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은이) 지음 | 나무옆의자 펴냄

불편한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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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4.20

페이지

268쪽

이럴 때 추천!

답답할 때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상세 정보

<망원동 브라더스>의 작가 김호연의 '동네이야기' 시즌 2.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의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듯 이번에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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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HaKo

@lehako

2022년을 보내며 읽은 소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리워질 즈음, 가슴 따뜻해지는 드라마 같은 소설 덕분에 따뜻한 연말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느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중요성.

우리 곁에 있는 편의점에서의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마음에 와서 닿아 스며드는 작가의 글귀들.

***

편의점 야외 테이블은 확실히 동네의 쉼터이자 작은 여유가 있는 곳이다. 그녀가 수차례 민원과 직원들의 불평에도 이곳을 없애지 않은 이유 였다.

"서운하고 서러워야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지. 나가서 다른 곳 가봐야 여기가 그립지. 그리워야 고마움도 더해지고, 안 그러냐?"
"벌써 고맙거든요!”

독고 씨는 그동안 짜몽이란 녀석을 챙겨줬겠지. 그러기에 저 불량한 녀석이 두말 않고 그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고......
선숙 역시 미간이 뻐근하긴 하지만 좀처럼 누굴 봐주는 적이 없는 자신에게 생긴 변화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한마디로 기분이 좋아졌다.

독고 씨가 이를 드러내며 웃고는 돌아서 편의점을 나섰다. 딸랑. 종이 울린 순간 선숙은 자동 반사처럼 삼각김밥 밑에 둘 편지의 내용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경만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본 사내는 헛웃음을 한 번 짓더니 계산대 바닥을 통통 두드렸다. 경만은 코트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사내에게 목례를 한 뒤 지갑을 열어 카드를 집어넣었다.
지갑 속에서 딸들이 원 플러스 원으로 웃고 있었다.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당신이 오랜 시간 궁리하고 고민해 왔다면, 그것에 대해 툭 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 만큼 생각의 덩어리를 키웠다면, 이제 할 일은 타자수가 되어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게 작가의 남은 본분이다.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 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독고. 노인은 자신을 독고라고 밝히며 기억해 달라고 했다. 젠장. 그는 독고가 이름인지 성인지 덧붙일 기력이 없었고 나 역시 물어볼 의욕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독고는 죽었고 나는 그를 기억하기 위해 독고가 되었다.

한마디로 사람 구실을 하게 됐고 냉동인간의 뇌처럼 얼어 있던 그곳에 열선이 깔리는 게 느껴졌다. 기억과 현실 사이에 놓인 빙벽이 녹아내리고 있었고, 서서히 빙하 속 매머드 같은 덩어리들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내 기억의 시체들.

힘이 남았을 때 서울역을 떠나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큰 강의 다리 한 곳에서 뛰어내리겠다 마음먹었다. 이 겨울 이곳에서 나는 그 뛰어 내릴 힘을 벌어보겠다 다짐을 했다.

내 가족의 해체, 내 인생의 불행, 아내와 딸을 잃어야 했던 것은 내 무심함과 오만함 때문이었다.

나는 마스크를 쓴 내 얼굴을 확인했다. 짧게 친 머리 아래 브이자 눈썹과 작은 눈이 마스크와 한 쌍인 듯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과거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스크로 가린 얼굴과 손소독제 의 알코올 향이, 라텍스 장갑의 익숙한 감촉과 자연스러운 느낌 이 과거의 나를 일깨워주고 있었다.
의사였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가족들에게 평생 모질게 굴었네. 너무 후회가 돼. 이제 만나 더라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 가족한테도... 손님 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손님에게라... 그렇군. 여기서 접객을 더 배워야겠네."

사실 딱 한 번 한강에 간 적이 있었다. 다리에 올라 몸을 던지려 했다. 실패했다. 사실 올겨울을 편의점에서 보내고 나면 마포대교 혹은 원효대교에서 뛰어내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3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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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재

@yebbi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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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4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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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영

@sola

📕24#22 불편한 편의점

2024.08.13~08.16
⏩️미스테리한 독고 씨와 사람 냄새나는 편의점

비정상적인 노숙자의 등장으로 이상함과 궁금증이 샘솟으며 이야기 속에 빠르게 빨려들어갔다. 교회를 다니는 염 사장님의 고고한 인품도 참 좋았고 그래서인지 독고 씨가 점점 사람 구실을 해가며 자신의 진솔함으로 주변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는 모습도 참 인간적이고 동시에 소설같기도 하다고 느꼈다. 그만큼 타인의 삶에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타인의 삶을 그냥 자신의 놀잇거리로 소비하는 현실에 그런 모습이 부럽고 어딘가 그립다고까지 느껴졌다.
독고 아저씨의 알콜성 치매라는 조건 때문인지 계속해서 그에게 몰입하게 됐는데, 곽 씨의 등장과 함께 아저씨가 점점 기억을 찾는 과정을 볼 때는 이빨에 힘을 주며 심장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대구에 가서 독고가 어떻게 되었는지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의 진솔하고 담백한 인품이 거기서도 잘 적응하며 살겠지라는 믿음을 주었다.
겉으로 비춰지는 모습이 중요한 나라서 실제로 독고 씨같은 사람을 만나면 가까이 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기에 묵직하고 허세 없는 모습이 계속해서 부럽고 닮고 싶다는 생각이다.

<원 플러스 원> 파트는 읽을 수록 눈물이 핑 돌았다. 나 역시 경만이 되었는지 아니면 우리 아빠가 되었는지 경만이 어꺠를 들썩이며 울 때 내 어깨도 들썩일 것만 같이 눈물이 차올랐다. 독고 씨의 두꺼운 목소리로 천천히 원 플러스 원 상품만 사 먹는다는 딸들 이야기를 들려줄 때 말이다. 눈치 주는 것 같았던 아내도, 아빠는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던 쌍둥이 딸들도 아빠를 생각하고 있었다ㅠㅠㅠㅠㅠㅠㅠ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빠들 역시 아줌마들처럼 수다를 떨고 싶고, 그들의 수고와 공로를 인정받고 싶다. 자신의 약하고 무너진 모습과 마음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딸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다... 어릴 땐 안 그랬는데,,, 지금의 이 관성을 깨는 것이 어렵고 불편하고 머쓱하다. 내 머릿속 나의 가족은 화목한 이미지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나이가 들수록 아빠의 삶의 고충과 무게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도, 상처로 다가오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아빠와 관계회복을 외면하게 만든다. 내 머릿속 이상으로 다가가고 싶지만, 용기가 없는 걸까. 나도 옆에서 이야기해줄 독고 아저씨가 있으면 좋겠다.

*시재점검: 팔았던 물품과 현금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편의점 업무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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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망원동 브라더스>의 작가 김호연의 '동네이야기' 시즌 2.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의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듯 이번에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출판사 책 소개

누적 판매 40만부 돌파, 2022년 가장 사랑받는 소설

★★★알라딘 소설 1위, 주요 서점 종합베스트 1위

★★★2021년 올해의 책,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누적 판매 40만부 돌파를 기념하여 벚꽃 에디션으로 새 단장 했습니다. 2021년 4월에 출간되어 전 연령층의 폭넓은 공감을 얻으며 소설 읽기 바람을 일으킨 『불편한 편의점』의 열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하고 먹먹했다” “눈가에 미소와 눈물이 떠나지 않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읽었다” “작은 친절과 소통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책”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준 책” 등의 독자 리뷰 하나하나가 책이 가진 힘을 말해줍니다. 청파동 골목 모퉁이의 작은 가게, 서울역 노숙인이었던 정체불명의 야간 알바가 지키는 곳,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봄날의 편의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번 벚꽃 에디션에는 알라딘 독자에게 전하는 김호연 작가의 친필 사인 메시지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 있다!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위로하는 편의점의 밤
정체불명의 알바로부터 시작된 웃음과 감동의 나비효과

『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의 ‘동네 이야기’ 시즌

원 플러스 원의 기쁨, 삼각김밥 모양의 슬픔, 만 원에 네 번의 폭소가 터지는 곳!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가온 조금 특별한 편의점 이야기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망원동 브라더스』로 데뷔한 후 일상적 현실을 위트 있게 그린 경쾌한 작품과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스릴러 장르를 오가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올린 작가 김호연. 그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의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듯 이번에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점입가경으로 형상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작품답게 이 소설에서도 독특한 개성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서로 티격태격하며 별난 관계를 형성해간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매사에 교사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를 필두로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 50대 생계형 알바 오 여사,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세트로 혼술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 들어온 30대 희곡작가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곽이 그들이다. 제각기 녹록지 않은 인생의 무게와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독고를 관찰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대립, 충돌과 반전, 이해와 공감은 자주 폭소를 자아내고 어느 순간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게 한다. 그렇게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가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청파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 ALWAYS.
어느 날 서울역에서 살던 사내가 야간 알바로 들어오면서
편의점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기피하고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인물의 변신과 반전, 아이러니한 상황 전개는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염 여사의 편의점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지만 주변에 편의점이 하나둘 생기면서 경쟁에서 밀리자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 봉착한다. 그러다 보니 동네 사람들에게 ‘불편한 편의점’으로 인식되는데, 이런 와중에 얼마 전까지 노숙자였던 ‘미련 곰탱이’ 같은 사내에게 야간 시간대를 맡긴다니 기존 직원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그런데 걱정도 잠시, 그가 들어온 후 편의점에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그는 물건을 슬쩍한 뒤 튀려는 불량학생이나 한밤중의 취객을 제법 잘 다루고, 일명 제이에스라 불리는 진상 손님까지 두 손 들고 나가 떨어지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은 비싸다며 오지 않던 동네 노인들마저 독고의 싹싹한 태도에 마실 나오듯 편의점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오전 매출이 쑥 올라간다.
독고가 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동료들에게도 전해진다. 편의점 알바를 하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시현은 신참 독고에게 매장 업무 교육을 해주다 그가 불쑥 건넨 말 한마디에 자신의 숨은 재능을 발견한다. 얼마 후 그녀는 다른 편의점에 스카우트된다. 아들과의 관계 단절로 속을 태우는 오 여사는 자신의 하소연을 귀담아 들어주고 아들과 소통할 방법을 넌지시 알려주는 독고에게 큰 감명을 받는다. 그런가 하면 어떤 손님은 독고의 눈빛과 접객 태도에서 영락없는 사장의 풍모를 추리해내기도 한다. 집과 회사 양쪽에서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는 세일즈맨 경만은 퇴근길 편의점에서 하는 혼술이 유일한 낙인데, 어느 날부터 편의점의 밤을 장악한 사내를 사장이라 지레짐작하여 못마땅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그 역시 독고의 순수한 호의 앞에서 얼어붙은 마음이 스르르 풀어지고 만다.
독고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염 여사로 하여금 독고를 쫓아내고 편의점을 팔게 하려던 민식은 그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엄마와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고, 민식의 사주로 독고의 뒷조사를 하던 곽 씨는 오히려 타깃인 독고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만다. 지친 상태로 대학로를 떠나와 마지막 글쓰기에 매달리는 희곡작가 인경은 서울역 홈리스였던 이상한 알바와 매일 밤 취재차 대화를 나누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되찾는다. 어쩌면 이곳 편의점에서는 손님이든 직원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과 영감을 주는 존재들인지 모른다. 애초에 염 여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독고가 이를 받아들인 것도 살기 위한 마지막 본능에 가까웠고, 염 여사 역시 덕분에 편의점의 밤을 맡길 든든한 인재를 얻었으니 그들은 서로를 지켜낸 셈이다.

삶은 관계이자 소통,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


소설은 일곱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편의점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독고의 모습을 비춘다. 그리고 마지막은 독고의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편의점 일에 숙달될수록 독고는 기억을 조금씩 되찾는다.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알코올로 굳어진 뇌가 활성화되면서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어쩌다가 모든 것을 잃고 술에 빠져 살다가 기억마저 잃어버리고 노숙인이 되었을까. 분명한 것은 그가 편의점에서 두 계절을 보내면서 다시 살아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가 기억을 거의 회복할 무렵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와 함께 독고에게도 결단의 시간이 찾아온다.
불편한데도 자꾸 끌리는 이상한 편의점 이야기는 코로나로 인해 여전히 불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침맞게 도착해 유쾌한 웃음과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삶은 관계이자 소통이며, 행복은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는 한결같은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될 것이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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