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최유미 (지은이) 지음 | 비(도서출판b) 펴냄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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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6.10

페이지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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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해러웨이는 페미니즘, 과학기술학, 동물학, 생태학에서 독창적인 사유를 전개해온 과학기술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이론가이다. 그의 사유 전반을 담은 책이 출판되었다. 공-산(共-産)은 ‘함께’를 의미하는 심(sym)과 ‘생산하다’를 의미하는 포이에시스(poiesis)의 합성어인 심포이에시스(sympoiesis)의 번역어로 택한 말이다.

공-산은 ‘누구’도 혹은 ‘어떤 것’도 상호의존적인 관계 바깥에서 나고 성장하고 만들어질 수 없음을 표명하는 말로 해러웨이 사유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생명과 사회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들은 개체를 중심에 두었기에, 진화는 개체가 세대를 넘어서 분기해가는 수목형의 토폴로지로 이해되었고, 인권, 동물권 등의 권리담론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해러웨이는 공생에 관한 최신의 이론들을 참조하면서 진화의 토폴로지는 구불구불한 오솔길로 이해하고 개체의 권리보다는 상호 구성적인 관계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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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shiny_n_bright

<오징어 게임>에서 기훈은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밟고 올라서면서도 상우가 그 죽음을 당연시할 때 분노하고, 죽은 사람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구태여 상기시킨다. 하지만 그는 나와 상대 중 한 명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걸 아는 게임에서 일남을 속이다가 정작 그 사실을 들키자 죄책감에 눈물 짓기도 한다. 기훈의 이런 행동들은 일견 위선적으로 보인다.

이 게임에서 죽고 죽이는 것은 절대 규칙이다. 모두 살리기를 이룰 방법은 없다. 단지 죽음을 매개로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상우에게 경쟁자들의 죽음은 승리의 도구일 뿐이지만 기훈에게 그것은 우정을 확인하는 방식이고 내 삶의 무게를 더하는 책임이다. 이런 점에서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사회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생태계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길고양이가 살면 그만큼의 야생 새들이 사냥당해 죽는다. 레비나스 윤리학의 "죽이지 말라"라는 제1계율은 실천될 수 없다. 무엇도 죽이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러웨이는 그래서 레비나스를 비판한다. "죽이지 말라"라는 계율은 죽여도 되는 생명과 죽이지 말아야 하는 생명의 암묵적 구별을 은폐하고, "죽여도 되는" 범주에 속한 생명에게 이것은 무지막지한 일이다. 우리에게 필요하고도 가능한 실천은 "죽여도 되는 걸로 만들지 말라"라는 계율이다. 죽음이 죄임을 깊이 인정하고, 죽임의 책임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기훈은 죽음과 죽임의 관계망 속에서 "죽여도 되는 걸로 만들지 말라"라는 계율을 반성적으로 실천한다. 그런 점에서 기훈의 승리는 순전한 권선징악만이 아니라 관계성의 윤리의 승리이다. 해러웨이는 이 윤리가 비인간에게까지 작동될 것을 요청한다. '나'는 오롯이 나가 아니고 수많은 장내 미생물이며 이들은 박테리아의 공생으로부터 왔다. 그러나 그 공생은 아름답지 않았고 한쪽이 다른 쪽을 소화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서로가 서로의 삶을 아슬아슬하게 위협하면서 이루어지고 유지되었다. 나는 내가 먹는 닭에게 의존하고 닭은 모이를 주는 사람에게 의존하지만 그 관계는 평등한 것이 아니다. 상호 의존한다는 것은 안정화된 자리에서 손을 꼭 맞잡는 게 아니라 불균등한 권력관계 속에서 주체와 대상의 자리를 오가며 상대가 준 실뜨기의 패턴을 받고 내가 만든 패턴을 되돌려 주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타자와 이런 실뜨기를 한다. 하지만 무엇과 연결되고 무엇과 단절될지 필연적으로 선택해야만 한다. 모든 곳에서 모든 것에 응답할 수는 없으니까. 그 지점에서 윤리가 발생한다.

나는 주위의 타자들과의 관계를 인식하고 그들에게 적절히 응답하고 있는가? 타자의 고통을 나눌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 나의 지식이 어디에서 왜 무엇을 봄으로써 얻어진 지식인지, 내 앎의 객관성이 담보하는 부분성과 국지성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성찰하고 있는가?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는 우리의 모든 지식과 관계가 국지적이라는 새삼스러운 진실을 상기시키지만 소개되는 사유의 구체성과 깊이는 결코 작지 않다. 페미니즘 생태학과 과학기술학의 접합을 통해 새로운 생각의 지평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이다.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최유미 (지은이) 지음
비(도서출판b) 펴냄

9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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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도나 해러웨이는 페미니즘, 과학기술학, 동물학, 생태학에서 독창적인 사유를 전개해온 과학기술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이론가이다. 그의 사유 전반을 담은 책이 출판되었다. 공-산(共-産)은 ‘함께’를 의미하는 심(sym)과 ‘생산하다’를 의미하는 포이에시스(poiesis)의 합성어인 심포이에시스(sympoiesis)의 번역어로 택한 말이다.

공-산은 ‘누구’도 혹은 ‘어떤 것’도 상호의존적인 관계 바깥에서 나고 성장하고 만들어질 수 없음을 표명하는 말로 해러웨이 사유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생명과 사회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들은 개체를 중심에 두었기에, 진화는 개체가 세대를 넘어서 분기해가는 수목형의 토폴로지로 이해되었고, 인권, 동물권 등의 권리담론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해러웨이는 공생에 관한 최신의 이론들을 참조하면서 진화의 토폴로지는 구불구불한 오솔길로 이해하고 개체의 권리보다는 상호 구성적인 관계를 주목한다.

출판사 책 소개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는 페미니즘, 과학기술학, 동물학, 생태학에서 독창적인 사유를 전개해온 과학기술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이론가이다. 그의 사유 전반을 담은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최유미, 도서출판 b)가 출판되었다. 공-산(共-産)은 ‘함께’를 의미하는 심(sym)과 ‘생산하다’를 의미하는 포이에시스(poiesis)의 합성어인 심포이에시스(sympoiesis)의 번역어로 택한 말이다. 공-산은 ‘누구’도 혹은 ‘어떤 것’도 상호의존적인 관계 바깥에서 나고 성장하고 만들어질 수 없음을 표명하는 말로 해러웨이 사유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생명과 사회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들은 개체를 중심에 두었기에, 진화는 개체가 세대를 넘어서 분기해가는 수목형의 토폴로지로 이해되었고, 인권, 동물권 등의 권리담론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해러웨이는 공생에 관한 최신의 이론들을 참조하면서 진화의 토폴로지는 구불구불한 오솔길로 이해하고 개체의 권리보다는 상호 구성적인 관계를 주목한다.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는 주체와 대상이 없는 조화로운 합일의 유토피아를 상정하지 않는다. 상대가 ‘누구’일 때 나는 반드시 ‘무엇’일 수밖에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언제나 주체(목적)이고 비인간은 대상(수단)이라는 서구의 인간학은 역동적이고 세속적인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 책이 포착하는 것은 일방적인 지배가 실패하면서 열어놓는 의외의 가능성들이고, 인간만이 아닌 비인간 타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공-산의 세상이다.
해러웨이는 경계에 있는 자들의 전복적인 형상을 통해 자연/문화, 여성/남성, 동물/인간, 기계/유기체 등의 온갖 이분법과 대결해 왔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 가운데 하나인 「사이보그 선언」은 우주전사 일색이었던 사이보그 이미지를 여성-기계-동물 하이브리드로 재형상화하면서 페미니스트 사이보그의 가능성을 열었다. 2003년에 발표된 「반려종 선언」은 평범한 개로부터 반려종이라는 개념을 창안한다. 개는 친숙한 자이지만 동시에 잘 알지 못하는 자이다.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 살아온 인간, 비인간 타자들 역시 친숙한 자와 잘 알지 못하는 자가 겹쳐진 ‘중요한 타자’이다. 중요한 타자는 고통 받는 타자의 얼굴로 환원되지 않고, 때로 기쁨으로 빛나는 얼굴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타자를 위한 실천적인 윤리는 무엇과 단절하고 무엇과 연결할 것인지를 묻는다. 또한 이 책은 해러웨이의 페미니스트 인식론과 과학기술론을 중요하게 다루는데, 해러웨이는 과학기술을 특권화하지 않으면서 함께 살기위해 유용한, 그러나 무구하다고 할 수 없는 지식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생태위기와 기후위기, 그리고 감염병의 전 지구적인 대유행의 시대다. 이 위기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는 긴급성을 가지고 이 위기에 대처할 것을 주장하지만,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이 세계는 인간만의, 혹은 남성만의 세계가 아니고 인간 비인간, 공-산의 존재자들이 오랜 세월 함께 만들어온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혹은 우회로를 만들기 위해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는 인간-비인간의 협동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창의적으로 계승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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