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에 힘쓰고 있는 모든 학도들에게 들려주는 용기와 가치 이야기이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일본은 지금까지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것도 과학 부문에 25명이 수상했다. 부러운 것은 당연하고 이웃 나라인데 그 비결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여러 상황적 차이점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한 것은 기초 학문 '인문학'이라고 본다. 학문의 기초는 인문학이다. 밥 벌어먹기 힘들다. 돈벌이 안 되는 학문이라고 등한시 한 때문이다. 저자 또한 자신이 수학자가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 철학에 있었다고 한다.
"지금에 와서야 나는 비로소 수학에는 철학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수학 또한 그 출발점에서는, 사람이 생각하는 학문이 모두 그렇듯이 그 배경에 항상 애매모호한 철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철학이 없으면 좋은 수학은 탄생하지 않는다."
"수학이라는 것은 최종적인 이론으로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문제를 자꾸 제한해 가고 정식화해야만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학에서도 그 출발점은 인간의 생각이므로 그 배경에는 항상 모호한 것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자 유석 문의 책 "프로그래머 철학을 만나다"에서도 이와 동일하게 '철학'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그는 신기술이야 책과 온라인 자료 덕에 기술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만, 기술과 달리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에 있어서는 매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그 방법을 찾고자, 처세술과 심리학 분야 책을 열심히 탐독하였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인문서를 탐독하다 눈에 꺼풀이 벗겨지듯이 해결의 실마리를 '철학'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필자는 협업에서 오는 개인과 조직 간의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개발자로서의 자세와 기본 소양, 실패로 인한 극복 방법으로 철학을 제시한다.
"심리학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스토아철학 도서를 힘겹게 읽고 난 후 처음 깨달은 사실은 '사람 이구나'였다. 그동안 잘못되었다고,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이 사람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고 필자 또한 그 안에 속해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개발자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개발자의 가치가 낮아지는 경우는 없다. 고객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해서 개발자의 본질이 손상되지도 않는다. 개발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외부의 평가를 무조건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대신 확고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수용해야 한다. 확고한 내면의 지적 양심이어야 한다." 필자는 개발자로서 자기존중, '자존감'의 중요성을 첫째로 강조했다.
히로나카 헤이스케 또한 논문을 쓰면서 벽에 부딪칠 때마다 취했던 자세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힘이 그의 원동력이었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생각하는 기쁨과 생각 그 자체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웠고, 친구들과의 철학적 대화를 통해서 깊이 생각하는 힘을 키웠다. 그는 자신 보다 월등한 인재들을 보면서도 자존심 상해하거나, 비교로 인한 열패감 따위에 자신의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다. 비교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와 자신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보다 배 이상의 노력을 하면 된다고 쿨하게 말한다. 여기에서 우리와 일본의 차이가 있다. 공부와 학문 (연구)의 차이이다. 공부는 주어진 답을 이해하거나 정답에 빨리 도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지만, 학문(연구)은 아직 정답이 주어져 있지 않은 문제에 도전하는 것이다. 아직 모범 답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 답이 타당한 것인지 확인, 증명하는 것이다.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공부를 강요하는 우리나라와 더디 가는 사고의 학문을 지향하는 일본의 차이. 일본의 과학이 하루아침에 뚝딱 발전한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서구 과학 배우기에 열을 올렸고 비교적 빨리 자신들의 표준으로 받아들였다.
이 책에서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시종일관 자신은 " 뛰어난 노력가일 뿐입니다."라고 강조한다. 전혀 천재도, 똑똑하지도 않다고 말하지만 상당히 똑똑하다. 학문에 대한 열의와 배움에 대한 즐거움이 넘쳐나는 인물이다. 자서전인데 무겁거나 딱딱하지 않다. 술술 읽힌다, 영웅 찬양이 없다. 자신의 배움에 대한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해 주는 안내서 같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프로그래머 철학을 만나다" 와 같이 읽으면 좋을듯하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인정받은 두 저자가 어떻게 후배 들게 조언을 해주는지 들어볼 만하다.
"느긋하게 기다리고, 기회를 잡을 행운이 오면, 나머지는 끈기이다. 나는 남보다 두 배의 시간을 들이는 것을 신조로 하고 있다. 그리고 끝까지 해내는 끈기를 의식적으로 키워 왔다. 끝까지 해내지 않으면 그 과정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두뇌가 우수하더라도 업적을 쌓지 않으면 수학자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 학문의 즐거움 중 -
"교실에서 유능한 경우라도 실제 상황에서는 비참하게 파멸할 수 있다. 금욕이 중요하단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절제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괘락에 저항하여 절제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금욕을 깨우칠 수 있겠는가? 이기심과 탐욕에 저항하지 않으면서 공정하다 말할 수 있는가? 실제 용기를 내어본 적이 없는 경우 용기를 배웠다고 할 수 있는가? 습득한 지식은 훈련을 통해 내재화될 때에만 가치를 지니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무손리우스 루프스/ 프로그래머 철학을 만나다 -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김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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