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어요

박서원 지음 | 최측의농간 펴냄

아무도 없어요 (박서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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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5.31

페이지

104쪽

상세 정보

박서원 시인의 작품집들을 복간하기 위하여 오랜 시간 천착해왔던 최측의농간에서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아무도 없어요>(열음사, 1990)를 개정 복간한다. 박서원 시집 <아무도 없어요>는 동일한 편집 원칙과 디자인 아래 선보이게 될 최측의농간 시집선의 제1권이기도 하다. 이번 출간을 기점으로 최측의농간에서는, 절판된 시집들로부터 신간 시집들까지를 아우르는, 최측의농간 시집선을 선보인다.

<아무도 없어요>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시인의 후기 시집들에 비해 그 실물마저도 확인하기 어려웠던 시집이다. 이 시집을 통해 우리는 죽음충동과 삶에의 의지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 하는 박서원 시인의 젊은 날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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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ana

@01u3eawdl3ju

이파리 한 조각도 무거워 항상 헐렁한 걸 원했지 누구나가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지만 난 그게 왜 그리 어려웠을까. 박서원.

아무도 없어요

박서원 지음
최측의농간 펴냄

읽었어요
2019년 5월 27일
1
장민서님의 프로필 이미지

장민서

@jangminseo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아픈 사람에게, 아프고 싶은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위로하고 싶어지고 기대고 싶어진다고
그저 권하고만 싶어요.

그래도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거.

아무도 없어요

박서원 지음
최측의농간 펴냄

읽었어요
2019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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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박서원 시인의 작품집들을 복간하기 위하여 오랜 시간 천착해왔던 최측의농간에서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아무도 없어요>(열음사, 1990)를 개정 복간한다. 박서원 시집 <아무도 없어요>는 동일한 편집 원칙과 디자인 아래 선보이게 될 최측의농간 시집선의 제1권이기도 하다. 이번 출간을 기점으로 최측의농간에서는, 절판된 시집들로부터 신간 시집들까지를 아우르는, 최측의농간 시집선을 선보인다.

<아무도 없어요>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시인의 후기 시집들에 비해 그 실물마저도 확인하기 어려웠던 시집이다. 이 시집을 통해 우리는 죽음충동과 삶에의 의지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 하는 박서원 시인의 젊은 날을 엿볼 수 있다.

출판사 책 소개

박서원 시인의 작품집들을 복간하기 위하여 오랜 시간 천착해왔던 최측의농간에서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아무도 없어요』(열음사, 1990)를 개정 복간한다.
박서원 시집 『아무도 없어요』는 동일한 편집 원칙과 디자인 아래 선보이게 될 최측의농간 시집선의 제1권이기도 하다. 이번 출간을 기점으로 최측의농간에서는, 절판된 시집들로부터 신간 시집들까지를 아우르는, 최측의농간 시집선을 선보인다.
지난 봄, 극적으로 시인의 유족(어머니)과 인연을 맺은 최측의농간은 시인을 둘러싼 수많은 소문들이 근거 없는 낭설이었음을 확인하였으며 2012년 5월 10일이라는 시인의 정확한 타계일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최측의농간에서는 유족과의 긴밀한 협의 아래 오는 겨울, 박서원 시인의 시전집 또한 출간할 예정이다.
『아무도 없어요』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시인의 후기 시집들에 비해 그 실물마저도 확인하기 어려웠던 시집이다. 이 시집을 통해 우리는 죽음충동과 삶에의 의지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 하는 박서원 시인의 젊은 날을 엿볼 수 있다. 후대의 시인들에게, 특히 여성 시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시인의 첫 시집이라는 점에서 젊은 시인들이나 독자들 모두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가장 아프게 될 순간의 예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잘게 씹던 상념들
박서원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아무도 없어요』


최측의농간 시집선 001
박서원, 『아무도 없어요』
2017, 최측의농간

내일은 어찌하나
잘게 씹히는 상념들

낮 동안 쏟아지던
햇빛의 알맹이들
주머니에 채워두었다가
밤이 되면
책상 위에 풀어놓고
불꽃놀이나 붙여볼까
행여나 하며 살을 태우던
나날들

이제는 좀 편안해져야겠다
「소망」 부분.

시인, 박서원

2016년 여름, 별다른 출처도 없이 박서원 시인이 타계했다는 소문이 세간에 떠돌았다. 정확히 확인된 사실이 없는 상황에서 몇 몇 문인들과 독자들은 애도를 표하기도 했지만, 여름이 지나, 겨울이 깊어지도록 소문은 끝내 ‘소식’이 되지 않았다. 시인의 정확한 소식을 아는 이가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서원 시인의 작품집들을 복간하기 위하여 오랜 시간 천착해왔던 최측의농간 또한 시인의 삶과 죽음에 관한 확실한 정황을 확인할 길은 없었다. 어떠한 단서로도 박서원 시인의 소식을 파악할 길이 없어 지지부진하기를 여러 달. 떠돌던 소문들마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어가던 나날이었다.
시인의 작품집을 복간하기 위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하였지만 시인을 찾는 일은 더 이상 우리에게 단순한 ‘확인’의 과정이 아닌 ‘예(禮)의 행로’가 되어갔다. 그녀의 시에 찬탄하며, 깊이 기억하고 있노라고 단언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세속의 한 가운데에서, 아무도 그녀의 소식을 모른다는 것. 그러므로, 찾을 수 없다면, 근거 없는 소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어딘가에서라도 잘 살고 계시고 있기를, 바란 시간들도 적지 않다.
확인할 수 있는 실낱같은 정보를 통해 이어졌던 기적 같은 사건들, 간절한 우연들. 선물처럼 찾아왔던 인연들. 포기할 수 없었던 우리가 마침내 극적으로 시인의 유족(어머니)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봄 무렵이다.
2012년 5월 10일이라는 시인의 정확한 기일을 알기 위하여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인의 어머니께서는 시인의 타계 이후, 시인의 소식과 관련하여 연락해온 사람들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씀하셨다. 찾는 일의 지난함은 어머니의 그 한마디로부터 이미 모두 납득되었다. 아무도 연락해오는 이가 없는데 어떠한 인연도 연고도 없던 우리가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에게까지 연락해온 것을 두고, 어머니께서는 놀라움과 함께 고마움을 전해주셨다.
어머니로부터 우리는 시인의 타계 소식과 더불어 따님이자, 시인, 친구이기도 했던 박서원 시인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해 들었다. 덕분에 우리는 시인을 둘러싼 수많은 소문들이 근거 없는 낭설이었음을 확인하였으며 우리 말고는 아무도 시인의 근황을 끈질기게 궁금해 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씁쓸하게 알았다.
지난 5월 8일, 우리는 시인이 모셔져 있는 수목장을 찾아 출간 소식을 전하고 예를 갖춰 망자의 넋을 기렸다. 최측의농간은 유족들의 따뜻한 배려 아래 박서원 시인의 시전집을 준비 중이다.

시집 『아무도 없어요』

박서원 시인의 첫 시집 『아무도 없어요』는 그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시집이다. 시인의 다른 시집들, 예컨대 『난간 위의 고양이』, 『이 완벽한 세계』 등에 비하면 알려지기도 덜 알려졌거니와 첫 시집을 접해본 사람들을 만나기조차 어려워 실제로 출간 된 적 있는 시집이냐는 독자들의 하소연 또한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학대증」 연작을 통해 등단하여 1990년 첫 시집으로 『아무도 없어요』를 상재했다는 시인의 간략한 프로필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첫 시집이 어떤 형태로 어떤 작품들을 수록한 채 출간되었는지 확인할 길은 요원했다.
최측의농간이 시인의 첫 시집 『아무도 없어요』를 복간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바로 그러한 현실 상황이 큰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오는 겨울 출간을 목표로 작업 중인 시전집에 대한 소식을 전하려는 취지도 없지 않았지만 역시 박서원이라는 한 시인의 첫 시집을 좀더 널리 알리고 싶은 바람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이라면 누구나 첫 시집의 각별함을 간직할 수밖에 없음을, 새삼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시인, 끝없이 흔들리는 사람

30년 동안 키워온 꿈이
한 뼘의 비평으로 끝이 날 때
거리는 들끓고 있었어
들끓는 거리에
들끓는 심정으로 서 있는 나는
차라리 한 덩어리의 공포
나는 조용히 욕망을 죽여야 했어
견디겠다는 일념으로
내 키를 간직했지만
나는 끝없이 흔들리고 있었어
「그림자」 부분.

등단. 시인에게 그것은 기쁨이나 성취, 기대라기보다 끝없이 흔들려야 할 앞날의 구체적인 예감이었던 것일까? ‘시인’이라는 ‘직함’을 얻자마자 “조용히 욕망을 죽여야 했”다고 썼던 시인은 그러나, 이후에도 “들끓는 거리”를 오래 배회하였다. “들끓는 심정으로” “들끓는 거리”를 배회하며 “한 덩어리의 공포”가 되어갔던 시인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로부터 차츰 고립되어 갔다.

내가 아무리 아파서 발버둥 쳐도 동생은 신나에 뿌려진 불덩이처럼 미쳐 날뛰는 “쇼”라고 말하고 동네에서는 망나니라고 혀들을 차거든.
그들의 말이 사실일지도 몰라. 태양과도 같은 판토마임을 향해서 속력을 내는 건지도.
한 번도 내 자신을 속이지 못하는 것. 이 천형을 미치광이라니.
“쇼”라니.
「판토마임」 부분.

진정으로 들어주는 이 없는 외침이, 그녀를 아프게 했던 것 같다. 자신의 아픔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만큼 주변인들에게는 “쇼”하는 “망나니”가 되어갈 뿐이었던 사람, 박서원은 스스로 시인으로서의 운명을 “천형(天刑)”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애비 없는 아이를 낳고 싶”다고 말하는 시인을 통해 우리는 끝없이 흔들리는 일을 외면하거나 도피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각오를, 이후에 펼쳐질 불온하고 찬란한 박서원 시세계의 출현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빨을 갈며 불온한 서적을 태우고 바로 당신이었던 육체에 세계를 심겠어 아이를 낳겠어 술을 마시면 더욱 맑아지는 정신으로 나만의 몫이었던 죄와 폭발만 살찌는 불바다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애비 없는 아이 하나 낳겠어
…(중략)…
저녁 정거장에 쭈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껌을 씹던 나의 그리운 형제 곱지 않은 피부, 등에 짐을 지고 떠나는 사람들 두고두고
살 껍질을 벗기고 뼈를 갈구며
병든 밭을 일구는
커다랗게 커다랗게 탄생하는 붉은 혀의 아이를
「엄마, 애비 없는 아이를 낳고 싶어」 부분.

썩어야 한다는 결심

한번 입원하면
그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여긴
물론 당신의 꿈이나 여행을
팔지는 않지만
신선한 병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병원 1」 부분.

신선한 병을 가득 안고, 시인은 시집이라는 병원에서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왜 시집을 읽는 것일까? 비평가 허윤진이 이청준의 소설을 비평하며 썼던, “우리는 아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것을 만나기 위해서,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모르기 위해서 소설을 읽는다.”는 문장은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한 적확한 언명이지만, ‘소설’의 자리에 ‘시’를 대체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시집을 앞에 둔 독자들에게 시인은, 썩었다거나 썩고 있다는 불안이 아니라 “당신의 정신이/썩어야 한다는/결심이 서면” 오라고 했다.

당신의 정신이
썩어야 한다는
결심이 서면
여기로 오십시오
「병원 2」 부분.

시집 앞에 선 독자들이여, 시인 박서원은 시를 읽는 일이, 우리의 정신이 썩어야 한다는 결심을 실행하는 것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모르는 것을 만나기 위해서’,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모르기 위해서’, 열병을 앓거나 부단한 나음을 입기 위해서, 그러므로 쉼 없이 썩기 위해서, 우리는 시집이라는 이름의 병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가장 아프게 될 순간을 예비하는, 시집

그 병원 안에, 분열을 숨기지 않는 의사, 그 스스로 환자이기도 한 시인 박서원의 고백들이 있다. ‘고백’이라는 형식 혹은 개념이 주체의 모순을 정당화하기 위해 고안, 발명된 것이라는, 이제는 전혀 새롭지 않게 된 누군가의 통찰은 그러나 고백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백이라는 이름으로 표상되는 어떤 의지는 그러므로 ‘전략’이 될 수 있다. 박서원 시인이 첫 시집에서 보여주고 있는 고백 투의 성긴 구절들은 시적 미숙함의 드러남이라기보다는 ‘천형’으로 인식한 스스로의 운명을 끌어안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몸부림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첫 시집을 통해 박서원 시인은, 앞으로 더 날카롭게 말하기 위하여 혀와 입술의 근육을 잘근잘근 풀고 있었던 것 같다.

난 태양을 찬미할 수 없게 되었지 건강을 집요히 추적했지만 12시간을 자야 정상인 나에게 세상은 무리였어 이파리 한 조각도 무거워 항상 헐렁한 걸 원했지 누구나가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지만 난 그게 왜 그리 어려웠을까
「실패」 부분.

선취되었던 예감들이, 시인이 가장 아프게 될 순간을 예비하는, 불안하고 고독한 형상을 한 예감들이 있었다. 시집 『아무도 없어요』를 통해 독자들은 시인의 그 예감들이 조금씩, 의문이나 절망, 불안과 실패라는 황폐한 전망을 품고 뻗어나갈 수밖에 없었음을, 이제야 겨우 짐작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무도 없어요, 2017.

2012년 5월 10일. 그로부터 5년이 지나도록 시인의 정확한 사망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시인의 어머니는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시인의 소식을 물어오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시인으로 살다 아프게 떠난 사람의 시들을 편편히 수습하여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하는 일. 그 복잡할 것 없어 보이는 작업이, 너무 오래 걸렸다. 최측의농간에서는 시집 『아무도 없어요』의 복간을 분기 삼아 사라져간 시집들과 도래하지 않은 시집들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하고자 한다. 여기, 우리가 너무 늦게 기억하게 된, 한 권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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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A23면top)
* 채널예스 (김소연의 내향적 삶을 옹호함-지금 내 머리맡의 시집 한 권)
* 채널예스 (유계영의 빌려온 시-누군가 있어요)
* 연합뉴스
* 오마이뉴스
*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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