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은 왜

김연경 지음 | 펴냄

명왕성은 왜 (김연경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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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8.29

페이지

268쪽

상세 정보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내 아내의 모든 것> 작가 김연경의 연작소설집. 현실적이면서도 문학적이고, 문학적이면서도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비루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등장하고, 속물적이고 통속적인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그 삶의 무게를 견디면서도 끝내 이들은 나름의 품위를 잃지 않는다. 다소 빠르게 절망하고 손쉽게 우울해져서 몰락과 실패의 서사를 그려내는 거개의 문학과 달리 소설은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을 따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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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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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내 아내의 모든 것> 작가 김연경의 연작소설집. 현실적이면서도 문학적이고, 문학적이면서도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비루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등장하고, 속물적이고 통속적인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그 삶의 무게를 견디면서도 끝내 이들은 나름의 품위를 잃지 않는다. 다소 빠르게 절망하고 손쉽게 우울해져서 몰락과 실패의 서사를 그려내는 거개의 문학과 달리 소설은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을 따라가고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우리는 소설이 얼마나 ‘현실적’인지에 관해 자주 말하곤 한다. 다른 문학 장르와는 달리 소설은 우리를 닮은 누군가가 등장해서, 있을 법한 시공간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그럴듯한 결말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때의 ‘리얼함’이 훌륭한 소설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는 소설이 얼마나 ‘문학적’인지에 관해서도 자주 말한다. 당연하지만 소설은 ‘문학’이기 때문에 문학 작품이 가지는 미학적, 예술적 가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훌륭한 소설은 예외 없이 아름답고 매혹적인 언어로 이루어져 있고, 물론 플롯과 구성도 치밀하다. 김연경의 『명왕성은 왜』는 바로 그 사이에 서 있는 작품이다. 현실적이면서도 문학적이고, 문학적이면서도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이 속에 담겨 있다.
여기 실린 다섯 편의 소설은 뻔한 이야기이면서 뻔하지 않다. 비루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등장하고, 속물적이고 통속적인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그 삶의 무게를 견디면서도 끝내 이들은 나름의 품위를 잃지 않는다. 다소 빠르게 절망하고 손쉽게 우울해져서 몰락과 실패의 서사를 그려내는 거개의 문학과 달리 이 소설은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을 따라가고 있다.
실제 지진의 흔들림을 경험한 이후에 어지럼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김광석’ 씨를 우선 따라가보자(「명왕성은 왜」). 간호조무사로 이십 년 가까이 일해오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환자 ‘윤미영’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러나 그 유일한 여자와 파혼을 겪고 마을버스 기사를 잠깐 하다가 결국 운전면허 학원 기능 강사가 된, 그리하여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홀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김광석’ 씨는 이제 고독사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어찌 되었든 아이를 낳고 엄마의 ‘잔혹한’ 삶을 택한 누나와 달리, 또 세상을 향해 막 펄떡이기 시작한 조카 ‘연암’과 달리 ‘김광석’ 씨의 삶은 미래가 없어 보인다. 지나가버린 사랑을 되뇌고 매 끼니를 겨우 연명해가면서 집안의 늙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김광석’ 씨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하지만 작가는 그를 흔한 중년 남성의 감상적 레퍼토리로 귀결시키지 않는다. 유품정리사들이 싹 정리한 방을 보면서 삶의 허무함과 죽음의 무서움을 동시에 느끼지만 그는 “사람이 혼자 살다 혼자 죽는 것이 그렇게 불쌍한가”(46쪽) 하고 곱씹기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설령 이름이 붙은 태양계의 빛나는 존재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김광석’ 씨는 분명하게 탄생하고 또 소멸하는 ‘우주적 존재’인 것이다. 밀려나고 밀려나서 이제는 이름조차 빼앗겼지만 명왕성은 “다섯 개의 위성과 함께 유유자적, 태양의 저 먼 바깥에서 공전을 거듭”(47쪽)하는데, 그 역시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다가 누군가를 또 만나게 된다.
첫사랑의 고향인 거창으로 내려간 판사 ‘김지훈’과 조금은 특이한 새 사랑을 시작한 의사 ‘김여운’은 부부이다(「모르핀의 법칙」). 이들의 딸 ‘김흔재’의 눈에 비친 부모들의 모습은 무척 흥미로운 관찰의 대상이다. 의학 스릴러를 써보겠다는 소설가의 꿈을 갖고 ‘김흔재’는 아빠와 엄마의 일탈을 지켜보는데, 시골 중년 여인들을 향한 욕정과 정사 없는 불륜 모두 ‘김흔재’에게는 “사생활”(132쪽)일 뿐이다. 흔한 말이기는 하지만 사생활이라고 간단히 치부해버리는 ‘김흔재’의 태도에는 가족이라는 혈연, 끈끈한 유대감, 온갖 부채감과 죄의식, 기대와 배반 같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산뜻함은 새로운 세대가 획득한 전위적인 포즈가 아니라 이미 중년의 고민을 끝낸 시(세)대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비장하게 판사라는 직업의 고충에 대해 토로하며 유서를 써놓은 오십대의 아빠 ‘김지훈’에게 이십대의 딸 ‘김흔재’는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왜 모르냐고,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 뒤바뀐 구도 속에서 자못 심각해 보였던 기성세대의 일탈은 마치 청춘의 방황인 것처럼 취급되고, 촌극에 가깝기는 해도 삶은 한 편의 ‘연극’이 된다.
이제 2010년대의 문청, ‘안톤’이자 ‘피남흔’의 삶으로 이동해보자(「안톤의 平凡 해장국」). ‘안톤’은 러시아 문학박사가 『파우스트』 강의를 해야 하는 암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명색이 크리에이터, 엄연히 창조적인 작업”(167쪽)을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인문대의 수두룩한 “저런 박사들”(167쪽)이 되지 않기 위해 대륙별로 안배해가며 “제일 핫한 작가”(168쪽)를 다루고, ‘정치적 올바름’을 따져가며 영상을 찍는 ‘안톤’은 ‘피남흔’을 지우기 위해 애쓴다. 선짓국과 소주를 마시며 ‘김흔재’에게 원초적인 욕망을 느끼는 ‘피남흔’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을 논하며 더 아름답고 고귀한 것을 추구하는 ‘안톤’이 결국 다다르는 곳은 “음란이나 외설이라는 이름으로 세간을 놀라게 한 소설”로서의 “성애소설”(176쪽)이다. 여기에서 작가는 교양의 허위와 가식을 걷어내고 모두 솔직해지자고 말하고 있지 않다. 위대한 고전이야말로 진정한 문학이고 유튜브 콘텐츠는 그렇지 않다는 식의 이분법적 가름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고상함의 정체가 바로 속물적 욕망이었음을,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문학이라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져왔음을 작가는 보여주려고 한다.
런던에서 인연을 맺게 된 출판 편집자 출신 ‘안정민’과 제3세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영국인 ‘앤디’를 들여다보자(「앤디와 나, 그리고 김광석」). 아프리카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평양에서 근무하는 ‘앤디’의 글로벌한 삶의 궤적과, 러시아 문학을 편집하고 세계 각국으로 문학 기행을 떠나는 ‘안정민’의 삶은 얼마나 다를까. 작가는 이들의 여정이 다르지 않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듯하다. 문학하는 삶과 삶을 사는 문학은 생의 매 국면에서 연결되고 끝내는 구분되지 않는다. 여기에 ‘김광석’이 끼어드는 순간 마흔 살의 ‘안정민’ 혹은 ‘J-Min’은 무엇도 결정하지 못한 채 담배 한 대에 자신을 내맡기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은 러시아 문학 연구자 ‘고은영’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받던 모스크바의 풍경으로 향한다(「19세기 러시아 문학 산책」). 중국인 유학생들과 부대끼면서, 괴팍한 학과의 논문 심사 위원들과 부딪혀가면서 신산한 러시아를 견딘 ‘고은영’에게 남은 것은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과 인생의 한 페이지가 끝났다는 감각이었다. 그렇게 맞이한 서른번째 페이지 이후 ‘고은영’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장애 진단을 받은 아이를 돌보며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를 번역하고 있는 ‘고은영’은 『고은영』이라는 책을 어떻게 써왔던 것일까. 삶은 결말을 모른 채 계속해서 쓰이고 있는 소설과 같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종잡을 수조차 없는 ‘리첸첸’처럼, 베트남으로 돌아간 ‘민’이 아내와 딸과 함께 잘 지내고 있는지 역시 알 수 없는 것처럼 삶은 공백으로 가득 차 있다. 그 공백을 소설로 메울 수는 없지만 소설은 그 공백이 당연한 것이라고, 완벽한 결말은 없다고 말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소설을 쓰는 행위는 죽음이 예비된 생을 살아가는 것과 동일하고, 삶을 받아들이고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소설집 자체가 거대한 문학 기행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에 그저 몸을 맡기고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어떤 인물도 허투루 두지 않았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연작소설의 중요한 조건이자 매력임은 자명하지만 김연경이라는 작가가 가진 완숙함에서 기인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능숙한 소설 주행 강사가 이끄는 대로 도로 주행을 마치면 어느새 나의 이야기도 주절주절 늘어놓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특히 이 소설은 전대미문의 코로나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풍경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조금 애틋하고 아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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