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채혜원 (지은이) 지음 | 마티 펴냄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베를린 페미니즘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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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4.20

페이지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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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일 그리고 유럽의 젠더/다양성/이주/난민 이슈는 무엇일까. 그곳에선 어떤 여자들이 연대하며 함께 집을 짓고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고 있을까. 베를린에서 활동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일한 채혜원 저자가 직접 취재한 여러 젠더 이슈를 모은 책이다. 임금 격차, 임신 중지, 여성공동주택, 퀴어 가족 등 우리의 지금/여기를 겹쳐보고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재료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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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이 여기와 다른 듯 비슷하구나.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신 게 보인다.
공감한다.

모든 여성은 여성이 지킨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채혜원 (지은이) 지음
마티 펴냄

2021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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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지금 독일 그리고 유럽의 젠더/다양성/이주/난민 이슈는 무엇일까. 그곳에선 어떤 여자들이 연대하며 함께 집을 짓고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고 있을까. 베를린에서 활동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일한 채혜원 저자가 직접 취재한 여러 젠더 이슈를 모은 책이다. 임금 격차, 임신 중지, 여성공동주택, 퀴어 가족 등 우리의 지금/여기를 겹쳐보고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재료들이 가득하다.

출판사 책 소개

이 책은 지난 5년간 페미니스트 그룹 ‘국제여성공간’(International Women* Space)에서 일하며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가 관찰한 베를린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한 사람의 경험이 베를린의 전부처럼 읽히지 않도록 자신의 감상은 살짝 걷어내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더한다. ‘베를린 국제주의 페미니스트 연합’과 ‘국제여성공간’에서 활동한 이야기를 서두로, 책은 27꼭지의 젠더 이슈의 현재를 전해준다. 모두 실제 사건과 현장을 취재한 소식이며, 여성들이 연대하며 뜻을 모았던 순간들이다. 각 꼭지의 키워드를 해시태그로 달고, 각주로 베를린 페미니즘 운동의 촘촘한 기둥을 이루는 단체들을 짤막하게 소개한 것도 이 책 자체가 연대의 고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저자가 전 세계 곳곳에서 베를린으로 모여든 수많은 여성들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이자, 이주자로 독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이 책에는 그 따스함과 어떤 여자도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연대의 마음이 담겨 있다.

독일도 성 불평등 문제 심각하지만 노력은 계속된다

독일은 아직 임신중지가 불법이다(123쪽).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19퍼센트가량(한국은 약 37퍼센트) 낮고(199쪽), 아디다스, 루프트한자 등 독일 상장 기업 상위 30개 기업 가운데 여성 이사가 2명 이상인 곳은 없다(207쪽). (한국의 자산 2조 이상 상장사 가운데 약 80퍼센트가 여성 임원이 없다.) 은폐된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가 미투 운동으로 수면에 드러나며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문화계 전체가 들썩거렸다(215쪽). “난민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무색하게 난민을 향한 증오범죄가 심각하다(103쪽).
하지만 정치권에서부터 여성할당제 논의에 불을 지피고(207쪽), 2018년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어 동성 커플이 입양을 할 수 있고(67쪽), 남성 군인이 트랜스 여성이 된 후로도 군에서 자기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도시(75쪽), 난민들이 건물을 점거하고 자신들만의 운동을 시작한 출발점이 되어준 도시(159쪽) 또한 베를린이다.
2017년에 발행된 ‘베를린 젠더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베를린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52퍼센트(독일 전체로 보면 41퍼센트)에 이른다. 두 집 중 한 집이 1인 가구인 셈이다. 자녀가 있는 가구 중 부모가 결혼 관계에 있는 비율은 절반 정도, 나머지는 한부모(28퍼센트)이거나 파트너십(18퍼센트) 관계에 있다.

예외가 아닌, 평범한 행복 – 생활파트너십과 퀴어 가족

스무 살 때부터 독일연방군으로 일해 온 막스는 군 경력 21년 차가 되던 해에 남성으로서의 삶을 끝내기로 했다. 여성 비율이 12퍼센트밖에 안 되는 연방군에서 그는 커밍아웃했다. 그의 상사는 “앞으로 내가 당신을 여자로 대하면 되는 것이죠?”라고 물은 게 전부였다. 동료는 막스에게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 물었고 막스는 “아나스타지아”라고 답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75쪽).
샤를로트와 캐롤은 레즈비언 커플이다. 정자은행이 아니라 게이 친구에게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가졌다. 두 사람이 파트너십을 이룬 건 베를린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기 전이었지만, ‘생활파트너십법’에 따라 부부에게 보장되는 모든 법적 권리를 누리며 살고 있다(67쪽).
아나스타지아는 공적 관계에서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지지받았고, 샤를로트와 캐롤은 가족을 꾸리고자 하는 욕구를 제도적으로 지원받았다.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1년 넘게 논의조차 되지 않고 계류 중인 한국에서 이들의 소식은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가능한 현실’의 아주 구체적인 모습이다.

같이 살고 같이 일하는 베를린의 여성 공간

유럽에서 여성 주거 공동체의 역사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기넨’(Begginen)이라 불린 이 공동체는 파리에선 1264년 즈음 설립돼 400여 명의 여성이 모여 살았고, 암스테르담에는 15세기에 지어진 베기넨 건물이 여전히 보존되어 있다. 이 전통을 잇고자 결심한 독일의 도시계획가 유타 켐퍼가 건축가 바르바라 브라켄호프와 함께 베를린에 ‘베기넨호프’를 지었다. 단 53가구 규모밖에 안 됐지만 독일 전역에서 무려 2000여 명의 여성이 입주를 원할 만큼 호응이 컸다. 베기넨호프에서는 입주자들이 스스로 실무 그룹을 조직해 정원을 가꾸고 강연을 열며 즐거운 노년을 만들어가고 있다(39쪽).
카페 베기네는 1980년대 비어 있는 건물을 점거하고 재건축해 새로운 용도로 탈바꿈시키는 스쾃운동의 결과물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이야기 나누는 행사를 비롯해 다채로운 모임을 열고 있다(49쪽). 베를린엔 여성 전용 공간이 많다. 1977년 육아 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출발한 ‘카페 크랄레’는 베를린에서 가장 역사가 긴 여성 공동사업체이다(52쪽).
지금 베를린에서 페미니즘 이슈를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역사적이고 실무적인 자원을 제공해주는 특별한 곳도 있다. 바로 페미니즘 아카이브 FFBIZ다(113쪽).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여성 운동 자료가 빼곡한 이곳에서 많은 창작자가 영감과 활동의 동력을 얻는다. 개인이 소장한 어떤 자료도 역사로서 수집하는 FFBIZ를 사랑하는 저자는 자신의 기록 또한 이곳에서 의미 있는 증거가 된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격차를 내버려두지 않기 – 공정임금법과 여성 할당제

독일에서 최근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페미니즘 이슈는 동일임금 동일노동이다. 2019년 기준 독일의 젠더 임금 격차는 19퍼센트로 유럽 내에서 큰 편이다. 하지만 2014년 22퍼센트였던 것을 줄이기 위해 ‘임금공개법’으로 불리는 ‘공정임금법’을 제정하는 등 정부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얼마간 성과를 보였다. 같은 직군과 직급,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남녀 임금 격차가 6퍼센트까지 줄어든 것이다(199쪽).
문화계도 변하고 있다. 미투 운동 이후 남성 위원장 1인체제로 운영되던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여성 공동위원장이 등장했다. 연출, 카메라, 사운드, 제작, 대본, 디자인 등 영화 제작 분야에 50퍼센트 여성 할당을 요구하는 ‘프로 쿠오트 필름’의 행보도 눈여겨볼 부분이다(215쪽). 이런 변화는 독일이 수학, 정보통신, 자연과학, 공학 영역에 여학생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여학생들이 성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직업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교육 방향을 바꿔나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179쪽).
한국이 독일처럼 해야 한단 소리는 아니지만, 젠더 문제에 대한 독일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점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난민과 이웃으로 살아가기

한국에서 난민 문제는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독일에서는 첨예한 이슈다. 베를린에도 8만여 명의 난민이 살고 있다. 그들은 불시에 닥치는 강제 송환 위협에 시달리며 언제 체류 허가가 날지 모르는 하루하루를 견디며 산다. 독일 정부가 내건 ‘난민 환영’ 기치와는 달리 난민과 이주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도드라지고 있다. 그때마다 난민 여성에게 손을 내밀고 연대를 제안하는 여성들이 있다. 생계비가 부족해서, 난민 수용 공간까지 너무 멀어서 제한적인 이동만 할 수 있는 여성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고(169쪽), 언제나 정보가 절실한 난민들에게 눈과 귀가 되어주는 방송을 만드는 이들도 있다(159쪽).
베를린에선 어떤 여성도 혼자 두지 않겠다는 마음의 파동이 늘 크고 힘찬 동심원을 그리며 퍼지고 있다. 그 동심원 안에서 동양에서 온 이주 여성인 저자 또한 안전할 수 있었다.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확장하다

베를린은 멀지만 베를린에 사는 여성들의 소식이 무척 가깝게 느껴진다. 젠더를 기반으로 한 폭력과 차별은 베를린이나 한국이나 똑같아서일까. 그렇다하기엔 이 책으로부터 푼푼히 퍼지는 온기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베를린 페미니즘 소식이 반갑고 더 알고 싶어지는 건, 우리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자기 문제를 선명하게 내보이고, 분노를 나누고, 슬픔을 껴안고, 결국 함께 웃을 수 있게 되는 의미가 무엇인지 말이다. 이 책이 서로 다른 여성들의 교차점에서 단단한 연결의 매개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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