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극장

온다 리쿠 (지은이), 김은하 (옮긴이) 지음 | 망고 펴냄

잿빛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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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1.27

페이지

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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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아주 짤막한 신문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별로 사람들의 관심도 끌지 못할 것만 같은 삼면의 토막 기사. “중년의 여성 두 명이 함께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가족도 친척도 아닌데 같이 살았다는 그녀들. 자살 동기도, 아니 그들의 이름조차, 실려 있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 기사가 눈으로 뛰어들어온 것처럼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을까? 그리고 이후 20년이 넘도록 왜 하나의 가시처럼 줄곧 마음속에 걸려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 전업 작가가 된 ‘나’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의식의 밑바닥에 놓여 있던 그 ‘가시’를 빼내고자 한다. 그 두 여자의 일상을 다시 찾아보기로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려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들의 묘한 삶을 연극으로 혹은 영화로 옮기고도 싶다. 가장 어울릴 배우를 찾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는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잿빛 극장》은 그저 신문 기사 속 두 사람의 단선적인 ‘스토리’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시점, 그리고 서로 다른 세 개의 차원에서 이야기가 반복되고 교차하고 어우러진다. 가볍게 스쳐 가듯이, 그러나 왠지 강렬한 감동을 남기며, 무심하게 나아가는 이야기. 그러는 가운데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간의 심리가 세밀하고도 집요하게 파헤쳐지면서, 실재와 허구의 경계마저 아스라해진다. 제목처럼 ‘잿빛’인 어떤 지점이 다가온다. 그 잿빛 극장은 우리 인간의 일상인가? 어떻게 해야 그 잿빛에 색을,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잿빛 극장》은 온다 리쿠의 소설이건만, 그녀의 작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소설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그러므로 이 능청스럽고도 매력적인 작품은 독자에게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며, 예전과는 사뭇 다른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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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무민

@po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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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극장

온다 리쿠 (지은이), 김은하 (옮긴이) 지음
망고 펴냄

읽고있어요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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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

@lucyuayt

그렇구나. 이런 인생도 있구나.
하나의 상념이 떠올랐다.
‘파란만장‘ 하지도 않고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며 ‘온 힘을 다해’ 살지도 않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인생이다.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한정된 시간을 사는 인생이다.
그 일회성만큼은 어떤 인생이든 마찬가지고 예외가 없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내 인생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서서히 실감했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타고난 성격이 드러나는구나. 인격이 형성될 시기에는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그리면서 스스로 모난 구석을 깎아낸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성격을 만들어가는 셈이다. 다시 말해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도금하듯 본래 성격에 새로운 성격이 입힌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도금이 벗겨진다. 한동안 도금이 유지되도록 열심히 노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벗겨진 도금을 다시 입힐 기력이 쇠해서 결국 본래 성품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때가 오면 주변에서 맨 처음의 성격이 나오는 법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일상. 참으로 불가사의한 단어가 아닐까.
‘일상’은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도, ‘인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창한 울림에 비해 하찮게 들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의미한다. 예컨대 ‘일상’이 일기의 한 페이지나 하루 한 장씩 떼는 일력과 같다면, ‘인생’은 하나로 이어진 두루마리 그림이나 한 편의 영화와 같기 때문일까.
일상.
이 단어는 겉모습만 보고 깜박 속아 넘어가기 쉽다.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나날. 도도한 표정으로 ‘이게 보통이에요.’라고 툭 한마디 던지고는 저만치 서 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하기 그지없어서 우리를 안심시키고 선뜻 몸을 내맡기도록 유인한다. 그러다 보니 마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거기에 함정이 숨어있다. 똑같이 반복되는 듯 보여도 그 이면에는 야금야금 뭔가가 진행되고 조금씩 쌓여간다.

필요한 무언가가 ‘없다’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듯 보여도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하고 안정감을 빼앗는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마음이 술렁이지 않았을까?
동시에 일상은 자질구레한 일들로 채워진다는 점에 놀라는 한편 무언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일상'이 흔들리기도 한다는 점에 두려움을 느꼈다.
따라서 일상을 유지하려면, 삶을 살아가려면 무언가 사라지기가 무섭게 빈자리를 메워야 하고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하나하나 채워 넣어야 한다.
아마도 사람은 온갖 자질구레한 일상을 통틀어 현실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절망’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고 짐작했다.

잿빛극장

온다 리쿠 (지은이), 김은하 (옮긴이) 지음
망고 펴냄

읽었어요
2022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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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아주 짤막한 신문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별로 사람들의 관심도 끌지 못할 것만 같은 삼면의 토막 기사. “중년의 여성 두 명이 함께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가족도 친척도 아닌데 같이 살았다는 그녀들. 자살 동기도, 아니 그들의 이름조차, 실려 있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 기사가 눈으로 뛰어들어온 것처럼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을까? 그리고 이후 20년이 넘도록 왜 하나의 가시처럼 줄곧 마음속에 걸려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 전업 작가가 된 ‘나’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의식의 밑바닥에 놓여 있던 그 ‘가시’를 빼내고자 한다. 그 두 여자의 일상을 다시 찾아보기로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려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들의 묘한 삶을 연극으로 혹은 영화로 옮기고도 싶다. 가장 어울릴 배우를 찾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는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잿빛 극장》은 그저 신문 기사 속 두 사람의 단선적인 ‘스토리’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시점, 그리고 서로 다른 세 개의 차원에서 이야기가 반복되고 교차하고 어우러진다. 가볍게 스쳐 가듯이, 그러나 왠지 강렬한 감동을 남기며, 무심하게 나아가는 이야기. 그러는 가운데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간의 심리가 세밀하고도 집요하게 파헤쳐지면서, 실재와 허구의 경계마저 아스라해진다. 제목처럼 ‘잿빛’인 어떤 지점이 다가온다. 그 잿빛 극장은 우리 인간의 일상인가? 어떻게 해야 그 잿빛에 색을,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잿빛 극장》은 온다 리쿠의 소설이건만, 그녀의 작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소설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그러므로 이 능청스럽고도 매력적인 작품은 독자에게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며, 예전과는 사뭇 다른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출판사 책 소개

“가족도, 친척도 아니다. 젊음의 방황과는 이미 작별한 중년의 여자들이다.
그런데 두 여자는 함께 살기로 한다. 그리고 어느 날 함께 죽기로 한다.
둘은 함께 강물에 몸을 던진다. 마치 햇빛 찬란한 봄날의 산책처럼.”


모든 것은 어느 지방 신문의 아주 짤막한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별로 사람들의 관심도 끌지 못할 것만 같은 삼면의 토막 기사.
“중년의 두 여자가 함께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잠시 눈길을 주었다가도 금세 잊어버릴 하찮은 신문 기사. 자살의 동기도, 아니 그들의 이름조차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 이야기가 그토록 무거운 충격으로 다가왔을까? 그리고 이후 20년이 넘도록 왜 하나의 가시처럼 줄곧 내 마음속에 걸려 있는 걸까? 마치 누군가는 반드시 해명해야 할 거대한 의문부호인 것처럼. 마치 언젠가는 꼭 이룩해야 할 일생일대의 미션인 것처럼.

하지만 지금, 전업 작가가 된 ‘나’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의식의 밑바닥에 놓여 있던 그 가시를 빼내고자 한다. 이십 년도 더 된 이 체증은 그만 내려가야 하니까. 그 두 여자의 일상을 다시 찾아보기로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려고 한다. 아니, 할 수만 있다면 그녀들의 묘한 삶을 연극으로 혹은 영화로 옮기고도 싶다. 가장 어울릴 배우를 찾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는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러 겹의 리앨리티가 교차하는 독특한 서사, 잊을 수 없는 여운!
인간의 원초적 상실감, 그리고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그리움!


그러나 《잿빛 극장》은 그저 신문 기사 속 두 여자에 관한 단선적인 ‘스토리텔링’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시점, 그리고 서로 다른 세 개의 차원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의 내면과 우리의 일상을 다시 반추하게 된다. 가볍게 스쳐 가듯이, 그러나 뜻밖에도 강렬한 감동을 남기며, 무심하게 나아가는 이야기. 그러는 가운데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간의 심리가 세밀하고도 집요하게 파헤쳐지면서, 실재와 허구의 경계마저 아스라해진다. 소설의 제목처럼 ‘잿빛’인 어떤 지점이 다가온다. 그렇다면 이 잿빛 극장은 결국 우리 인간의 일상인가? 어떻게 해야만 그 잿빛에 색을,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그것은 누가 할 수 있는 일일까?

《잿빛 극장》은 온다 리쿠의 소설이건만, 조금도 그녀의 작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소설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그러므로 이 능청스럽고도 매력적인 작품은 독자에게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며, 예전과는 사뭇 다른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순간, 독자들은 불현듯 깨달을 것이다, 지금까지 온다 리쿠의 조곤조곤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일상의 놀라운 의미를 반추했음을. 그리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얼마나 희미할 수 있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음을.

“나는 그 두 사람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확실히 그 두 사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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