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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얇은 책
출간일
2021.4.5
페이지
144쪽
상세 정보
J.H CLASSIC 70권. 나태주 대표 시선집. 25년간 가장 사랑받은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인은 이 시집 <풀꽃>이 '풀꽃' 시의 성공을 기념하고 기뻐하기 위해서 만든 선시집 형태의 책이라고 말한다.
상세정보
J.H CLASSIC 70권. 나태주 대표 시선집. 25년간 가장 사랑받은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인은 이 시집 <풀꽃>이 '풀꽃' 시의 성공을 기념하고 기뻐하기 위해서 만든 선시집 형태의 책이라고 말한다.
출판사 책 소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스물넉 자밖에 되지 않는 단출한 시입니다. 그런데 이 시가 독자들의 가슴에 들어가 꽃이 되고 악수가 되고 샘물이 된 것입니다. 그야말로 감사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이 시집 『풀꽃』은 바로 그 ‘풀꽃’ 시의 성공을 기념하고 기뻐하기 위해서 만든 선시집 형태의 책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말]에서
25년간 가장 사랑받은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은…나태주 시인 ‘풀꽃’ 시구 1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나브로 25년째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외벽을 장식해온 ‘광화문 글판’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구詩句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4일부터 한 달간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 글판은?’을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2012년 봄에 걸렸던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에서 가져온 시구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2,300여 명이 참가해 69개의 후보 문안 중 3개를 고르는 방식의 설문에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1,493표를 얻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투표한 한 참가자는 “8년간 다니던 회사에 가족 몰래 사직서를 낸 뒤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광화문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글판을 보고 저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많이 울었다”면서 “제 말을 들어줄 이 하나 없을 때 광화문 글판은 다시 일어설 힘이 돼 주었다”고 말했다.
_《경향신문》, 박재현(기자) 2015.10.14.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풀꽃] 전문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촉]전문
남의 외로움 사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제 외로움만 사 달라 조른다/ 모두가 외로움의 보따리장수.
----[시인학교] 전문
다른 아이들 모두 서커스 구경 갈 때/ 혼자 남아 집을 보는 아이처럼/ 모로 돌아서서 까치집을 바라보는/ 늙은 화가처럼/ 신도들한테 따돌림 당한/ 시골 목사처럼.
----[ 서정시인] 전문 아주 오래 전 술자리에서 그의 아내가 자궁을 잃었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아내를 어떻게 대하느냐고 물었다. 학교 일이 끝나면 교장 관사 둘레의 꽃길을 손을 꼭 잡고 걷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밤에는 반드시 꼭 끌어안고 잠에 든다고 했다. 성적 관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의 뜻밖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정말 그러느냐고 하자 자궁을 잃은 아내가 안쓰러워서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그이니 사실 그대로일 것이다. 그런 아내를 두고 그가 저승 가까이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관조하는 시를 썼다.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인생의 도사가 된 것이다. 「울던 자리」는 자신이 중환자실에 있을 때 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던 자리를 연상하고 쓴 시다. 그들의 막막함을 떠올리며 “여러 날 그들은/비를 맞아 날 수 없는/세 마리의 산비둘기였을 것이다.”라고 했다. “산비둘기”라는 구절이 가슴을 친다. 자신의 죽음보다 가족들이 겪을 아픔과 슬픔을 걱정하는 시인의 자애로움에 가슴이 뭉클하다. 「좋은 약」은 어떠한가? 중환자실에 널브러져 있을 때 시인의 부친께서 절룩거리는 다리로 지팡이를 짚고 면회를 왔다. 부친의 문병 말씀 중 “세상은 아직도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곳이란다”라는 말이 좋은 약이 되어 살아났다고 한다. 여기서도 세상의 모든 것을 긍정하는 그의 맑은 시선과 마음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세상이 징그럽도록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저승 문턱에서도 살아 나오리라. 그날 이후 그의 시는 일상의 행복을 더 많이 노래하고 이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세상에 존재하는 기쁨을 더 진하게 노래한다. 그 시들은 참으로 아름답고 때로 숭엄하며 대부분 고귀하다. 그리고 모두 재미있다.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세상에 사는 즐거움을 흠씬 맛보게 해 준다. 「그날 이후」는 병원에서 퇴원하고 직장에서도 퇴직한 후 몸과 마음이 작아진 시인이 아내를 어린애처럼 따라 다니며 아내와 동행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2천5백 원짜리 잔치국수만 먹어도 배가 부르는 행복감을 어디서 얻을 수 있으랴. 몽당연필은 정겹고 귀엽다. 근검절약이 생활화되어 있는 육이오 세대에게 볼펜 깍지에 끼워 쓰는 몽당연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초등학교에 재직할 때 필통 가득 몽당연필을 모았다고 했다. 아내에게 내가 그런 몽당연필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시인은 말한다. 나보다 십 년 연상인 나태주 시인. 나도 십 년 후에는 몽당연필로 보일 수 있을까? 풀꽃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지 못하는 나이니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심지어 그는 아내에게 “개처럼” 보이고 싶다고 「개처럼」에서 말했다. 맛있는 것은 구석진 곳에 가서 먹는 습관 때문이다. 십 년 후에는 나도 개처럼 먹게 될까?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완성」에서는 아내와 시인이 각각 반편으로 살다 보니 하나로 합쳐야 완전한 존재가 된다고 했다. 스스로 반편이 될 때 부부는 비로소 온전한 몸으로 완성된다니, 대단한 발견이다. 그 단정하고 고요한 시 「완성」을 표구에 새겨 삶의 귀감으로 삼고, 행복의 시금석으로 삼으려 한다. 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 아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 사람// 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도 가지 못하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 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완성」 전문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은 나태주 시인은 시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그 두 편의 작품이 「시인학교」와 「서정시인」이다. 시인을 대상으로 한 시를 무수히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간명하게 시인을 표현한 작품은 보지 못했다. 시인은 꿈이 많고 욕심이 많고 그래서 자기밖에 모르고 그래서 어린애처럼 순수할 수 있다. 그렇게 순수한 어린애의 시각을 지녔기에 시인은 자연의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들은 시인의 어느 일면만을 보는데 그는 시인의 전모를 파악했고 시인의 일상적 한계까지도 슬기롭게 이해하여 그것을 짧은 시로 압축해 표현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가졌는데도 늘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의 천진한 눈을 가진 시인은 아주 소박하고 편안하게 진정한 행복이 어떠한 것인가를 노래한다. 그의 시는 자세히 읽어야 예쁘고, 오래 읽어야 사랑스럽다. 인생의 진실, 우주의 진리는 거창한 이론이나 기묘한 논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정하고 고요하게 세상을 바라볼 때 저절로 솟아나는 것임을 그의 시가 깨닫게 한다. 이러한 발견과 터득의 기법은 지구 역사상 어느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다. 나태주 시인만이 이렇게 했다. 이로써 그는 하나님 다음 자리의 창조자가 되었다(이숭원 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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