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조지프 르두 (지은이), 박선진 (옮긴이) 지음 | 바다출판사 펴냄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생물과 인간, 그 40억 년의 딥 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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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4.23

페이지

548쪽

상세 정보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다른 동물과 어떻게 같고 또 다른가?’ ‘감정은 만들어진 것인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탐색해온 이 심오한 질문에 세계적 신경과학자가 답하기 시작했다. 뇌와 의식·감정·행동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조지프 르두는 느닷없이 아주 먼 과거, 40억 년 전 박테리아 시대로 눈을 돌린다. 현재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과거·현재의 모든 생명체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머나먼 과거에 존재했던 원시 지구의 미생물과 그 과학적 실체를 깊이 파고들다 보면 역설적으로 우리는 인간 본성의 뿌리와 마주하게 된다. 모든 생명체의 공통조상을 거슬러 올라가, 수십억 년 전 박테리아 조상에게 물려받은 학습·기억 능력을 곱씹게 된다.

유사 이전, 언어로 쓰이지 않은 훨씬 오래전 역사,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는 그간 단일 인간 중심으로 귀결하던 뇌과학, 심리학, 빅히스토리를 넘어 지구 생명체 역사의 중심이 아닌 한구석에 인간을 위치시킨다. 진화의 역사에서 사라져간 무수한 종과 다를 바 없는 우리 인간, 하지만 더없이 고유한 우리 자신을 깊이 자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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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godd

학창시절 공부를 등한시한 까닭에 이 책에 나오는 거의 모든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다.

아득히 먼 옛날,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40억년 전, 중심에 핵을 가진 단세포가 탄생했고, 그러한 단세포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비롯한 온갖 생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 책의 처음 절반 정도는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식물과 동물의 출현까지의 머나먼 여정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데, 이는 저자의 탁월한 글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저자가 글머리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마지 않은 삽화의 영향이기도 한 것 같다.

참고로 난 이 책의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 보았는데, 그 과정도 무척 재미있고 책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후반부에서는 인간의 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보의 인지 및 처리과정, 의식과 무의식, 자주적 자아와 비자주적 자아, 인간만의 복잡다단한 감정에 이르기 까지.

우리 뇌의 각 부분은 기능이 매우 광범위하고, 여러 회선이 중첩되며, 각각의 이름 또한 복잡하고 생소해서 책 후반부는 쉽게 소화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

그러니까 우리 뇌에서 공포라는 감정이 먼저 생겨나서 그에 따른 반응(우뚝 멈춰 서거나, 심박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갈래인 암묵적 감정 회로를 따라 신체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를 강조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감정이 신체 반응을 일으킨다는 그릇된 오해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오해를 종식시키기 위해 자신을 비롯한 학자들이 용어를 적절하고 정확히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튼 책을 다 읽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 폰처럼 복잡한 기계장치들도 작은 원자들이 모여 부품이 되고, 그 부품 하나 하나가 정교한 연결을 거쳐 새롭고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는데, 무수한 세포들이 모여 만들어진 인간도 어찌보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장구한 시간의 흐름과 대자연의 신비 속에서 과연 인간이 가장 우월한 존재일까?

나는 단호히 'No'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40억년이 후에 지구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세포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조지프 르두 (지은이), 박선진 (옮긴이)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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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지말자

@jwji1000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 #진화론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조지프 르두 (지은이), 박선진 (옮긴이)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2021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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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hyun Cho

@sunhyunchofs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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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의 공통 조상인 LUCA에서 시작된 박테리아로 부터 인간 까지 이어지는 진화를 알아 갈수록 시간과 자연이 인간에 준 능력에 경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중간 중간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고, 생존의 방법에서 길을 달리한 무수한 종중에 한 종일 뿐이라고 나의 어긋남을 잡아주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책을 읽어 갈 수록 나의 감정에서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고등한 종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인류의 역사를 600만년에서 40억년으로 확장하면 인간의 본성이 어디서 부터 시작했는지, 인간의 의식이 무엇인지 더 깊게 다가갈 수 있다.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조지프 르두 (지은이), 박선진 (옮긴이)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2021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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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다른 동물과 어떻게 같고 또 다른가?’ ‘감정은 만들어진 것인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탐색해온 이 심오한 질문에 세계적 신경과학자가 답하기 시작했다. 뇌와 의식·감정·행동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조지프 르두는 느닷없이 아주 먼 과거, 40억 년 전 박테리아 시대로 눈을 돌린다. 현재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과거·현재의 모든 생명체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머나먼 과거에 존재했던 원시 지구의 미생물과 그 과학적 실체를 깊이 파고들다 보면 역설적으로 우리는 인간 본성의 뿌리와 마주하게 된다. 모든 생명체의 공통조상을 거슬러 올라가, 수십억 년 전 박테리아 조상에게 물려받은 학습·기억 능력을 곱씹게 된다.

유사 이전, 언어로 쓰이지 않은 훨씬 오래전 역사,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는 그간 단일 인간 중심으로 귀결하던 뇌과학, 심리학, 빅히스토리를 넘어 지구 생명체 역사의 중심이 아닌 한구석에 인간을 위치시킨다. 진화의 역사에서 사라져간 무수한 종과 다를 바 없는 우리 인간, 하지만 더없이 고유한 우리 자신을 깊이 자각하게 해준다.

출판사 책 소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40억 년의 역사가 필요하다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우리를 다른 종과 다르게 만드는가?’
르두는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심오한 물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심화시킨다.

제프리 삭스(컬럼비아대학교 유니버시티 프로페서)


더 영리해지는 길을 택한
인간의 뇌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자연계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일까? 원시 지구의 바다에서 생명의 원시적 형태, 원세포가 만들어지고 이러한 생물학적 사건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탄생했다. 이 책은 진화의 산물로서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자그마치 40억 년이라는 장구한 생명의 드라마, 딥 히스토리를 직시한다. 지금 우리 인간의 모든 행동은 진화의 역사와 연관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편도체가 뇌의 공포 중추라는 것을 밝힌 것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신경과학자, 조지프 르두는 우리가 이 장구하고 기나긴 시간을 우리가 왜 알아야 하는지 프롤로그에서 밝힌다. “인간 본성을 정말로 이해하고 싶다면, 그 진화의 역사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17쪽) 아주 오랜 진화 과정에서 유기체에 끊임없이 덧대어진, 독특한 특징이 결국 지금의 우리, 우리의 뇌를 탄생시켰다. 그 특징은 오직 지구 생명체들의 자연사를 조사해야만 알 수 있다.(32쪽 참조) 인간의 어떤 부분이 다양한 유기체로부터 물려받은 것과 관련이 있는지를 더 명확히 해야, 우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40억 년에 이르는 진화의 역사에서 인간의 뇌와 행동을 탐구한다. 그간 영장류나 포유류 등 근연종과의 비교를 통해서 인간 본성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이 책처럼 생명의 기원, 단세포 미생물까지 거슬러 올라가 전체 생명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살펴보는 책은 드물다.
책의 각 장은 압축적인 ‘하나의 주제’가 짧고 간결한 단상과 통찰로 채워졌다. 만일 특정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관심 있는 주제와 관련된 부분만 읽어도 된다. (예컨대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박테리아는 언제부터 행동하게 되었는지, 유성생식은 어떻게 출현했는지, 어떤 과정 단세포 생물로부터 다세포 생물이 나왔는지, 신경계는 어떻게 진화했는지, 인지나 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지, 우리는 의식과 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등)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원시 미생물이 가졌던 생존 기술로부터 사고와 감정 등 우리를 생존하고 번성하게 한 우리 자신의 고유한 능력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통찰하게 될 것이고, 우리들 각자의 과거와 미래뿐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 종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될 것이다.
르두의 네 번째 저서인 이번 책은 전작들(《느끼는 뇌》 《시냅스와 자아》 《불안》)과 마찬가지로 ‘뇌’와 ‘감정’, ‘의식’의 문제를 다루지만 ‘진화’와 ‘행동’이라는 더 큰 그림 위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현재 과학에서 가장 매력적인 5가지 주제를 엮어 르두가 답하려는 궁극적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지금의 우리, 사고와 추론 능력, 언어와 문화, 자기인식을 갖춘 인간 존재를 만들어냈는가?’

우리가 수십억 년 전 단세포 미생물에게
물려받은 학습과 기억 능력

르두는 박테리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생존 행동을 모든 유기체가 공유하는 보편적 특성으로 인정하는 한편, 아주 최근(겨우 수백만 년 전)에 인간 뇌에 나타난 의식과 감정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으로 평가한다. 참고로 르두는 설치류와 바다 민달팽이류, 심지어 짚신벌레나 아메바 같은 단세포 원생동물의 시냅스 가소성 관련 유전자가 서로 유사하다는 동료 과학자의 연구에 충격을 받고, 생명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다른 유기체와 어떤 점에서 유사하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살펴보기로 결심했다.
생명의 역사와 동시와 시작된 ‘행동’은 생존의 일차적 도구로서, 모든 유기체는 몇 가지 공통된 생존 행동을 보인다. 곧 위험을 피하고, 영양분을 얻고, 수분과 체온을 유지하고, 번식하는 일이 그것이다. 방어, 에너지 관리, 체액 균형, 생식이라는 이 원시적 생존 전략은 ‘지구상 모든 생명의 가장 최근 공통조상(LUCA)’의 후손으로 35억 년 전 지구에 출현한 박테리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박테리아는 화학물질이나 빛을 감지하는 능력과 운동 능력을 이용해 이로운 물질에는 다가가고 해로운 물질에게서는 달아나는 ‘주성 행동’을 보인다. 또한 세포 내 물과 전해질의 농도를 조절하여 세포가 붕괴되는 것을 막으며, 외부 온도에 맞게 생화학적 과정을 재구성함으로써 내부 온도를 조절한다. 그리고 세포 분열(무성생식)을 통해 오늘날까지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지닌 유기체로 번성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박테리아나 그 후손인 단세포 원생동물이 환경 조건에 대한 정보를 획득, 저장한 후 이를 이용해 환경 변화에 더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들에게는 학습과 기억 능력도 있다. 르두는 기억을 ‘과거 경험으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생존을 더 용이하게 만드는 세포 기능’이라고 정의한 후, 학습과 기억을 위해 신경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최초의 단세포 미생물이 생존을 위해 찾아낸 이 해법들은 이후 나타난 모든 유기체에 성공적으로 전달되었고, 인간을 포함한 복잡한 유기체들의 복잡한 생존 행동에도 이어졌다. 르두가 ‘생존 행동’을 통해 말하려는 바는 지구상 모든 유기체가 생물학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매일매일 일상적으로 행하는 행동들의 뿌리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며, “단순한 세포들 또한 정교한 생존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이러한 원시적인 생존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이 매일 사용하는
뉴런이라는 세포의 기원

이 책의 전반부는 이러한 생존 전략이 어떻게 원시 단세포 유기체에 의해 구축되고, 원시 다세포 유기체에 의해 보존되었다가, 초기 무척추동물에서 신경계가 발달한 뒤에는 뉴런이라는 전문 세포가 전담하게 되었으며, 이후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매일매일 이용하게 되었는지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제까지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는 몰랐던 생명의 여러 흥미로운 사실들을 진화의 전체 맥락 속에서 훨씬 더 쉽게 이해하게 된다. 고세균과 그것이 잡아먹은 박테리아로부터 세포핵과 미토콘드리아가 공존하는 진핵생물이 생겨난 이야기(세포 내 공생설),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2단계 자연선택(먼저 구성 세포들이 비슷한 유전적 특성을 지녀야 하고[적합도 정렬], 다음으로 세포들의 요구보다 유기체의 요구를 우선해 협동하는 노동분업이 일어나야 한다[적합도 위임]), 자포동물(히드라, 해파리 등)에서 처음으로 뉴런과 신경계가 나타난 과정에 대한 가설(해면 유충의 감각세포와 운동세포가 자기들끼리 서로 뭉치며 자라다가 감각세포의 일부가 길게 늘어나면서, 결국 이것이 먼 거리에서는 전기신호로 소통하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화학물질로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의 축색돌기가 되었다) 등이 대표적이다.
마침내 인간의 뇌에 이르러서는, 오늘날까지도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대표적 오류들을 바로잡는다. 루트비히 에딩거의 ‘순차적 형성 이론’과 폴 매클레인의 ‘삼부 뇌 이론’이 그것이다. 순차적 형성이론이란 인간의 뇌는 파충류의 뇌(기저핵)-초기 포유류의 뇌(구피질)-포유류의 뇌(신피질)가 한 겹씩 쌓이며 지금과 같은 구조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뇌가 진화의 정점을 이룬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이 이론은 신피질의 상동기관이 파충류와 조류에서도 발견되는 등 수많은 증거에 의해 논박되었다. 매클레인은 에딩거의 이론을 충실히 따르며 각 영역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는데, 기저핵은 본능을, 구피질(매클레인이 ‘변연계’라고 명명했다)은 감정을, 신피질은 인지 능력을 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부 뇌 이론은 에딩거의 해부학적 문제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을 뿐 아니라 뇌 기능 설명도 틀렸는데, 구피질(해마와 대상피질)은 기억 같은 인지 활동에도 기여하고 신피질도 감정적 경험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영장류의 뇌에는 없다
숙고적 인지를 담당하는 인간 고유의 뇌 전두극

우리 인간은 더 커지거나 날렵해지기보다 더 영리해지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번성할 수 있었다. 인지란 신경계에 의해 가능해진 생물학적 프로세스의 산물로서, 생물마다 차등을 보인다는 것이 여러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박테리아나 원생동물, 자포동물은 파블로프 단순 연합(빛과 먹이가 인접해서 발생하면 빛만 보여도 접근한다)만 가능하고, 선구동물과 어류, 양서류, 파충류는 파블로프 인지(먹이를 먹고 얼마 후 메스꺼움을 느끼면 이후 그 먹이를 피한다)만, 포유류와 조류는 목표 지향적 도구적 인지(표시등이 깜박이는 동안 레버를 누르면 먹이를 얻는다. 하지만 그 먹이를 먹고 메스꺼움을 느끼자 레버를 누르지 않는다)만, 오직 인간만이 의식적 숙고(시행착오가 아닌 기억과 추론, 예측을 통한 문제해결)를 할 수 있다.
이 책의 후반부는 인간 뇌의 각 영역의 기능적 역할과 그 네트워크에 의해 어떻게 지각과 기억, 인지와 감정, 곧 우리의 의식적 경험이 작동하는지를 살펴본다. 르두는 의식의 핵심적인 영역으로 전전두피질, 그중에서도 ‘전두극’에 주목한다. 전두극은 다른 영장류의 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우리의 가장 추상적인 개념적 표상이 생성·처리되는 곳이자 장기 목표와 미래를 계획하고 계층적 관계 추론과 문제해결 등의 숙고적 인지를 담당하는 곳이다. 또한 전두극은 자기인식 즉 자기주지적 의식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나’(자아)를 구분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자기주지적 의식 덕분이며, 이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생존 전략의 역사에서
만들어진 인간의 감정, 마음

우리는 위험에 반응할 때 공포를 느낀다. 이 두 가지 경험이 자주 같이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공포가 그러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르두에 의하면,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생존 행동을 제어하는 뇌 시스템과 그 행동을 할 때 경험하는 의식적 느낌(감정)을 관장하는 뇌 시스템은 서로 별개다. “행동과 느낌은 동시에 일어나는데, 이는 느낌이 행동을 일으키기 때문이 아니라, 각각의 시스템이 같은 자극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흔히 행동을 마음의 도구로 여기지만, 마음과 같은 정신 활동은 진화의 역사에서 훨씬 뒤늦게 생겨났다. 행동과 정신 활동을 연결하는 것은 ‘진화론적 사후설명’일 뿐이다.
르두는 심적 상태가 행동을 일으키는 듯한 혼동을 주는 ‘공포 회로’라는 표현 대신 ‘생존 회로’를 도입하여, 행동은 ‘생존 자극―생존 회로―생존 반응’의 메커니즘을 따르지만, 감정(느낌)은 피질 인지 회로(고차 전전두 네트워크)에서 따로 처리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발밑에 뱀이라는 위험 정보가 감각계에 전달되면 편도체에서 방어적 생존 상태(방어적 생존 회로)가 활성화되어 행동 반응(얼어붙기, 회피)과 생리적 반응(떨림, 식은땀)을 일으키고, 동시에 피질 인지 회로에서 느낌(공포, 불안)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르두의 다중 상태 계층 모델에 따르면, 의식적 공포는 어떤 상황을 위험이라고 인지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생긴다. 다시 말해, 공포를 일으키는 것은 편도체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공포 스키마(살아오면서 획득한 위험에 대한 지식)이며, 공포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나에게’ 두려운 것이다. 감정은 자기주지적 의식이며, “자아가 없다면 감정도 없다.”
이러한 사실은 이제까지 많은 제약 회사들이 공포나 불안을 덜 느끼게 하는 의약품 개발에 실패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대부분의 약품은 동물실험을 통해 행동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개발되지만, 이것은 생존 회로에만 작용할 뿐 정작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하는 피질 인지 회로에는 효과에 없기 때문이다.

동물의 의식과 인간의 의식에서
공통점과 차이점

감정이 위와 같이 창조되는 것이라면, 자기주지적 의식 경험은 오직 인간만이 가능하므로 감정도 인간에게서만 일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언뜻 다른 종, 특히 인간과 가까운 동물들에게서 의식과 감정을 박탈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르두는 동물이 의식적 경험을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동물의 의식적 경험이 인간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를 가능성이 있으며, 언어가 없는 이상 이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다른 동물이 인간과 유사한 의식적 경험을 한다고 말할 때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다윈이 인간과 동물의 행동 유사성을 들어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고 주장한 이래로 ‘인간중심주의’와 ‘의인화’ 경향이 학계에 뿌리 깊이 자리잡았다. 우리가 생존 행동(방어, 에너지 관리, 체액 균형, 생식)을 할 때 어떤 의식적 경험을 한다고 해서 다른 동물도 그럴 것이라고(공포와 허기, 갈증, 성적 쾌락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경험을 다른 유기체에 투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프란스 드 발이나 제인 구달, 마크 베코프 같은 의인화 옹호자들의 주장(“밀접하게 연관된 종들이 똑같은 행동을 보인다면 그 밑바탕에 있는 심적 과정도 아마 동일할 것이다.”)과 달리, 행동의 관찰만으로 행동과 의식을 연결할 수는 없다. 행동은 의식적으로만 제어되지는 않으며, 비의식적으로 제어되는 행동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행 동물 연구들은 특정 행동이 의식적으로 제어되는지 비의식적으로 제어되는지 확인하기보다는, “여기에 의식이 관련되어 있다는 직관을 지지할 수 있는 증거를 축적하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다. 의인화적 사고는 다른 동물의 행동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데 유용했기에 자연선택에 의해 우리 유전자에 배선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 본성이고 자연스럽다고 해서 과학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과학은 어디까지나 직관이 아니라 실제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인간은 진화의 정점이 아니다
문명을 일구고 파멸시킨 인간 고유의 자기주지적 의식

르두는 감정이란 언어와 자기주지적 의식의 굴절적응(다른 형질의 부산물로 생겨났으나 그 유용성 때문에 자연선택된 형질)의 결과로서, 단순히 위험을 감지하고 회피하는 비의식적 생존행동보다 가치를 개인화하는(“이것이 ‘나에게’ 얼마나 위험할까?”) 그 능력이 생존에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선택되었다고 말한다. 르두가 감정과 의식을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파악한다고 해서, 인간을 진화의 정점에 선 존재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40억 년의 긴 역사에서 그러한 고유성은 그저 각주에 불과하다.”) 오히려 에필로그에서 르두는 자기주지적 의식의 부정적인 면을 조명한다. 자기주지적 의식은 오늘날의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을 비롯한 위대한 성취를 이루어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불신, 증오, 욕심, 이기심 같은 “우리 종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심적 특징들도 가능하게 했다.” 르두는 기후변화와 대량멸종 등 생태계 파괴가 가져올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며 이제라도 느린 생물학적 진화 대신 빠른 인지적·문화적 진화, 곧 다른 종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의식적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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