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신철규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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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7.27

페이지

172쪽

상세 정보

문학동네시인선 96권. 신철규 시집.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총 64편의 시를 고루 담아낸 이번 시집은 해설을 맡은 신형철 평론가의 말마따나 "세상의 슬픔을 증언하기 위해 인간의 말을 배운 천사의 문장"으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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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nl820gnrg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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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과적 때문에 우리는 가라앉았다
슬픔이 한 쪽으로 치우쳐 이 세계는 비틀거렸다 
 
신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그것이 일반명사인지 고유명사인지 알 수
없어 포기했다
기도를 하던 두 손엔 검은 물이 가득 고였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고 할수록 몸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딱딱해지고 있었다 
 
해변에 맨발로 서 있던 유가족
맨살로 닿을 수 없는 거리가 그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죽을 때까지 악몽을 꾸어야 하는 사람들의 뒷모습
학살은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꾸는 악몽 같은 것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피가 돌지 않고
눈이 심장과 바로 연결된 것처럼 쿵쾅거렸다 
 
모든 것이 가만히 있는 곳이 지옥이다
꽃도 나무도 시들지 않고 살아 있는 곳
별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멈춰서 못처럼 박혀 있는 곳
죽은 마음, 죽은 손가락, 죽은 눈동자 
 
위로받아야 할 사람과 위로할 사람이 한 사람이라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기도밖에 없는 것인가 
 
우리는 떠올라야 한다
우리는 기어올라야 한다
누구도 우리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가을이 멀었는데 온통 국화다
가을이 지난 지가 언젠데 국화 향이 이 세계를 덮고 있다
컴컴한 방에 검은 비닐봉지를 쓰고 앉아 있는 것처럼 숨이 막힌다
꿈속에서도 공기가 희박했다 
 
해변은 제단이 되었다
바다 가운데 강철로 된 검은 허파가 떠 있었다

<검은 방>






고개를 기울이면
남산타워가 쓰러지고
건물 유리창들이 유성우가 되어 쏟아지고
화면에서 글자들이 흘러내리고
구름에서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고개를 기울이면
당신의 어깨가 한쪽으로 꺾이고
한쪽 입술이 올라가고
오른쪽 눈에 눈물이 가득 차고
기억이 주르륵 쏟아진다

고개를 들고 물을 마실 때는 스르르 감기는 눈

우리는 고개를 기울이고
서로의 입에 입을 맞추고
서로의 눈에 고인 눈물의 마시고
서로의 귀에 귀를 가져다 대고
어깨를 비빈다

당신의 귓바퀴는 트랙을 닮았다 모래시계처럼
당신 귓속에서 흘러나온 모레가 내 귓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우리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일 때마다
서로의 귀가 스칠때마다
같은 노래가 급류가 되어 우리의 심장을 지나간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 곳으로
마음을 보내고 있었다

<연인>






지구 속은 눈물로 가득 차 있다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들의 인터뷰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타워팰리스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무허가 건물들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식탁

그녀는 사과를 매만지며 오래된 주방을 떠올린다
그녀는 조심 조심 사과를 깎는다
자전의 기울기만큼 사과를 기울인다 카레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속살을 파고드는 칼날

아이는 텅 빈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을 손가락에 물을 붙여 하나씩 적는다

사과를 한 바퀴 둘레 때마다
끊어질 듯 말 듯 떨리는 사과 껍질
그녀의 눈동자는 우물처럼 검고 맑다

혀끝에 눈물이 매달려 있다
그녀 속에서 얼마나 오래 굴렀기에 저렇게

둥글게 툭툭,
사과 속살은 누렇게 변해 가고

식탁의 모서리에 앉아 우리는 서로의 입속에
사과 조각을 넣어 준다
한입 베어 물자 입안에 짠맛이 돈다

처음 자전을 시작한 행성처럼 우리는 먹먹했다

< 슬픔의 자전>



서평/ 슬픔을 이야기하는 시

오랜만에 너무 마음에 드는 시집이었다. 인상 깊은 시가 많아서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시를 고르느라 시간이 걸렸을 정도였으니. 시의 길이도 꽤 길다. 그만큼 감정이 많이 담겨 있다. 대부분 고통, 슬픔의 감정이어서 이 시인은 슬픔의 시를 쓰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연인]이라는 시는 야하게도 느껴지고 음흉하고 상상하게 된다. 이런 시가 나는 참 좋다. 사람마다 해석하기에 다르고 읽을 때마다 다른 시. [슬픔의 자전]이라는 시는 전에도 읽어 본 적이 있었는데, 빈부격차에 대한 사회 풍자가 인상적이었다. '지구만큼 슬펐다'는 순수한 표현으로 그 상황이 맹렬히 풍자 되는 것이 참 인상 깊었다. 책의 제목으로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를 쓴 이유를 잘 알 수 있게 해 주는 신철규 시인의 대표적인 시 다. 다시 읽어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시. 많은 것을 시사하는 시.

이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검은 방]인데 세월호 이야기라는 것을 시를 읽으면서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거의 직접적으로 세월호를 언급한 내용이며 이토록 신랄하게 비판 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시로서 표현 되었기 때문에 더욱 감성적이고 와 닿는 면이 있었다. 나도 그때의 슬픔이 기억이 난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가만히 있다가 죽은 아이들. 누구도 끌어올려 주지 않아 스스로 기어오른 촛불들. 꿈속에서 마저 공기가 희박했던 국민들. 재단의 해변, 안산, 단원고, 세월호, 4월 16일.. 첫 구절부터 끝까지 숨이 턱턱 막히는 너무 슬픈 시. 세월호는 잊혀져서는 안 된다. 계속 곱씹어서 이 슬픔을 잊지 않아야한다. 나는 그걸 시는 잘 한다고 생각한다.

시는 힘이 있다.
슬픔의 시는 더욱 그렇다.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신철규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9년 2월 18일
0
채은님의 프로필 이미지

채은

@chaeeunl9uu

얼마나 슬프면 지구만큼 슬펐다고 할까
궁금했던 그 슬픔은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빈민촌 아이의 것이었다.
이 작은 아이의 슬픔조차 지구만큼이나 느끼는 시인의 세상은 얼마나 큰 슬픔으로 가득찬 세상일까.
이 슬픈 시들이 과연 절망해있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안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했다. 더 슬픔에 침잠하게 되지는 않을까, 했는데 그 감정과 사건들을 그저 찬란한 세상이라며 외면하기보다는 시인의 입을 통해 마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오히려 위로이겠다는 생각이 이내 들었다.
그 슬픔들을 다 껴안는 일을 자처하는 시집이었다.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신철규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9년 1월 10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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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주

@aedjmnkpulyf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신철규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고싶어요
2017년 8월 20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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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문학동네시인선 96권. 신철규 시집.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총 64편의 시를 고루 담아낸 이번 시집은 해설을 맡은 신형철 평론가의 말마따나 "세상의 슬픔을 증언하기 위해 인간의 말을 배운 천사의 문장"으로 가득차 있다.

출판사 책 소개

문학동네시인선 096 신철규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가 출간되었다. 1980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이기도 하다. 푸른빛 시집 컬러 후면으로 크게 원을 그리고 있는 ‘눈물’의 형상이 ‘지구’와 ‘슬픔’의 뉘앙스를 풍기는 듯도 하는바, 데뷔 6년 만에 펴내는 시인의 시를 일컬어 ‘6년 동안의 울음’이라 칭한 신형철 평론가의 말에 기댄 채 일단 페이지를 넘겨본다. 총 64편의 시가 4부로 나뉜 가운데 16편씩 사이좋게 담겨 있다. 이때의 사이좋음이라 함은 시의 주제와 시의 리듬의 걸맞음이라 할 것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한 부씩 크게 잘라 읽다보면 각 부가 각 권의 시집만 같아서 총 4권의 시집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만큼 각 부 안에서 시의 짜임새가 탄탄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가능하면 보다 천천히 읽고, 보다 느리게 음미하며, 보다 여유를 가지고 시를 해석했으면 하는 바람을 앞서 얹게 된다. ‘눈’을 가로질러 ‘물’의 방 속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이야기들이 죄다 우리들의 아픈 속내인 까닭이다. 참 묘하지, 왜 우리들은 우리들의 ‘오늘’을 말하려 할 때 이렇듯 마음의 채비를 서둘러야 하는 걸까. 왜 우리들은 우리들의 ‘오늘’을 마주보는 데 이렇듯 저 나름의 준비를 보태야만 하는 걸까.
어쩌면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지뢰처럼 깔고 있는 게 신철규 시인의 시집 같다. 신철규 시인은 특히나 신중하게 말을 내뱉는 이다. 그는 과장을 멀리하고 모자람에 여지를 주지 않으며 있는 사실 그대로에 기인하고픈 ‘자(ruler)’의 잣대를 믿는 이다. 그래서 매 시마다 매 시의 구절마다 호들갑스러운 제 감정을 표출하기를 삼가고 제 감정의 기복을 그대로 노출하기를 금하며 제 가늠에서 가장 제로에 가깝다 할, 다시 말해 어떤 ‘정도’에 가장 접근한 수치의 말 부림에 집중할 뿐이다. 이토록 ‘결벽’에 가깝게 제 자신을 통제하고 제어하는 데는 매일같이 “구급차가 구급차를 부르”는 죽음이 도처에 깔린 이 세상에 아직 살아있고 살아남은 자라는, 특유의 선함과 선량함에서 보는 원죄 같은 ‘죄책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구의 둘레만큼 긴 칼로 사람을 찌른다고 해서 죄책감이 사라질까. 죄책감은 칼의 길이에 비례하는 것일까.”(「소행성」)라고 말하는 시인이 아닌가.
그런고로 신철규 시인에게 ‘눈물’은 반드시 있어줘야 하는 제 살아감의 자취다. 흔적이다. 증거다.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유빙」)는 눈물. 그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앞의 시)는 눈물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시인은 이런 시도 남길 수 있었으리라.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물의 중력」 부분

눈물 한 방울의 무거움으로 등이 휘는 사람, 그렇게 등뼈의 통증을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 그가 바로 시인이라는 사람일 테다. 신철규 시인은 그런 ‘사람’이지만 때론 세상 곳곳에 날개를 감추고 있는 ‘천사’들을 알아보는 눈으로 일견 천사의 동족임을 들키고 만다. “날개 잃은 천사들이 축축한 몸을 끌고 거리로 몰려나온다”(「다족의 천사」)와 같은 구절을 좇다 “우비를 뒤집어쓰고 등을 돌린 채 직사의 물대포를 맞고 있는 사람”(「연기로 가득한 방」)의 날개 없는 등에서 “높은 곳에 있다고 해서 다 천사는 아니”(「다족의 천사」)라는 읊조림도 보태게 되니 어찌 동족이 아니라 하겠는가.
그리고 세월호…… 그 이름만으로 우리를 휘청거리게 하고 기울게 한 그 이름이 할퀴고 간 자리마다 시인은 시를 남겼다. 재난의 시기에 시인이 바로 그들 곁에 섰다, 라는 신형철 평론가의 해설을 보태자면 신철규 시인이 손사래를 칠 수도 있겠으나 분명한 건 시인의 눈이 한 치도 그 배로부터 떠나지를 않았다는 사실이다. 잊지 않아야 하기에, 잊히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불러줘야 하는 이름이기에 시인은 “컴컴한 방에 검은 비닐봉지를 쓰고 앉아 있는 것처럼 숨이 막”히는 가운데 “바다 가운데 강철로 된 검은 허파가 떠”(「검은 방」) 있는 현실을 우리에게 지칠 때까지 집요하게 그러나 억압적이지 않은 어조로 발화해주기에 이른다.
슬픔은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나 내쉬는 숨 같은 걸 테다.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들의 인터뷰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은 아이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슬픔의 자전」)라는 구절에서 제목을 빌려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때의 가늠이 우리 사는 ‘지구’여서 더 슬픈 걸 그 앞에 다른 이름들을 넣어보면 실감이 난다. 화성만큼 슬프다는 거, 목성만큼 슬프다는 거, 천왕성만큼 슬프다는 거, 태양만큼 슬프다는 거, 이 먼 거리가 주는 현실감 없음과 달리 지구라는 현실, 지구라는 오늘, 지구라는 한국, 지구라는 서울, 지구라는 진도 앞바다는 얼마나 근거리이기에 이렇듯 내 턱을 간질일 수 있나.
신철규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사뭇 차분해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쓰는 자의 단단함이 읽는 자의 옷깃 또한 여며주게 만드는 모양이다. “관을 불 속에 넣고 유족들은 식당에 간다 두 시간 남짓, 밥 먹고 차 마시기 적당한 시간”(「꽃과 뼈」)이란 대목만 봐도 말이다. “우리는 모두 타는 것과 타지 않는 것으로 분리된다”(앞의 시)라고 나지막하게 말하는 시인에게 묘하게 몸이 기운다. 그의 깊은 사유가 빚은 힘일 것이다. 여러모로 이 첫 시집에 대한 할 말은 차고도 넘친다. 보다 심도 있는 읽을거리를 바란다면 시집 뒷면에 실린 신형철 평론가의 해설을 꼼꼼하게 읽어주시면 좋을 듯싶다. 더불어 “언제나 아이처럼 울겠다”던 신철규 시인의 등단 소감을 제목과 함께 오래 기억해주십사 거듭 간청 드린다. ‘아이’와 ‘울음’은 언제나 진실이며 정의 그 자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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