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좋은 직업

권남희 (지은이) 지음 | 마음산책 펴냄

혼자여서 좋은 직업 (두 언어로 살아가는 번역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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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5

페이지

216쪽

이럴 때 추천!

인생이 재미 없을 때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읽으면 좋아요.

상세 정보

일본 문학 독자 중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 “소설을 읽으려다 역자 후기에 빠지게 된다”는 독자들의 후기로 유명한 30년 차 번역가 권남희의 산문집이 출간됐다. 프리랜서 번역가의 삶이 담긴 『혼자여서 좋은 직업』. 믿고 읽는 번역가를 넘어 믿고 읽는 에세이 작가가 된 권남희의 유쾌하면서 따스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하철이 4호선까지밖에 없던 시절, 번역료가 지금의 10분의 1이던 시절”부터 번역 일을 시작한 베테랑 번역가 권남희는 직업 관련한 진지한 이야기와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재치 있는 글솜씨로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소설가 오가와 이토와 만난 에피소드부터 미우라 시온 『배를 엮다』의 실제 주인공인 이와나미쇼텐 편집자 이야기, 역주 달기나 오역 등 번역 작업을 하면서 겪는 일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이 쓴 책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웃음을 더한다. 새 책이 나왔을 때 서점 직원에게 자신이 저자임을 알리고 싶어 전전긍긍하고, 덕질하는 연예인에게 추천사를 받으려고 궁리하는 이야기는 작가 권남희의 솔직한 매력을 드러낸다.

또한 운동을 열심히 하는 노모와 달리 운동을 싫어해서 기껏 준비한 ‘반짐볼이 반짐만 되는’ 에피소드, 역자 후기에 등장하던 딸 정하의 취업 등 저자의 일상은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한다. 목욕탕을 하던 집에서 자라면서 소설가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 저자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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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

@sejinyiwc

#독서후기
혼자여서 좋은 직업 - 권남희
번역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의 일상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번역가는 어떻게 일하고 번역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서 15년 이상을 근무하여 번역 업계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지만 출판 번역 쪽은 잘 모른다. 이 책은 출판 번역을 30년 이상을 계속 하고 계시는 권남희 번역가의 에세이집이다. 원서를 번역하는 일을 하는 번역가가 이제는 책을 쓰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미 권남희님은 10여젼 전에 번역가의 일상을 담은 [번역에 살고 죽고]란 책을 내신 작가 겸 번역가이시다. 그녀가 번역을 직업으로 삼고 일해 오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번역가 자격증이 존재하지 않는다. 초벌번역 자격증을 따라는 광고를 많이 봤겠지만 그건 민간 자격증으로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많은 번역회사가 존재한다. 그 번역회사에서 번역가로 일을 하려면 각 번역회사에 이력서를 보내고 테스트를 진행해서 합격해야 일을 받아서 프리랜서로 일을 할 수 있다. 번역 실력에 따라 번역료는 달라지는데 원본 글자수와 워드수에 따라 단가가 책정되고 이것은 번역 회사마다 다르므로 번역회사와 번역가가 단가를 합의하고 그 단가에 따라 번역료가 지급된다.
영문이 원본인 경우에는 워드당 단가가 책정되고 일본어나 한국어가 원본인 경우 많은 번역회사들은 글자수에 따라 단가가 책정되나 번역회사 중에서 큰 회사들은 한글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작업도 원본 한글을 워드수로 환산해서 원드수에 따른 단가를 책정하고 그 단가에 따라 번역료를 지급하는게 관행이다. 이는 일반적인 번역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번역가들에게 해당하는 보수체계이고 출판 번역의 경우, 원고의 매수가 단가가 된다고 한다.
전문번역가가 활동하는 분야는 크게 일반 번역회사에 프리랜서 번역사로 등록되어 활동하는 경우가 있고 영상번역을 전문으로 활동하는 번역가분들도 있고 저자처럼 책을 전문으로 번역하는 출판번역가가 있다. 저자는 어떻게 출판번역가의 커리어를 쌓게 되었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된 것이지만 그녀는 출판사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프로필을 올리고 이메일을 보내고 자신을 어필하며 출판사들과 거래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출판 번역가는 보통 워드에 번역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반적인 번역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려면 번역툴을 반드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워드나 한글로 번역을 요청하는 회사는 보통 아주 작거나 1인이 하는 번역회사들이 많다. 그래도 직원이 10명 이상이 되는 번역회사에서는 고객의 요청에 의해 다양한 번역툴을 사용해서 번역을 진행하고 납품해야 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CAT툴로는 트라도스라는 툴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기존 번역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멤소스나 메모큐 등 다양한 CAT 툴이 존재한다. 트라도스 스튜디오와 멤소스 정도는 사용할 줄 알아야 번역회사의 작업을 받아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보통 트라도스나 멤소스같은 툴을 교육받고 싶은 경우, 해당 번역회사의 담당 프로젝트매니저에게 교육을 요청하면 날을 잡아서 교육 자료를 보내준다.
그러나 출판번역과 영상번역의 경우에는 이런 CAT툴을 사용하지 않고 워드에 직접 번역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판 번역이 어려운 경우는 책을 번역하는 경우, 책에 사용된 용어의 용어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번역회사에서 프리랜서 번역사에게 작업을 의뢰하는 경우, 고객이 제공하는 용어집이 존재하면 해당 용어집을 함께 보내주면서 반드시 용어집의 용어를 사용해야 함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번역 시 CAT툴에 용어집을 연동시키면 해당 문장을 번역 시 자동으로 용어집이 오른쪽에 뜨면서 번역에 용이하게 도와준다. 그러나 출판 번역의 경우, 그런 자료들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번역을 통째로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30년 동안 출판번역 쪽에서만 일해서 이런 일반 번역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용이 없는 점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출판 번역의 경우, 원고 매수에 따른 단가로 작업이 끝나서 번역 원고를 보낸 후에 번역료가 한번에 지급된다고 한다. 이는 일반 번역회사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일반 번역회사에서는 대량 작업이 의뢰되어 작업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작업이 완료된 부분을 분할납품한 후 완료된 부분에 대해서 정산하여 번역료를 지급한다. 출판번역처럼 작업이 한번에 완료된 후 한번에 지급하는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오로지 출판 번역가로 일해온 저자의 경험만 담겨있다.
이 책에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원서의 제목을 이상하게 번역한 책들이 많이 봐왔는데 사실 그 변경한 제목은 번역가가 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의 마케팅팀에서 결정하고 진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번역가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상한 번역 제목으로 나온 책들은 모두 해당 출판사의 결정이란 점이 신기했다. 그 전까지는 번역가가 왜 저렇게 이상한 제목으로 번역을 했을까 하는 궁금함이 있었는데 크나큰 오해였음을 알게 되었다.
번역을 하는 사람에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오역일 것이다. 보통 전문 번역회사에서는 프리랜서 번역가에게 번역을 의뢰한 후 그 번역본을 내부번역팀에서 리뷰를 하여 오역과 스타일을 다듬는다. 그러나 출판 번역은 번역가의 번역을 편집자가 검토하기는 하지만 일반 번역회사에서 일반적으로 거치는 프로세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출판번역가는 오역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듯 하다. 저자도 실수한 오역의 예를 떠올리며 항상 공부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번역을 하면서 번역가가 번역이 아니라 만들어서 넣는 것이 있으니 그게 바로 역주이다. 역주를 어디까지 해야하는지 저자는 고민을 하지만 역주가 많이 달리고 자세히 설명해주는 책은 그 자체로 상당히 정성들여 만든 책이란 느낌을 준다. 역자가 역주를 많이 넣지 않는 경우라면 편집자가 일일이 역주를 추가한다고 하니 출판 번역은 내가 일해온 일반번역 회사와는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어 재미있는 분야로 느껴진다.
이혼하고 딸 정하를 키우며 살아온 저자는 87세 어머니와 딸 정하와의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주듯이 얘기한다. 그녀의 글은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술술 잘 읽힌다. 아마도 그녀의 어릴때부터 훈련해온 그녀의 글쓰기 실력때문인 듯 하다. 초등학교 때 그녀는 집 근처 보육원에 살던 5학년 남학생이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해 단상에서 수상작을 읽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후 글쓰기에 매료되었고 그 이후로 글쓰기는 그녀의 유일한 오락이고 자존심이고 구원이었다고 스스로 밝힌다. 어릴적 그녀의 꿈은 일관되게 아동문학가나 소설가였다고 할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했다. 대학에 들어간 후 점점 자신감을 잃긴 했지만 번역을 하다 결국 글을 쓰고 있으니 자신의 꿈을 이루긴 한 것 같다. 아동 문학은 아니지만 에세이스트가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번역가들과 연락하며 그들에게 작업을 의뢰하고 번역물을 받아서 가공하고 납품하는 일을 해왔다. 번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이런 번역회사의 번역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번역가의 길은 다양하다. 출판 번역도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출판 번역가의 꿈을 꾸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한다 해도 번역은 앞으로 100년 이상은 인간의 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업계 사람들은 생각한다. 현재 인공지능을 활용한 번역들은 사실 빅데이터 식으로 많은 번역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번역 메모리의 개념일 뿐 스스로 생각해서 문장을 번역하고 해당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파악해서 번역을 진행하는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멀고 먼 이야기이다. 충분히 앞으로도 번역가의 길은 매력적인 길이라고 생각한다. 번역가에 호기심을 가진 분이라면 이 책이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결해 줄 것이다.

혼자여서 좋은 직업

권남희 (지은이) 지음
마음산책 펴냄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2022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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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yihwajungnsed

1966년생 나랑 갑장인 작가. 하지만 비교하면 훨씬 내가 늙어보인다. 제목은 혼자여서 좋은 직업을 추천하는 글인줄 일았는데 본인 번역가의 일상을 수필로 적은 글이다. 같은 나이인데도 뭔가 인생의 큰획을 그은 작가가 부럽다. 삶을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따님과 남은 삶 행복하게 사세요.

혼자여서 좋은 직업

권남희 (지은이) 지음
마음산책 펴냄

2021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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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베리

@rojeuberi

  • 로즈베리님의 혼자여서 좋은 직업 게시물 이미지
좋아하는 번역가의 산문집.

혼자여서 좋은 직업

권남희 (지은이) 지음
마음산책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21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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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일본 문학 독자 중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 “소설을 읽으려다 역자 후기에 빠지게 된다”는 독자들의 후기로 유명한 30년 차 번역가 권남희의 산문집이 출간됐다. 프리랜서 번역가의 삶이 담긴 『혼자여서 좋은 직업』. 믿고 읽는 번역가를 넘어 믿고 읽는 에세이 작가가 된 권남희의 유쾌하면서 따스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하철이 4호선까지밖에 없던 시절, 번역료가 지금의 10분의 1이던 시절”부터 번역 일을 시작한 베테랑 번역가 권남희는 직업 관련한 진지한 이야기와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재치 있는 글솜씨로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소설가 오가와 이토와 만난 에피소드부터 미우라 시온 『배를 엮다』의 실제 주인공인 이와나미쇼텐 편집자 이야기, 역주 달기나 오역 등 번역 작업을 하면서 겪는 일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이 쓴 책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웃음을 더한다. 새 책이 나왔을 때 서점 직원에게 자신이 저자임을 알리고 싶어 전전긍긍하고, 덕질하는 연예인에게 추천사를 받으려고 궁리하는 이야기는 작가 권남희의 솔직한 매력을 드러낸다.

또한 운동을 열심히 하는 노모와 달리 운동을 싫어해서 기껏 준비한 ‘반짐볼이 반짐만 되는’ 에피소드, 역자 후기에 등장하던 딸 정하의 취업 등 저자의 일상은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한다. 목욕탕을 하던 집에서 자라면서 소설가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 저자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출판사 책 소개

30년 차 일본 문학 번역가이자 역자 후기 장인
믿고 읽는 번역가를 넘어 믿고 읽는 작가가 된 권남희의 삶


일본 문학 독자 중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 “소설을 읽으려다 역자 후기에 빠지게 된다”는 독자들의 후기로 유명한 30년 차 번역가 권남희의 산문집이 출간됐다. 프리랜서 번역가의 삶이 담긴 『혼자여서 좋은 직업』. 믿고 읽는 번역가를 넘어 믿고 읽는 에세이 작가가 된 권남희의 유쾌하면서 따스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하철이 4호선까지밖에 없던 시절, 번역료가 지금의 10분의 1이던 시절”부터 번역 일을 시작한 베테랑 번역가 권남희는 직업 관련한 진지한 이야기와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재치 있는 글솜씨로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소설가 오가와 이토와 만난 에피소드부터 미우라 시온 『배를 엮다』의 실제 주인공인 이와나미쇼텐 편집자 이야기, 역주 달기나 오역 등 번역 작업을 하면서 겪는 일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이 쓴 책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웃음을 더한다. 새 책이 나왔을 때 서점 직원에게 자신이 저자임을 알리고 싶어 전전긍긍하고, 덕질하는 연예인에게 추천사를 받으려고 궁리하는 이야기는 작가 권남희의 솔직한 매력을 드러낸다. 또한 운동을 열심히 하는 노모와 달리 운동을 싫어해서 기껏 준비한 ‘반짐볼이 반짐만 되는’ 에피소드, 역자 후기에 등장하던 딸 정하의 취업 등 저자의 일상은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한다. 목욕탕을 하던 집에서 자라면서 소설가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 저자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정말 늘 생각하지만, 8할이 운인 가성비 좋은 인생이다. 앞으로 한 30년 더 동아줄 잡은 손에 힘을 빼지 않을 것이다. 80대까지 점점 무르익은 번역을 하고, 나이 먹어가며 달라 보일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쭉쭉 쓸 것이다.
-본문 9쪽

“경력이 책이 되어 쌓이는 좋은 직업이랍니다”
혼자여서 좋은 직업 번역가, 그리고 작가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유일한 재주를 30년째 붙잡았다’고 말하는 권남희 번역가. 연중무휴로 긴 세월 일하면서 직업이 취미 생활이 되었고, 번역하는 일은 행복하고 글 쓰는 일은 즐겁다고 토로할 만큼 직업을 향한 진심을 드러낸다. 자칭 ‘유명한 집순이’로, ‘엉덩이가 무거워야 하는’ 번역이 천직인 그는 번역하며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면서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전한다. 이를테면 출판사에 번역료를 올려달라고 메일을 썼던 경험과 인세와 매절 계약의 차이를 통해 번역가의 속사정이 어떤지 보여주고, 번역가 지망생들이 출판사에 어떻게 자기 존재를 어필할지 비법을 알려준다.
번역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만난 사람들 이야기도 저자 특유의 소소한 유머가 번뜩인다. 20대부터 번역할 책을 찾아 도쿄의 기노쿠니야 서점을 돌아다녔던 이야기, 오가와 이토 대담회에서 팬을 만나 함께 울었던 에피소드,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낸 고등학생 독자들에게 쓴 답장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또한 번역한 책이 나올 때 제목이 원제와 달리 이상하게 바뀌어 실망하고, 출판사에 제목 변경을 건의했던 에피소드도 인상적이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인 만큼 일본 문학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자신이 번역한 사노 요코의 첫 산문집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에 나오는 40대의 사노 요코에 대해 알려주고, 어렸을 적 집안이 러브호텔을 했던 경험을 자양분 삼아 러브호텔이 배경인 소설 『호텔 로열』로 나오키상을 받은 사쿠라기 시노, 2013년 최고령 아쿠타가와상 수상자 구로다 나쓰코, 2020년 전미도서상을 받은 재일 작가 유미리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 직접 쓴 산문집이 나왔을 때의 설레던 마음, 출간을 둘러싼 이야기들도 흥미진진하다. 이를테면 서점에 자신의 책을 보러 갔을 때의 에피소드.

계산해주는 분에게 내 책이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주책이라 하겠지. “그래서요?”라고 하면 민망하겠지. 카드를 천천히 받고, 책을 천천히 가방에 넣고 돌아서려다 결국 용기 내어 표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제가 쓴 책이에요.”
그랬더니 중년의 직원분이 무표정하게 이렇게 말했다.
“아, 그러세요.”
다행이다. “그래서요?”라고 하진 않았어. 오호호.
-본문 36~37쪽

이외에도 책을 노모에게 보여주면서 “엄마 나 대단하지?” 하고 자랑하는데 노모는 책보다는 신문에 사진이 예쁘게 나왔다는 데에 기뻐하고, 자신의 책 중고 도서를 사려다가 판매자가 저자임을 알아봐서 서로 멋쩍어하고, 책을 읽은 법의학자 독자에게 운동 조언을 받았던 이야기는 생생하다.

할머니와 엄마와 딸
세 모녀가 평범한 듯 특별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정하는 한동안 경상도 사투리를 배우겠다고 걸핏하면 “밥 문노?” “우야노” “머라카노” 하면서 TV에서 서울 사람들이 경상도 사투리 연기할 때의 이상한 억양으로 근본 없는 사투리를 썼다. 진지하게 배우려는 게 아니라 나름 재롱부린다고 하는 짓 같아서 속으로는 귀여웠지만, “아, 진짜 서울 사람들 경상도 사투리 못 쓰게 법으로 정해야 돼. 억양 너무 듣기 싫어”라며 웃음 섞인 짜증을 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오리지널 경상도 사람인 할머니(우리 엄마)한테 가서 그동안 갈고닦은 경상도 사투리를 선보였다.
“할매, 내↘ 요새 사↗투↘리 배워↘요.”
그랬더니 엄마 왈,
“아, 전라도 사투리 배우나?”
-본문 201~202쪽

저자의 엄마, 저자, 딸 3대가 함께하는 일상은 소소하며 왁자지껄하고, 평범하면서 특별하다. 노모에게서는 인정받고 싶은 딸이면서, 동시에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저자는 이들의 관계에서 한 편의 시트콤 같은 즐거운 일상을 펼쳐 보인다.
20대 백수 시절, 엄마와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갔는데 “하나도 못 맞힌다”고 엄마가 투덜대자 나무랐던 이야기, 노모는 78세라는 나이를 젊다고 우기고 저자는 노인이라고 하는 에피소드는 여느 평범한 모녀의 하루를 보는 것 같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저자의 역자 후기에 등장하던 딸 정하는 어느덧 커서 책의 ‘자기소개’를 쓰는 엄마에게 예리한 피드백을 해주고, 책 말미에서는 취업을 해서 저자를 고급 음식점에 데리고 다니며 “식(食) 효도”를 한다. “책을 쓰고 나서 가장 큰 욕심은 딸에게 인정받는 것”이라는 저자의 딸바보 면모가 웃음과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목욕탕을 했던 집이 ‘때’돈을 벌어 어렸을 적 책을 마음껏 사 봤다고 너스레를 떠는 저자의 유년 시절도 범상치 않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만화책만 읽다가, 애국 조회 시간에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한 남학생이 단상에 올라가 했던 첫 마디를 들었을 때 마치 베토벤 <운명> 교향곡의 첫 소절을 들은 것처럼 감동 받아 ‘글짓기’에 처음 꽂혔던 기억, 대학생 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서 카피라이터인 교수님을 찾아갔다가 실망했던 경험 등 번역가 권남희를 만든 경험이 아로새겨져 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번역을 하고 싶다”는 권남희 번역가의 『혼자여서 좋은 직업』은 그의 음성이 들리는 듯한 직업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 가득한 책으로, 독자는 책을 읽는 내내 훈훈한 웃음이 떠나지 않을 것이다.

반려동물 없이 서로만 보고 사는 인생 2막이 시작됐다. 굳이 촘촘히 나누자면 인생 4막쯤 되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생후 45일 된 강아지가 노견이 되는 동안 정하도 슬픔을 이겨낼 줄 아는 어른이 됐다. 그리고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 이제 각자 자기의 삶을 살면 된다. 정하는 성실하게 직장에 다닐 것이고, 나는 앞으로 더 행복하게 번역하고 더 즐겁게 글을 쓸 것이다. ……라고 하니, 뭔가 비장한 각오라도 하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살아가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방학 숙제 다 해놓고 기다리는 개학처럼 남은 인생은 왠지 설렌다.
-본문 215~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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