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토니 모리슨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자비 (토니 모리슨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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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7.17

페이지

244쪽

상세 정보

1680년대 아메리카 대륙. 미국이라는 나라가 건국되기 이전, 신분제도도 사회제도도 없는 신천지. 흑인과 백인이 대농장에서 함께 노동을 하고, 인종을 불문하고 노예가 될 수 있었던, 아직 인종주의가 발현되기 이전의 시대.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살아 있는 미국문학의 대모 토니 모리슨이 2008년 발표한 장편소설 <자비>는 바로 식민지 시대 아메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한다.

흑인 여성 작가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인종과 성의 문제에 천착하며 흑인들의 참혹한 역사를 문학으로 복원해냈던 작가가 이번에는 미국 역사 초기, 그 모든 억압과 고통이 시작된 곳으로 깊숙이 파고들어간 것이다.

모리슨은 17세기 말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종과 처지의 등장인물을 통해 어떻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인종주의와 노예제도가 뿌리내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삶을, 특히나 여성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특유의 시적이고 함축적인 문체로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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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다고 좋아했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간다.

자비

토니 모리슨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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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1680년대 아메리카 대륙. 미국이라는 나라가 건국되기 이전, 신분제도도 사회제도도 없는 신천지. 흑인과 백인이 대농장에서 함께 노동을 하고, 인종을 불문하고 노예가 될 수 있었던, 아직 인종주의가 발현되기 이전의 시대.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살아 있는 미국문학의 대모 토니 모리슨이 2008년 발표한 장편소설 <자비>는 바로 식민지 시대 아메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한다.

흑인 여성 작가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인종과 성의 문제에 천착하며 흑인들의 참혹한 역사를 문학으로 복원해냈던 작가가 이번에는 미국 역사 초기, 그 모든 억압과 고통이 시작된 곳으로 깊숙이 파고들어간 것이다.

모리슨은 17세기 말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종과 처지의 등장인물을 통해 어떻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인종주의와 노예제도가 뿌리내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삶을, 특히나 여성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특유의 시적이고 함축적인 문체로 써내려간다.

출판사 책 소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의 신작
“토니 모리슨이 이전에 쓴 모든 소설의 원전 같은 책.”_시애틀 타임스

★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 최고의 책 ★
★ 아마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다른 이를 지배할 힘을 넘겨받는 것은 힘든 일이지.
다른 이를 지배할 힘을 빼앗는 것은 잘못된 일이고.
자신을 지배할 힘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는 것은 사악한 일이란다.”
1680년대 아메리카 대륙. 미국이라는 나라가 건국되기 이전, 신분제도도 사회제도도 없는 신천지. 흑인과 백인이 대농장에서 함께 노동을 하고, 인종을 불문하고 노예가 될 수 있었던, 아직 인종주의가 발현되기 이전의 시대.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살아 있는 미국문학의 대모 토니 모리슨이 2008년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자비』는 바로 식민지 시대 아메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한다. 흑인 여성 작가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인종과 성의 문제에 천착하며 흑인들의 참혹한 역사를 문학으로 복원해냈던 작가가 이번에는 미국 역사 초기, 그 모든 억압과 고통이 시작된 곳으로 깊숙이 파고들어간 것이다. 모리슨은 17세기 말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종과 처지의 등장인물을 통해 어떻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인종주의와 노예제도가 뿌리내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삶을, 특히나 여성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특유의 시적이고 함축적인 문체로 써내려간다.

노예제도의 악행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산다는 것의 고난을 드러내기 위한
고귀하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소설. _존 업다이크


소설 『자비』의 주요 무대가 되는 곳은 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한 제이컵 바크의 농장이다. 고아원에서 자라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숙부로부터 120에이커의 땅을 물려받아 아메리카로 건너온 제이컵은 농장주인 동시에 무역상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에게 돈을 빌린 메릴랜드의 지주 동 오르테가의 초대를 받아 지주의 대저택을 방문했다가 재해로 인해 지주에게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 오르테가는 제이컵에게 빚의 일부를 노예로 대신 갚겠다고 제안하고, 사람을 사고파는 것에 혐오감을 느끼는 제이컵은 이를 거절한다. 하지만 한 여자 노예가 제발 자기 딸을 데려가달라고 절박하게 사정하고, 제이컵은 결국 흑인 소녀 플로렌스를 데려오고 만다.
작품의 주요 서술자이기도 한 열여섯 살 흑인 노예 플로렌스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을 안은 채 제이컵의 농장에서 살아간다. 농장에는 결혼을 하기 위해 영국에서 이곳까지 건너온 안주인 레베카와, 전염병이 돌아 부족이 전부 죽고 난 후 제이컵에게 노예로 팔린 원주민 리나, 난파된 배에서 뭍으로 떠밀려와 나무꾼 부부에게 구조되었다가 제이컵에게 맡겨진 혼혈 처녀 소로가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제이컵이 고용한 백인 하인 스컬리와 윌러드 또한 농장의 구성원이나 마찬가지다. 7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침례교도들의 마을이 유일한 이웃인 광활한 곳에서 이들은 일종의 가족이 되어, ‘신대륙’의 혼란스러운 현실, 폭력과 약탈로부터 분리된 채 평화로운 생활을 해나간다.

몇 년 동안 이웃 농장 주민들은 가족으로 여길 만큼 가장 가까운 관계를 이루었다. 마음씨 고운 부부(부모), 여자 하인 세 명(말하자면 자매들), 그리고 의지가 되는 아들들. 서로가 서로를 의지했고, 아무도 잔인하게 굴지 않았고, 모두들 친절했다. 본문 204쪽

일종의 실험적인 공동체인 이 작은 농장의 평화는, 제이컵이 병에 걸려 죽으면서 산산조각 난다.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주인 없이 여자와 노예만 남은 농장은 더이상 그 혼란한 세계에서 버틸 힘이 없는 것이다. 노예 신분인 플로렌스와 리나, 소로는 말할 것도 없고 백인 여성인 레베카의 지위조차 안정적이지 못하다. 애초에 “돈도 없고 물건 행상을 하거나 노점을 열거나 도제 노릇을 하며 먹을 것과 잠자리를 구할 성격도 못 되고, 상류층처럼 수녀원에 들어갈 처지도 안 되는 그녀에게 허락된 미래는 하녀나 창녀, 아내 정도”가 전부였고, “그나마 마지막 것이 제일 안전해 보였”기 때문에, 레베카는 얼굴도 모르는 남편과 결혼을 하러 배를 타고 머나먼 아메리카 대륙까지 왔던 것이다. 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은 백인 남성인 제이컵에게는 약속과 기회의 땅이었는지 몰라도, 여성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비록 그들의 관점은 서로 공통점이 없었음에도, 한 가지 면에서는 모두 같았다. 남자들의 약속과 위협이었다. 바로 거기에 안전과 위험이 놓여 있다는 데 양쪽 다 의견을 같이했다. 양쪽 다 이를 체념하고 받아들였다. (…) 남자의 지위나 어깨가 없다면, 가족이나 도와주는 이들의 지원이 없다면, 과부는 사실상 법 바깥에 놓인 존재였다. 본문 140-141쪽

바로 이 여성들을 통해 토니 모리슨은 『자비』에서 ‘노예화’라는 것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이 책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성―백인 레베카, 원주민 리나, 흑인 플로렌스와 소로―은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어딘가에 예속된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때로는 자기 스스로를 예속된 상태로 내몰기도 한다.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후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던 플로렌스는 제이컵의 집을 짓는 것을 도왔던 흑인 자유인 대장장이와 사랑에 빠진 후 의지할 데 없는 마음을 온통 쏟아부으며 그에게 완전히 예속되고 싶어한다. (나는 자유로운 것이 그리고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요. (…) 난 당신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싶지 않아요. 당신과 함께여야만 살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본문 100-101쪽) 그리고 레베카 또한 남편이라는 울타리가 없어지고 난 후, 이웃에 있는 침례교도들의 공동체에 편입됨으로써 종교라는 테두리에 예속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한다.

들어줄 상대에게 가 닿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도는 이야기의 조각들
그 속에서 여전히 이야기를 하고 삶을 이어나가는 그녀들의 목소리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인 『빌러비드』에서 세스가 사랑하는 딸을 노예의 삶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살해했던 것처럼, 플로렌스의 어머니 또한 자신이 겪은 성적 학대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제이컵에게 플로렌스를 보낸다. 제이컵의 눈빛에서 선량함을 읽어내고 그의 마음속에 짐승이 없다는 것을 알아보았기에, 오로지 그의 ‘자비’를 바라며 플로렌스를 보낸 것이다.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플로렌스는 대장장이에게서도 버림받자, 버려진 저택의 벽에 일종의 고백을 써내려간다(플로렌스의 ‘고백’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축이 된다). 이 글쓰기는 플로렌스에게 자기 치유의 행위이자 대장장이에게 건네는 편지이고, 동시에 어머니를 향한 편지이기도 하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플로렌스의 어머니는 마치 딸의 편지에 화답하듯 딸에게 당부를 전한다. “다른 이를 지배할 힘을 넘겨받는 것은 힘든 일이지. 다른 이를 지배할 힘을 빼앗는 것은 잘못된 일이고. 자신을 지배할 힘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는 것은 사악한 일이란다”라고. 대장장이를 향한 플로렌스의 고백이 대장장이에게 가 닿지 못하는 것처럼, 딸을 향한 어머니의 간절한 이야기도 그저 허공을 맴돌 뿐 플로렌스에게 전해질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비록 들어줄 상대에게 닿지 못하더라도, 그녀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나간다. 그리고 노예제의 비극 속에서 삶을 살아내야 할 운명을 짊어졌을지언정,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또 하루를 살아간다.
대장장이는 플로렌스를 떠나보내며 그녀에게 ‘네가 노예라서 싫다’고 말한다. 그녀가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살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플로렌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마음 따위는 없는 황무지로, 노예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제, 사랑을 잃은 플로렌스는 늘 신고 다니던 신발을 벗고 편백나무처럼 딱딱한 발바닥을 얻은 것처럼,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단단해졌다. 마찬가지로 소로Sorrow는 아이를 낳은 후, 나무꾼의 아내가 지어준 소로라는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에게 컴플리트Complete라는 이름을 새로 지어준다. 이렇듯 토니 모리슨은 비극의 기원을 거슬러올라가면서도 그 참상 속에서 “너덜너덜할지언정 희망을 발견”한다. 그렇기에 이 시적이고 아름다운 소설은 “토니 모리슨이 이전에 쓴 모든 소설의 원전”이며 동시에 “하나의 문학적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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