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지영 지음 | 광화문글방 펴냄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지영 장편소설|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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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3

페이지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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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의 한 쇼핑몰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현장에서 파키스탄 이민자 소년을 구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인도계 미국인 수키 라임즈에게 일어난 기이한 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세계인에 감동을 주고 영웅이 된 수키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한 지 오십 여일 만에 깨어나 첫 마디를 던진다. "Mori…Upper."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던 이 말은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이던 한국인 한준의가 수키를 만나면서 마침내 의미가 통한다. 그가 처음 뱉어낸 말은 한국어로 "머리 아파"였다.

수키는 영어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한국어만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원어민에 전혀 뒤지지 않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이 전대미문의 이상 증상은 의과학계의 관심을 받으며 '수키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질병명까지 탄생시킨다. 극한의 분쟁과 갈등 상황 또는 사고 현장에서 크게 다쳤으나 목숨을 건진 사람들에게서 발현된다는 공통점도 발견됐다. 이 병은 최초 발병자 수키에 국한하지 않고 서서히 퍼져나가 2023년 기준 5천213명까지 환자가 늘어난다.

언어 문제로 미국에서 생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수키는 한국에 와서 방송 출연과 언론 인터뷰 등으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지면서 일거리는 줄어들고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인도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어디론가 떠나 자취를 감춘다.

소설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나'가 수키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과 수키에 관한 언론 보도를 되짚는 내용만으로 서사를 진행하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다. '나'는 촬영 중 당한 폭탄 테러에서 살아남은 뒤에 이상한 꿈을 꾸고 환영과 환청에 시달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꿈은 수키 증후군 환자들의 기억이었기 때문에 '나'는 카메라를 들고 수키의 흔적을 쫓는다. 수키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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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dawn_bluu

언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언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습 또한 멈춰서 생각해보게 한다.

수키증후군** 즉, 갑자기 모어가 생판 다른 언어로 바뀐다는 것은….할 수 있는 말만 바뀌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다. 인생 자체가 생판 다르게 뒤바뀐다. 인간관계, 내가 몸 담고 살아가야 할 나라 모두.

(** 총을 맞거나 죽기 직전의 상황을 겪고 깨어나면 생판 다른 언어로 모어가 바뀌는 증상. 신체의 일부가 점점 사라지며, 결국 세상에서 사라진다)

책에서 등장하는 하나의 장면이다. 뼛속까지 한국인이 수키 증후군에 걸려 한국어는 잃어버리고 태국어로 모어가 바뀐다.

그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녀는 태국어로 소설을 쓴다. 그럼 이것은 한국문학인가? 반대로, 다른 문화권에 영향받아 온 사람이 오로지 한국어로만 소설을 쓴다면, 이것은 한국문학인가?

뿐만 아니라, 혐오, 역사와 문화, 국가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쏟아져 내린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은 수키 증후군 환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 세상에 소외되어 저물어가는 사람들이 사라지기를..

#사라지는사라지지않는 #지영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지영 지음
광화문글방 펴냄

3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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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스타

@chaek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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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현장에서 뇌에 총상을 입고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후유증으로 모어인 영어를 잃고 연관도 없는 한국어만 할 수 있게 된 수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다른 언어를 유창하게 하게 되면 그래도 소통할 수 있으니 다행인 거 아닌가 싶지만, 나의 언어를 잃어 나고 자라 익숙한 곳에서 느껴야 하는 벼랑 끝의 아슬함에는 차마 비길 수 없을 것이다.

너무나도 외롭고 또 외로웠을 수키, 먼지가 되어 다른 이를 형성하며 애쓰지 않고 살아나갔으면.

📖
P. 101
관계라는 게 그렇잖아요. 인생의 어떤 순간을 함께했다는 이유로 모든 장면을 함께 채울 수는 없으니까요

P. 171
인생이 꽤나 지루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 중 어떤 이들은 타인의 삶을 장난감으로 삼곤 하지요.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손가락질 하는 게 쉬운 세상이고, 그곳에서 가장 흔들기 쉬운 건 타인의 삶이지요.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지영 지음
광화문글방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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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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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미국 시애틀의 한 쇼핑몰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현장에서 파키스탄 이민자 소년을 구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인도계 미국인 수키 라임즈에게 일어난 기이한 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세계인에 감동을 주고 영웅이 된 수키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한 지 오십 여일 만에 깨어나 첫 마디를 던진다. "Mori…Upper."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던 이 말은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이던 한국인 한준의가 수키를 만나면서 마침내 의미가 통한다. 그가 처음 뱉어낸 말은 한국어로 "머리 아파"였다.

수키는 영어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한국어만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원어민에 전혀 뒤지지 않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이 전대미문의 이상 증상은 의과학계의 관심을 받으며 '수키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질병명까지 탄생시킨다. 극한의 분쟁과 갈등 상황 또는 사고 현장에서 크게 다쳤으나 목숨을 건진 사람들에게서 발현된다는 공통점도 발견됐다. 이 병은 최초 발병자 수키에 국한하지 않고 서서히 퍼져나가 2023년 기준 5천213명까지 환자가 늘어난다.

언어 문제로 미국에서 생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수키는 한국에 와서 방송 출연과 언론 인터뷰 등으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지면서 일거리는 줄어들고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인도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어디론가 떠나 자취를 감춘다.

소설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나'가 수키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과 수키에 관한 언론 보도를 되짚는 내용만으로 서사를 진행하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다. '나'는 촬영 중 당한 폭탄 테러에서 살아남은 뒤에 이상한 꿈을 꾸고 환영과 환청에 시달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꿈은 수키 증후군 환자들의 기억이었기 때문에 '나'는 카메라를 들고 수키의 흔적을 쫓는다. 수키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출판사 책 소개

지영 장편소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출간

언어와 실존의 관계를 젊은 감각으로 풀어낸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플라톤이 제시한 개념 '시뮬라크르'(simulacre)는 쉽게 말하면 본질(이데아)을 복제한 가짜, 즉 허상을 뜻한다. 근대 철학 이후 시뮬라크르의 개념은 질 들뢰즈에 의해 더 구체화하는데, 그는 모든 이미지가 실체인 원본의 복제품이라고 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문학 비평이 해석하는 시뮬라크르는 아예 복제를 다시 복사한 복제를 뜻하게 됐다. 즉 '원본이 실종된 복제'인 셈이다. 예컨대 당신을 찍은 사진을 보고 누구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나'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나'가 아니다. 나의 실체가 아닌 나를 그려놓은 허상의 이미지일 뿐이다. 게다가 이런 '나'의 사진 이미지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이런 시뮬라크르의 개념이 극대화한 공간이 바로 가상현실(VR)이고, 이 VR을 현실에서 상업적으로 구현하면 요즘 주목받는 '메타버스'(Metaverse)가 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만 구사할 줄 알던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한국어를 완전히 잊고 잃는 대신 '낫 놓고 기역 자도 몰랐던' 프랑스어를 완벽히 쓰게 됐다면, 당신은 과연 당신이 맞는가? 당신의 언어적 정체성이 바뀌었다면 당신의 본질은 사라지고 허상만 남은 게 아닐까? 그런데 또 다른 고민도 있다. 지금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내가 볼 때 한국어를 말했던 과거의 나는 나의 인생에서 진짜 본질이 맞았을까?
올해 수림문학상 수상작인 지영의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은 이런 실존적 화두를 새롭고 신선한 형식으로 담아낸 장편소설이다.
미국 시애틀의 한 쇼핑몰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현장에서 파키스탄 이민자 소년을 구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인도계 미국인 수키 라임즈에게 일어난 기이한 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세계인에 감동을 주고 영웅이 된 수키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한 지 오십 여일 만에 깨어나 첫 마디를 던진다. "Mori…Upper."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던 이 말은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이던 한국인 한준의가 수키를 만나면서 마침내 의미가 통한다. 그가 처음 뱉어낸 말은 한국어로 "머리 아파"였다.
수키는 영어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한국어만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원어민에 전혀 뒤지지 않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이 전대미문의 이상 증상은 의과학계의 관심을 받으며 '수키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질병명까지 탄생시킨다. 극한의 분쟁과 갈등 상황 또는 사고 현장에서 크게 다쳤으나 목숨을 건진 사람들에게서 발현된다는 공통점도 발견됐다. 이 병은 최초 발병자 수키에 국한하지 않고 서서히 퍼져나가 2023년 기준 5천213명까지 환자가 늘어난다.
게다가 나중에 밝혀진 이 병의 심각한 예후는 시간이 지나면 신체 부위가 조금씩 먼지로 변해 결국에는 몸 전체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걸리면 결국 생명을 잃게 되고 세계적으로 증상이 발현되는 심각한 질환이라는 점에서 '팬데믹'을 선언한다.
언어 문제로 미국에서 생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수키는 한국에 와서 방송 출연과 언론 인터뷰 등으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지면서 일거리는 줄어들고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인도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어디론가 떠나 자취를 감춘다.
소설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나'가 수키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과 수키에 관한 언론 보도를 되짚는 내용만으로 서사를 진행하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다. '나'는 촬영 중 당한 폭탄 테러에서 살아남은 뒤에 이상한 꿈을 꾸고 환영과 환청에 시달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꿈은 수키 증후군 환자들의 기억이었기 때문에 '나'는 카메라를 들고 수키의 흔적을 쫓는다. 수키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우리의 말을 붙든 낯선 소재, 과감한 생략과 단단한 문장은 다른 소설과 확실한 차별을 보이며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면서 "이 신인은 우리에게 흔히 말하는 소설의 재미를 이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 심사평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고, 인간의 단절은 더욱 심각하게 진행된다. 혹자는 대부분의 활동이 비대면으로 이어지는 이런 현상은 앞당긴 미래의 모습이라고도 한다.
이 시기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 거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관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이야말로 그 역할이 커졌다고 볼 수 있겠다. 원고지 800매 이상의 장편소설 쓰기의 지난한 노력을 잘 알기에 심사는 그 어느 심사보다 많은 공력이 들어갔다. 놀라운 신인의 탄생을 바라는 마음이 공력을 더했을 것이다.
많은 응모작들이 각기 개성을 드러내며 이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어 반가웠다. 한 가지,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의 영상을 잠깐만 봐도, 혹은 대사 처리의 방식만 봐도 잘 만들어진 작품인지 아닌지 안다.
마찬가지로 소설에도 명백한 소설의 문장이 있다. 장편소설은 세계를 다양한 방법으로 확장해 보여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때 이 확장의 방법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좋은 소설인지 아닌지는 ‘어떻게’에서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다. 이 ‘어떻게’가 소설의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소설쓰기는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에 맞춰져 있는데 아직도 무작정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써 나가는 ‘무엇을’에 방점이 찍힌 소설들이 많았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은 모든 심사위원이 공히 추천한 작품이었다. 테러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뒤 깨어난 인물들이 모국어를 잃고 언젠가 접해 본 적이 있는 언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는 설정이 관심을 끌었다. 사고 뒤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다는 설정은 낯설지 않지만 그것이 ‘말’이라는 점이 신선했고, 언어와 세계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힘이 있었다.
모국어를 잃고 전혀 다른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것은 몸에 다른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몸 자체가 바뀐 것과 같아, 결국 이 세계에서 고립되고, 먼지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은 언어에 대한 놀라운 천착이었다.
또한, 1000매 가까이 되는 작품 전체를 ‘수키 증후군’과 관련된 인터뷰와 기사만으로 채운 점도 놀라웠다. 인터뷰와 기사 사이에는 어떻게 기사를 접하게 됐는지, 혹은 인터뷰를 하게 됐는지 보조 설명도 없이 툭툭 문단이 나뉘고 서술되지만 그것이 허술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의 행이나 연처럼 압축된 힘을 가졌다. 우리의 말을 붙든 낯선 소재, 과감한 생략과 단단한 문장은 다른 소설과 확실한 차별을 보이며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다만, 신체가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는 설정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설득력이 조금 약했고, 기본 서사가 기사나 인터뷰만으로 채워지고, 행간의 생략이 심하다 보니 일반 독자의 가독력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부 있었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은 독특한 설정과 전개 방식으로 새로운 한 세계를 펼쳐 보인 신인의 패기를 높이 샀다. 이 신인은 우리에게 흔히 말하는 소설의 재미를 이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저 그렇게 잘 쓴 소설이 아닌, 전혀 다른 소설의 문법으로 한국문단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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