있었던 일이라면 언니는 왜 제게 미리 말하지도, 두 번 다시 저를 찾아오지도 않은 걸까요? 길을 걸으며 우연히 만나는 상상을 하다가 그래, 그냥 상상이었겠거니…… 하는데 언니가 알려준 가수의 음악을 들으면 알 수 없는 쓸쓸함이 엄습하고 마는 것입니다. 물론 이제는 언니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고 언니가 그립지도 않지만요. 제 시에 스며 있는 향수는 그런 경험들, 시절들에 기인한 것 같습니다.

Q4. 이번 시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을 표현하는 아름답고 상상력 넘치는 문장들입니다. 내 사랑이 너에게는 초능력처럼 느껴졌으면 해”(「외계인이 초능력을 쓸 거라는 생각은 누가 처음 했을까?」)와 같은 사랑스러운 문장들이 마음에 남는데요. 시인님이 이번 시집을 준비하면서 떠올렸던 사랑의 형태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사랑은 징그러운 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사탕과 연금술사」에서는 “잘 익은 알밤을 쪼개면” 기대와 달리 “열매의 안쪽에서 꿈틀대는 벌레가/사랑의 형상에 가깝다”고 표현했는데요. 제게는 너무 아름다운 것이 때때로 혐오스럽듯 어떤 혐오의 대상 혹은 혐오스러운 이미지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아름다움도 혐오스러움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하는 존재는 무력감을 느끼지요. 그리고 같은 이유로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얼마나 초월적이냐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영원의 불가능성마저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사랑하는 대상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징그럽지 않은가요? 아름답습니다. 가까스로.

Q5. 마지막으로, 『샤워젤과 소다수』를 읽을 독자분들께 인사를 건네주세요.

이렇게 한 권의 시집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매우 반갑고 영광입니다. 첫 시집 출간 이후의 시간은 저에게도 미지입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감히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부디 즐겁고 자유로운 독서가 되기를 바라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처음이라서 너무 경직된 채로 인터뷰에 참여한 것 같은데, 다음에는 더 잘할게요. 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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