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지은이) 지음 | 창비 펴냄

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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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26

페이지

384쪽

이럴 때 추천!

외로울 때 , 답답할 때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상세 정보

오랜 세월 약자들의 편에서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김중미 작가의 장편소설.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2000년을 열어젖힌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20년, 연대를 통한 굳건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10대 여성 청소년 지우, 강이, 여울이를 중심으로 할머니, 어머니, 딸로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지는 생의 면면을 그려,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굽이들을 살아 낸 평범한 이웃의 삶에 존경을 전한다. 나날이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 위험에 내몰리는 비정규직 청년들의 노동 환경 등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연대와 돌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간구한다.

열아홉 살 지우, 강이, 여울이는 인천 은강구 한마을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무대인 은강은 소설 속 1970년대 풍경과 달리 이제는 판자촌 대신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도시의 중심부로부터 더 멀리 밀려났다. 성공을 좇는 사람들은 은강을 떠나 신도시로 터전을 옮겼고, 은강에는 오늘도 여전히 '난장이 가족'과 다름없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 산다.

고3을 맞은 지우에게는 은강방직 투쟁을 이끈 해고 노동자였던 이모할머니의 삶을 소설로 남기겠다는 꿈이 있다. 은강방직에서 일하던 엄마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 외할머니와 살아가는 강이는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호조무사를 꿈꾼다. 여울이는 가난한 은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대에 진학하고자 입시에 매달린다. 각자 가정 환경도, 꿈도 다르지만 세 친구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구청에서 은강구를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생활 공간을 침해하는 '쪽방 체험관'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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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훈

@yujunghoon

사람이 먼저다

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2주 전
0
MiAEnd님의 프로필 이미지

MiAEnd

@mi_aend

2023.7 독서



곁에 있다는 것 _ 김중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은강동을 배경으로, 현 세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사회문제를 전체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서로 질투도 하고, 갈등도 하지만, 서로를 의지하는, 언제나 서로의 곁에 있는 친구 지우, 강이, 여울이 세명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각자의 상황, 이겨내고있는 힘듦이 드러난다.

각자의 고민과 가족, 주변인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사회문제를 보여주고있다.



지우의 이모할머니는 은강방직 노동자투쟁을 하시고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셨다. 이후 복직을 위해 계속 싸우셨으나 2020년대까지와서도 해결되지 않아 계속 싸움을 이어가고계신다.

지우의 동네는 재개발로 인해 일조권 제한이 완화되어 일조권이 보장되지 않는 집들이 많다. 일조권 제한이 완화되면서 돈 있는, 건물을 올려 돈을 벌 사람들은 좋겠지만, 그 피해는 결국 그 일대를 벗어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감당해야한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이 뿐 아니라 지우의 주변에는 기초생활수급문제를 겪는 이웃 –연이 닿지 않는 가족의 재산과 소득으로 인해 가족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나라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이웃들- 도 있다. 부정수급을 하려는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한 법 망이 도리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걸러내고 있는 모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강이는 외할머니와 살고 있다. 미혼모였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외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있다. 생활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3이라는 상황에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야만 한다.

강이는 진학과 취업 고민, 외할머니의 건강 걱정 등으로 머리가 복잡하지만 아르바이트를 멈출 수 없다.

강이는 자신이 조손가정, 결손가정이라는 것에 결핍을 느끼고 있었지만, 중학교 때 같은 반이 된, 보육원에서 지내는 짝을 보며, ‘시설 아이’라는 또다른 소외된 사람들을 인식한다.



여울이는 LH 휴먼시아 아파트에 산다. 사람들은 같은 아파트라도 분양세대와 임대세대를 가르고싶어한다. 여울이는 이 마을에서 벗어나 더 ‘좋은’ 곳으로 가기위해 공부를 선택했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으려 계속 노력한다.

학교에서는 대학 타이틀을 위해 상위권만 집중해서 지원하려한다. 한명만 가능한 대회참가 기회를 성적이 높은 학생에게 주려하고, 상위권만 모아서 특별 자습실을 운영한다. 학교가 그저 입시만을 위한 곳으로 전락해버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여울이 어머니는 항상 성공을 목표로 했다. 그러다 다단계 투자 사기를 당하고, 같이 투자를 권유했던 주변사람들에게 죄인이 된다. 그런 여울이 어머니는 자식에게 자신의 목표를 전가한다. 자식을 통해 꿈을 대신 이루려는 부모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게 마음이 무겁다.



마지막장에서는 이 마을에 빈민 체험관을 만들려는 정책이 시행되려는 사실을 알게된 은강동 주민들이 막아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은강동의 실제 모티프인 만석동에서 실제 있었던 빈민체험관 설립 사건을 담아냈다.

가난이 뭔지 제대로 이해조차하지못하는, 탁상공론으로 나오는 정책들. 어떻게 가난을 관광상품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실제 거주하는 사람의 주거지 자체를 관광지화하려는 생각은, 도대체 그 주민들을 어떻게 생각했길래 나온 생각일까? 아니 아예 생각 자체를 하지않았던걸까?

은강동 빈민체험관 정책은 마을 사람들의 반대로 부결되었으나, 그 후 이어진 조치들 조차 가난에 대한 무지로 만들어지는 정책뿐이다.



페이지 삼백 중후반 정도의 소설이지만,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하나씩 끌어들여 담아내고 있어서 오랜 시간 읽게되었다. 위에 쓴 내용도 많이 간추렸고 실제로는 더 많은 얘기들이 담겨져 있다.



언젠가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싶은 소설.

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읽었어요
2023년 9월 16일
0
김예성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예성

@gimyesung

<2월의 애송이도서>

“곁에 있다는 것” _김중미 / 창비

예전에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서, 이 책도 읽게 되었다.

소설 속의 ‘가난’이 표현된 내용들을 읽으면서
(난 ‘부자사람’이 아닌데도)
마음 한켠에 이상한…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다른 한 켠에서 이런 삶을 누군가는 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다문화가정, 기초수급자, 보호종료 청소년,
비정규직노동자, 한부모가정, 독거노인 등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엔 픽션 소설로 시작했다가,
끝날 때는 논픽션 사회복지 책을 본듯한 느낌…
감상하러 봤다가, 반성하게 되는…느낌…

소설 속 십대 주인공들인, 지우, 강이, 여울이는,
자신의 동네에 빈민체험관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는 운동을 시작한다.

어린 십대들이 뭘 할 줄 아냐고
뜯어말릴 수도 있었겠지만,
이들은 동네 어른들과 함께 연대하여
자신들의 뜻을 이루어내고야 만다. 기특하다, 대견하다.

부모가 이혼해서, 할머니랑만 살아서,
중학교까지밖에 졸업을 못해서,
가난하고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해서,
배달 알바를 해서, 보육원 출신이라서,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 “곁에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고 소중했다.

자신들이 사는 동네가 가난하고 대단한 곳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빈곤체험하는 볼거리가 되는 것을,
누구보다 원치 않아하는 이들이었다.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동네에서 살면서,
왜 그곳을 지키려고 했을까.

본문 내용에서도 나온 것 처럼,
수찬이처럼 ‘갈 데가 없어진 사람들이 깃들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었던 말은,
단순히 이곳에 빈곤체험장을 짓지 말자를 넘어선,

함께 연대하여 불평등의 벽을 허물어,
서로 존중하고 섬기고 연대하여 사랑과 희망으로
가난한 자들이 선택한 ‘희망’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

할머니세대들이, 엄마아빠세대들이 무너져
가난이 대물림될 수 밖에 없었지만
계속 포기하지않고 이전 세대들과 함께 곁에서
한마음과 한 목소리를 내려한 것 말이다….

PS 이 책은,
사회적계층과 가난, 사회복지, 연대, 가정, 공동체,
편견, 이웃,,,,사회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인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ㅡ 책 본문중에서 ㅡ

p31 영민오빠를 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으려면 가난을 벗어나려 애쓰는 대신,
가난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초생활수급권을 박탈당하지 않으려는 영민)

p131 “괜히 동정하는 척 하지마. 가정집 애들이 뭘 안다고”
내 편에서는 공감과 선의였지만
언니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p240 그 사다리는 각자의 노력으로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사다리를 얻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을 뿐이다.

p244 나는 단지 평범한 사람, 딱 중간쯤으로 사는 게 목표다. 그런데 그 목표로 가는 길도 수월치 않다.

p266 “오빠, 사진이나 그림에 담긴
우리동네 골목이 낯설어.
저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감추고 싶었을 모습까지
드러내 보이는 것 같아 불편해.”
오빠도 사진을 보며 천천히 웅얼거렸다.
“빈곤에 대한 관음증이니까”

p278 “공영재개발은 도시 빈민 지역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바꿀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생태계를 완전히 짓밟는 거라고.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끈끈한 유대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그 생태계가 망가지지 않게 해야한다고.”

p300 …자기가 얼마나 가난한지, 부모라는 인간들이 얼마나 매정한지를 소명하는 과정은
괴롭고 수치스러웠다.
그런데 더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은
주민센터 직원들이 자신을 기생충보듯 할 때였다.

p309 “그런데 언젠가부터 겨울만 되면 연탄이랑
김장 김치 가져와서 나눠 주면서 생색을 내고,
어떨 때는 방송에도 나와. 그때마다 언짢아.
동정받는 거 같아서.”

p358 “지우야, 너는 촛불이 이길 것 같아?”
“잘 모르지만 점점 사람들이 많이 모이잖아.
뭔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이모할머니는 언젠가는 자신들이
꼭 이길 것이라고 믿어. 나도 그러길 바라고.
우리가 약자인 건 맞지만 그 약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더 많은 손을 맞잡으면 달라지지 않을까?”
——-


작가의 말 중에서 ㅡ

“어떤 가난도 사회적이지 않은 가난이 없고,
정치적이지 않은 가난이 없다.
법은 가난한 이들의 것이 아니다.
역사 속 어떤 시대도 가난한 이들의 편이었던 적이 없다.

하지만, 그래서 미래도 가난한 자들의 편이 아닐 거라고
체념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우리는 희망을 선택해야한다.

…. 이 불평등의 벽을 허무는 길은,
존중과 섬김, 연대와 사랑을 복원하는 것 뿐이다.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들이 경계를 허물고
견고한 저들만의 벽에 틈을 내고
그 틈을 벌리는 일, 그것이 희망이다.

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2022년 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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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오랜 세월 약자들의 편에서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김중미 작가의 장편소설.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2000년을 열어젖힌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20년, 연대를 통한 굳건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10대 여성 청소년 지우, 강이, 여울이를 중심으로 할머니, 어머니, 딸로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지는 생의 면면을 그려,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굽이들을 살아 낸 평범한 이웃의 삶에 존경을 전한다. 나날이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 위험에 내몰리는 비정규직 청년들의 노동 환경 등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연대와 돌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간구한다.

열아홉 살 지우, 강이, 여울이는 인천 은강구 한마을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무대인 은강은 소설 속 1970년대 풍경과 달리 이제는 판자촌 대신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도시의 중심부로부터 더 멀리 밀려났다. 성공을 좇는 사람들은 은강을 떠나 신도시로 터전을 옮겼고, 은강에는 오늘도 여전히 '난장이 가족'과 다름없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 산다.

고3을 맞은 지우에게는 은강방직 투쟁을 이끈 해고 노동자였던 이모할머니의 삶을 소설로 남기겠다는 꿈이 있다. 은강방직에서 일하던 엄마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 외할머니와 살아가는 강이는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호조무사를 꿈꾼다. 여울이는 가난한 은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대에 진학하고자 입시에 매달린다. 각자 가정 환경도, 꿈도 다르지만 세 친구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구청에서 은강구를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생활 공간을 침해하는 '쪽방 체험관'을 추진한다.

출판사 책 소개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20년,
다시 우리 곁에 찾아온 진실한 문학의 감동


오랜 세월 약자들의 편에서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김중미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곁에 있다는 것』이 출간되었다.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2000년을 열어젖힌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20년, 연대를 통한 굳건한 희망을 이야기하며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작품이다. 10대 여성 청소년 지우, 강이, 여울이를 중심으로 할머니, 어머니, 딸로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지는 생의 면면을 그려,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굽이들을 살아 낸 평범한 이웃의 삶에 존경을 전한다. 나날이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 위험에 내몰리는 비정규직 청년들의 노동 환경 등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연대와 돌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간구하는 또 하나의 대표작이 될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더 빛나는 별처럼
우리 사회의 가장자리를 비추는 연대의 목소리


열아홉 살 지우, 강이, 여울이는 인천 은강구 한마을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무대인 은강은 소설 속 1970년대 풍경과 달리 이제는 판자촌 대신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도시의 중심부로부터 더 멀리 밀려났다. 성공을 좇는 사람들은 은강을 떠나 신도시로 터전을 옮겼고, 은강에는 오늘도 여전히 ‘난장이 가족’과 다름없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 산다.
고3을 맞은 지우에게는 은강방직 투쟁을 이끈 해고 노동자였던 이모할머니의 삶을 소설로 남기겠다는 꿈이 있다. 은강방직에서 일하던 엄마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 외할머니와 살아가는 강이는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호조무사를 꿈꾼다. 여울이는 가난한 은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대에 진학하고자 입시에 매달린다. 각자 가정 환경도, 꿈도 다르지만 세 친구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구청에서 은강구를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생활 공간을 침해하는 ‘쪽방 체험관’을 추진한다. 자본의 논리 앞에 가난마저 상품화하고, 삶의 터전을 전시하겠다는 발상에 지우, 강이, 여울이는 주위 친구들과 함께 뜻을 모아 맞선다.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할머니 때부터 이어져 온 은강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자신들을 둘러싼 사회와 마주하며 현실을 깨닫는다. 한 걸음 성장한 세 친구는 10대의 마지막 날인 2016년 12월 31일,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며 벅찬 마음으로 스무 살을 맞는다.

“김여울, 너 그거 알아? 별은 정면으로 볼 때보다 곁눈질로 볼 때 더 반짝인다. 이렇게 별 하나를 골라서 똑바로 보다가 곁눈질을 해 봐. 그럼 별이 정면으로 볼 때보다 더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여. 한번 해 봐.”
(…)
“사람들은 주변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잖아.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거지. 눈길의 가장자리가 더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우리처럼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보고 더 빛날 수 있잖아.” ―본문 241면

슬픔이든, 기쁨이든, 무엇이든 나누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우리 동네, 우리 이웃 이야기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 그랬듯, 작가의 눈길은 여전히 ‘사람’에게로 향한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인물들은 혼자서는 돋보이지 않더라도 함께라면 빛날 수 있는 밤하늘의 별자리와 같다.
은강방직 해고 노동자인 지우 이모할머니 옥자의 싸움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부당한 탄압에 대한 회사의 사과를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중미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70년대 여성 공장 노동자를 지나간 사건 속 잊힌 인물이 아닌 끊임없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주인공으로 호명한다. 옥자의 싸움은 자신과 동료들의 삶을 증명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같은 싸움을 하고 있는 젊은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다. 서로의 곁에 있을 때, 이들은 더 이상 노인과 청년이라는 세대 구분으로 단절되지 않고, ‘동지’라는 이름 아래 연대한다.
지우 엄마 경순은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던 지우 아빠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지우는 시민운동을 계속한 아빠와 달리 결혼 후 육아와 생계에 몰두한 엄마가 안타깝다. 그러나 경순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의 소중함, 그 일을 지키기 위한 노력 역시 시민운동과 동등한 무게를 지닌다고 믿는다. 지우 또한 그런 엄마의 모습을 통해 빛나지 않더라도 값진 ‘생활’의 의미를 배운다.
그런가 하면 영화감독을 꿈꾸다 공무원 시험 준비로 진로를 바꾼 지우 언니 연우나, 큰 성공보다 안정을 바라는 여울이, 오직 명문대와 아파트만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 여울이 엄마 은혜는 등장인물 사이에 긴장과 균형을 불어넣으며 작품이 입체감을 띠도록 돕는다.

은강동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타인과의 어깨동무로 살아남았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노동이든, 공간이든, 무엇이든 나누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은강동이다. 그 가난을 모르는 이들이 쪽방 체험관 따위의 터무니없는 구상을 만들어 냈다. 가난은 진열대 위에 전시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본문 371~372면

파수꾼처럼 우리 곁을 든든히 지켜 온 작가 김중미,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다


『곁에 있다는 것』은 70년대 여성 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에서부터, 현재 한국 사회가 빈민을 대하는 민낯을 드러내는 도시 재생 사업,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월호와 촛불 집회까지,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김중미 작가 특유의 믿음직한 목소리로 옮겨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이 소설은 『괭이부리말 아이들』 출간 이후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변함없이 그대로인 빈곤 문제와, 달라진 가난의 양상을 그리며 긴요한 화두를 던진다.
지우의 이웃에 사는 보호 종료 청년 영민이는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 얼마나 외롭게 살아왔는지 소명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천막 농성을 하던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수찬이는 집회에서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펴는 또래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밝은 앞날을 선뜻 기대하지 못한다. 하지만 동시에, 강이는 베트남에서 온 란이와 가까워지며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서로 통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지우 역시 함께 촛불을 들지 못하는 수찬이와 영민이를 기억하며 마음을 나눈다.
『곁에 있다는 것』은 다시 한번 가난을, 그러나 그보다 굳센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아직 희망을 선택할 기회가 남아 있다. 이제 독자들이 이 씩씩한 희망에 곁을 내어 줄 차례다.

“엄마는 왜 안 떠났어?”
“포기가 안 되더라고.”
“뭐가?”
“가난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갖는 거.” ―본문 28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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