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지음 | 사계절 펴냄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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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4.30

페이지

263쪽

상세 정보

사계절 1318 문고 시리즈 91권.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가 1906년에 발표한 자전적 성장소설이자 비판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품은 채 신경쇠약, 자살 시도 등으로 얼룩진 혼돈의 청소년기를 보낸 헤세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재능이 뛰어나지만 예민한 성격으로 두통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한스 기벤라트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반항적 시인 소년 헤르만 하일너는 헤세 자신의 모습이다.

한스 기벤라트는 슈바르츠발트라는 작은 소도시에서 손꼽히는 수재로, 국가가 각 주(州) 의 수재들을 선발하는 ‘헤카톰베’에 내보내기로 한 유일한 소년이다. 한스는 낚시를 좋아하고, 3년이나 토끼를 길렀지만 시험을 준비하느라 이 모든 즐거움을 포기해야 했다. 유일한 학교 친구 아우구스트와 물레바퀴를 만들고 토끼집을 만들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잊고 공부에 매진해야 했다.

한스는 매일 오후 4시까지 정규 수업을 받고, 교장선생에게 따로 그리스어 수업을 받고, 저녁 6시에는 도시의 주임목사와 라틴어와 종교 과목을 복습하고, 일주일에 두 번은 한 시간씩 수학선생에게 개인 과외를 받았다. 한스는 시험 보기 전에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면서, 주의 수도 슈투트가르트에서 시험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서는 시험을 망쳤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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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겪고 있거나, 복잡한 고민에 얽혀있는 청소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세요. 약간 암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공감이 되더라고요. 어느새 주인공에 나 자신을 투영해서 읽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될 거에요. 어... 그리고 멋진 말들이 정말 많이 나와요. 핸드폰으로 살짝 찍어놓았다가 가끔씩 꺼내서 되새기면 참 좋더라고요.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지음
사계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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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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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사계절 1318 문고 시리즈 91권.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가 1906년에 발표한 자전적 성장소설이자 비판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품은 채 신경쇠약, 자살 시도 등으로 얼룩진 혼돈의 청소년기를 보낸 헤세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재능이 뛰어나지만 예민한 성격으로 두통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한스 기벤라트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반항적 시인 소년 헤르만 하일너는 헤세 자신의 모습이다.

한스 기벤라트는 슈바르츠발트라는 작은 소도시에서 손꼽히는 수재로, 국가가 각 주(州) 의 수재들을 선발하는 ‘헤카톰베’에 내보내기로 한 유일한 소년이다. 한스는 낚시를 좋아하고, 3년이나 토끼를 길렀지만 시험을 준비하느라 이 모든 즐거움을 포기해야 했다. 유일한 학교 친구 아우구스트와 물레바퀴를 만들고 토끼집을 만들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잊고 공부에 매진해야 했다.

한스는 매일 오후 4시까지 정규 수업을 받고, 교장선생에게 따로 그리스어 수업을 받고, 저녁 6시에는 도시의 주임목사와 라틴어와 종교 과목을 복습하고, 일주일에 두 번은 한 시간씩 수학선생에게 개인 과외를 받았다. 한스는 시험 보기 전에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면서, 주의 수도 슈투트가르트에서 시험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서는 시험을 망쳤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데….

출판사 책 소개

헤르만 헤세가 그려낸 한스 기벤라트는 백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 많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는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가 1906년에 발표한 자전적 성장소설이자 비판소설이다. 엄격한 신학자 집안에서 자란 헤세는 1891년 열네 살의 나이로 명문 개신교 신학교이자 수도원인 마울브론에 진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1년 만에 뛰쳐나오고 만다. 이 작품에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품은 채 신경쇠약, 자살 시도 등으로 얼룩진 혼돈의 청소년기를 보낸 헤세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재능이 뛰어나지만 예민한 성격으로 두통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한스 기벤라트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반항적 시인 소년 헤르만 하일너는 헤세 자신의 모습이다. 인간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의지를 짓밟는 교육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 소설은 19세기 말 독일의 교육현실 아래 쓰였지만, 백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에서는 현재진행형이다.
한스 기벤라트는 슈바르츠발트라는 작은 소도시에서 손꼽히는 수재로, 국가가 각 주(州) 의 수재들을 선발하는 ‘헤카톰베’(고대 그리스 시대에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는 소 백 마리를 가리키는 말로, 수많은 희생자가 나올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라는 뜻)에 내보내기로 한 유일한 소년이다. 한스는 낚시를 좋아하고, 3년이나 토끼를 길렀지만 시험을 준비하느라 이 모든 즐거움을 포기해야 했다. 유일한 학교 친구 아우구스트와 물레바퀴를 만들고 토끼집을 만들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잊고 공부에 매진해야 했다. 한스는 매일 오후 4시까지 정규 수업을 받고, 교장선생에게 따로 그리스어 수업을 받고, 저녁 6시에는 도시의 주임목사와 라틴어와 종교 과목을 복습하고, 일주일에 두 번은 한 시간씩 수학선생에게 개인 과외를 받았다.
한스는 시험 보기 전에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면서, 주의 수도 슈투트가르트에서 시험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서는 시험을 망쳤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한스는 반 시간 동안 창턱에 앉아 방금 청소한 복도 바닥을 멍하니 내려다보며, 이제 정말 신학교나 김나지움, 대학 중 한 군데도 가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았다. 치즈 가게나 아무 사무실에서 수습생으로 일하게 될까? 그리되면 자기가 평소에 그렇게 경멸하고 무조건 벗어나려고 했던 평범한 인간들처럼 평생 한심하게 살게 되겠지? 순간, 귀엽고 영리해 보이는 소년의 얼굴이 분노와 고통으로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한스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침을 퉤 뱉더니, 라틴어 작품 선집을 집어 들어 힘껏 벽에 내동댕이쳤다. 그러고는 쏟아지는 빗속으로 뛰쳐나갔다. -41쪽

누가 소년의 수레에 계속 짐을 싣는가
한스의 아버지 요제프 기벤라트는 관료를 만나면 앞에서는 굽실대고 뒤에서는 쥐뿔도 없는 가난뱅이라고 욕하면서도 자식만큼은 대학을 마친 뒤 관료를 시키려는 소망을 가진 이 도시의 평범한 가장이다. 어머니는 병을 앓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났고, 섬세하고 진지한 눈빛과 영리한 머리를 가진 소년 한스는 아버지와 무뚝뚝하고 전통적인 가족관계만 이어나갈 뿐이다.
주 시험이 끝나고 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한 며칠을 보낸 한스는 주 시험에 2등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소년 한스는 이제 방학 내내 그토록 좋아하던 낚시에 몰두할 생각으로 낚싯대를 만들며 즐거워한다. 그러나 아무 걱정 없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 잃어버린 시절을 두 배로 보상받고 싶은 한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처럼 마음껏 놀기로 한 방학은 신학교 준비를 위한 공부로 하나둘 채워진다. 목사에게서는 성경 공부를 그리스어로 하자는 제안을 받고, 교장선생과는 호메로스를 공부하기로 하고, 수학선생에게서 수학 과외를 받기로 한다.

신학교에 진학해서도 다른 학우들을 앞서려면 지금보다 더 큰 야심과 끈기로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스는 꼭 남들보다 앞서고 싶었다. 물론 왜 그래야 하는지는 자신도 잘 몰랐다. 한스가 주변의 주목을 받은 것은 3년 전부터였다. 이후 교사들과 목사, 아버지, 특히 교장선생까지 끊임없는 격려와 자극으로 숨 쉴 새도 없이 한스를 몰아붙였다. 한스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부동의 1등 자리를 지켰다. 그와 함께 서서히 꼭대기에 있는 것을 즐겼고, 누군가에게 추월당하는 것을 참지 못할 만큼 자부심이 강해졌다. 이제는 쓸데없이 주 시험을 걱정했던 일조차 옛이야기가 되었다. -62쪽

한스는 방학마저도 온갖 공부에 저당 잡혀 그토록 하고 싶어 하던 낚시에도 흥미를 잃고 또다시 두통에 시달린다. 유일하게 이 소년을 걱정하는 사람은 구두 기능장 플라이크 씨뿐이다. 팔다리가 가늘고 몹시 야윈 한스에게 플라이크 아저씨는 방학인데 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건 죄악이라며, 바깥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충분히 쉬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그는 지나친 경건주의자로 한스에게 다른 영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목사가 되라며 역시나 한스에게 부담만 안긴다.

한스와 하일너, 그리고 교육이라는 이상한 괴물
마울브론 신학교에서 한스는 여러 유형의 소년들을 만난다. 대학교수의 아들 오토 하르트너, 마을 이장 아들 카를 하멜,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헤르만 하일너, 교활한 구두쇠이자 자기만 아는 에밀 루키우스. 한스는 어머니 없이 엄하게 커서 애정을 표현하는 데 서투른 데다, 격정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어린애 같은 자부심에 남들보다 잘하려는 욕심까지 겹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공부에만 매진한다. 그러다 시인 소년 헤르만 하일너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자기와는 너무나 다른 이 소년에게 이끌린다. 꿈을 좇는 환상가이자 시인인 하일너는 눈만 뜨면 죽어라 공부밖에 모르는 신학교 소년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우린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마치 요리책처럼 읽고 있어. 한 시간에 두 구절을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되씹고 분석해. 구역질이 날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도 수업 시간이 끝나갈 즈음엔 항상 이렇게 말해. 이 작가가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했는지 이제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이로써 여러분은 창작의 비밀을 엿보았다! 근데 그런 말은 사실 우리가 불변화사나 부정과거형으로 질식해 죽지 않도록 양념을 친 것뿐이야! 나는 그런 식의 호메로스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대체 문법을 하나하나 따지고 분석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어? 그렇게 그리스 문법을 따지면서도 만약 우리 중의 하나가 그리스 식으로 살려고 하면 당장 내쳐 버릴걸! 그런데도 우리 방 이름이 헬라스라니 웃기지 않아? 이건 그리스에 대한 모독이야. 차라리 우리 방을 ‘휴지통’이나 ‘노예 감옥’이나 ‘불안의 관’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낫지 않겠어? 우리가 배우는 고전은 모두 사기야!”-104~105쪽

자기만의 생각과 말을 갖고 있고, 남들보다 자유롭고 열정적인 하일너와의 만남으로 한스의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한스는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것에 대해 하일너와 자기가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 알고 깜짝 놀란다. 이제껏 한 번도 건드려지지 않은 마음속 한구석에 숨겨져 있던 감성이 되살아나면서 한스는 혼란스럽다. 두통은 되찾아오고, 하일너에게 끌리는 마음만큼 공부에 뒤처질까봐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곧 사건 하나가 터졌다. 하일너가 동료 루키우스와 싸움이 붙어 학교로부터 감금형 처벌을 받은 것이다.
기숙사 교장선생에게 문제아로 낙인찍힌 하일너 곁에 이제 아무도 가지 않는다. 한스는 친구에 대한 도리와 이기심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이기심에 굴복하고 만다. 이로써 한스와 하일너는 서로에게서 멀어진다.
4년 동안의 신학교 생활을 무사히 마치면 그 앞에 어떤 길이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중간에 나가는 학생들도 있다. 힌딩거는 사고로 물에 빠져 죽는다. 2시에 오후 첫 수업이 시작되었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힌딩거를 두고 지각을 한다 생각한 선생은 4시가 되도록 강의실에 들어오지 않는 소년을 보고 그제서야 찾아 나선다. 뻣뻣하게 굳은 소년의 시신이 발견되고, 아이들은 그 뒤를 따르는데, 우연히 한스는 하일너와 나란히 걷게 된다. 한스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아픔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친구의 손을 잡지만, 하일너는 모욕을 당한 것처럼 손을 빼내고는 다른 자리로 간다.

이제야 분명히 깨달았다. 세상에는 결코 잊을 수 없고 아무리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죄악과 잘못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 한스는 저기 들것 위에 작은 재단사의 아들이 누워 있는 것이 아니라 하일너가 누워 한스의 배신에 대한 아픔과 분노를 저 멀리 다른 세상으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적이나 시험, 성공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양심의 순수함과 불결함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그런 세상으로 말이다. -131쪽

한스는 착한 힌딩거에 대한 애도나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갑작스레 깨어난 하일너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하일너를 찾아가 다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한스는 우정에 대한 애착과 행복감이 깊어질수록 학교생활에서 점점 멀어지고, 선생들은 모범생 한스가 문제아로 변해가고 하일너에게서 나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장선생은 한스를 불러 “여기서 지쳐 쓰러지면 인생의 수레바퀴 아래 깔리고”(143쪽) 만다며 공부에 다시 매진할 것을 당부한다. 그러면서 하일너를 가까이 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하지만 한스는 그 우정을 결코 손해나 방해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지금껏 자신이 놓쳤던 것들을 보상해주는 보물로 여긴다. 한스는 이제 모범생이나 미래의 1등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는 완전히 단절된 채 그들에게서 조롱받고 무시받는 존재가 된다. 게다가 두통에 신경쇠약에 시달려 학교로부터 의무적으로 산책을 나갈 것을 명령받는다.
하일너는 한스의 산책에 함께하면 안 된다는 학교 측의 명령에 강렬히 저항해 수도원을 무단이탈한다. 이는 또 한 번 학교에 파란을 일으키며 하일너는 불명예 퇴교 처분을 받고, 혼자 남은 한스는 학교에서 모두에게 외면 받는 존재가 된다.
이제 한스는 남들의 재촉에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지쳐 쓰러진 어린 말처럼 더는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힌딩거는 사고로, 하일너는 자신의 의지로 신학교를 떠났지만, 한스는 더는 방치할 수 없는 극도의 신경쇠약 증세로 학교에서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실패자로 돌아온 한스를 위로하거나 염려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버지 기벤라트조차 자기 집안에서 신경병 환자가 나올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실망과 분노를 숨기려고만 할 뿐이다.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한스는 자연스레 죽음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빼앗기고 유린당한 어린 시절을 비현실적으로 다시 경험한다.

나무 꼭대기를 자르면 뿌리 근처에서 다시 새싹이 돋아나듯 한창 꽃필 나이에 병들고 시들어 버린 한 영혼도 이제 처음의 그 봄날 같은 시간과 예감으로 충만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때가 많았다. 마치 거기서 새 희망을 찾고, 끊어진 삶의 끈을 다시 이을 수 있을 것처럼. 그러나 뿌리 근처에서 돋아난 싹은 아무리 허겁지겁 튼실하게 자라난다 해도 가짜 삶에 지나지 않기에 다시 올바른 나무로 자랄 수는 없는 법이다.―182쪽

수도원에서 돌아온 지 일 년이 지난 가을, 온 동네가 축제 분위기가 되는 과즙 짜는 시기가 돌아왔다. 한스는 어린 시절 마음속으로 좋아했던 소녀 엠마를 만나면서 달콤하면서도 야릇한 감정을 느낀다. 자살할 궁리만 하던 한스에게 엠마는 삶의 빛이 되어주는 듯하다.
마침 한스는 아버지로부터 기계공 수습생으로 들어가 기술을 배워보라는 제안을 받고, 이제는 어엿한 기계 수습공이 된 친구 아우구스트를 찾아간다. 아우구스트는 자기 일에 자긍심을 갖고 있고, 한스에게도 진심 어린 충고와 위로를 해준다. 아우구스트와 같은 작업장에서 신입 수습공으로 일하게 된 한스는 결국 기계공이 되려고 그렇게 공부했냐는 주변의 야유와 엠마에 대한 그리움과 분노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일요일에 아우구스트와 다른 수습공들과 어울리면서 한스는 보통 사람들처럼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은 여전히 자기 생활이 아닌 듯도 하다. 한스는 다른 기계공들과 어울려 술을 진탕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한스는 사과나무 아래 축축한 풀밭에 누웠다. 불쾌한 느낌과 괴로운 걱정,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더러워지고 불결해진 것 같았다. 집에는 어떻게 가야 할까? 아버지한테는 뭐라고 해야 할까? 내일은 어떻게 될까? 너무 부끄러워 이대로 영원히 잠에 빠져들어야 할 것처럼 삶의 의욕이 꺾이고 초라해진 느낌이었다. 머리와 눈이 아팠다. 일어나서 계속 걸어갈 정도의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254쪽

아버지 기벤라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분노한다. 하지만 그 시각 아버지가 그토록 벼르던 한스는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어 어두운 강물을 떠내려가고 있었다. 사고인지 자살인지 책에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한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사회와 제도 탓이니까. 한스는 죽어서 다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는 유명 인사가 된다. 재능도 있고, 학교든 주 시험이든 모든 게 착착 잘 풀렸는데, 갑자기 이렇게 한꺼번에 불행이 닥쳤다고 한숨을 내쉬는 아버지 기벤라트에게 구두장이 플라이크는 이렇게 말한다.

“한스가 이렇게 된 데는 저 양반들 탓도 큽니다.”
“네?” 기벤라트 씨가 화들짝 놀라며 무슨 소리냐는 듯 구두장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원, 세상에. 그런 말이 어디 있소?”
“진정하세요, 기벤라트 씨. 저 학교 선생들이 그렇다는 말이오.”
“어째서요? 왜 그렇다는 거죠?”
“긴말은 해서 뭐하겠소. 그만둡시다. 어쨌거나 당신이나 나나 저 아이에게 많은 부분 소홀했던 건 사실이지 않소? 그렇지 않소?” -258쪽

헤르만 헤세가 오늘날 우리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세의 초기 작품으로『데미안』에서 보여준 철학적 아포리즘과는 달리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낸 진솔한 일기 같은 작품이다. 마치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들여다보듯 뼈아프게 생생한 이 작품은 무려 108년 전, 헤르만 헤세가 스물아홉 살 되던 해에 발표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여기서 하나 나아진 것이 없다. 어린 시절의 즐거움은 뒤로 한 채, 자신의 개성이 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친구와의 우정, 즐거움, 기쁨이라는 것을 누려보기도 전에 아이들은 공부와 입시의 노예가 된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일등이 되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배우는 이상한 나라에서는 당연히 ‘기본’이란 것이 없다. 그러니 온갖 비리가 횡행하고, 공동체의식이니 이런 기본 덕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헤르만 헤세는 작품 전반을 통해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와 학교라는 권력을 고발한다. 작가는 특히나 개성적인 천재성을 갖고 있는 학생과 선생의 관계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선생들은 자기 학급에 천재가 하나 있는 것보다 멍청이가 여럿 있는 걸 선호한다면서 다루기 힘든 별난 아이가 아니라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성실한 아이를 길러 내는 것이 교사의 임무라며 비꼰다. 그러면서 개인의 창의성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인다.

우리는 천재적인 학생들의 상처가 언제나 거의 아물고, 또 그들이 고통스러운 학교생활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 훗날 죽은 뒤에라도 멀리서 아름다운 후광에 휩싸여 후세대 교사들에 의해 걸작이나 고결한 모범으로 소개된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 -139쪽

이는 헤세 자신이 겪은 일이고, 그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기에 더 강한 울림을 갖는다. 한스는 누구나 큰 인물이 될 거라고 기대하는 아이였고, 한스 스스로도 어른들에게 인정받고, 다른 친구들보다 앞서 나가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이게 한스가 정말 원한 것이었을까? 어른들의 욕망을 대신 욕망한 것은 아닐까? 어른들은 아이의 삶이라는 수레에 너무 많은 기대와 욕망을 투사하고 그 수레바퀴 아래 깔리지 말고 남들보다 앞서 끌고 나가라고 등 떠민다. 한스의 비극적 몰락과 하일너의 탈교, 그리고 힌딩거의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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