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박솔뫼 지음 | 스위밍꿀 펴냄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박솔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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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10.30

페이지

200쪽

상세 정보

“그림자 개는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요구한다.” 나와 세계를 다시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동면에 대한 여섯 편의 이야기. 일 년에 한 권씩, 삶의 속도로 이야기를 펴내는 스위밍꿀에서 박솔뫼 소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가 출간되었다. 목적 없이 걷는 산책길에서 도리어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던 『사랑하는 개』(2018)에 이어, 박솔뫼와 스위밍꿀의 두 번째 만남이다. ‘믿음의 개’와 함께 시간이 품은 가능성과 매 순간의 본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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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보러 다대포 가는 1호선 안에서 박솔뫼의 「여름의 끝으로」를 읽다가 이런 부분이,

“차미를 안고 등에 코를 묻으면 땅콩 냄새 같은 고소한 냄새가 났다. 일정한 소리로 코를 골며 자는 차미의 등에 코를 대고 고소한 냄새를 맡았다. 잠이 올 것 같은 냄새였다.” (33쪽)

어젠 요가원에 좀 빨리 갔고, 한참 동안 나와 선생님 그리고 고양이 샨티밖에 없었는데, 샨티는 내 요가 매트 위에 올라와, 내게 등을 돌린 채로 앉아 있고, 바즈라아사나로 요가를 준비하려던 나는, 금세 샨티의 집사가 되어, 샨티의 등을 주물주물, 코를 대고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어느덧 서늘해진 바람과 따듯한 샨티의 등을 동시에 만졌다. 여름의 끝이구나.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박솔뫼 지음
스위밍꿀 펴냄

2023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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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대프린스

@apoetofmyheart

감상을 쓰려고 오랜만에 책을 펼쳐 들었는데 마침 이 부분이. “가이드 한 분은 시간표를 분 단위로 짜둔다고 하였다. 동면자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이사이 자신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수영하는 사람」, 55쪽)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그러니까 2020년의 여름에 나는 동면 가이드의 직업윤리 결여를 의심했다. 이후로 네다섯 번 넘게 이 단편을 읽으면서, 『사랑하는 개』(스위밍꿀, 2018)에 실린 「여름의 끝으로」와 웹진 <비유>에 발표된 「달리기 연습」과 『릿터』에 실린 「이 방에서만 작동하는 무척 성능이 좋은 기계」와 『문학과사회』에 실린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를 읽고 읽고 또 읽으면서, 나는 박솔뫼의 문장이 그때도 옳고 지금도 옳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재작년 가을에 한 수업을 들으면서 박솔뫼의 ‘고리원전 사고 트릴로지’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지. 재난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환상성’이 드러나는 작품과 재난의 현실을 핍진하게 묘사하는 다큐멘터리를 서사의 중심에 둔 작품을 톺아보며, 박솔뫼의 ‘무위(無爲)의 공동체’가 담지하는 새로운 정치적 행동의 가능성을 엿보려고 했던 글인데, 이번 동면 연작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읽힌다.

박솔뫼가 소설에서 도입한 ‘동면’이라는 행위(혹은 현상)의 당사자들, 동면자와 동면 가이드. 한동안 시간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사람과 그동안 시간과 잘 연결된 상태로 존재해야 하는 사람. 동면자는 말이 없다. 동면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곡절을 침대 위에 부려 놓은 채로 새근새근 숨소리만을 낸다. 잠들기 전 원했던 바가 무엇이었든 깨어날 때 (아마) 이루게 될 것이다. 동면자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면자의 심장 박동이 갑자기 멈춘다거나 하는 위급한 상황은 (소설 속에서 언급은 없지만) 매우 드물 테니까. 그가 잠에서 깨어날 동안 ‘동면’에 관해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동면 가이드다. 동면 속에서 동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동면 가이드인 ‘내’가 이렇게 말할 때,

“허은을 배려해주고 허은을 살펴봐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해야 할 일을 하고 내 생각만을 할 것이다. 그게 허은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여름의 끝으로」, 16-17쪽),

박솔뫼가 제시하는 대안적 미래는, ‘동면자가 되는 우리’가 아니라 ‘동면 가이드가 되는 우리’인 것 같다. “생각을 줄이고 매일 할 일을 정해놓고 그것들을 해야겠다. 그것이 나의 작은 목표였다.” (13쪽) 우리가 ‘매일 할 일’을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을 우리의 삶 속에 도입하는 비유로서의 동면. 박솔뫼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가능태로서의 시공간을 도입한다. 돌봄 윤리를 견지하며 가이드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그 윤리를 돌봄의 주체인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곳에서, ‘나’는 ‘나’를 돌보고, ‘나’를 지킴으로써 ‘너’를 돌본다. 이런 장면들을 볼까. “지금의 오후의 시간이 얼굴 위로 지나가는 햇볕이 그것이 마치 숫자로 정해지고 무게와 부피가 계량이 되는 것처럼 정해진 것처럼 내 앞에 쏟아”(74쪽)지는 것을 느끼는 ‘나’. “한 번 뛸 때 무릎을 높이 올려 발을 한 뼘 더 멀리 내민다고 생각하면서 뛰”(84쪽)는 ‘나’. 거기서 홀로일 우리가 외롭지 않도록 어디선가 등장하는 그림자 개와 함께 산책을 나설 때, 나와 세계는 다시 부드럽게 연결될 것이다.

*

나는 동면을 하고 싶다. 아주 푹 자고 싶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3분의 1을 잠든 채로 보낸다던데, 까짓것 2분의 1이면 뭐 어때. 동면하는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그러니 내 동면 가이드가 되어 주실 분. 저도 동면 가이드 해드릴게요. 내 몸과 마음을 잘 지키면서. 수영하고 달리고 그렇게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무엇보다도 박솔뫼를 읽으면서. 읽고 읽고 또 읽으면서.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박솔뫼 지음
스위밍꿀 펴냄

2023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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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그림자 개는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요구한다.” 나와 세계를 다시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동면에 대한 여섯 편의 이야기. 일 년에 한 권씩, 삶의 속도로 이야기를 펴내는 스위밍꿀에서 박솔뫼 소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가 출간되었다. 목적 없이 걷는 산책길에서 도리어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던 『사랑하는 개』(2018)에 이어, 박솔뫼와 스위밍꿀의 두 번째 만남이다. ‘믿음의 개’와 함께 시간이 품은 가능성과 매 순간의 본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되길!

출판사 책 소개

“그림자 개는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요구한다.”
나와 세계를 다시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동면에 대한 여섯 편의 이야기


일 년에 한 권씩, 삶의 속도로 이야기를 펴내는 스위밍꿀에서 박솔뫼 소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가 출간되었다. 목적 없이 걷는 산책길에서 도리어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던 『사랑하는 개』(2018)에 이어, 박솔뫼와 스위밍꿀의 두 번째 만남이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에는 나와 세상을 다시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동면에 대한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작가는 「여름의 끝으로」(『사랑하는 개』)를 이번 소설집에 다시 수록하면서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이걸 언제까지나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작가의 말’에서)고 밝혔다. 이 작품은 동면이 휴가처럼 일상화된 세계에서 친구의 동면을 돕는 동면 가이드 ‘나’의 이야기로, 이후 작가는 시간에 대한 특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섯 편의 동면 연작을 더 집필하였고 이를 책으로 묶었다.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요구하고, 그들이 다시 시간에 대한 건강한 긴장감을 되찾고 슬픔에서 빠져나오도록 돕는 ‘그림자 개’(「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처럼, 이 책은 우리에게 다가와 읽기를 요구한다. ‘믿음의 개’와 함께 시간이 품은 가능성과 매 순간의 본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되길!

“시간이 품은 가능성과 매 순간의 본성을 완전히 느끼며 개와 함께 도로를 달렸다.”

앞에 놓인 세 편의 소설은 동면 가이드 ‘나’의 이야기로, ‘나’는 먼일을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출근해 일하는 것을 떠올리고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아마 우리와 아주 가까운 마음을 가진 인물일 터, 이 인물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여름의 끝으로」는 친구 허은의 동면을 돕는 동면 가이드 ‘나’의 이야기다. 한 해가 끝나고 새해가 시작되는 때, 두 사람은 온양의 한 호텔에 묵으며 동면을 준비한다. 허은은 태어날 아이를 위해 사두었던 기린 인형을 안고 긴 잠에 들고, ‘나’는 허은이 기린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는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 달 동안, 허은이 남기고 간 일기를 읽고, 그 안에 기록된 ‘만들어진 기억’에 대해 생각하며, 불안하고 두려운 미래를 설렘과 기대감으로 맞이하게 되는 ‘나’.
*2018 아시아 필름마켓 북투필름 공식 선정작.

「수영하는 사람」은 무사히 동면을 마친 허은과 ‘나’가 부산을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다. 자갈치 시장의 회와 맑은 지리와 맥주, 핫케익과 진한 커피와 메이플시럽, 간짜장과 탕수육과 군만두…… 박솔뫼의 인물들답게 두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부지런히 먹으며 골목길을 열심히 걷는다. 봄소풍 가기에 알맞을 온화한 날씨 속에서 ‘나’는 자꾸 졸음에 빠져들고, 잠결에 어떤 남자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잠과 깸을 오가는 리듬을 따라가다보면 제목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달리기 수업」은 온양에서 허은의 동면 가이드로 지내던 때, ‘나’가 우연히 알게 된 태식과 함께한 이야기다. ‘나’는 저녁마다 운동장을 달리며 태식을 알게 된다. 운동선수였던 태식은 ‘나’에게 제대로 달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중요한 것은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에요” “높이(짝) 높이(짝) 높이(짝) 높이(짝)” 이처럼 태식은 ‘나’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지만, ‘나’는 무엇보다 “안 다치는 것이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배운다. 어쩐지 이 조언들은 달리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뒤에 놓인 세 편의 소설은 동면 가이드인 태식과 시온의 이야기다. 시온은 태식의 형인 태인의 동면 가이드로 일하며 태인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태인이 집을 비운 사이, 시온이 그의 집으로 찾아오면서 태식과 만나게 된다. 삼각관계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희미하지만, 틀림없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

「이 방에서만 작동하는 무척 성능이 좋은 기계」는 태식과 시온이 처음 만나 단숨에 특별해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태인이 여행을 떠난 사이, 그를 만나러 시온이 찾아온다. 태식은 시온을 보자마자 저 사람은 형이 좋아하는 사람이고, 형은 저 사람에게 틀림없이 약했을 것이란 사실을 알아차린다. 다시 시온을 마주쳤을 때, 태식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곤란한 질문을 서로 주고받고 당황하고 싶은 기분. 서로의 얼굴을 마치 지도를 짚어나가듯 섬세하게 매만지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박솔뫼 소설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가 여지없이 감지된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는 그림자 개를 만난 시온의 이야기다. 시온에게 그림자 개가 찾아온 것은 8월 어느 늦여름, 호박수프처럼 느긋하고 진한 해가 비쳐드는 오후였다. 멀리서 개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그림자 개 두 마리가 나란히 서 있었다. 시온은 개들을 바로 알아보고, 함께 강가로 산책을 나간다. 시온은 시간이 품은 가능성과 매 순간의 본성을 완전히 느끼며 개와 함께 도로를 달린다.

「일요일을 위하여」는 캐나다에서 돌아온 시온이 태식과 재회하는 이야기다. 시온은 캐나다에 머물며 동면 가이드로 일하는 동안 태식에게 편지를 보낸다. 집을 비운 탓에 뒤늦게 편지를 받은 태식은, 아직 읽지 못한 편지를 들고 시온을 만나러 가고 직접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시온이 쓴 편지가 목소리로 되살아나며,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들이 풀려나온다. 수감자의 옥중 결혼식, 신혼여행 같은 동면, 태인과의 만남…… 그사이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두 사람은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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