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펴냄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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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9

페이지

5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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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문화사 세계문학전집 47권.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 세 편이 실려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부조리의 한복판에서 살아가고 있다. 저마다 행복을 꿈꾸며 희망을 말하지만 그것 또한 부조리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부조리를 인식한다면 우리는 선택해야만 한다. 부조리를 외면하고 계속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삶을 마감할 것인가.

카뮈는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 세 작품을 통해 부조리를 추론하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부조리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는 말한다. 인간이 부조리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것과 동화되거나 외면함으로써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모습,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부조리를 거부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그러므로 명철한 정신, 절제된 반항,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며 부조리 앞에 맞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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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

@andycha

1. 프랑스 철학자들의 글 쓰기가 내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다. 까뮈의 글 또한 독일 철학자라면 두어줄의 명제로 딱 정리해서 말하고 한 단락 정도 설명으로 끝날 간단한 내용을 말하고 다시 다르게 말하고 또 다르게 말하고 지겹도록 반복한다. 요점을 정리한 책을 읽는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펜하우어나 칸트가 깔끔하게 논리적 구성으로 정리한 글과는 너무나도 비교가 된다. 암튼 이 부분은 내 취향적 문제이다. 수필적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독일철학의 학술적 글쓰기는 얼마나 혐오스럽겠는가. 아참 모든 독일철학자가 그렇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니체가 있지 않던가. 물론 모든 프랑스철학자가 그렇지도 않고.

2. 그런 학술적인 글과는 다른 문체라면 문학적 아름다움이나 멋짐이 있는 글이어야 할테고, 까뮈가 그런 글로 인정을 받고 있기는 하다만
내가 읽어보기엔 그닥 문장이 멋진 느낌을 받지는 못하겠다. 비유나 은유적 표현들이 멋있게 써보려한 느낌을 받기는 하는데 딱히 감탄할만한 문장은 만나기 어려웠다.

3. 부조리는 세계의 불합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꾸 그렇게만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까뮈도 스스로의 글에서 그렇게 이해하지 말라고 강조하는데도 그런 식의 이해가 많은듯 하다. 부조리는 인간의 합리에 대한 추구와 세계의 불합리함이 만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까뮈는 이렇게 단적으로 부조리를 정리하는 것이 싫었기에 이런저런 다른 정의를 계속 반복해서 지겹게 얘기하기는 하지만 암튼 그렇다. 이점에서 까뮈가 왜 그렇게까지 인간의 합리에 대한 욕구를 인간 정신의 본질인양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지 안타까운 느낌조차 들었다.
그 전제를 하지 않으면 자살의 문제를 내놓을 근거가 부족해지긴 하겠다.
하지만 그러한 합리와 논리를 극한까지 몰고 가려는 기본틀이 까뮈가 현대철학자이면서도 촌스러운 느낌을 들게 하는 부분이다.
차라리 지금 합리성에 대해서 주장한다면 차라리 미래적이고 새로운 느낌을 주긴 하겠다.
까뮈 이후에 더더욱 이성주의가 더 무너지며, 까뮈 때 이미 비합리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음을 책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 정신은 본질적으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본인의 개별적 경험을 너무 절대시한 것은 아닐까?

4. 책에서 실존주의자들을 대거 등장시키며 비판의 칠성판 위에 올러놓고 칼로 잘게 잘게 다지기는 하는데, 자신에게 영향을 준 철학자에 대한 얘기에서 정작 니체는 별로 등장하지 않는 것은 좀 의아하긴 한다.
정말 많은 부분에서 니체의 영향이 보이는데에도 불구하고, 정작 니체에 대한 인용글은 딱히 무게감 있는 내용을 담은 것은 없었다.

5. 시지프의 신화에서 부조리에 대해서 도피하지 말고 그대로 맞서서 있는 그대로를 살라는 말이 결론이라면 결론일텐데 사실 애매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방인에서 그것들의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주며 해설해주는 느낌이다. 그 두권을 동시에 써서 발표한 것은 정말 잘 한 것이다.
이방인의 해설서가 시지프이고 시지프의 구체적 보여주기가 이방인이었다. 두 개를 한 쌍으로 본다면 정말 좋은 구성이긴 하다.

6. 까뮈 글의 문학성을 볼 때 그렇게 뛰어난 글 쓰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방인이 나왔을 때 읽어본 프랑스 시민들이 나도 소설 쓰겠다는 말을 했다는 말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사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소설이긴 하다. 문학적인 기교나 구성 그리고 끌고가는 능력 등 문학적 평가를 할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내가 가장 멋있게 보는 것은 매우 깊이 있는 철학적 내용을 은유적으로 다룬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방인은 매우 좋아하는 소설이다. 작품성에서 그깐 기교나 소설적 완성도보다는 담고 있는 주제와 내용의 깊이를 더 인정하는 내 기준에 따라 매우 좋게 보는 소설이고, 그런 점에서 노벨상도 받지 않았던 것 아니었나 싶다.

7. 이러저러함에도 불구하고 까뮈는 부조리라는 언어를 독취하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이성과 합리성의 성이 무너지고 붕괴한 것에 대해서 부조리라는 단어만큼 쓰기 용이한 것은 없으리라.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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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동서문화사 세계문학전집 47권.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 세 편이 실려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부조리의 한복판에서 살아가고 있다. 저마다 행복을 꿈꾸며 희망을 말하지만 그것 또한 부조리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부조리를 인식한다면 우리는 선택해야만 한다. 부조리를 외면하고 계속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삶을 마감할 것인가.

카뮈는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 세 작품을 통해 부조리를 추론하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부조리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는 말한다. 인간이 부조리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것과 동화되거나 외면함으로써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모습,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부조리를 거부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그러므로 명철한 정신, 절제된 반항,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며 부조리 앞에 맞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출판사 책 소개

우리 시대 철학자이자 자유인의 표상!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 문학의 정수!
카뮈만의 언어와 상징으로 신화가 된 그의 인물들은
오늘도 쉬지 않고 외친다.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도 없다.”
“인간에게는 저마다 다른 운명이 있다고 할지라도
인간을 초월한 운명은 없다.”
“창조한다는 것, 그것은 두 번 사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부조리의 한복판에서 살아가고 있다. 저마다 행복을 꿈꾸며 희망을 말하지만 그것 또한 부조리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부조리를 인식한다면 우리는 선택해야만 한다. 부조리를 외면하고 계속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삶을 마감할 것인가.
카뮈는 《이방인》《페스트》《시지프 신화》 세 작품을 통해 부조리를 추론하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부조리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는 말한다. 인간이 부조리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것과 동화되거나 외면함으로써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모습,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부조리를 거부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그러므로 명철한 정신, 절제된 반항,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며 부조리 앞에 맞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부조리한 인간으로 행복을 말한 알베르 카뮈
지난해 11월,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평의회에서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는 카뮈를 팡테옹에 이장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엘리트들에 대한 카뮈의 비순응주의”를 치켜세우고 “알제리를 방문할 때마다 북아프리카에서 태어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하며, 자신의 제안이 이루어지면 “대단한 상징”이 될 거라고 했다. 이렇듯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지 50년이 지난 오늘도 카뮈의 사상과 철학은 도덕의식의 상징이 되고 있다.
세계 문학계의 고뇌하는 별 알베르 카뮈는 ‘부조리 문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조리 문학’이란, 주인공이 처해 있는 부조리한 상황을 타개해 가는 문학을 의미한다.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도 없다”는 그의 말처럼 절망과 사랑을 모두 받아들이려는 부조리에 대한 인식이 그의 문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호의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적의를 드러내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한 그는, 인간은 부조리의 포도주를 마시고 무관심의 빵을 먹으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삶이 이렇게 부조리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차라리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살은 삶에 대한 배반이다. 그것만이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카뮈는 빈곤과 병고를 철저히 체험한 소년 시절부터 끊임없이 죽음의 관념에 위협당하며 삶과 죽음, 자신과 세계와의 모순 그리고 대립에 괴로워했다. 이러한 모순된 인생에 대한 명철한 자기 사색을 거친 뒤에 절망 속에서도 종교에 의지하지 않고 이 세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부조리 의식’을 지니게 된다. 어둡고 괴로운 현실과 극을 이루고 있는 또 다른 세계, 곧 삶이 지닌 희열을 느끼는 현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삶의 끝이 결국 죽음이라면 인생은 부조리한 것이다. 하지만 비록 인간의 삶이 부조리한 것이라 해도, 난 계속해서 ‘오직’ 인간이기를 원한다. 다시 말해 나는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생각하는 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내 이성을 사용해 끊임없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적이지 못한’ 신의 구원을 기대하지도 않을 것이며, 미래나 영원에 대해 희망이나 기대를 갖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바로 지금, 바로 여기의 삶에 충실할 것이다.”

시공을 뛰어넘는 영원한 《이방인》, 뫼르소
《이방인》은 지금도 프랑스에서만 해마다 18만 부가 판매되는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의 주인공 뫼르소는 어두운 청년들의 자화상인 동시에 근원적 질문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다. 그런 까닭에 시대와 환경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는 부조리한 인간이면서도 부조리하므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애매함을 지키고 있다. ‘아침, 밝은 저녁, 작열하는 오후’가 뫼르소가 좋아하는 시각이고, ‘알제의 영원한 여름’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이고 구체적인 것뿐이다. 현재의 욕망만이 그를 움직이게 한다. 결코 감정이 없는 인간이 아니라 드러내지 않는 깊은 열정, 곧 절대적인 것과 진실을 향한 열정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뫼르소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믿는 진리를 고집한다.
그는 삶이란 처음부터 부조리하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므로 삶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은 것은 그가 비인간적인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인간이란 남의 가치나 판단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가치와 판단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감정을 헤프게 늘어놓는 것이야말로 위선이요 기만이다. 사회적 관습이나 가치는 그에게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눈물 흘리기를 강요하지만 그는 그러한 관습이나 가치를 거부한다. 자기 방식대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그는 참다운 자유인이라고 아닐까.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고 공허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삶의 끝에는 불행히도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인생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패배를 무릅쓰고라도 저항하는 일이다.
《이방인》은 현대사회라는 메커니즘 속에 있는 모순과 현대인의 생활감정 가운데에 잠겨버린 부조리의 의식을 정확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부조리에 의해 감금당한 사람들, 《페스트》
페스트 때문에 완전히 격리된 한 도시에서 질병과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페스트》는 모든 삶에 자리한 악의 상징들이 가득 들어 차 있다. 페스트는 죽음, 병, 고통 등 인생의 근원적 부조리, 인간 내부의 악덕, 나약함, 또는 빈곤, 전쟁, 전체주의 같은 정치악 등을 상징한다.
카뮈 특유의 압축된 깨끗한 문체는 객관적이며, 애써 감동이 없는 듯한 묘사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그토록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임에도 아무런 수식도 없이 담담하게 말하는 자와 듣는 자의 마음은 독자의 가슴에도 그대로 스며든다. 마음과 마음이 닿는 미묘한 감촉을 이보다 더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을까.
이야기의 주 서술자는 사건의 한복판에 있었던 리외 박사이며, 그는 작가의 대변자이다. 반대로 타루의 ‘수첩’은 사소한 이야깃거리만 서술하고 있다. 독자는 이 밖에도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리외가 들은 그랑과 타루의 삶, 그리고 타루가 수첩에 쓴 늙은 천식환자의 삶.
한 사람은 아내가 집을 나감으로써, 한 사람은 사형집행을 목격한 것으로, 한 사람은 노년에 이르러서 모두 ‘부조리’에 눈을 뜬다. 말하자면 이들은 눈앞의 페스트로 말미암아 ‘부조리’에 눈뜬 사람들의 대표인 셈이다. ‘부조리’는 그들을, 현재를 뛰어넘어 과거와 인류에게 연결됨으로써 집단적이고 역사적인 문제가 된다. 《페스트》는 인생의 근본적인 부조리에 토대를 세우고, 머리 부분은 ‘역사’의 구름 속에 들이밀면서, 그중에서도 특히 현재의 행복에 살려고 하는 한 도시 주민들의 전투 기록이다.
희생과 행복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신문기자 랑베르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돕지 않고 얻은 행복은 이미 행복이라 이름붙일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행복에 대한 열망으로 우애와 연대감을 느낀 랑베르는 가장 인간적인 기준에서 새로운 도덕을 알게 됨으로써, 어떤 의미로는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카뮈의 ‘부조리 철학’이 비로소 완전하고 일정한 형식을 갖춰 표현된 《페스트》 속 사건은 외적인 것에서 내적인 것으로, 개인적인 것에서 집단적인 것으로 변해간다. 뫼르소의 ‘자기에 대한 성실’이라는 도덕은 아직 개인적인 성향을 벗어나지 않고, 행동하는 자의 규범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면이 강했다. 그러나 《페스트》에서는 처음으로 연대감의 윤리를 확립하고, ‘부조리’와 끊임없는 싸움이라는, 그의 사상의 긍정적인 면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부조리한 체험에서 고통은 개인적인 것이다. 반항의 충동이 일어난 순간부터, 그 고통은 모든 사람의 사건이 된다. 그때까지 단 한 사람이 느낀 악은 집단의 페스트가 되는 것이다.”

쳇바퀴를 굴리는 인간의 운명, 《시지프 신화》
시지프는 신들의 노여움을 산 나머지 산꼭대기로 커다란 바위를 끌어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그러나 산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바위는 또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그러면 시지프는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올려야 한다.
산에서 내려오는 시지프에게 주어진 잠깐의 휴식은 과연 행복이며 희망일까? 시지프는 명철하게 의식하고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고통이며 부조리라는 사실을.
시지프와 너무도 닮은 우리 또한 하루하루 쳇바퀴를 굴리며 살아간다. 우리의 운명도 시지프 못지않게 몹시 부조리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운명은 오직 의식이 깨어 있는 드문 순간들에 있어서만 비극적이다. 비극은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에만 진정한 비극이 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왜 부조리를 의식해야 하는 걸까? 외면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카뮈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얻기 위해서는 명철한 의식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부조리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르트르가 《이방인》에 대한 철학적 번역이라고 일컬었던 《시지프의 신화》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날마다 끌어올리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와 같다. 하지만 그것의 빛의 일면이요, 승리의 필연적 대가이다.
‘통일을 바라면서도 그 불가능을 알고 있기에 통일에 대한 계기는 모두 거짓으로서 냉정하게 떨쳐버리고, 긴장 상태의 대립을 계속 유지해 간다.’ 《시지프 신화》에서의 카뮈의 태도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을 이룰 계기가 없는 이항대립(二項對立)을 더욱 심화해서 ‘현재의 지옥’을 그대로 ‘왕국’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부조리성에서 눈을 떼지 않고 신이 아닌 ‘성스러운 것’을 추구하려 하는 아주 20세기다운 문학적 자세인 것이다. 흑백논리에 가까운 성급한 추궁방식이 궁극적으로 터져나올 때의 찬란함, 그것이 ‘성스러운 것’이고, 그것이 문학으로서 가장 완전한 꽃을 피운 것이다.
게다가 《시지프 신화》에서는 세계의 부조리를 지탱하는 것이 영웅적인 행위일 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적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고까지 말한다. 따라서 부조리의 세계에 대하여 인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므로, 좌절을 각오하고라도 인간적인 노력을 거듭하여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카뮈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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