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시집)

이 책을 읽은 사람

나의 별점

읽고싶어요
9,000원 10% 8,100원

책장에 담기

게시물 작성

문장 남기기

분량

얇은 책

출간일

2017.9.22

페이지

144쪽

이럴 때 추천!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감성 #외로움 #위로 #힐링

상세 정보

혼자 있는 게 힘들고 쓸쓸하다 느껴질 때
외로운 나의 마음에 안부를 묻는 시 한 조각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권. 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과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저린 시편들로 우리 마음의 경계를 흔들어온 이병률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에 골몰하며,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해가는 뜨겁고도 명확한 인식의 순간들로 주목받았던 <눈사람 여관> 이후 쓰고 발표한 시 60편을 묶고 있다.

감각과 감정의 날을 최대치로 벼려낸 언어들로 가득한 이번 시집에서 이병률은, 믿음에서 비롯한 사람의 자리를 묻고 또 묻는 일, 어쩌면 사랑과 가까워지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그의 시는 대단한 결기로 포장되어 있지도 않고 냉소나 환멸로 손쉽게 치환되어 있지도 않으며, 그래도 그럭저럭 살 만하지 않으냐 눙치려 들지도 않는다. 낙담의 자리에서 지탱하려고 힘을 모으는, 은은하고도 든든한 모습으로 그는 서 있다"(시인 김소연).

상세 정보 더보기

이 책을 언급한 게시물6

Kihong Bae님의 프로필 이미지

Kihong Bae

@kihongbae

시를 좀 읽어보고 싶어서 최근에 몇 권 읽었지만, 나랑 잘 안 맞는것 같다. 이게 내 인생 마지막 시집이 될 듯. 60개 시 중 제대로 이해한 건 딱 2개. 내 문제인건지, 말을 빙빙 돌리고 꼬는 시인의 문제인건지…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23년 9월 17일
0
kafahr님의 프로필 이미지

kafahr

@kafahr

오늘도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일일이 별들을 둘러보고 오느라구요

하늘 맨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볼 때면
압정처럼 박아놓은 별의 뾰죽한 뒤통수만 보인다고
내가 전에 말했던가요

오늘도 새벽에게 나를 업어다달라고 하여
첫 별의 불꽃에서부터 끝 별의 생각까지 그어놓은
큰 별의 가슴팍으로부터 작은 별의 멍까지 이어놓은
헐렁해진 실들을 하나하나 매주었습니다

오늘은 별을 두 개 묻었고
별을 두 개 캐냈다고 적어두려 합니다

참 돌아오던 길에는
많이 자란 달의 손톱을 조금 바짝 깎아주었습니다

- ‘살림’, 이병률


바람이 커튼을 밀어서 커튼이 집 안쪽을 차지할 때나
많은 비를 맞은 버드나무가 늘어져
길 한가운데로 쏠리듯 들어와 있을 때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서 잠시 놀라는 건
거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등짝을 훑고 지나가는 지진의 진동

​밤길에서 마주치는 눈이 멀 것 같은 빛은 또 어떤가
마치 그 빛이 사람에게서 뿜어나오는 광채 같다면
때마침 사람이 왔기 때문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탁자 위에 이파리 하나가 떨어져 있거나
멀쩡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도
누가 왔나 하고 느끼는 건
누군가가 왔기 때문이다

​팔목에 실을 묶는 사람들은
팔목에 중요한 운명의 길목이
지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겠다

​인생이라는 잎들을 매단 큰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는 이 저녁
내 손에 굵은 실을 매어줄 사람 하나
저 나무 뒤에서 오고 있다

​실이 끊어질 듯 손목이 끊어질 듯
단단히 실을 묶어줄 사람 위해
이 저녁을 퍼다가 밥을 차려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는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 ‘사람이 온다’, 이병률


그런 적 있을 것입니다
버스에서 누군가 귤 하나를 막 깠을 때
이내 사방이 가득 채워지고 마는

누군가에게라도 벅찬 아침은 있을 것입니다
열자마자 쏟아져서 마치 바닥에 부어놓은 것처럼
마음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버릴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잃었다면
주머니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계산하는 밤은 고역이에요
인생의 심줄은 몇몇의 추운 새벽으로 단단해집니다

넘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습니까
저절로 익어 떨어뜨려야겠다는 질문이 하나쯤은 있습니까

돌아볼 것이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부리로 쪼아서 거침없이 하늘에 내던진 새가
어쩌면 전생의 자신이었습니다

누구나 미래를 빌릴 수는 없지만
과거를 갚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 ‘청춘의 기습’, 이병률


1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
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나 닳고 닳아
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가도
무심코 누군가 통에서 두 개를 집어 드는 순간
서로 힘줄이 맞닿으면서 안다

아, 우리가 그 반이로구나

2

그러니 두 사람이 배를 탄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미어지게 그림이 되는 것

​두 사람인 것은, 둘 외에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두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두 사람이 오래 물가에 앉아 있다가 배를 탄다는 것은

​멀리 떠나는 것에 대해 두 사람이 이야기해왔던 것은, 그리하여 두 사람이 포개져서 한 장의 냄새를 맡는 것은

두 사람이 있었기에 당신이 이 세상에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 ‘두 사람’, 이병률


복잡한 곳일수록
들어갈 때 구조를 외우면서
나올 때를 염두에 둡니다
재채기를 할 때 얼른 양손이 나서는 것처럼

모든 순서가 되었습니다, 당신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당신이 산다고 했습니다
그 역의 막차 시간 앞에서 서성거리다

추운 그 역 광장에
눈사람 만들어 놓고 왔습니다

- ‘수색역’,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22년 9월 16일
0
책열심히읽자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열심히읽자

@chaekyeolsimhiikja

현대시 어렵..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20년 6월 1일
1
집으로 대여
구매하기
지금 첫 대여라면 배송비가 무료!

상세정보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권. 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과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저린 시편들로 우리 마음의 경계를 흔들어온 이병률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에 골몰하며,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해가는 뜨겁고도 명확한 인식의 순간들로 주목받았던 <눈사람 여관> 이후 쓰고 발표한 시 60편을 묶고 있다.

감각과 감정의 날을 최대치로 벼려낸 언어들로 가득한 이번 시집에서 이병률은, 믿음에서 비롯한 사람의 자리를 묻고 또 묻는 일, 어쩌면 사랑과 가까워지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그의 시는 대단한 결기로 포장되어 있지도 않고 냉소나 환멸로 손쉽게 치환되어 있지도 않으며, 그래도 그럭저럭 살 만하지 않으냐 눙치려 들지도 않는다. 낙담의 자리에서 지탱하려고 힘을 모으는, 은은하고도 든든한 모습으로 그는 서 있다"(시인 김소연).

출판사 책 소개

숱한 낙담 끝에 오는 다짐들,
그럴 수밖에 없는 최종의 마음들


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과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저린 시편들로 우리 마음의 경계를 흔들어온 이병률 시인이 다섯번째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7)를 펴냈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에 골몰하며,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해가는 뜨겁고도 명확한 인식의 순간들로 주목받았던 『눈사람 여관』(2013) 이후 쓰고 발표한 시 60편을 묶고 있다.
감각과 감정의 날을 최대치로 벼려낸 언어들로 가득한 이번 시집에서 이병률은, 믿음에서 비롯한 사람의 자리를 묻고 또 묻는 일, 어쩌면 사랑과 가까워지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그의 시는 대단한 결기로 포장되어 있지도 않고 냉소나 환멸로 손쉽게 치환되어 있지도 않으며, 그래도 그럭저럭 살 만하지 않으냐 눙치려 들지도 않는다. 낙담의 자리에서 지탱하려고 힘을 모으는, 은은하고도 든든한 모습으로 그는 서 있다”(시인 김소연).

마음속 혼잣말이 질문이 되고
다시 안부를 묻다

시인은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마음”에 내내 귀를 기울여온 중이다(시인의 말). “가만히 서랍에서 꺼내는 말/벗어 던진 옷 같은 말”, “던지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므로 도착하지도 않는 말”, “말할 수 없음이 그렇고 그런 말”, “들어도 들어도 저울에 올릴 수 없는 말”(「있지」), 모두 시인에게서 비롯된 혼잣말들이다.

왜 말은
마음에 남지 않으면
신체 부위 어디를 떠돌다
두고두고 딱지가 되려는 걸까요
왜 스스로에게 이토록 말을 베껴놓고는 뒤척이다
밤을 뒤집다 못해 스스로의 냄새나 오래 맡고 있는가요
―「왜 그렇게 말할까요」 부분

그의 혼잣말은 담장을 쌓아올리듯 겹침과 포개짐을 반복하며 거듭 질문을 낳고, 더는 “혼자가 아닌 말”(「있지」)이 되어 “열리지 않는 세계의 무한한 면”(「내시경」)을 살려내고 끝내 시로 완성되어간다. 그러한 사정으로 이병률에게 시는 “쓰려고 쓰는 것”이기보다 “쓸 수 없어서 시”(「내가 쓴 것」)일 때가 더 잦다. “쓰지 않으려 할 때도 걷잡을 수 없이 방향을 잡는” 이 시적 갈망 사이사이 그는 “제대로 된 절망 하나를 차지하고/놓지 않겠노라”(「무엇을 제일로」) 같은 서약과 다짐들을 화덕에 불씨를 댕기듯 부려놓기도 한다.
한 소년의 슬픔과 미래 사이라든가
잦음과 무작정의 폭이라든가

고심되는 거리 사이에
감정을 놓고 싶다든가
한 얼굴을 옮겨다 놓고 싶다든가

세상 모든 진실한 배치란
점으로부터 점까지의 평행이면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 직전
손 닿으면 금이 갈 것 같은 팽팽한 의도
―「좋은 배치」 부분

나는 마음의 2층에다 그 소리를 들인다
어제도 그제도 그런 소리들을 모아 놓느라
나의 2층은 무겁다

내 옆을 흘러가는 사람의 귀한 말들을 모으되
마음의 1층에 흘러들지 않게 하는 일

그 마음의 1층과 2층을 합쳐
나 어떻게든 사람이 되려는 것
사람의 집을 지으려는 것
―「지구 서랍」 부분

바깥의 일은 어쩔 수 있어도 내부는 그럴 수 없어서
나는 계속해서 감당하기로 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아이슬란드에 남습니다

눈보라가 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이별의 원심력」 부분

세상 가장 육중하고 정밀한 조직 아래
사람―사랑 속을 잇다

이 시인은 온전한 혼자가 되어 자주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때로는 불안을 잔뜩 껴안은 채로, 바깥을 걷고 들여다보는 일에 골몰한다. 그 바깥은 깊은 밤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 마주한 한 사내에서 대못이 놓인 창틀로,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터미널로, 거미줄 쳐진 도서관 사물함으로, 다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새벽과 마주한 책상에 놓인 백지 위로 수시로 옮겨간다. “흐르는 것에 이유 없고/스미는 것에 어쩔 수 없어서”(「새」), “감정을 시작하고 있는지/마친 것인지를 모르는”(「이토록 투박하고 묵직한 사랑」) 채로 시인은 허공에 둔 시선만큼이나 오래 손을 뻗어 비밀한 삶의 자리, 곧 사람의 자리를 이어가며 통과한다.

몸 하나를 이루는 피와 살
강물을 바라봐야 하는 평생 동안의 부피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용량이 있다
그것은 제한적이다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사실이다
[……]
바깥과 이 안의 단절
이 칸에서 저 칸으로의 횡단

삶도 대륙을 횡단하는 긴 열차일 거라고 마음을 정하는 동안
―「횡단열차의 저편」 부분

그 가지 손끝에서 줄을 그어 나에게 잇고
다시 나로부터 줄을 그어 위층의 사내에게 잇다가
더 이을 곳을 찾고 찾아서 별자리가 되는 밤

척척 선을 이을 때마다
척척 허공에 자국이 남으면서
서로 놓치지 말고 자자는 듯
사람 자리 하나가 생기는 밤이다
―「사람의 자리」 부분

그의 소관은 물론이려니와 그의 소관 바깥의 사람과 감정이 머물렀던 자리에 정지 화면처럼 오래 붙박여 마음을 잇대어보는 시인은 “모든 것에 과하게 속하지 않”(「얼음」)으려 애쓰면서도 무언가를 기꺼이 겪으려는 사람이고 만다. “옮겨놓은 것으로부터/이토록 나를 옮겨놓을 수 있다”(「여행」)는 이병률 시작(詩作)의 비밀은 결국 “거기 사람이 있기 때문”(「사람이 온다」)으로, “누군가를 스스로에게 연결 짓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걸 매순간 깨우치며 “지탱하려고 지탱하려고 감정은 한 방향으로 돌고 도는 것으로 스스로의 힘을 모은다”(「생활이라는 감정의 궤도」).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
―「이 넉넉한 쓸쓸함」 부분

시인의 절제란, 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하여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바를 가장 잘 건사하기 위해서 시인이 반드시 취해야 할 도리라는 것을 이병률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심장을 다독이고 다독여서/빨래 마르는 동안만큼은 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때, 이병률의 삶은 이 다짐에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걸로 읽힌다. “병에 걸리”는 것일지도 모르고 “이렇게 미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 마음으로 시작을 하게 될지 마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되어 사람답게 살려면 그래야 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다짐이라고 했지만, 숱한 낙담 끝에 오는 다짐인 만큼, 그럴 수밖에 없는 마음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 같다. 이 다짐은 선택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최종의 마음이다. ―김소연, 시집 발문「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에서

무제한 대여 혜택 받기

현재 25만명이 게시글을
작성하고 있어요

나와 비슷한 취향의 회원들이 작성한
FLYBOOK의 더 많은 게시물을 확인해보세요.

지금 바로 시작하기

플라이북 앱에서
10% 할인받고 구매해 보세요!

지금 구매하러 가기

FLYBOOK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