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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22.10.25
페이지
552쪽
상세 정보
인류학자 샹뱌오가 자신의 삶과 연구를 대담 형식으로 담아낸 저서. 독일의 『디차이트』는 최근 옥스퍼드대학 교수직에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사회인류학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샹뱌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를 “스타 인류학자”이자 “중국의 새로운 사상가”라고 소개했다.
『주변의 상실: 방법으로서의 자기』는 샹뱌오의 이러한 글로벌한 학문적 여정과 혼돈의 시대에 ‘자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색을 잘 보여준다. 중국에서 출간된 인터뷰집 『방법으로서의 자기』, 그의 미디어 인터뷰와 강연 원고, 번역자의 논평을 한데 묶어 가장 풍부한 형태로 샹뱌오의 문제의식과 연구를 보여준다.
상세정보
인류학자 샹뱌오가 자신의 삶과 연구를 대담 형식으로 담아낸 저서. 독일의 『디차이트』는 최근 옥스퍼드대학 교수직에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사회인류학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샹뱌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를 “스타 인류학자”이자 “중국의 새로운 사상가”라고 소개했다.
『주변의 상실: 방법으로서의 자기』는 샹뱌오의 이러한 글로벌한 학문적 여정과 혼돈의 시대에 ‘자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색을 잘 보여준다. 중국에서 출간된 인터뷰집 『방법으로서의 자기』, 그의 미디어 인터뷰와 강연 원고, 번역자의 논평을 한데 묶어 가장 풍부한 형태로 샹뱌오의 문제의식과 연구를 보여준다.
출판사 책 소개
혼돈의 시대를 꿰뚫어보는 힘
‘부근의 소실’에 슬퍼하며 생활을 어루만지는
‘방법으로서의 자기’
이 책은 인류학자 샹뱌오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여러 대화자를 만나면서 ‘자기’라는 네트워크를
부단히 세공하는 동안, 독자 역시 이 시대의 여러 모순에 대해,
중국에 대해, 나아가 저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이해의 밀도를 높이는 기이한 경험을 선사한다.
_ 조문영 교수 추천사
인류학자 샹뱌오가 자신의 삶과 연구를 대담 형식으로 담아낸 『주변의 상실: 방법으로서의 자기』가 출간되었다. 독일의 『디차이트』는 최근 옥스퍼드대학 교수직에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사회인류학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샹뱌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를 “스타 인류학자”이자 “중국의 새로운 사상가”라고 소개했다.
학부 시절 ‘저장촌 연구’가 고전의 반열에 올라
1972년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에서 태어난 샹뱌오는 베이징대학 학부 시절부터 ‘저장촌 연구’로 큰 주목을 받았다. 원저우 출신 농민들의 동향촌이 1990년대 베이징에서 가장 큰 저가 의류 생산·판매 기지로 변모하는 과정에 관한 이 문화기술지ethnography는, 『경계를 넘는 마을: 저장촌 이야기』라는 책으로 출간돼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국가와 사회, 중앙과 지방, 도시와 농촌, 통치와 저항의 역동적 관계를 살피는 고전이 됐다. 이 성과로 옥스퍼드대학 인류학과에 진학한 샹뱌오는 박사학위 논문을 기반으로 한 두 번째 책 『글로벌 ‘바디 쇼핑’』으로 2008년 미국 인류학회의 앤서니 리즈상을 받았다. 이 책은 이주에 관한 그의 관심을 인도와 호주를 잇는 IT 산업의 글로벌 정치경제로 확장했는데 바디 쇼핑은 글로벌 IT 기업이 컨설팅 회사를 통해 인도 출신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프로젝트 중심으로 채용하는 노동 분업을 일컫는다. 샹뱌오는 이 ‘쇼핑’의 모빌리티를 글로벌 아웃소싱이나 노동유연화에 관한 신자유주의 분석에 한정하지 않고, 혼인 지참금을 둘러싼 인도의 친족 경제, IT 훈련센터 같은 중개 조직의 작동을 정교하게 따라가면서 분석했다.
『주변의 상실: 방법으로서의 자기』는 샹뱌오의 이러한 글로벌한 학문적 여정과 혼돈의 시대에 ‘자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색을 잘 보여준다. 중국에서 출간된 인터뷰집 『방법으로서의 자기把自己作爲方法』, 그의 미디어 인터뷰와 강연 원고, 번역자의 논평을 한데 묶어 가장 풍부한 형태로 샹뱌오의 문제의식과 연구를 보여준다.
‘부근의 소실’ 등 현대의 병폐 꿰뚫는 개념 만들어
추천사에서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동료 인류학자에 대한 내재적 공감과 이해를 통해 이 책을 국내 독자들에게 잘 소개해주고 있다. 평생을 이동하면서 살아온 샹뱌오는 이 책에서 이주(학)자로서 무수한 연결을 관찰하고 감행한 그가 모국인 중국과 다시 연결되는 순간의 긴장과 진심을 담았다. 대담을 중국 젊은이들과 대화할 기회로 삼고, 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모자”를 새것으로 바꿔주는 대신 “(자신감이 사라진) 자기 생활”을 함께 들여다볼 것을 제안했다. 베이징, 옥스퍼드, 원저우로 이동하며 펼쳐지는 대담의 주제는 실로 변화무쌍하다. 학문의 의미, 지식인의 역할, 신자유주의, 일체화된 시장 경쟁, 플랫폼 경제, 빈곤과 노동, 로컬과 글로벌, 문명과 전쟁 등 다양한 주제를 ‘의미의 즉각성’ ‘부근의 소실’ ‘잔혹한 도덕주의’ 같은 저자 자신의 언어로 깊이 있게 해석했다.
혼돈의 시대를 꿰뚫어보는 샹뱌오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방담을 보면 고향 원저우에서 길어올린 지혜가 풍성하다. 세계를 대하는 방법, 기질, 태도로 ‘향신’을 불러낸 것도 구체적·실용적 접근을 중시하는 원저우인에게서 받은 영감이 크다. 그가 기대하는 향신은 일상의 질감을 중시하고 디테일을 관찰하며 기록하는 사람, 중심에 동화되기보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자기 자신에 대한 몰입과 거대 사건에 관한 거창한 논평만을 오갈 뿐 자신의 주변 세계를 돌아보지 않는 자아를 양산한다. 거래 과정의 마찰을 장애물로 보는 시장, 물리적 수고를 덜어낸 플랫폼이 ‘부근의 소실’을 추동하는 사이, 우리는 모두 (샹뱌오와의 대담에서 쉬즈위안이 지적했듯) 방관자가 된다.
두 발을 땅에 디딘 인류학자의 성실함과 겸손함도 논평 곳곳에서 돋보인다. 현지조사 과정에서 (소설 속 인물이 아닌) 살아 있는 인간과 오랜 시간 마주하는 인류학자라면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의 비대칭성, 지식인의 담론 권력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피할 수 없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1970년대 말 대입학력고사가 부활한 것을 두고 이성과 정상의 회복을 운운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샹뱌오는 누구를 위한 정상이었는지, 농민들에게도 중요한 사건이었는지 되묻는다. “예전의 관료와 도시의 지식인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죠. 사실은 공산당과 당시 사회주의 체제하의 엘리트들이 다시 뭉친 것입니다.”
‘중국 담론’은 ‘중국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꼴
주류 세계에 정주하길 거부하는 디아스포라 학자의 삐딱함도 논평의 날을 곧추세웠다. 이동이 삶의 패턴이 되니, 자신이 거쳤던 시대와 장소에 대한 감상적인 노스탤지어도 잦아들었다. 수많은 중국 지식인이 1980년대의 ‘문화열’을 그리워하지만, 샹뱌오는 대중의 경험과 유리되지 않는 구체성을 회복하는 게 당시의 격정을 되찾는 것보다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그가 졸업한 베이징대학은 저항운동의 역사적 무대라는 자부심으로 충만하지만, 그는 이 대학의 반항정신에서 자기가 옳다는 위험한 확신, 자기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영웅주의를 읽는다. 과장된 어법으로 공리공담을 떠드는 베이징의 엘리트들과 달리, 예컨대 그가 싱가포르에서 만난 연구자들은 큰일을 할수록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하듯” 과정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사실 원저우 출신, 인류학자, 이주자라는 낱개의 조건으로 샹뱌오의 역량을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시대를 투시하는 그의 힘은 바로 그가 ‘자기’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대담집의 원제이기도 한 ‘방법으로서의 자기’는 세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출발점의 하나로 자기 자신의 경험을 문제로 삼자는 제안이다. 이때의 ‘자기’는 안팎의 경계가 뚜렷한 개인이 아니라,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매번 새로워지는 네트워크다.
혼돈과 함께 살아가는 힘, ‘방법으로서의 자기’
이 책은 독자들이 샹뱌오라는 인류학자가 원저우, 베이징, 옥스퍼드, 싱가포르를 거치는 동안 다양한 인물, 제도, 담론,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기’라는 네트워크를 어떻게 수선하고, 반성하고, 갱신했는지 즐겁게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 동시에 샹뱌오가 혼돈 바깥에서 멀찍이 상황을 관조하는 대신 우리처럼 혼돈 한가운데 살아가므로 자연스럽게 갖게 된 불안에 공감하게 된다. 너무 이른 나이에 받은 인정에 대한 부담, 현지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관찰하느라 이론적 기초를 닦지 못했다는 초조함, 고전을 읽지 못해 “지식인들의 우주에 입장권을 얻지 못했다”는 균열 감각, 자신의 연구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여성 동료의 비판에 대한 숙고, 좋은 책을 쓰고 싶은데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겪는 슬럼프까지, 깡마른 몸에서 솔직하게 삐져나오는 말들에 조문영 교수는 “동료 인류학자로서 우애를 느꼈다”고 밝힌다. 그에 따르면 샹뱌오의 탁월함은, 그가 혼돈의 시대를 꿰뚫어보는 힘, 더 나아가 혼돈과 함께 살아가는 힘을 주변 세계와 호흡하면서 부단히 연마했다는 데 있다.
요컨대, 이 책은 인류학자 샹뱌오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해 여러 대화자를 만나면서 ‘자기’라는 네트워크를 부단히 세공하는 동안, 독자 역시 이 시대의 여러 모순에 대해, 중국에 대해, 나아가 저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이해의 밀도를 높이는 기이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세계를 투시하는 모종의 원리나 비전을 만드는 작업을 샹뱌오는 세계에 도경圖景을 하나 내놓는 것으로 봤다. 도경은 자기와 세계를 선험적으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관찰, 참여, 숙고를 통해 빚어내는 작품과도 같다. 대국으로 부상한 자아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중국 담론’이 그한테 패러독스로 비친 이유다. “자기를 증명하겠다는 것은 사실 자기가 없다는 뜻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미 설정한 원칙과 표준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논리와 프로세스로 자기 존재를 증명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겠다는 뜻이죠. 자기 자신은 없애버리고요.”
중국 젊은 층은 21세기의 홍위병에 불과할까?
“스타 인류학자”라는 명명은 낯설다. 레비스트로스 정도가 대중의 뇌리에 있을 뿐 인류학은 스타성과 거리가 있는 학문이었다. 그런데 인류학이 사회 현장의 고고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그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방법으로서의 자기』는 중국에서 20만 부가 팔렸고, 샹뱌오가 출현하는 팟캐스트 방송의 조회 수가 일주일 만에 10만 회를 훌쩍 넘기도 했다. 샹뱌오는 분명 인류학의 최전선에 있는 학자다. 한국어판 책 표지는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계단참에서 찍은 저자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펼쳐진 계단 벽과는 대조적으로 밑에는 헬스기구와 옷걸이 등 생활의 흔적이 역력하다. 아이디얼한 추상화와 생활 현장이 한 공간에 놓인 이 구도의 미묘한 콘트라스트가 저자 샹뱌오의 뇌리에 각인되었고, 한국어판 표지화로 제안되기에 이르렀다. 이 대비는 생활과 경험으로부터 앎과 추상을 뽑아 올려온 그의 행적과 지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공론장에서 중국 청년 세대는 ‘중국 담론’의 몽매한 추종자로, 21세기의 “홍위병”으로 곧잘 언급되나, 이들이야말로 샹뱌오의 글과 대담에 가장 호응한 집단이다. 이들이 겪는 불안과 혼란, 피로와 탈진이 샹뱌오를 움직였고, 그가 자기를 방법으로 삼아 그려낸 도경이 청년들에게 자극과 위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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