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들

루시 딜랩 지음 | 오월의봄 펴냄

페미니즘들 (여성의 자유와 해방에 관한 지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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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3.8.28

페이지

500쪽

상세 정보

페미니즘의 기원과 역사는 주로 교육받은 백인 여성 ‘선구자들’의 서사로 이해되곤 한다. 하지만 실제 페미니즘은 전 지구적 운동이자 사상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여성의 자유와 해방에 관한 목소리는 지난 수백 년간 다양한 시대적, 지역적 배경 속에서 터져 나오며 여러 행동으로 이어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역사학부 교수 루시 딜랩은 지구적 관점으로 페미니즘‘들’의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우리가 그간 페미니즘 역사를 이해한 방식인 ‘물결’ 서사에 도전한다. 18세기에서 21세기까지, 한국에서 러시아, 이집트에서 독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간과 장소를 아우르는 그의 역사서술은 페미니즘이란 결코 단일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페미니스트들이 상상하는 미래는 근본적으로 복수의 것이며, 이러한 다양성은 풍요로운 역사로 남아 있다. 하나의 슬로건으로 축약되기에 페미니즘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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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스타

@chaek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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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페미니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한 페미니즘이 아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페미니즘에도 다양한 형태와 가치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작품의 제목이 페미니즘"들"이 되었다.

저자는 아주 먼 과거에서부터 세계 곳곳에서 시작된 페미니즘의 역사를 취합해 이 책에 정리했다.

이 책을 읽고 페미니즘에도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유형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여성들이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대하지 않고 계급, 종교, 그리고 인종에 따른 차별이 만연했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책 내용 자체가 쉽지 않고 번역도 다소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며 진행되어온 역사를 알게 되어 좋았다.

📖
P. 39
쓸모 있는 페미니즘은 교조적이지 않으면서 열린 결말을 가진 것으로,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통해 형성되지만 이로 인해 결정되지는 않는 것이어야 한다.

P. 287
종교나 국가가 페미니스트 또는 반페미니스트로 그려지는 것은 시대적인 맥락에 따른 가변적 현상으로, 그런 주장을 결코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P. 444
그 어떤 사회운동이든 여러 목표와 여러 전략이 존재할 수 있고,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건 당연하고도 생산적인 일이다.

페미니즘들

루시 딜랩 지음
오월의봄 펴냄

읽었어요
10개월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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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덱

@ok_odk

10여 년 전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한 페미니즘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그전까지는 퍽 낯선 단어였는데 요즘엔 누구나 페미니즘에 대한 의견 한 마디쯤은 얹을 수 있을 정도로 인식의 저변이 확대되었다. 그것에 대한 여론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페미니즘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 중 하나라고 단언할 수 있다.

≪페미니즘들≫의 저자 루시 딜랩은 페미니스트들의 다면적 요구와 충돌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은 페미니즘 이전에 시대, 국가, 인종 그리고 그 안에서도 계급, 종교, 성적 지향, 정치 성향 등 다양한 맥락 안에서 정체화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겪는 억압과 불평등은 이질적이며 페미니즘의 실천 양상도 서로 다르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페미니즘 내부의 균열이 필연적이라는 주장은 페미니즘의 근간인 전 지구적 자매애와 단결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내부에 갈등이 상존하는 페미니즘 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걸까?

딜랩은 페미니즘 내부에서 발생하는 불화를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성질의 페미니즘이 맞부딪힐 때 발생하는 교차성이야말로 페미니즘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동력이라고 인식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더 자세한 리뷰>>
https://m.blog.naver.com/ok_odk/223264031880

페미니즘들

루시 딜랩 지음
오월의봄 펴냄

10개월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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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송이

@aksongyi

평소에 페미니즘에 전혀 관심이 없어선지 책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고, 올바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식은 필요하다고 느껴 서평단에 지원해 읽었지만..

페미니즘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개념이었고 너무 포괄적인 단어였다.

심지어 페미니즘은 동일한 전제들을 공유하는 하나의 사상이 아니며, 다양한 주장을 바탕으로 한 여러 개의 페미니즘이 공존한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으로 지배를 받는 상태에 있으며 이 상태는 실재한다는 것이다.

둘째, 여성이 남성 중심 사회 속에서 경험하는 불이익은 절대적인 자연의 질서나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변화될 수 있으며 변화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를 되찾고자 하지만 특정한 집단의 여성들에게만 이익을 주고자 하거나 남성들을 폄하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성에 기초한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는 것을 통해 여성의 삶, 나아가 모두의 삶을 나은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째서 우리가 당신들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이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건 이 나라에 부엌칼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우리가 수많은 반증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의 인간성을 믿기 때문이다.

페미니즘들 _루시 딜랩”

상당히 강렬하면서도 남성을 존중하고 있는 느낌이다.

신여성운동에 참여한 서독의 학생과 페미니스트들은 앞선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의 직접적 영향으로 폭력을 지지했으나 사람에게 직접 가하는 폭력만큼은 신중하게 거부했다.

페미니즘은 정말 복잡한 개념이지만 목표는 하나다.

"자유"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마땅히 누릴 권리를 찾기 위한 것, 그것이 다이다.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의 어원에는 여성이 열등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여성을 성 노리개로 여기며 성희롱과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여성의학을 위한 의료기술도 여성을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닌 주로 남성의 기획과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여성의 미를 남성들이 원하는 기준에 맞추고.

요즘은 여성들이 자기만족을 위해 화장을 하고, 치장을 하지만 이런 미의 기준이 남성들의 기준에 맞춰진 것은 아닌지 회의감이 들었다.

나도 화장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기에..

심지어 불편한 옷도 좋아한다.

20살 때보다는 덜한 것 같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정해진 '미의 기준'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정말 많은 여성분들이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었다.

그에 따르는 희생 또한 무시할 수 없지만..

응당한 권리를 위해, 자유를 위해, 변화를 위해 도전하고 싸우는 멋진 여성들!

덕분에 세상이 점점 좋아지고 있음에 무한 감사를 표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자세하게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정말 추천한다👍(어려움 주의⚠)

페미니즘들

루시 딜랩 지음
오월의봄 펴냄

10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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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페미니즘의 기원과 역사는 주로 교육받은 백인 여성 ‘선구자들’의 서사로 이해되곤 한다. 하지만 실제 페미니즘은 전 지구적 운동이자 사상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여성의 자유와 해방에 관한 목소리는 지난 수백 년간 다양한 시대적, 지역적 배경 속에서 터져 나오며 여러 행동으로 이어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역사학부 교수 루시 딜랩은 지구적 관점으로 페미니즘‘들’의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우리가 그간 페미니즘 역사를 이해한 방식인 ‘물결’ 서사에 도전한다. 18세기에서 21세기까지, 한국에서 러시아, 이집트에서 독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간과 장소를 아우르는 그의 역사서술은 페미니즘이란 결코 단일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페미니스트들이 상상하는 미래는 근본적으로 복수의 것이며, 이러한 다양성은 풍요로운 역사로 남아 있다. 하나의 슬로건으로 축약되기에 페미니즘은 너무 ‘많다’.

출판사 책 소개

페미니즘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페미니스트들은 무엇을 성취했을까?
우리는 이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중심적 시각으로 다시 읽는 페미니즘‘들’의 지구사

그간 우리가 페미니즘 역사를 이해한 방식은 ‘물결’ 서사다. 19세기~20세기 중반 여성참정권운동을 중심으로 한 제1물결,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본격적인 여성해방운동이 등장한 1960년대~1990년대 제2물결, 여성 내부의 불평등 문제를 더욱 활발히 제기하기 시작한 21세기 제3물결이라는 페미니즘 역사서술 방식은 페미니즘의 과거를 이해하는 기초로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러한 물결 서사는 페미니즘의 기원을 유럽과 미국이라는 서구사회에 둔다. 실제 역사에 따르면 페미니즘의 ‘기원’이라 할 만한 순간들, 인물들은 범세계적으로 존재했으며 그 흐름 역시 매우 다양했음에도 말이다. 가령, 물결 서사는 여성참정권과 같은 문제를 진작에 해결된 것처럼 이해하게 했지만,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도 현재 진행형인 의제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역사학부 교수이자 이 책의 저자인 루시 딜랩은 지구적 관점으로 페미니즘의 과거를 새롭게 안내한다. 이 책이 ‘세계사(world history)’가 아닌 ‘지구사(global history)’란 용어를 쓴 이유도 이처럼 명확한 저자의 관점 때문이다. 기존 세계사 연구의 유럽-미국 중심성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며 국경이 아닌 지구 전체로 시야를 확대하는 지구사는 사상, 인물, 텍스트가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낸 상호작용을 기민하게 포착해내는 동시에, 배제되었던 다양한 목소리에 고르게 주목하도록 한다. 그간 “페미니즘 역사는 대부분 백인이자 교육받은 여성 선구자들이라는 제한된 출연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러한 기존의 역사서술이 “초기 페미니즘 사상과 행동을 오독할 위험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누가 최초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계보가 구조화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며, 오늘날 우리가 ‘페미니즘’으로 읽을 수 있는 최초의 텍스트들이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의 백인 시민을 기준으로 국가적 우선권을 설정하는 데 이용되었다고 지적한다.

지구적 관점에 따르면 페미니즘의 시작점과 주요한 사상가들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1798년 프랑스의 알렉산드리아 침공에 과격하게 항의하던 이집트 여성들이 여성의 고용조건과 가족 내 지위를 논의하기 위해 1799년 결성한 라시드여성회의를 페미니즘의 시작으로 잡을 수도 있다. 아니면 1792년 시에라리온에서 토착민 여성 가구주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순간을 그 시작점으로 볼 수도 있다. 뉴질랜드의 원주민과 정착민 여성들은 1893년에 투표권을 얻었고, 이는 유럽이나 미국의 여성들보다 한참이나 앞선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페미니즘의 역사를 대안적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구적 관점을 택함과 동시에 유럽 페미니즘의 ‘설정된’ 우선순위에 대항하고 실제 존재하는 풍요로운 역사를 충분히 이야기하기 위한 방법으로 ‘모자이크 페미니즘’이라는 한층 더 확산적인 개념에 의지한다.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이어 붙여진 여러 조각으로 구성되어 독특한 무늬와 그림을 만들어내는 모자이크처럼 지구적으로 존재한 페미니즘의 사상, 인물, 텍스트가 한데 모여 구성한 형상으로서 역사를 보고, 그것을 멀리서 또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것이다. 페미니즘, 또는 페미니스트라는 하나의 거대한 ‘연합’은 여러 운동, 헌신적인 개인, 행동과 아이디어들이 한데 합쳐 이뤄진 것이다. 그것들 사이에는 때로 희미한 영향력의 선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절연과 혁신도 존재한다.

꿈, 생각, 공간, 사물, 모습, 감정, 행동, 노래
8가지 키워드로 꿰어나가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

지난 3세기에 걸친 페미니즘 지구사를 연속적인 흐름에서 이야기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너무나 거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몇 가지 입구이자 도약점을 마련하고 그것을 키워드로 페미니즘의 과거를 꿰어나가는 독창적인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키워드는 총 8가지로, 꿈, 생각, 공간, 사물, 모습, 감정, 행동, 노래가 그것이다. 각 키워드에 한 장씩을 할애하여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러한 세부 주제 안에서 그간 배제되고 소거되어왔던 목소리들을 고르게 증폭함으로써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지구 곳곳의 풍요로운 페미니즘‘들’로 우리를 안내한다.

각 장의 내용을 좀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1장 ‘꿈’은 페미니스트들이 꾸었던 꿈을 살펴본다. 꿈이 “변화와 타자성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수단”이라 말하는 저자는 어떤 상상과 순간들이 역사 속 인물들을 페미니즘으로 이끌었는지, 그들이 꿈꾼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좇는다. 또한 동시에 우리가 자면서 꾸는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그것을 새로운 삶을 향한 비전에 빈번히 수반되는 불안과 갈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살핀다. 2장 ‘생각’은 페미니즘이 이룩한 주요한 지적 혁신을 톺아본다. 가부장제를 비롯한 여러 개념이 사회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포착했는지 논의하는 것과 함께 페미니즘이 기독교, 사회주의, 자유주의, 입헌주의, 공화주의 같은 다양한 전통과 주고받은 영향을 이야기한다. 3장 ‘공간’은 일터, 예배, 쉼터, 시장 등 페미니스트들이 요구한 다양한 공간을 살핀다. 여성이 어떠한 공간을 점유할 수 있고,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하느냐는 페미니스트들의 오랜 관심사였다. 4장은 사물을 도약점으로 삼는다. 여성이 의류나 생필품, 식료품에 돈을 쓰는 소비자로서 갖는 특수한 지위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유지된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소비와 여성성의 결합에 좌절하기도 했으나 언제나 물질문화와 거리를 두고자 한 건 아니었다. 어떤 사물들은 정치적 주장에, 페미니즘적 사고의 전달에, 다른 페미니스트를 알아보는 데, 페미니즘의 꿈을 널리 알리는 데 유용하게 쓰이며 국경을 넘어 유통되기도 했다. 페미니즘문화가 스며들고 응결된 유산으로서의 사물들을 살펴보며 그것이 어떻게 지구 곳곳에서 페미니즘적 사건이 되었는지 알아본다. 5장은 물질문화를 페미니즘의 복장과 패션이라는 ‘모습’으로 확장하고, 6장은 새로이 등장한 감정 연구들에 기반해 페미니즘들이 불러일으킨 감정들을 살펴본다. 분노, 사랑, 모성과 같은 감정이 페미니즘운동에서 어떠한 현장을 만들어내며 운동의 중심을 이루기도 했는지 그 기제를 탐구한다. 7장은 페미니즘들의 역사를 꿰뚫는 행동주의적 측면에 집중하며 각종 시위의 창의적인 전술들을 다룬다. 돌 던지기에서 술집 바 레일에 자신을 묶어두는 행위까지, 몸과 공간을 아우르며 실천된 저항의 방식들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8장은 페미니즘 ‘듣기’를 시도하며 노래, 구호, 키닝(keening) 등 페미니즘을 둘러싼 풍부한 사운드트랙의 자취를 더듬어본다. 페미니즘운동, 노동운동, 반파시즘운동이 운동 사이의 경계와 국경을 넘어 공유하고 개작한 노래들이 얼마나 풍부한 음악적 유산으로 남아 있는지를 알려주는 장이다.

이처럼 8가지 키워드를 입구이자 도약점 삼아 페미니즘의 과거를 꿰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는 무엇보다 국경에 제약되지 않고 지구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진 페미니스트들 간의 상호작용과 대화가 당대의 활력을 가지고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형적이고 유럽-미국 중심적인 기존의 역사서술에서는 쉽게 포착되지 않았던 지점이다. 그동안의 역사에서 누락되었던 페미니스트들 간의 상호작용들을 목도하다 보면 페미니즘을 단지 해외에서 전래된 수입품이 아니라 일종의 대화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그러한 대화에는 당연하게도 경합, 갈등, 권력 다툼이 자리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페미니즘과 엇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제국주의, 식민주의, 계약노동, 국가주의 등은 폭력과 종속에 기반한 기획이었으며 페미니스트들도 그러한 시대적 배경과 결코 무관할 수 없었다. 페미니즘 지구사는 단순히 페미니즘, 페미니즘, 그리고 또 다른 페미니즘을 나열하는 식으로 페미니즘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루시 딜랩이 또 다른 역사학자 므리날리니 신하(Mrinalini Sinha)의 말을 빌려 “각기 다른 여성운동들이 지닌 불일치하는 역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듯, 서로 불일치하는 페미니즘의 여러 꿈을 헤아릴 때 우리는 비로소 지구적 페미니즘‘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구상 페미니즘은 한 번도 단일한 적이 없었다
‘최종 상태’가 아닌 여정으로서 페미니즘-하기
젠더 정의에 대한 넓고 깊고 다양한 열망을 인식하기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페미니즘의 과거와 맺는 관계는 어떠해야 할까? 우리는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페미니즘운동과 사상이 결코 과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러한 과거가 국경을 경계로 폐쇄적으로 전개되어온 것이 아니라 지구적으로 매우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지역적으로 특수한 관점들을 지닌 채 발전해왔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과거를 중요한 자원으로 삼을 수 있고,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비록 다른 시대의 페미니스트들이 때로 인종차별, 계급적 편견, 반유대주의, 제국주의 등에 공모했거나, 오늘날 매우 주요하게 여겨지는 의제들을 경시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과거에 그저 절연을 고하거나 환멸만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정하기 어렵고 불편한 과거라 할지라도 비교, 재구성,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오늘날의 운동과 행동에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건 지구 페미니즘들의 지형을 실제 그대로 충분히 확장하고 또 있는 그대로 복잡하게 인식하는 것, 타협하기 어려운 이데올로기적 차이들을 섣불리 뭉개거나 무시하지 않으려는 시도일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여성들이 서로 다른 걸 원한다는 사실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며, 페미니즘의 성패는 바로 이러한 다양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역과 시대 속에서 여성의 자유와 해방을 외친 페미니즘운동과 활동가들의 얽히고설킨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어째서 페미니즘에 대한 보편적 정의를 내리는 게 불가능한지를 확실하게 확인시켜준다. 우리는 그 불가능한 일을 하고자 애쓰는 대신, 250여 년이라는 시간 속 거대한 지구적 캔버스 위에 페미니즘들을 펼쳐놓고 이 목소리들에 고루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들》은 바로 그러한 귀 기울임을 가능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렇게 귀 기울여보면 지구상 여성의 자유와 해방을 말한 이들의 요구는 결국 모두가 번영할 수 있는 환경에 관한 요구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그러한 요구는 공정한 임금일 때도 있었고, 동일한 교육의 보장일 때도 있었고, 투표권일 때도 있었고, 식민 지배의 종식일 때도 있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지구적 관점은 젠더 정의를 향한 열망과 결의가 얼마나 넓고 깊고 다양했는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페미니즘은 그 다양성과 함께 발전해왔으며, 페미니스트들은 다양성 속에서 경합하고 연대하며 무수한 성취를 이루어왔다. 계속되는 백래시 속에서 마치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느끼거나, 진전되지 않는 듯한 논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지구 전체로 시야를 확장하는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이토록 풍요로운 페미니즘의 역사로부터 반드시 영감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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