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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보통인 책
출간일
2021.12.6
페이지
340쪽
상세 정보
새롭고 도발적인 작품성으로 문단의 기대주로 떠오른 차도하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이 출간됐다. 혼자 보는 일기에도 거짓말을 쓸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산문집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은 공교롭게도 보는 사람이 되레 감당하기 힘든 솔직한 고백들로 가득하다. 자식을 사랑하는 법에 무지몽매한 아버지, 폭력으로 점철된 유년, 동성연애를 향한 무심한 비난, 죽음을 결심한 어떤 밤의 기억….
시인은 그간 자신을 명명해온 이름, 착한 딸, 평범한 아이, 화목한 가정이란 거짓말을 벗어던지고 그동안 일기에도 쓰지 못했던 말들을 무서운 기세로 쏟아낸다. 세상을 침착하게 사랑하기 힘든 이유들을 차곡차곡 우리 눈앞에 진열한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고백의 행간에는 더더욱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 고여 있다. 부메랑처럼 날아온 그의 아픔은 슬프기보다 눈부시다. 세상이 요구하는 질서보다 끝끝내 자기만의 진실을 택하며 느리지만 당당하게 행하는 걸음이, 앞서 걷는 이의 등을 힘껏 밀어낼 만큼 당차고 결연하기 때문이다.
상세정보
새롭고 도발적인 작품성으로 문단의 기대주로 떠오른 차도하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이 출간됐다. 혼자 보는 일기에도 거짓말을 쓸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산문집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은 공교롭게도 보는 사람이 되레 감당하기 힘든 솔직한 고백들로 가득하다. 자식을 사랑하는 법에 무지몽매한 아버지, 폭력으로 점철된 유년, 동성연애를 향한 무심한 비난, 죽음을 결심한 어떤 밤의 기억….
시인은 그간 자신을 명명해온 이름, 착한 딸, 평범한 아이, 화목한 가정이란 거짓말을 벗어던지고 그동안 일기에도 쓰지 못했던 말들을 무서운 기세로 쏟아낸다. 세상을 침착하게 사랑하기 힘든 이유들을 차곡차곡 우리 눈앞에 진열한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고백의 행간에는 더더욱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 고여 있다. 부메랑처럼 날아온 그의 아픔은 슬프기보다 눈부시다. 세상이 요구하는 질서보다 끝끝내 자기만의 진실을 택하며 느리지만 당당하게 행하는 걸음이, 앞서 걷는 이의 등을 힘껏 밀어낼 만큼 당차고 결연하기 때문이다.
출판사 책 소개
“그러니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겠다”
「침착하게 사랑하기」 차도하 시인 첫 에세이
“이렇게 겨우 힘을 내어 살면 무엇이 되는 걸까.
무엇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지 않아서 죽지 않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의식 과잉이라고 비웃음 살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_2020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감 중에서
당신도 나처럼 학대당한 적이 있나요?
어째서, 왜 그랬으며, 무슨 기분이었나요?
차도하 시인의 신춘문예 당선작 「침착하게 사랑하기」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의 한 장면을 그린다. 등단 후 보여주는 시인의 행보는 작품 속 화자처럼 무력하지 않다. 당연한 듯 묵묵히 이어지는 문단의 부당한 처우에 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침착하게 맞서왔다.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와 연관된 출판사의 신춘문예 당선시집 수록을 거부하고, 고료를 밝히지 않는 청탁을 거절하는 대신 자체 메일링 서비스 ‘목소리’를 운영하며 자신의 작품을 궁금해하는 독자들과 순수하게 소통해왔다. 신작 에세이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에서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온 기억, 다짐이 담긴 에세이와 미발표 시, 경험에서 비롯된 다섯 편의 미니픽션을 선보인다.
스스로를 ‘자의식 과잉인’이라 칭하는 시인은 자기다운 삶을 인정하지 않는 목소리에 굽히지 않고 자의식의 몸집을 부지런히 불려왔다. 시를 쓰며, 이야기를 지어내며, 쓴 글을 나누며, 고양이를 키우며, 시와 노래를 사랑하는 벗과 교류하며, ‘부끄럽지 않은’ 여성애를 전시하며, 좀처럼 사랑하기 힘든 세상에서 사랑할 만한 것들을 침착하게 하나하나 늘려왔다. 휘청거리는 순간에도 자기만의 방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오늘에 이르러 당당히 다짐할 수 있게 됐다. 가족과의 불화도, 동성연애도, 세상의 편견도 모두 내 사랑에 방해가 되지만, 그럼에도 내 삶을 침착하게 사랑하고 싶다고.
「침착하게 사랑하기」처럼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역시 한 사람이 태어나고 성인으로 자라며 마주하는 폭력의 얼굴이 무수히 등장한다. 그 얼굴의 일부는 언젠가 당신이 쓴 일기장의 한 페이지를 들출지도 모른다. 긴 시간 모른 척했던, 잊고 있던 기억을 들추는 그의 일기는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지만, 그 무엇도 쉬이 대답할 수 있는 게 없다.
남을 읽고 싶다는 마음, 남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
이 두 마음은 한패다. 그래서 에세이를 쓴다.
“아무도 안 보는 일기 앞에선, 정말 솔직해져야만 할 것 같다. 내가 일기를 쓰면 일기에 내가 쓰는 활자가 적히기 때문에, 아무도 안 보는 일기를 쓴다는 건 오로지 그 일을 위해서 하는 거기 때문에, 나는 받고 싶지 않은 고백을 받는 사람처럼 조마조마해지고, 결국 거짓말을 하게 된다.”
“솔직하기 어려운 마음을 고백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투명하다”고 강혜빈 시인은 추천사에 썼다. 이 책은 일기장 앞에서도 솔직하기 힘든 자의식 강한 여성이 소녀에서 성년이 되기까지 변모해가는 마음의 흐름을 소설처럼 비춘다. 강혜빈 시인의 표현처럼 “투명한 사람”이 솔직해지기로 작정했을 때, 그 고백이 듣는 이를 얼마나 거센 슬픔에 빠뜨릴 수 있는지 우리는 그의 일기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시인이 기록한 축적된 시간에는 야만적인 사랑 혹은 파렴치한 장난에 노출된 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공감할 아픔이 숨어 있다. 아픔의 기록이 천진하고 담담하고 태연한 만큼, 그 어떤 비명보다 절절하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 성적 폭력에 대항하자 시인은 듣는다.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다는데 왜 너만 그래.” 같은 과 언니의 폭력에 저항했을 때 시인은 듣는다. “네가 힘으로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딱히 상처 줄 의도가 없는 동급생의 말을 시인은 아프게 듣는다. “걔 여자랑 사귄대. 미친 거 아냐?” 어리고 힘없는 존재에게 가해지는 질서정연하고 촘촘한 폭력에 관하여 쓰며, 시인은 화를 내거나 울부짖지 않는다. 다만 드러내고 묻지 않으면서 끈질기게 묻는다. 다른 사람들도 정말 다 괜찮은 거냐고, 왜 같은 슬픔을 가진 사람끼리 싸워야 하느냐고, 이 모든 아픔을 견디며 다들 어떻게 살아 있는 거냐고.
누군가 나의 미래 시를 기대하고 있다면 그때까지 써보고 싶다.
미래 없는 마음에 미래가 들어서도록.
그럼에도 “내 몸에, 내 자아에 일평생 머무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시인은 쓴다. 한때 시인은 소아우울증을 앓는 소녀였고, 문 밖에서 남성이 자신을 해할까 봐 문 열기를 두려워하는 학생이었지만, 다행히도 그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처방받은 약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며 ‘푹 자고 일어나서 씩씩하게 살아야지’ 다짐을 하고, 주저흔 위에 타투를 새기며 더는 고통이 자신을 겨누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자신의 불안장애보다 동성연애를 더 걱정하는 엄마에게, 언젠가 제 이야기를 들려줄 날을 기대하는 여유도 생겼다. “나의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고통스럽겠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재밌을” 것이라고. 성공하기 위해, 혹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면서 교사 혹은 반면교사 삼을 미래는 자신에게 없지만, 누군가 자신의 미래 시를 기대해준다면 그때까지 써보고 싶다고도 다짐한다. 과거의 흉터를 남김 없이 들여다보고, 고개 들어 자기만의 미래로 건너갈 채비를 한다.
“주변인들에게서, 가족에게서 벗어나 나 자신과 싸우고 엎치락뒤치락 나와 함께 달리고 싶다”고 선언하는 그는 자의식 과잉인답게 자신의 라이벌을 ‘차도하’로 꼽는다. 유년부터 스물셋에 이르기까지의 이 내밀한 일기장을 훔쳐보고 나면, 그의 자의식에 깃든 팔딱이는 생명력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서른셋, 마흔셋의 차도하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성공하려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야 한다고, 너희는 지금 우물 안 개구리라고 말하던 선생님을 떠올리며 시인은 썼다. 서울이야말로 거대한 우물 같다고. 우물이 어디 있든, 그처럼 투명하게 슬퍼하고 꿋꿋하게 사랑하고 힘차게 도약하는 이의 목소리가 많아질수록 우물은 지금보다 훨씬 맑아지고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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