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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인 책
출간일
2021.9.13
페이지
274쪽
상세 정보
이토록 눈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계절이라니! 일본 유명 작가 39명의 계절감상기.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살면 계절 변화에 민감하다.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라면 오죽할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일본 작가들은 하나같이 글 잘 쓰기로 너무나도 유명한 대문호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느끼는 계절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여 문학으로 탄생한다.
가을은 교활한 악마라고 하는 다자이 오사무, 누군가 버린 피아노에 밤 한 톨 떨어지는 소리에 가을을 느끼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 39명의 작가가 써 내려간 계절 감상으로 꾸몄다. 일본 근대문학에서 ‘마감’이라는 주제로 글을 골라 엮은 『작가의 마감』에 이은 ‘작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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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eonbal
작가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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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눈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계절이라니! 일본 유명 작가 39명의 계절감상기.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살면 계절 변화에 민감하다.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라면 오죽할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일본 작가들은 하나같이 글 잘 쓰기로 너무나도 유명한 대문호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느끼는 계절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여 문학으로 탄생한다.
가을은 교활한 악마라고 하는 다자이 오사무, 누군가 버린 피아노에 밤 한 톨 떨어지는 소리에 가을을 느끼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 39명의 작가가 써 내려간 계절 감상으로 꾸몄다. 일본 근대문학에서 ‘마감’이라는 주제로 글을 골라 엮은 『작가의 마감』에 이은 ‘작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출판사 책 소개
인간이라는 각성, 여성이라는 자각!
한국에 첫선을 보이는 일본 근대 여성작가 작품 18편
근대는 인간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개인이란 무엇인지, 인류는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깨닫게 해준 시기다. 특히 여성에게는 ‘여성’이라는 자각을 일깨운 시기이기도 하다.
여성의 슬픔과 자아를 표현한 하시모토 다카코, 불교 사상가로도 활동한 오카모토 가노코, 베스트셀러 인세를 여비로 유럽여행을 떠난 하야시 후미코, 남녀평등 교육에 앞장선 요사노 아키코, 일본공산당에서 활동한 기무라 요시코, 동화작가이자 번역가로 활약한 무라야마 가즈코, 프롤레타리아 작가로서 사회를 바라본 미야모토 유리코 등 한국 독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근대 여성작가의 시와 글 18편을 찾아 실었다.
모기장, 부채, 차, 발, 달…… 작가의 계절은 모든 사물에 있다
당신이 읽은 것이 당신의 문장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운 문장을 찾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 아름다운 문장을 창작하는 작가에게 계절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살면서 가장 가까이 정서적인 소재의 원천이다. 벌레를 쫓는 부채질에서, 베개 가까이 머리카락에 닿는 모기장 감촉에서, 단호박조림에 파묻힌 새알심에서 작가들만의 고유한 문장이 뿜어 나온다. 계절이란 게 몇월 며칠부터 바뀐다고 정해진 건 아니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꽃향기, 바람 내음, 낙엽, 눈 등 자연 변화를 남달리 빨리 느끼며 마음속 어딘가에 차곡차곡 간직했다 글로 풀어낸다.
다자이 오사무에게 가을은 교활한 악마
다자이 오사무는 평소 단어별 공책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의 가을편 노트를 보자. 가을은 여름이 타고 남은 것,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롱, 숨 막히는 가을의 코스모스, 버려진 바다, 여름 사이 모든 단장을 마치고 코웃음을 치며 웅크리고 있는 가을! 너는 교활한 악마다. 간토대지진이 있던 때도 가을이었다. 온통 불타버린 들판에 얼이 나간 채 쭈그려 앉아 있는 비참한 여인에게 다자이 오사무는 정욕마저 무시무시하게 일었다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에게 비참과 정욕은 서로 등을 맞대고 존재한다. 『인간 실격』을 완성한 뒤 투신자살한 소설가다운 이 느낌은 뭘까.
모리 오가이에게 겨울은 저항의 상징
1월이 되자 초록색 실 같은 어린잎이 무리 지어 돋아났다. 물도 안 주고 팽개쳐뒀건만 활기 넘치는 싱싱한 이파리가 무성했다. 식물이 움트는 힘은 깜짝 놀랄 만큼 강하다. 온갖 저항을 이겨내고 싹이 터서 자라난다. 꽃집 노인이 말한 것처럼 틀림없이 알뿌리도 점점 늘어나리라. 유리창 밖에는 서리와 눈을 헤치고 복수초가 노란 꽃을 피웠다. 히아신스와 패모도 화단 흙을 가르고 이파리가 나기 시작했다. 서재 안에는 사프란 화분이 변함없이 푸르디푸르다.
미야모토 유리코에게 봄은 상쾌한 남자아이
5월은 상쾌한 남자아이. 팔팔한 어린 몸이 벌거벗은 채 머리카락을 깃발처럼 바람에 휘날리고 초록빛 잔가지를 휘두르며 달려간다. 생기가 충만하고 맑은 감각이 빛난다. 5월은 가까운 골목길에도 있다. 집 담장을 따라 오른쪽으로 한 번, 또 한 번 돌면 수줍은 5월 보물이 사람 눈을 피해 가로놓여 있다. 오른쪽도 산울타리, 왼쪽도 산울타리, 고작 폭이 90센티미터쯤 되는 샛길이 이어지는데 5월이면 그 작은 길은 초록 왕국이 된다. 높은 곳에는 떡갈나무며 홍가시나무의 어린잎, 벚나무며 단풍나무가 우거지고 땅바닥에는 황매화나 들장미가 무리 지어 자라며 초록색 변주곡을 연주한다. 거기에 덥수룩한 줄기를 하늘에서 비스듬히 기울인 후기인상파 그림 같은 버드나무가 풍성한 잎사귀를 늘어뜨린다.
하야시 후미코에게 여름은 시원한 은신처
‘시원한 은신처’라는 멋진 말이 좋아서 수없이 읊조렸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이처럼 아름답고 의미가 넓은 말은 일찍이 어떤 시인의 작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주 얄미울 정도로 근사한 문장이다.
나는 대개 이슥한 밤에 일을 하는데, 가족이 모두 잠들어 고요한 집 한구석에서 펜 소리만이 들려오면 어쩐지 쓸쓸해진다. 너무 노인 같다는 생각도 든다. 손에 잉크 얼룩이 지면 이상하리만치 조바심이 나서 더는 글이 써지지 않을 때도 있다. 한여름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한여름 밤에 켜진 등불은 매우 서정적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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