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듣는 시간

정은 지음 | 사계절 펴냄

산책을 듣는 시간 (정은 장편소설 | 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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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

출간일

2018.8.20

페이지

180쪽

상세 정보

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아홉 수지는 소리를 듣지 못해도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수지만 아는 수화로 완벽한 대화가 가능했고, 상상 속에서 모든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인공 와우 수술을 받게 되면서 모든 게 달라진다. 완벽했던 침묵의 세계에서 불완전한 소음의 세계로 옮겨진 수지는 낯선 세상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준비한다. 눈이나 귀가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수지를 통해 독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수상자 정은은 이 책으로 첫 소설을 내는 신인 작가로, 개성 있는 캐릭터와 경쾌한 유머 요소를 자연스럽게 심어 놓아 가족의 부재와 장애 등 무거울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어둡지 않게 다뤘다. 소리는 듣지 못해도 다른 청소년처럼 미래를 고민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평범한 십 대 소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 내 독자들은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아끼며 읽게 된다. 표지 뒷면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책 속의 '미스 블랙홀' 노래가 담긴 북트레일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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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rachel_1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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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인공 수지가 청각장애를 겪으며 생활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학교 등에서 받는 장애인교육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수지를 비롯한 장애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대우 받는 것을 원할 지를 생각해보고, 과연 동정을 하는게 잘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산책을 듣는 시간

정은 지음
사계절 펴냄

7개월 전
0
스파게티님의 프로필 이미지

스파게티

@seupageti

나는 점점 특수학교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다. 내게 필요한 특수한 교육을 제공한다기보다는 분리를 위한 것 같았다. 보는 게 싫어서 분리수거 하듯 분리해 버린 것이다. 내가 분리되어야 할존재라는 생각을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못 듣는 게 나만의 독특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지, 장애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아왔다. p39
.
집 밖에는 그런 배려가 없었다. 아니 배려가 아니라 사람들은 내가못 듣는다는 사실에 화를 냈다. 그게 왜 화낼 일인지 모르겠다. 불편한 건 나지 그 사람들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사람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사람들은 늘 화가 나 있는 상태이고, 쓰레기통처럼 그 화를 받아 줄 만만한 사람을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자신보다 약하다고 느껴지는 나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 화를 쏟아붓는다. p40
.
결국 시선과 태도의 문제다. p173
.
그렇게 적은 소리를 듣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들보다 더 적은 소리를 듣는다는 이유로 청각 장애라는 단어를 만든게 불합리해 보였습니다. 개의 후각 능력은 인간보다 수천 배나 뛰어나지만, 후각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간에게 후각장애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어쩌면 장애란 말 자체가 구시대적이고 낡은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세상을 느끼는 범위와 방법이 다르고, 각자의 방식이 존중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p177
_
누군가 불합리함을 느껴 글로 써주고, 나는 몰랐던 세계를 알아간다.

산책을 듣는 시간

정은 지음
사계절 펴냄

읽었어요
2021년 5월 11일
0
쿠쿠넬님의 프로필 이미지

쿠쿠넬

@kukunel

비장애인의 시선으로만 살지않았나.
장애인은 불행하다거나 안됐다라든가 그런 편견이 내 속에도 있었다는걸 부정할 수 없었다.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것

산책을 듣는 시간

정은 지음
사계절 펴냄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20년 4월 25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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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아홉 수지는 소리를 듣지 못해도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수지만 아는 수화로 완벽한 대화가 가능했고, 상상 속에서 모든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인공 와우 수술을 받게 되면서 모든 게 달라진다. 완벽했던 침묵의 세계에서 불완전한 소음의 세계로 옮겨진 수지는 낯선 세상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준비한다. 눈이나 귀가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수지를 통해 독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수상자 정은은 이 책으로 첫 소설을 내는 신인 작가로, 개성 있는 캐릭터와 경쾌한 유머 요소를 자연스럽게 심어 놓아 가족의 부재와 장애 등 무거울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어둡지 않게 다뤘다. 소리는 듣지 못해도 다른 청소년처럼 미래를 고민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평범한 십 대 소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 내 독자들은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아끼며 읽게 된다. 표지 뒷면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책 속의 '미스 블랙홀' 노래가 담긴 북트레일러를 볼 수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행복한’ 세계에 살던 주인공은 장애를 바라보는 타인의 어설픈 동정을 ‘장애도 남이 갖고 있지 못한 또 하나의 능력’이라는 말로 멋지게 거절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관념까지도 완전히 깨 버린 탁월한 작품.
-오정희·김지은·김선희(제16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

‘손이 안다’는 뜻을 가진 소녀, 수지
수지는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 태어났을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까. 출생 신고 때 고모가 실수로 ‘빼어날 수(秀)’ 대신 ‘손 수(手)’를 적는 바람에 ‘손이 안다’는 뜻을 갖게 된 수지(手知). 이름과 어울리게 그는 첫 언어로 수화를 배웠다. 수지가 쓰는 수화는 보통의 수화가 아닌, 엄마와 소통하기 위해 새로 만든 언어였다. 늘 엄마하고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했다. 수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구름이 흘러가며 내는 소리, 물결이 번져 나가는 소리’ 등 상상 속에서 그 어떤 소리도 만들어 낼 수 있는 행복한 아이였다.

친구는 없었지만 나는 혼자 노는 법을 여러 가지 개발했다. 그중에 하나는 노래 지도 만들기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할 때마다 지도와 같은 노래를 하나씩 만들었다. 물론 이 노래는 속으로만 불렀다. 노래라기보다는 리듬 타기나 춤에 가까웠다. 안방에서 별채 옥상까지는 내 발로 서른여섯 걸음이었다. 발걸음 하나마다 음에 해당하는 촉감이 있었다.
_본문 16쪽

수지는 음악을 좋아했다. 음정이 아니라 촉감과 무게감으로도 음악을 느낄 수 있었다.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학원에 갔을 때, 농인 교회에서 교인들이 보통의 수화로 노래하는 장면을 봤을 때 수지는 자신도 음악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수지의 열망이 간절해질수록 엄마는 수지를 외부로부터 더욱 차단했다.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행동에 수지는 엄마하고만 나누던 수화를 그만둔다.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도 괜찮은 우리
수지네 가족은 하숙집을 운영했다. 할머니, 엄마, 고모, 그리고 하숙생들까지 대식구가 살았다. 하숙생의 도움으로 수지는 특수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까스로 한글을 익히고, 입 모양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구화를 배웠다. 그러나 엄마의 반대로 수화를 배우지 못해 특수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도 청각 장애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데 중학교 때 처음으로 한민이란 친구에게 관심이 생겼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과 한 몸이 되어 다니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완벽해 보였다. 한민의 주위를 서성이기만 하던 수지는 안내견의 간식을 챙겨 주면서 한민과 처음 인사한다.

“너는 어떻게 말해? 고맙다는 말?”
처음이었다. 나의 언어로 고맙다는 말을 어떻게 하는지 묻는 사람은. 그냥 고맙다고 말하면 되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엄마와 나만의 약속인 수화로 가득 찬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 이후로는 쓴 적이 없는 수화였는데 갑자기 튀어나왔다. 손으로 상대방을 가리킨 다음에 심장 근처로 가져가 원을 그리며 쓰다듬는 일련의 동작을 그 애는 천천히 정확하게 따라 했다. 그것은 이제 지구상에서 단 세 명만 알고 있는 단어가 되었다.
_본문 52쪽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는 전색맹 한민은 앞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안내견 마르첼로와 언제나 함께 다닌다. 수지는 마르첼로를 사이에 두고 한민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다. 사람들은 소리를 못 듣는 수지와 전색맹 한민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신기해했지만, 마르첼로까지 이 셋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배려해 준다. 수지는 한민, 마르첼로와 함께 산책할 때 더욱 완전해진 느낌이 든다. 안정감을 느끼던 수지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부터다.

소리가 들린다는 것의 불편함
수지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정부에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인공 와우 수술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한다. 수지네 가족은 수지가 소리를 듣지 못해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숙집을 팔아 수술비를 마련한다. 수술을 원하지 않았던 수지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술은 강행된다. 수지는 자신의 귀보다 더 소중한 집을 잃은 슬픔에 더하여 인공 와우를 통해 들리는 끔찍한 기계 소리까지 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소리가 들리게 되어 다행이라고 했지만, 수지는 자신의 고요함을 빼앗긴 것이 더 화나고 슬프다. 유일한 위로가 되어 준 것은 역시 한민과 마르첼로다. 한민은 수지에게 기타를 공동 구매해 밴드를 결성하자 하고, <미스 블랙홀>이라는 노래를 함께 만든다.

먼 곳을 돌아와 우리에게 도착하는 날
블랙홀이 태어나는 소리를 들을 거예요
그 소리는 아직도 우주를 여행하죠
우주가 태어나는 소리를 들을 거예요
눈을 감고 귀를 닫아야만 들을 수 있어요
눈을 감고 귀를 닫아요
그래야 들을 수 있어요
_<미스 블랙홀> 가사 중

소리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 수지에게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 한민과 마르첼로 다음으로 좋아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할머니는 하숙집이 있던 옛집 터를 팔았지만, 가운데 땅은 팔지 않고 남겨 두었다. 건설업자들의 협박에도 끝까지 팔지 않아 가운데가 빈 채로 ‘ㅁ’ 자 모양의 빌딩이 세워졌는데, 할머니는 그 빌딩 가운데 땅에 묻혔다. 그런데 할머니 장례식이 끝나고 얼마 후 엄마까지 가출을 한다. 보호자도 없이 혼자 남겨진 수지는 이 힘겨운 순간을 어떻게 이겨 낼까?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장애를 이해하는 소설이 아니다. 장애에서 더 나아가 타인과 나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수지는 한민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면서 그를 더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어릴 때부터 수지의 행복을 방해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 화가 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기 자신마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수지를 위해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당부의 말을 남겨 놓는다.

“수지야, 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먼저 너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중략) 선택은 언제나 너 자신을 위해서 네가 하는 거야. 네가 무엇을 선택하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거야. 그 힘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의무가 있어. 그것만 잊지 말아 주렴.”
_본문 125쪽

수지는 점차 할머니의 당부가 무슨 뜻인지 깨닫는다. 무엇이든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채로 인정하고 남겨 두어도 된다는 것을 깨우치자 마침내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기뻐하고 달려와 주는 마르첼로처럼 말이다. 수지는 한 번뿐인 인생에서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방법을 찾는다. 수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산책을 듣는 시간’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수지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한민, 마르첼로와의 산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자기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며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한다.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뽑힌 수작
사계절문학상 최종 심사 때 심사위원 모두의 선택을 받은 이 작품은 심사를 위해 원고를 읽으면서도 한 번에 읽기 아까워서 아끼면서 읽을 정도로 문장이 좋았다는 평을 받았다. 장애를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 주인공의 자세는 난청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을 깨 주면서 오히려 소리가 주는 불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주인공 수지뿐만 아니라 ‘미스 블랙홀’이란 별명을 가진 엄마, 도르래를 타고 내려가야만 갈 수 있는 무덤에 묻힌 할머니, 강렬한 색깔을 사용하는 화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믿는 한민, 있는 그대로 온전한 사랑을 주는 마르첼로까지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매력적으로 그려져 소설의 재미를 더해 준다. 이 작품에 쏟아진 심사위원들의 찬사는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정을 거듭하며 작품 속 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해 깊이 고민한 작가의 노력을 증명한다.

타인을 혹은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다가가는 것. 그렇게 한 걸음 다가가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마법처럼 일어나게 됩니다. 저는 그 마법을 믿습니다. 마법의 힘으로 다양성이 포용되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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