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소녀 투쟁기

현호정 지음 | 사계절 펴냄

단명소녀 투쟁기 (제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 현호정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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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7.15

페이지

152쪽

상세 정보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열아홉 살 소녀 구수정은 입시 전문 점쟁이를 찾아갔다가 ‘스무 살 전에 단명할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수정에게 예언을 한 것은 반신 북두北斗다. 북두의 말에 “싫다면요?” 하고 답한 수정은, 스스로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난다. 죽음이 덮치기 전에, 그보다 먼저 달아나 살 작정이다. 수정이 떠나기 직전, 점집에서 일하는 은주 아줌마는 백설기 백 조각을 싸준다.

수정은 이제 대학 입시라는 세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숨을 찾아 나서야 한다. 자신이 살던 G시의 지하철역에서 시작된 여행은 첫 번째 장애물, 술에 취한 남자를 만나며 급격히 현실계를 벗어난다. 때마침 나타난 날개 달린 사자 개의 등에 올라 위기에서 벗어난 수정은, 그대로 날아 다른 세계로 계속해서 이동한다.
검은 산들이 둘러싼 분지에 도착해 백설기를 나눠 먹다 수정은 개의 이름이 ‘내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안’을 만난다. 이안은 수정처럼 열아홉 살이고 수정과 반대로 ‘죽기 위한 여정’ 중에 있다. 살고자 하는 수정과, 죽고자 하는 이안은 함께 여행을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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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언급한 게시물3

하늘책방님의 프로필 이미지

하늘책방

@sky_1008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가는대로
나도 같이 따라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청소부가 나오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다.

기억에 남을만한 독특한 책.
읽으면서 한 치도 예상할 수 없었다.

단명소녀 투쟁기

현호정 지음
사계절 펴냄

7개월 전
0
김영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영호

@gimyounghoozrs

소재의 중요성.
뼈대에 붙이는 이야기의 방향성.
확장되는 구조의 변주가 갖는 의외성.

독특한 세 가지 요소들이
'환상'이란 포대 위에 솜씨 좋게
버무려 진 소설.

소설?
아, 식빵... 꿈이었나?

살짝 어려웠지만
후룩후룩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단명소녀 투쟁기

현호정 (지은이) 지음
사계절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21년 8월 28일
0
차님님의 프로필 이미지

차님

@chanim

  • 차님님의 단명소녀 투쟁기 게시물 이미지
  • 차님님의 단명소녀 투쟁기 게시물 이미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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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열아홉 소녀 구수정의 이야기이다. 대학에 갈 수 있는지를 묻기 위해 북두를 만난 수정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라는 말을 듣는다. 수정은 자신의 삶을 끝내지 않기 위해 죽음으로부터 멀리 도망친다. 그러다 만난 '내일'이라는 개와 죽기 위해 길을 떠난 '이안'을 만난다. 수정은 삶을 끝내지 않기 위해, 이안은 삶을 끝내기 위해 함께 여정을 이어간다. 두 사람은 저승 신이 건넨 명부에 그려진 이들을 죽여야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과연 이들의 삶은 어떤 방향을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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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역시 어딘가 모르게 빠져들게 한다. 표지 속 까만 머리를 한 소녀의 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비현실적으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정말이지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소설이구나 싶었다.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는 카피는 소녀의 투쟁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
<단명소녀 투쟁기>는 현실에서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다른 차원으로 들어간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준다. 그 지점이 자연스럽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에 있는 이야기처럼 보이게도 하고, 그 반대처럼 보이게도 한다. 소설 중간중간 이안은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인지를 묻는다. 수정과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꿈이면 어떡하냐고 한다. 수정은 그럼 꿈에서 깨어나 보라고 한다. 이게 현실이 아니면 뭐냐는 듯. 이안은 그런 수정을 보며 다시 일어나 여정을 떠난다. 순간 내가 지금까지 읽은 게 다 이안의 꿈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싶어서 당혹스러웠다. (혼란하다 혼란해)

책 마지막에 심사평을 맡은 작가님들 중 정소현 작가님의 "첫 장을 읽기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소설이다. 독자는 작가가 만든 세계 속에 그냥 내던져진 채 따라가야 하는 운명에 처해진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해 봐야 어김없이 어긋난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왜냐면 내가 그랬으니까. 수정과 이안의 흐름에 따라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시간 순삭은 이럴 때 쓰는 말일 테다.

출판사 블로그에 올라온 해설은 이 소설을 조금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소설은 한국 고전 서사의 유형 중 하나인 연명담 또는 연명 설화에서 착안했다고 나와있는데 관련 이야기를 읽으면서 소설을 읽으니까 흥미로움이 더해졌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단명소녀 투쟁기

현호정 (지은이) 지음
사계절 펴냄

2021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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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열아홉 살 소녀 구수정은 입시 전문 점쟁이를 찾아갔다가 ‘스무 살 전에 단명할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수정에게 예언을 한 것은 반신 북두北斗다. 북두의 말에 “싫다면요?” 하고 답한 수정은, 스스로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난다. 죽음이 덮치기 전에, 그보다 먼저 달아나 살 작정이다. 수정이 떠나기 직전, 점집에서 일하는 은주 아줌마는 백설기 백 조각을 싸준다.

수정은 이제 대학 입시라는 세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숨을 찾아 나서야 한다. 자신이 살던 G시의 지하철역에서 시작된 여행은 첫 번째 장애물, 술에 취한 남자를 만나며 급격히 현실계를 벗어난다. 때마침 나타난 날개 달린 사자 개의 등에 올라 위기에서 벗어난 수정은, 그대로 날아 다른 세계로 계속해서 이동한다.
검은 산들이 둘러싼 분지에 도착해 백설기를 나눠 먹다 수정은 개의 이름이 ‘내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안’을 만난다. 이안은 수정처럼 열아홉 살이고 수정과 반대로 ‘죽기 위한 여정’ 중에 있다. 살고자 하는 수정과, 죽고자 하는 이안은 함께 여행을 하기로 한다.

출판사 책 소개

열아홉 살 소녀 구수정은 반신 북두北斗로부터 ‘스무 살 전에 단명할 운명’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수정은 스스로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난다. 수정이 떠나기 직전, 점집에서 일하는 은주 아줌마는 백설기 백 조각을 싸준다. 수정은 자신이 살던 G시의 지하철역에서 첫 번째 장애물, 술에 취한 남자를 만나며 급격히 현실계를 벗어난다. 때마침 나타난 날개 달린 사자 개의 등에 올라 위기에서 벗어난 수정은, 그대로 날아 다른 세계로 계속해서 이동한다. 검은 산들이 둘러싼 분지에 도착해 백설기를 나눠 먹다 수정은 개의 이름이 ‘내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안’을 만난다. 이안은 수정처럼 열아홉 살이고 수정과 반대로 ‘죽기 위한 여정’ 중에 있다. 두 사람은 저승의 바위 사막과 사막 근처의 마을과 강을 건너 작은 섬에 이르는 등 이계의 낯선 풍경을 전진하며 각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저승 신이 그들에게 건넨 명부에는 악사, 청소부, 눈-인간, 모기-인간, 허수아비-인간 등이 그려져 있고, 이들을 죽여야만 수정은 삶에, 이안은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곧 죽을 운명이었던 구수정은 자신의 죽음을 죽이고, 결국 살아낼 수 있을까. 읽는 내내 현실계와 이계를 넘나들듯 꿈과 현실을 착각하게 만드는 이 매혹적인 소설은 마지막 장에 이르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 작품 『단명소녀 투쟁기』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글쓰기로 인간 본질과 우리 사회를 깊이 천착해 한국 문단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박지리 작가의 뜻을 잇고, 한국 문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작가를 발굴하고자 2020년에 사계절출판사에서 시작한 ‘박지리문학상’의 1회 수상작 『단명소녀 투쟁기』가 출간되었다.
박지리 작가는 2010년 『합체』로 사계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맨홀』『양춘단 대학 탐방기』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번외』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세븐틴 세븐틴』(공저) 일곱 작품을 출간했고, 2016년 31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1회 박지리문학상은 구병모·이기호·정소현 소설가가 심사를 맡았고, 총 215편의 응모작 가운데 현호정 작가의 「단명소녀 투쟁기」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몽환과 비현실의 세계에 단도직입으로 다가서는 천연덕스러움이 돋보”인 작품(구병모), “비등점 직전까지 다다른 달리는 에너지. 그 에너지가 이 소설을 당선작으로 만들었다”(이기호), “첫 장을 읽기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소설”(정소현)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윤경희 문학평론가의 작품 해설까지 더해져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한, 낯설고도 새로운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설화를 뒤집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연명담을 만들어내다
『단명소녀 투쟁기』는 수명을 관장하는 노인들에게 자기 명을 늘려달라고 비는 연명담 ‘북두칠성과 단명소년’ 설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신에게 바치는 공물, 치성의 대가로 목숨을 연장하는 기존의 연명담은 가부장제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남자아이들의 이야기였다. 반대로 우리는 여자아이들의 연명담을 거의 알지 못한다. 현호정 작가가 새로 쓴 연명담의 단명소녀는 신에게 의탁해 목숨을 이어가려 한다기보다는 저승 신과 정면으로 맞서 죽음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탐색하고 사회적 삶의 조건들을 찾아가는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들고 입시전문 점쟁이로 소문난 반신 북두를 찾아간 수정은 들어갈 대학 대신 난데없이 죽음을 선고받는다. “야, 넌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는 예언에 자칫 절망할 법도 하건만 수정은 “싫다면요?”라는 짧은 말로 되받아치고, “삶을 이어 나간다는 뿌듯함으로 조금 벅차오르기까지 한” 마음으로 모험을 떠난다.
윤경희 평론가는 열아홉 살을 “번데기에서 나비로의 변태처럼, 전적으로 다른 생애 주기로 이행하기 위한 최후의 관문이자, 새 삶을 예비하기 직전에 결연한 작별 의식을 치러야 하는 나이”(140쪽)로 정의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곧 대학 진학 여부, 대학 서열에 따라 연명자 또는 단명자 취급을 받거나 취업 성공과 실패에 따라서,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의해, 경제적 부의 차이에 따라 계속해서 연명이냐 단명이냐의 운명에 묶일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슬프게도 이런 비참한 세계에서 열아홉 살은 “대학 입시 결과에 따라 정상성 세계의 진입자 아니면 낙오자”(141쪽)로 분류되어, 기성세대가 관장하는 한국 사회의 질서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그 전에 죽음에 따라잡힐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허망하지 않을까.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걷다가 죽었다는 게, 수정을 아는 누군가에게 어떤 상징처럼 느껴지지는 않을까. 수정은 언제나 그런 아이였다고 기억하게 만들지 않을까. (11쪽)

수정의 여행은 G시의 전철역이라는 현실의 지물에서 출발한다. 이른 새벽 술에 취한 남자가 위협하듯 다가와 수정이 은주가 준 백설기는 결국 먹어보지도 못한 채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때 갑자기 사자 개가 나타난다. 현실계가 아닌 이계로 이동하는 사자 개의 등에 올라탄 수정은 “적어도 오늘은” 죽지 않을 것을 직감하고 기꺼이 여행에 나선다. 그리고 “검은 산들이 어깨를 맞대며 커다란 초승달처럼 주위를 감싼 분지”에 도착해 개와 함께 백설기를 먹다 개의 이름이 ‘내일’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안’을 만난다. 이안은 수정처럼 열아홉 살이고 수정과 반대로 죽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둘은 “새끼손톱만 한 산딸기가 열린 덤불” 곁의 집 한 채를 발견하고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하룻밤을 안전하게 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그날 밤 배고픈 일곱 아이, 일곱 노인이 차례로 찾아오고 수정은 갖고 있던 백설기를 나눠주고 몇 개 남지 않은 떡으로는 죽을 끓여 나눠먹는다.

어젯밤의 죽은 나누고 나눠도, 먹고 먹어도 줄어들지 않았다. 죽이란 본디 그런 음식이기도 하거니와 백설기로 끓인 쌀죽은 늪처럼 차져 숟가락이 뜨고 나간 자리를 스스로 끈끈하게 채워 올리는 듯 보였다. (44쪽)

윤경희는 미성년 여성 수정과 성별이 지정되지 않은 이안이 각자 삶과 죽음을 찾아 나선 모험에 동행하고, 은주에게 받은 백설기 백 조각을 “동세대 미성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여행 도중 만나는 존재들과 “차별 없이 나누는” “평등한 공동체의 윤리적이고도 감성적인 생존 방책”을 이 소설의 새로운 성과로 보았다.
또한 기존의 연명설화가 갖고 있는 보수적 이데올로기는 비판적으로 해체하고, 스테이지 공략 게임의 진행 방식이나 비공개 자캐 커뮤니티 활동 등을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창작 기법을 적극적으로 응용하고 혼종한 현호정 작가의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글쓰기 방식에 주목했다.

아니다. 실은 그냥 놀이였다. 수정과 이안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 비밀로 했다. 그 즐거움까지도 비밀로 하고선 진지한 얼굴로 땅바닥을 살폈다 (31~32쪽)

마치 미션을 수행하듯 수정과 이안이 일곱 아이, 일곱 노인의 관문을 통과하자 새로운 형상으로 나타난 북두는 도시락을 만들어 내밀며 이제 함께 저승으로 가 저승 신에게 각자 원하는 것을 얻어내라 조언한다.

옷을 갈아입은 수정과 이안이 젊고 큰 개의 등에 올라탄다. 갓만 안 썼을 뿐 영락없는 저승사자의 복장이다. 내일이 날개를 터뜨리듯 펼치고 솟구친다.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49~50쪽)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
저승 신을 만나기 위한 새로운 장소는 바위 사막이다. 내일은 몸집이 점점 작아지더니 급기야는 숨을 쉬지 않고, 둘은 구덩이를 파 그곳에 내일을 눕혀놓는다. 그때 수정과 이안 앞에 황금 가마를 등에 짊어진 저승 신이 나타난다. 수정과 이안은 힘을 합쳐 저승 신을 결박하고 수정은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저승 신에게 묻는다.

나는 열아홉 살인데, 내년이 되기 전 죽을 운명이랬어. 스무 살은 죽을 나이가 아니야. 질서상 맞지 않아. 당신이 당신의 질서를 중요시한다면 우리 질서도 중요시해야겠지. 내가 늙은 뒤에 죽을 방법을 알려 줘. 그러지 않으면 당신을 죽이고 거대한 무질서를 만들어 낼 거야. (59쪽)

저승 신은 삶을 원하는 수정과 죽음을 원하는 이안에게 명부와 칼을 건넨다. 저승 신이 그들에게 건넨 명부에는 악사, 청소부, 눈-인간, 모기-인간, 허수아비-인간 등이 그려져 있고, 이들을 죽여야만 둘은 각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근처의 마을에서 구걸로 하루 벌이를 하던 악사를 마주치고 물까지 얻어 마셨으나 엉겁결에 악사를 죽인 수정과 이안은 그를 땅에 묻고 마침 나타난 일곱 농부를 따라 마을 연회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만난 청소부는 “질서에 맞추어 모든 존재를 제자리에 놓아두는 일”(73쪽)인 ‘청소’를 하는 자이다. 청소부는 자신의 손주가 태어나서 악사에게 떠나라고 했는데 그 자리에 수정과 이안이 들어와서 질서가 어긋났다고 말한다. 청소부의 궤변에 따르면,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과 노동을 수행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 자는 죽어도 무방하다.

—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어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저라고 늙은 몸을 쉬이고 싶은 마음이 없을까요. 그러나 제가 죽으면 마을은 지탱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악사는 다르지요. 음악이 없어도…. (76~77쪽)

청소부로 대변되는 기성세대가 정하는 ‘질서’에 미성년의 죽음이야말로 어긋난다는 사실을 수정을 깨닫는다. 죽으면서까지 기존 질서를 지켜내려던 청소부를 해치우고 작은 섬에 도착한 수정과 이안은 이제 눈-인간, 모기-인간, 허수아비-인간 들과 대결해야 한다. 반인반수 같고, 괴물 같고, 이계의 종족 같은 그들은 죽고 나면 결국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리고 수정과 이안의 명부 마지막 장에는 서로의 얼굴이 그려진다. 둘은 이제 서로를 죽여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수정과 이안의 세계는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고, 또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리고 있음을 둘은 깨닫는다. 이제 수정은 자신이 거쳐 온 여정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과 사유를 통해 어렵사리 삶으로의 귀환을 택한 수정의 연명담은 새롭게 이어진다.

— 망친 게 아니야.
— 그럼?
— 구한 거야. 이룬 거야. 최선을 다했기에 흔적이 남은 거야.
— 그럼 잔해를 떠안고 살아가. 고약한 피 냄새에, 무질서에 익숙해질 각오를 해. 폐허를 쉼터로, 몰락을 휴식으로 착각하면서.
—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경고야?
— ….
— 나에게 그런 것들은 이제 조금도 두렵지 않아. 그리고 나는 그것들의 이름을 실제로 바꾸어 부르겠어. 폐허를 쉼터로, 몰락을 휴식으로… 영원히…. 그러면 그건 더 이상 착각이 아니게 되겠지. (108~109쪽)

삶과 죽음에 대한 상징과 우리를 죽음으로 이끄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유가 마치 설화 속 세상처럼 펼쳐지는 이 작품은 단명의 운명을 떠안고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며 안간힘을 쓰듯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125쪽)는 결연한 의지와 함께 삶의 세계로 회귀한 수정의 단명 투쟁이 의미를 가지려면 작가의 말대로 우리 모두 더 단단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세상은 우리를 계속 죽이고 싶어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 단명短命을 타고난 것이고, 어쩌면 끊을 단으로 끊어야 할 최종 목표는 저 짧을 단인지도 모르겠다. 단단斷短할 것을, 더 단단해질 것을 약속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현호정, 작가의 말 中

수정과 이안의 여행은 소설 속의 현실 세계에서 수정을 제외하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로 남을 것이다. 『단명소녀 투쟁기』는 대부분 참여자들 사이의 비밀로 남는, 단명하는, 그러나 참여 주체의 진심 어린 몰입과 창작의 의지만큼은 다른 어떤 이야기 장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오늘날의 주요한 서사적 활동에 소설이라는 형식을 부여한다. 그럼으로써 덧없이 공중에 흩어지는 이야기의 기억들이 조금 더 오래 생존하도록 한다. 이야기의 목숨이 늘어난다.-윤경희, 작품 해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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