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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인 책
출간일
2023.5.10
페이지
207쪽
상세 정보
시인이자 영화인 유진목이 2년 만에 신작 산문집 『슬픔을 아는 사람』을 출판사 난다에서 펴낸다. 2022년 여름, 베트남 하노이에 다녀온 세 번의 여행을 글과 56컷의 필름 사진으로 기록했다. ‘유진목의 작은 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기대와 설렘에 잠겨 낯선 곳을 체험하고 기록한 일반 여행 에세이의 온도와는 사뭇 다른 문장으로 독자를 맞이한다. 『슬픔을 아는 사람』은 작가 유진목이 긴 싸움 끝에 남아 있는 나 자신을 확인하고 회복하려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이자 시인으로서의 ‘쓰기’에 대한 시론이라 할 수 있다.
총 여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다섯 파트는 1부터 52까지 번호를 단 시 같은 산문을 실었다. 이는 여행중 노트에 기록한 메모를 초고로 하여 살을 붙이고 한 글자씩 짚어나가며 다시-쓰기한 글들이다. 유진목에게 다시-쓰기는 계속해서 살아보기, 다시-살기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글 한 편 한 편은 유진목 시인 특유의 비워둔 공간이 말하는 듯한 여백이 매력으로, 날숨보다는 들이쉬는 숨에 가까운 호흡이 하나하나 살아 곱씹는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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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gimdoyoungdfkk
슬픔을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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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
@archiving
슬픔을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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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시인이자 영화인 유진목이 2년 만에 신작 산문집 『슬픔을 아는 사람』을 출판사 난다에서 펴낸다. 2022년 여름, 베트남 하노이에 다녀온 세 번의 여행을 글과 56컷의 필름 사진으로 기록했다. ‘유진목의 작은 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기대와 설렘에 잠겨 낯선 곳을 체험하고 기록한 일반 여행 에세이의 온도와는 사뭇 다른 문장으로 독자를 맞이한다. 『슬픔을 아는 사람』은 작가 유진목이 긴 싸움 끝에 남아 있는 나 자신을 확인하고 회복하려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이자 시인으로서의 ‘쓰기’에 대한 시론이라 할 수 있다.
총 여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다섯 파트는 1부터 52까지 번호를 단 시 같은 산문을 실었다. 이는 여행중 노트에 기록한 메모를 초고로 하여 살을 붙이고 한 글자씩 짚어나가며 다시-쓰기한 글들이다. 유진목에게 다시-쓰기는 계속해서 살아보기, 다시-살기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글 한 편 한 편은 유진목 시인 특유의 비워둔 공간이 말하는 듯한 여백이 매력으로, 날숨보다는 들이쉬는 숨에 가까운 호흡이 하나하나 살아 곱씹는 여운이 길다.
출판사 책 소개
● 편집자의 책소개
살아 있는 사람에게 행운처럼 주어지는 여행
나는 살아 있어서 여행할 수 있다
나는 하노이에 와서 처음에는 몸을 녹이고 그다음에는 마음을 풀고 그렇게나 두려워하던 글을 쓰기 시작했다. _33쪽
죽으면 다 끝나니까 면허를 따서 운전은 해보고 죽자. 이것이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죽으면 다 끝나니까 이 책은 쓰고 죽자. 매번 그런 식이었다. 죽으면 다 끝나니까 하노이에 가서 반 꾸온 꼬년과 분짜를 한번 더 먹어보고 죽자. 이것이 내가 하노이에 가게 된 이유였다. _138쪽
시인이자 영화인 유진목이 2년 만에 신작 산문집『슬픔을 아는 사람』을 출판사 난다에서 펴낸다. 2022년 여름, 베트남 하노이에 다녀온 세 번의 여행을 글과 56컷의 필름 사진으로 기록했다. ‘유진목의 작은 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기대와 설렘에 잠겨 낯선 곳을 체험하고 기록한 일반 여행 에세이의 온도와는 사뭇 다른 문장으로 독자를 맞이한다. 『슬픔을 아는 사람』은 작가 유진목이 긴 싸움 끝에 남아 있는 나 자신을 확인하고 회복하려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이자 시인으로서의 ‘쓰기’에 대한 시론이라 할 수 있다. 총 여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다섯 파트는 1부터 52까지 번호를 단 시 같은 산문을 실었다. 이는 여행중 노트에 기록한 메모를 초고로 하여 살을 붙이고 한 글자씩 짚어나가며 다시-쓰기한 글들이다. 유진목에게 다시-쓰기는 계속해서 살아보기, 다시-살기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글 한 편 한 편은 유진목 시인 특유의 비워둔 공간이 말하는 듯한 여백이 매력으로, 날숨보다는 들이쉬는 숨에 가까운 호흡이 하나하나 살아 곱씹는 여운이 길다.
“슬픔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슬픔은 충만한 사랑을 알아본다. 사랑을 먹고 자란 슬픔은 이내 충만해진다.” 때로는 시로, 한편으로는 아포리즘으로도 읽히는 이 글들은 시인이 겪어야 했던 어떤 ‘불행’을 그늘에 깔고 있다. “가로등도 없고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어둠뿐인 밤길과 같”은 시간.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의 보복성 고소에 조사를 받고 허위적시 명예훼손 고소에 ‘혐의 없음’ 처분을 받고 승소하기까지 시인은 싸우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오랫동안 싸우면서 살았다. 가까스로 살아가기 위해 다른 것에는 마취에 가깝게 무감해져야 했던 그 시간이 끝난 여름, 유진목은 스스로 가진 돈을 남김없이 쓰고 일상에서의 생활도 멈추기로 마음먹고 하노이행 비행기에 올라탄다. 설거지를 할 때 그릇을 모두 깨부수고 싶고 빨래를 널다 말고 옷을 전부 찢어버릴 것만 같았던 분노를 잠재우고 싶어서.
시인은 그렇게 하노이라는 공간에서 수년간 내면에 차곡차곡 쌓여온 분노와 그에 잠겨 경험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자신이 통과해야 했던 삶을 반추한다. ‘기억의 끈’을 놓고 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어디선가 나도 모르게 나를 잃어버리는” 여행을 통해. 이것은 그가 “완전한 여행자”가 되어 멀리 떠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불행한 내가 본 것을 행복한 내가 다시 보려고.
자고 일어나면 내가 아니길 바랐다
아니, 잠들면 깨어나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하노이에 도착해서 반나절을 걷다가 맨 처음 알아차린 것은 이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_63쪽
내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곳, 나는 여기서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되는 곳, 아무와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고 오직 나만이 나와 대화할 수 있는 곳. 뜨거운 햇빛이 몸을 관통해버린 것만 같은 여름의 하노이에 시인은 “아무것에도 압도당하지 않고 단지 계속해서 살아보자는 마음 하나에만 순순히 이끌리고 싶어 온 것이다.” 하염없이 걷던 거리에서는 옅은 망고 냄새가 났다. 오토바이들이 질주하는 도로 한복판에 서 있어도 엘리베이터를 타도 화장실을 가도 언제나 깔려 있던 그 냄새. 시인은 문득 이 달큰한 냄새가 무엇을 닮았는지 기억해낸다. “살갗과 살갗이 서로를 스칠 때 나는 냄새”였다는 것을, 살의에 가득차 있던 마음은 너무도 오래 살의 보드라운 감촉을 잊고 살아왔다는 것을. “나는 혼자서 울고 밖으로 나갈 때는 웃는 사람이다. 밖에서도 울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런 날들을 지나왔다고 지금은 쓸 수 있다.”
그는 그저 살아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죽고 싶다 생각하지 않고 살고 싶은 마음. 살아 있다는 생각도 그만 하고 그냥 살고 싶은 마음. 살아 있음을 흉내내느라 스스로 지쳐 있던 나. 살아 있음을 행하지 않아도 되기에 잠은 달콤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인은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서 까무룩 잠든 사람들을 보다 깨닫는다. 그들이 너무나도 선명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잠은 죽음에 속한 것이 아니라 삶에 속해 있다는 것을.” 그렇다. “우리는 우리에게 머물기로 한 슬픔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슬픔은 삶을 신중하게 한다. 그것이 슬픔의 미덕이다.”
이런 젠장
너무 아름다워
살아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일이 얼마나 피로한 일인지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말없이 그를 안아주고 싶다. _101쪽
마지막 파트 6 「사진의 다음은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다」에는 시인이 팔십만 원을 주고 산 중고 필름 카메라 CONTAX T2로 직접 찍은 56컷의 베트남 풍경이 담겨 있다. 이 사진들은 시인이 셔터를 누르던 순간의 심정으로 되돌아가 이 장면과 사람 앞에 서 있는 느낌을 살려 선별하고 재배치한 것이다. 동시에 유진목 시인은 이 파트에서 자신은 어떻게 사진을 찍는지 써내려가며, 무엇이 자신으로 하여금 지그재그로 달리는 오토바이 뒷좌석에서 곡예하듯 손을 들어올리고 셔터를 누르게 했는지 그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책표지는 유진목 시인이 호텔 숙소에서 직접 찍은 사진으로 디자인했다. 제목 ‘슬픔을 아는 사람’은 먹박으로, Hanoi라는 영문은 우윳빛 펄박으로 구현했다. 코팅된 종이 위에 찍힌 두 종류의 박과 이를 감싸는 반투명한 트레싱지 띠지는 표지에 인쇄된 글자와는 다른 질감으로 읽는 이에게 다가온다. 이 차이는 표지와 눈을 마주친 이에게 저마다의 층위를 만들어 다름을 헤아리게 한다. 농을 쓰고 과일을 깎는 묵직한 칼을 든 손을 오래 바라보았던 시인처럼, 그 칼을 쥔 빠른 손놀림에 대한 무서움이 자신을 절대로 해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바뀌기까지 길고도 짧았던 시간처럼. Hanoi에 사용한 우윳빛 펄박은 정면에서 바라보면 사진에 어울리는 잔잔한 흰빛으로 투명하지만 책을 기울여 빛을 받으면 무지갯빛으로 조용히 반짝인다. “언제든 죽으면 된다고 그러면 다 끝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던 사람”, 어디서든 눈에 띄지 않는 사람, 빛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끔은 그들처럼 빛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닌빈에 세번째 찾아가서야 그 평원의 넓고 광활함이 복받쳐와 헬로 키티 헬멧을 쓴 채 주룩주룩 흘리고 말았던 그의 눈물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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