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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21.5.20
페이지
408쪽
상세 정보
예부터 자연을 신앙해 온 한국인들에게 산은 특별한 존재였다. 근현대사의 비극으로 훼손된 우리네 땅과 정신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한국산악회를 비롯한 몇몇 산악모임과 대학 산악부가 하나씩 결성되자 사람들은 주요 산하를 탐사하며 상처난 영혼을 회생하려 뜨겁게 움직였다. 이번에 출간된 <산의 기억>은 그 운동에 동참해 우리 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현장들을 기록한 산악사진가 김근원(金槿原, 1922-2000)의 시점에서 그 시간들을 돌아본다. 그가 남긴 수많은 필름 중 한국 산악사 및 스키사의 주요 시기인 1950-1980년대 사진들을 엄선해 글과 함께 엮은 것으로, 옛 필름의 디지털 복원과 관련 인물들의 증언 기록이 되살려낸 역사다.
이 책은 자연 풍광뿐만 아니라 그동안 만나 보기 어려웠던 산악계 인물들과의 일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소규모로 오붓하게 떠난 산행에서부터 이백여 명의 인원이 참가한 훈련 등반까지 산악운동의 다양한 규모를 아우르고 있다. 또한 학생 해양 훈련과 더불어 등산의 대중화와 국민 체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시민 행사, 국토구명운동, 국제적인 행사 등의 기록도 실려 있어 한국 산악사의 크고 작은 면면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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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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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예부터 자연을 신앙해 온 한국인들에게 산은 특별한 존재였다. 근현대사의 비극으로 훼손된 우리네 땅과 정신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한국산악회를 비롯한 몇몇 산악모임과 대학 산악부가 하나씩 결성되자 사람들은 주요 산하를 탐사하며 상처난 영혼을 회생하려 뜨겁게 움직였다. 이번에 출간된 <산의 기억>은 그 운동에 동참해 우리 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현장들을 기록한 산악사진가 김근원(金槿原, 1922-2000)의 시점에서 그 시간들을 돌아본다. 그가 남긴 수많은 필름 중 한국 산악사 및 스키사의 주요 시기인 1950-1980년대 사진들을 엄선해 글과 함께 엮은 것으로, 옛 필름의 디지털 복원과 관련 인물들의 증언 기록이 되살려낸 역사다.
이 책은 자연 풍광뿐만 아니라 그동안 만나 보기 어려웠던 산악계 인물들과의 일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소규모로 오붓하게 떠난 산행에서부터 이백여 명의 인원이 참가한 훈련 등반까지 산악운동의 다양한 규모를 아우르고 있다. 또한 학생 해양 훈련과 더불어 등산의 대중화와 국민 체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시민 행사, 국토구명운동, 국제적인 행사 등의 기록도 실려 있어 한국 산악사의 크고 작은 면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예부터 자연을 신앙해 온 한국인들에게 산(山)은 특별한 존재였다. 국토의 칠 할이 산지인 한반도에서 사람들은 산에 기대어, 산과 교감하며 살았고 삶이 다한 뒤에는 그곳으로 되돌아갔다. 수천 년간 한국 산은 단순한 자연이라기보다 한민족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정신 그 자체였고, 역사와 문화가 깃든 ‘영혼의 집’이었다. 1950년대 중반, 근현대사의 비극이 국토를 휩쓸고 간 후 사람들은 주요 산하를 탐사하며 우리네 땅과 정신을 회생하기 위해 뜨겁게 움직였다. 이번에 출간된 『산의 기억』은 그 운동에 동참해 우리 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현장들을 기록한 산악사진가 김근원(金槿原, 1922-2000)의 시점에서 그 시간들을 돌아본다. 그가 남긴 수많은 필름 중 한국 산악사 및 스키사의 주요 시기인 1950-1980년대 사진들을 엄선해 글과 함께 엮은 것으로, 옛 필름의 디지털 복원과 관련 인물들의 증언 기록이 되살려낸 역사다.
평생을 산과 함께한 사진가
경남 진주 출생의 김근원은 소년 시절 상경하기 전까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았다. 하지만 산은 멀리서 바라보고 마는 대상이었을 뿐, 결혼해 아이까지 둔 삼십대 초반이 되어서야 처음 발을 들이게 되었다. 1954년 가을, 육이오전쟁으로 서울의 집을 잃고 황망해 있을 때 운명처럼 북한산이 시야에 들어왔고, 카메라를 들고 홀연히 찾았다가 한평생 산과 함께하게 되었다. 어릴 적 삼촌에게 선물받은 장난감 같은 카메라로 사진을 처음 접했던 그는 한 번도 전문적인 사진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일본의 사진 관련 서적을 읽었던 것이 이론의 전부였던 대신, 카메라를 들고 부단히 전국의 산을 오르고 몸소 부딪히며 터득했다.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할 수밖에 없게, 그의 사진에는 웅대하고 수려한 풍경뿐 아니라 산과 사람이 교감해 온 시간들이 녹아들어 있다. 그것은 돌담불, 불타 버린 고사목, 빨치산의 흔적처럼 쉽게 눈여겨보지 않는 것에 담겨 있으며, 사람들을 맞아 주던 산장이나 한라산 백록담에서의 야영 등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그의 카메라 아이(camera-eye)는 산중의 숲이나 암벽, 얼어붙은 폭포처럼 위험한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아슬하게 로프에 의지한 클라이머의 한순간까지 놓치지 않았다. 작가 박인식은 서문 「산의 영혼에 탁본된 불멸의 순간들」에 이렇게 썼다. “그의 작업은 사람의 산 사랑이 인간 사회의 질서와는 다른, 보다 깊고 보다 높은 차원의 질서로 연결되기를 꿈꾸는 기도 행위였다. 그의 산은 산을 사유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산의 사랑을 체험하게 한다. 사유로는 도달할 수 없고, 오직 체험할 수 있는 산의 무한이 영원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일깨운다.”
김근원의 사진이 한국 산악사에서 이룬 업적은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활동을 심도있게 다룬 연구나 매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책은 그가 평생 매달렸던 사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산악 활동의 기록을 함께 담은 첫 결과물이다. 마지막 장을 제외한 모든 글들은 김근원 자신이 1980-1990년대에 옛날을 회고하는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으나, 사실 그의 아들 김상훈이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와 관련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김상훈은 처음엔 아들이 아버지의 기억을 전하는 방식으로 써 보았다가, 현장의 생생한 느낌이 도무지 살아나지 않아 과감하게 아버지의 시점으로 바꿔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어쩌면 다소 무모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옛 인물과 기록을 지금 세대에게 전달하는 하나의 도전적인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사진 속 인물들을 한 명씩 찾아가 사실 확인과 교차 증언의 과정을 거쳤고, 이 책을 보게 될 독자들의 추가 증언도 기다린다.
독립된 장으로 구성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제외하긴 아쉬운 사진 이십여 점은 마지막 장 「산언저리의 기록」에서 엮은이 김상훈의 시점으로 소개했다. 아버지 김근원이 사진을 찍고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독도 등대에 적힌 동도 최고봉의 이름에서부터, 과거 번성했던 태백산 채광 산업의 현장, 세검정 닥종이 공장, 지금은 보존 문제로 이전된 진흥왕 순수비까지, 역사와 함께 번영했다가 세월이 흐르며 소멸된 풍경들이 이어진다.
한국 산악운동의 선구자들
‘산과 사람들’이라는 부제답게, 이 책은 자연 풍광뿐만 아니라 그동안 만나 보기 어려웠던 산악계 인물들과의 일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김근원은 한국산악회를 중심으로 에코클럽, 슈타인만클럽, 이화여대 사대산악부 등의 산악모임과 함께하면서 한국 산악운동의 선구적 역할을 한 이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산악 활동에서 사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김정태 선생, 한국산악회 홍종인 회장, 스키협회 신업재 회장을 비롯해, 윤두선, 유창서, 함태식과 같은 평생의 인연들이 눈에 띈다. 한국산악회는 백령회(일제강점기에 결성되었던 유일한 한국인 산악 단체)를 모체로 해방 직후 창설되어 산악계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단체다. 서울 근교 위주로 개인적인 산행을 다니던 김근원은 1957년 울릉도와 독도 탐방을 시작으로 한국산악회가 주최한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했고, 이를 토대로 자신이 추구하는 산악사진을 만들어 갔다. 이 책에는 학생 해양 훈련과 더불어 등산의 대중화와 국민 체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시민 행사, 국토구명운동, 국제적인 행사까지 실려 있어 한국 산악사의 크고 작은 면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네 명이 오붓하게 떠난 가벼운 산행에서부터 이백여 명의 인원이 참가한 훈련 등반까지 산악운동의 다양한 규모를 다루고 있는데, 산악인들의 모험심과 도전정신은 어디를 가든 돋보인다. 1950-1960년대엔 그 시대적 특성상 등반을 위해서는 군(軍)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대원들은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해 바다를 건넜고, 폭설이 세상을 뒤덮은 때에도 군 트럭을 이용해 막힌 길을 뚫고 나아갔다. 궂은 날씨에 산 중턱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고, 조난되었다는 오해를 받는 웃지 못할 순간들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히말라야를 꿈꾸며 현지에서 사용되는 극지법 방식의 등반 훈련도 해냈고, 에코클럽이 국내 최초로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의 하단 등반을 시도하면서 빙벽등반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던 것은 아니다. 1969년 설악산 눈사태로 등반대원들이 세상을 뜬 십동지(十同志)의 조난사고는 한국 산악사의 가장 큰 비극으로, 김근원은 이희성 대장을 비롯한 이들과 인연이 깊었기에 비통한 마음이 더했다. 이 책에는 조난자 발굴의 현장부터 장례식과 묘비 제막식까지의 아픈 기록이 담겨 있다.
귀중한 유산으로서의 사진 기록
그의 작업은 산에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등반이 끝나면 산악 보고전까지 책임지고 열었는데, 대원들 곁에서 묵묵히 카메라를 들고 한 순간 한 순간을 기록했던 그의 존재감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단순히 산을 ‘오른다’는 등행적 차원을 넘어, 준비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진행 방식, 하산 이후 전시를 열기까지가 산악 활동에 포함되었다. 이것이 훗날 귀중한 유산으로 남게 되리라고 예감이라도 한 것일까. 박인식의 말처럼, “산을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 축적된 공간으로 인식하고 기록해 나간 학자나 예술가는 드물”기에 김근원의 사진 작업은 더욱 소중하고 작가로서 반드시 재평가되어야 한다.
1955년 김근원은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지리산을 올랐을 때, 조개골과 평촌리 일대에서 빨치산을 감시하던 망대와 유골 등 육이오전쟁의 참상이 남긴 흔적들과 생업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주민들을 목도하고 기록했다. 그것이 본격적인 사진 작업의 시작이었다. 설악산에도 오세암이나 봉정암처럼 유서 깊은 절들이 폐허가 되었고, 포탄을 실어 나르던 통과 유골이 나뒹굴었다. 우리 산의 아름다움 이면에 존재하는 민족의 비극이었다. 그런가 하면 기념비적인 현장도 있었다. ‘눈의 나라’ 대관령에서 스키 대회가 개최되면 마을 잔치처럼 많은 주민들이 몰려들었고, 스키 자국이 선명한 설원에서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루어졌다. 지금은 철거되었으나, 시인이자 국회의장을 지냈던 이효상 선생의 글이 적힌 요산요수비가 설악산 대청봉에 설치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김근원은 산악인들이 새로운 암벽 코스를 개척할 때면 그 모든 장면을 찍었다. 클라이머들의 복장과 동작들이 진화해 가는 과정이 오롯이 남게 된 셈이다.
당시 여성 산악인들의 활약도 컸다. 그런 점에서 이화여대 사대산악부와 등산부에 대한 기록은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여성 산악 활동은 일제강점기 때 경성대학에 존재하긴 했으나, 진정한 효시는 이대 사대산악부였다. 이들은 ‘등반’이라는 거창한 말 대신 ‘원행(遠行)’이라는 말을 썼는데, 졸업 후 교직 생활에 필요한 학술 답사의 목적이 컸기 때문이다. 이후 사범대와 별도로 이대등산부가 결성되면서 김근원은 1966-1969년 동안 지도 위원을 맡는다. 이렇게 남겨진 관련 사진들 속에는, 모든 게 군대식이었던 남성들의 훈련에 비해 탐구하고 단합하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엿보인다.
산악사진의 진수를 발견한 여정
김근원 자신은 늘 작품사진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냥 산이 좋아 산을 올랐고,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산다운 산을 표현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고 자책한다. 그러다 운명처럼 다시금 북한산에서 해답을 찾았다. 가냘픈 구름이 길게 띠를 이루며 백운대 정점에 걸려 있었고, 칠흑으로 짙게 깔린 봉우리들이 보였다. 뒤쪽의 북쪽 하늘은 마지막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여기에서 그는 흑백사진의 명확한 콘트라스트, 즉 색감에 대해 새롭게 발견했다. 북한산은 도봉산과 함께 손꼽히는 우리나라 등산운동의 발상지로, 김근원은 ‘한국의 산악인을 만들고 길러 준 곳’이라 여겼다. 앞선 시기에 일본 북알프스에서 산악사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터득하기는 했지만, 그가 처음 산에 발을 디뎠던 북한산에서의 순간이 그의 사진 활동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다. 필름 수급이 어려웠던 시기에 여러 실험을 거쳐 항공 필름을 사용함으로써 선예도가 좋은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과정도 이야기한다. 이처럼 이 책에는 산과 사람들의 사연뿐만 아니라 사진가로서의 고민과 기술적인 경험담 등 산악사진과 관련된 세밀한 기록들이 담겨 있다.
글의 흐름은 연대순은 아니며 등반 기록의 계절과 주제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책 끝에는 김근원 연보를 수록해 그의 생애와 함께 산악 활동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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