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펴냄

기나긴 하루 (박완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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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2.1.20

페이지

292쪽

상세 정보

故 박완서 작가 1주기에 맞추어 출간한 마지막 소설집. 생전에 마지막으로 묶어낸 <친절한 복희씨> 이후 작고하기 전까지 발표한 세 편의 소설('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빨갱이 바이러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과 함께, 김윤식 신경숙 김애란 세 분이 추천한 세 작품('카메라와 워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닮은 방들')까지 총 여섯 편의 작품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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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_yeon

역사는 세상의 길 위에서도 흐르지만 인간의 마음속에서도 흐른다. 이 마음의 역사를 소설가가 아니면 누가 기록할 것인가. 선생의 소설이야말로 마음의 역사학, 마음의 사회학이라는 이름에 적실하게 부합하지 않는가. (…)
결국 훌륭한 소설은 이 세상에는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소설이다. (…)

선생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면 모든 게 문학이 되었다. 그 손으로 선생은 지난 사십 년간 역사와 풍속과 인간을 장악해왔다. 그 책들을 읽으며 우리는 살아온 날들을 부끄러워했고 살아갈 날들 앞에 겸허해졌다.

평론가 김형철, <박완서라는, 소설의 고향>

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문학동네 펴냄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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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_yeon

녹색도 극에 달하니까 지쳐 보인다. 힘겹게 저장하고 있는 과중한 수분을 언제 토해낼지 모르게 둔중한 빛을 하고 있다. (빨갱이 바이러스, 57쪽)

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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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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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_yeon

고등학교 2학년, 상의도 없이 문과를 선택한 아들같은 조카 훈이에게 고모 ‘나‘는 말한다.

“문과 가서 뭐하겠니? 까딱하단 문학이나 철학이나 하기가 꼭 알맞지. 아서라 아서.
사람이 어떡허면 편하고 재미나게 사느냐를 생각하지 않고, 사람은 왜 사나, 뭐 이런 게지.
돈을 어떡허면 많이 벌 수 있나하는 생각보다 돈은 왜 버나, 뭐 이런 생각 말이야.
그리고 오늘 고깃국을 먹었으면 내일은 갈비찜을 먹을 궁리를 하는 게 순선데, 내 이웃은 우거짓국도 못 먹었는데 나만 고깃국을 먹은 게 아닌가 하고 이미 뱃속에 들은 고깃국조차 의심하는 바보짓 말이다.
이렇게 자꾸 생각이 빗나가기 시작하면 영 사람 버리고 마는 거야. 어떡허든 너는 이 사회에 순응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돼야지 괜히 사회의 병폐란 병폐는 도맡아 허풍을 떨면서 앓는 소리를 내는 사람이 될 건 없잖아.”

(박완서, 2012년, 기나긴 하루-카메라와 워커, 145쪽)

—————
1960년대 배경 소설인데 6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마음에 콕콕 박힌다.
매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하는 건 인간이 인간답다는 증거인데, 내 자식이 편하고 재미난 것보다 고뇌를 택한다면, 소설 속 고모처럼 바보짓이니 병폐니 허풍이니 하는 소리를 안 할 자신이 있나. 나는 아니라고 못하겠다. 그러면서도 그런 부모가 되기는 싫은 모순.

#박완서#카메라와워커#책리뷰

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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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완서 작가 1주기에 맞추어 출간한 마지막 소설집. 생전에 마지막으로 묶어낸 <친절한 복희씨> 이후 작고하기 전까지 발표한 세 편의 소설('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빨갱이 바이러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과 함께, 김윤식 신경숙 김애란 세 분이 추천한 세 작품('카메라와 워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닮은 방들')까지 총 여섯 편의 작품을 실었다.

출판사 책 소개

“선생님은 제게 샛별이었다가 북극성이었다가 전갈이었다가, ‘박완서’라는 별로 제 하늘에 떠 있습니다.”_신경숙(소설가)

2011년 1월 22일 토요일 아침이었다, 그 소식이 전해진 것은.

아주 미안한 목소리로 서울에 있는 기자가 맨해튼에 있는 나에게 당신 소식을 전했을 때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었습니다. 아니요. 못 알아들은 게 아니라, 어떻게 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_신경숙, 「박완서 선생님, 보셔요」(『기나긴 하루』)

그랬다. 몇 번이고 다시 듣고 다시 확인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길고도 길었던 아침이 지났고, 일 년이 지났다. 박완서(朴婉緖)라는 큰 별이 진 지.

정서의 연금술, 천의무봉의 서술, 칼날 같은 통찰력!
박완서 마지막 소설집 출간


“문학은 쓰는 사람에게나 읽는 사람에게나 인간으로서의 자기 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성공하는 데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문학을 읽어야 하는 까닭은 인간이 되어가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_경향신문, 2009. 9. 20

선생의 1주기에 맞추어 새 작품집을 선보인다. 선생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묶어낸 『친절한 복희씨』(문학과지성사, 2007) 이후 작고하기 전까지 발표한 세 편의 소설(「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빨갱이 바이러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과 함께, 김윤식 신경숙 김애란 세 분이 추천한 세 작품(「카메라와 워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닮은 방들」)까지 총 여섯 편의 작품이 실린 선생이 남긴 마지막 작품집 『기나긴 하루』. 전쟁과 분단, 사회와 개인의 아픔을 그 작은 몸으로 모두 받아낸 팔십 년. 그 시간은 선생에게 어떤 긴 하루로 남았을지.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남는다면 행복할 겁니다.”

_최근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에 단편 「빨갱이 바이러스」를 발표했습니다. 세 명의 여자가 남자들로부터 입은 상처와 사연들, 그리고 전쟁으로 친척간에 벌어졌던 살인의 비밀이 드러나는데요, 전쟁의 상처, 가부장제의 모순 등 선생님이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를 응축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_그 시대를 견디게 했던 것은 ‘언젠가는 이것을 글로 쓰리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 나도 쓰면서 ‘아직도 그 얘기할 게 남아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 앞으로 쓰고 싶은 소설, 생각은 하고 있지만 밝히고 싶지는 않네요. 긴 계획은 세울 수 없는 내 주제를 아는 거죠. 그날그날 건강하고 충실하게 살면 되겠죠. 그렇지만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남는다면 행복할 겁니다. _경향신문, 2009. 9. 20

이미 알려진 대로, 선생은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병석에서도 제2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후보에 올라온 젊은 후배작가들의 단편들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고, 따로 의견을 전달하셨다. 이후 대상을 수상한 김애란을 인터뷰하며, 소설가 김중혁은 “박완서 선생님이 김애란 작가의 등을 떠밀고 가셨으니 먹먹할 수밖에 없을” 거라 말하기도 했었다. 그냥 그 자리에 계신 것만으로도 후배작가들의 어깨를 다독이고 등을 쓸어내려주셨던 선생이다.
별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시간은 그 별이 떨어진 거리와 비례한다고 한다. 이미 사라진 별에서도 우리는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밝은 빛을 본다. 멀리 떨어진 별일수록 우리는 오래 그 빛을 발견한다.
선생이 남긴 작품들을 다시 읽으며, 새삼 그의 큰 빈자리를, 그리고 그 빈자리에서조차 힘을 발하는 더운 기운을 느낀다.
당신이 있어, 당신이 남긴 작품들이 있어, 여전히 우리는 행복하다. 그리고, 여전히, 당신이 그립다.

이상하게도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다. 그래도 봄이 오면 이 겨울이 그립지 않겠느냐며 그 눈들 많이 바라봤는데,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리워할 게 겨울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_김연수, 동아일보, 20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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