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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얇은 책
출간일
2017.12.18
페이지
172쪽
상세 정보
녹을 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당신을 위하여
정이현이 새롭게 선보이는 ‘이야기+산문’ 10편
화요일의 기린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안과 밖
여행의 기초
지상의 유일한 방
물과 같이
커피 두 잔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에 관하여
장미
눈+사람
사라진 것들은 불쑥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시작과 끝, 그것을 어는점과 녹는점으로 표현해도 좋을까. 다만 1도의 차이에도 물은 액체가 되었다가 고체가 되었다가 한다. 눈이 되었다가 비가 되기도 하고, 구름으로 뭉쳐 있기도 한다. 꽝꽝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도 아주 미세한 온기에 흐물흐물 녹아내리기도 하고, 작디작은 균열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와장창 허물어지기도 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고 말이다.
다만 ‘우리가 녹는 온도’는 하나로 정해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 반응하는 온도와 속도가 다를 것이므로. 그 개별성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 바로, 이 책 <우리가 녹는 온도>이다.
소설가 정이현에게는 항상 ‘도시기록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도시를 속속들이 관찰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도시’라는 단어에는 자연스럽게 ‘사람’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사람’이 없는 ‘도시’는 상상하기 힘드니까. 그러므로 도시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을 헤아리는 일이기도 한 셈이다. 시작과 끝,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작은 틈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소설가의 일이자 숙명일 것이다.
<우리가 녹는 온도>는 정이현 소설의 감각적이고도 치밀한 ‘문장’과 산문의 서늘하면서도 다정한 ‘생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그의 산문을 책을 통해 만나는 것은 <풍선> <작별> 이후 꼭 10년 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는 총 열 편의 ‘이야기+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짧은 이야기 형태의 <그들은,>과 그에 덧붙이는 작가의 소회 <나는,>이 짝꿍처럼 붙어 있다. 전자는 짧은 콩트나 엽편 형식이고 후자는 담담한 에세이다. 앞선 이야기에 대한 긴 주석이라고 봐도 좋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개별의 ‘녹는 온도’를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강아지를 키워온 소년, 언제나 다 괜찮다고 말하는 연인, 전혀 다른 취향의 두 친구, 중요한 선택을 앞둔 중년의 부부, 같은 처지에 놓인 성악가와 요리사, 이제야 서로를 조금 이해하게 된 모녀, 몸도 마음도 회복이 필요한 여자 등……. 모두 제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녹을 줄 알면서도 저마다의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렇게 또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만 애써 마음을 다독거리고, 안 괜찮아지는 날도 오겠지만 괜찮아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그렇게 수고로움을 자처하며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일생을 차곡차곡 살아내는 사람들.
한때 눈사람이었던 눈덩이는 물론 예쁘고 귀여웠을 테지만, 그것이 모두 녹아내린 후의 흥건한 자리도 찬란하다는 것을, 이야기 속 그들이 모두 알고 있다면 좋겠다.
이 책을 언급한 게시물15
종은
@jongeun
우리가 녹는 온도
2명이 좋아해요
정우
@jungwooeic4
우리가 녹는 온도
외 3명이 좋아해요
사라다류
@saradaryu
우리가 녹는 온도
3명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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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을 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당신을 위하여
정이현이 새롭게 선보이는 ‘이야기+산문’ 10편
화요일의 기린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안과 밖
여행의 기초
지상의 유일한 방
물과 같이
커피 두 잔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에 관하여
장미
눈+사람
사라진 것들은 불쑥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시작과 끝, 그것을 어는점과 녹는점으로 표현해도 좋을까. 다만 1도의 차이에도 물은 액체가 되었다가 고체가 되었다가 한다. 눈이 되었다가 비가 되기도 하고, 구름으로 뭉쳐 있기도 한다. 꽝꽝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도 아주 미세한 온기에 흐물흐물 녹아내리기도 하고, 작디작은 균열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와장창 허물어지기도 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고 말이다.
다만 ‘우리가 녹는 온도’는 하나로 정해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 반응하는 온도와 속도가 다를 것이므로. 그 개별성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 바로, 이 책 <우리가 녹는 온도>이다.
소설가 정이현에게는 항상 ‘도시기록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도시를 속속들이 관찰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도시’라는 단어에는 자연스럽게 ‘사람’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사람’이 없는 ‘도시’는 상상하기 힘드니까. 그러므로 도시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을 헤아리는 일이기도 한 셈이다. 시작과 끝,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작은 틈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소설가의 일이자 숙명일 것이다.
<우리가 녹는 온도>는 정이현 소설의 감각적이고도 치밀한 ‘문장’과 산문의 서늘하면서도 다정한 ‘생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그의 산문을 책을 통해 만나는 것은 <풍선> <작별> 이후 꼭 10년 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는 총 열 편의 ‘이야기+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짧은 이야기 형태의 <그들은,>과 그에 덧붙이는 작가의 소회 <나는,>이 짝꿍처럼 붙어 있다. 전자는 짧은 콩트나 엽편 형식이고 후자는 담담한 에세이다. 앞선 이야기에 대한 긴 주석이라고 봐도 좋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개별의 ‘녹는 온도’를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강아지를 키워온 소년, 언제나 다 괜찮다고 말하는 연인, 전혀 다른 취향의 두 친구, 중요한 선택을 앞둔 중년의 부부, 같은 처지에 놓인 성악가와 요리사, 이제야 서로를 조금 이해하게 된 모녀, 몸도 마음도 회복이 필요한 여자 등……. 모두 제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녹을 줄 알면서도 저마다의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렇게 또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만 애써 마음을 다독거리고, 안 괜찮아지는 날도 오겠지만 괜찮아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그렇게 수고로움을 자처하며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일생을 차곡차곡 살아내는 사람들.
한때 눈사람이었던 눈덩이는 물론 예쁘고 귀여웠을 테지만, 그것이 모두 녹아내린 후의 흥건한 자리도 찬란하다는 것을, 이야기 속 그들이 모두 알고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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