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방

메리 크리건 지음 | 북트리거 펴냄

내면의 방 (우울의 심연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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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10.15

페이지

336쪽

상세 정보

이제 막 삶의 출발점에 선 젊은 여성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곤두박질치는 마음, 무력한 분노, 허무함. 철저히 고립된 경험 속에서 다급한 질문이 쏟아졌다. 우울증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언젠가는 이 병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있을까?

저자 메리 크리건은 자신의 삶에 틈입한 질병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냉정한 호기심으로 우울증에 관한 글을 찾아 읽기 시작한다. 방대한 정신의학 논문을 비롯해 임상 연구서, 프로이트의 에세이, 릴케의 시 등 우울증과 자살, 죽음에 관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고 썼다. 이 책은 당사자의 시각으로 우울증, 죽음, 자살, 회복, 애도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치유의 에세이이다. 메리 크리건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당혹스러운 시간을 버텨 냈다. 그녀는 살기 위해 글을 썼고, 글을 쓰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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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점진적으로 강을 넘어 바다로 흘러가며 깊어진다. 작가의 현재 삶에도 영향을 끼치는, 30여 년 전의 젊은 날을 회상하며 쓴 에세이.

글은 그녀가 옛날 사진을 훑어보다가 오래전 뉴욕의 아파트에서 베이비샤워를 했던 사진을 보며 시작한다. 그때까진 행복했던, 모든 것이 조화로웠던 그녀는 몇 달 후 그녀에게 닥칠 크나큰 시련을 아직 알지 못했다. 그녀의 딸 애나는 심장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그녀는 자신의 품이 아닌, 차디찬 묘에 뭍혀야 했고 이 슬픈 일을 기점으로 그녀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과연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이 정상일 사람이 누가 았을까? 하물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그 심정. 가히 상상할 수도 없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그녀의 몸은 조금씩 망가져 갔고, 곧이어 그녀의 정신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해졌다. 현재 50대의 그녀가 20대 때의 일을 다시 꺼내며, 흡사 저자와 함께 시간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매우 상세하게 묘사된 정신병원의 이야기와 우울증 병에 대한 이야기. 비록 난 아이를 잃은 슬픔을 알지 못하지만, 나 또한 우울증을 앓던 사람으로 그녀의 묘사와 글에 상당 부분 공감하게 된다. 밝게 쓰이지 않은 글이지만, 딱히 어두컴컴한 병원 복도를 걷는다는 느낌보다는 저자와 함께 병동을 거니는 느낌이다. 놀라웠던 점은 그녀가 우울증에 관한 글을 쓰며 언급한 여러 사례들과 그 역사적 배경들이다. 예를 들자면, ‘멜랑콜리아’라고 익히 듣던 단어가 그리스어를 라틴어로 번역해서 만든 것(melan은 ‘검은, 어두운. 흐릿한’이라는 뜻이고, khole는 ‘담즙’이라는 뜻)이란 것이 내가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점이다. 가감없는 그녀의 솔직한 우울증에 관한 심정이 내게 위안이 된다. 나만 그것을 느끼는 게 아니라는 것, 지구 반대편도 나와 동일한 감정을 느꼈던 사람이 있다는 것.

광기를 완화하려면 치료보다는 예방에 힘써야 한다.
-p.148

병원, 그냥 병원이 아니라 정신 요양소,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은 그 기만극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우리가 겉으로 내보이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이제 게임은 끝났다.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멀리 표류했는지를 계속 비밀로 숨기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병원은 더 이상 세상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게 된 우리를 받아들였다.
-p.158

#크림슨리브

내면의 방

메리 크리건 지음
북트리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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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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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이제 막 삶의 출발점에 선 젊은 여성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곤두박질치는 마음, 무력한 분노, 허무함. 철저히 고립된 경험 속에서 다급한 질문이 쏟아졌다. 우울증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언젠가는 이 병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있을까?

저자 메리 크리건은 자신의 삶에 틈입한 질병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냉정한 호기심으로 우울증에 관한 글을 찾아 읽기 시작한다. 방대한 정신의학 논문을 비롯해 임상 연구서, 프로이트의 에세이, 릴케의 시 등 우울증과 자살, 죽음에 관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고 썼다. 이 책은 당사자의 시각으로 우울증, 죽음, 자살, 회복, 애도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치유의 에세이이다. 메리 크리건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당혹스러운 시간을 버텨 냈다. 그녀는 살기 위해 글을 썼고, 글을 쓰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출판사 책 소개

“나는 내게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절망, 자기혐오, 죽고 싶은 충동…
상처의 진폭에 몸을 실어 써 내려간 우울증 환자의 기록

“우울증은 어떻게 자아에 스며들어 고장을 내는가”
냉정한 호기심으로 써 내려간 우울증 생존자의 기록


이 책의 원제는 the Scar, 즉 ‘흉터’이다. 저자 메리 크리건의 왼쪽 목에 남아 있는 울퉁불퉁한 흉터는 30여 년 전 자살 시도의 흔적으로, 그녀가 우울증 생존자임을 말해 준다. 스물여덟 살 때 갓 태어난 딸 애나를 선천적인 심장 기형으로 잃은 뒤 찾아온 우울증은 삶의 의지를 꺾는 치명타가 되어 그녀의 목숨을 빼앗을 뻔했다. 오랜 세월 침묵 속에서 우울증과 씨름하던 저자는 50대가 되어서 비로소 흉터에 얽힌 이야기를 글로 풀어 놓는다. 1983년 첫 우울증 진단을 받은 이후의 병원 치료와 끈질긴 재발, 그리고 끝내 그것이 새로운 현실임을 인정하고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기까지 30여 년, 그 고통과 치유의 시간을 생생하면서도 절제된 필치로 그려 냈다.

이 책을 이끄는 원동력은 우울증이라는 당혹스러운 질병에 대한 냉정한 호기심이다. 첫 아이를 잃은 뒤 ‘멜랑콜리를 동반한 주요우울증 에피소드’ 진단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저자 메리 크리건은 이 병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 했다. 우울증에 관한 진실은 안개 속에 있었다. 자신이 우울증에 앓게 된 것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는 의사도 없었고, 25년 동안 항우울제를 먹고 있는 게 정말 괜찮은 건지 확실히 안심시켜 주는 사람도 없었다.

차도를 보이는가 하다가도 자꾸 재발하는 우울증 앞에서 좌절하던 저자는 자신의 병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 좌절감과 무력감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다양한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때로는 자신의 진료 기록과 정신의학 학술지, 임상 연구서를 나란히 놓고 겹쳐 보기도 했고, 시집을 들춰 보며 문학이 죽음과 상실을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내면의 방』은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고통을 회고하면서도, 여기에 풍성한 문화적 질감과 역사를 입히는 한편, 우울증에 관한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 또한 놓치지 않는 독특한 회고록이다. 저자는 우울증 환자라는 시각에서 내면의 고통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켜켜이 쌓여 있는 우울의 지층을 한 겹씩 들여다보며 자신의 질병을 언어로 표현해 나간다. 그녀는 글을 통해 자신의 병을 들여다보면서, 동시에 그 병에서 빠져나왔다.

“우울증은 정확히 어떤 질병일까?”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 영향, 치료법까지
환자의 시각에서 낱낱이 조명하다


『내면의 방』에는 크게 두 가지 줄기의 이야기가 흐른다. 첫 번째는 우울증이 ‘진행’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하는 부분이다(1~2장). 첫 딸의 죽음 이후 강력한 상실감에 휘말린 여성이 어떻게 자살을 시도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이끌려 가게 됐는지, 아픈 과거를 반추하고 재구성하는 흐름으로 전개된다. 병적인 우울증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고 있는 한 인간의 내면, 신체와 정신을 압도하는 불안감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수면장애, 절망감, 죄책감, 자살 충동 등 병의 증상을 낱낱이 보여 주며 단순히 슬픔에 빠진 것과 우울증을 앓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강조한다.

두 번째 줄기는 우울증 ‘치료’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이다(3~7장). 저자는 전기충격치료(ETC), 정신병원의 역사, 항우울제 개발, 심리치료, 애도 작업 등과 관련된 경험을 돌아보며 지난 3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우울증 에피소드와의 고투를 낱낱이 조명한다. 여기에 정신의학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휘청휘청 걸어온 역사도 빼곡히 기록했다. 우울증의 원인을 해석하는 정신역동 모델과 생물학적 모델의 시각차에서부터, 과거 멜랑콜리아라고 불리던 병이 ‘주요우울증’이라는 진단명을 갖게 된 과정, 우울증의 하위 유형, 반(反)정신의학 운동의 흐름, 주요 항우울제의 개발 과정과 효과까지,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발전 과정을 차근차근 재구성해 본다.

단순히 개인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우울증의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 영향, 치료법을 섭렵해 환자의 시각에서 서술한 점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막연한 혼란을 쏟아 놓으며 감상에 빠지기보다, 질병에 대한 정신의학의 대응을 직시하며 우울증 환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기록한 글에서 감성과 이성을 조심스럽게 넘나드는 저자의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25년이 넘는 항우울제 복용, 되풀이되는 우울증 에피소드…
만성 우울증 환자의 애환을 솔직하게 담다


『내면의 방』에는 정신과 의사와 동행하는 삶이 어떠한지, 마음의 평형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삶이 무엇인지 등 만성 우울증 환자로서의 애환이 솔직히 담겨 있다. 저자의 우울증은 매우 복합적인 양상을 보였으며, 두 가지를 병행하는 치료가 시도되었다. 그녀는 25년이 넘도록 항우울제를 복용해 왔고,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심리치료를 받았다. 각각의 치료법은 효과도 있었지만 한계도 존재했다.

약을 먹으면 심계항진, 나른함 등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감정이 무덤덤해져 모든 감정을 느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에 때때로 약을 끊고 싶다는 유혹에 넘어가곤 했지만, 곧 다시 우울해져 약을 먹어야 하는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이와 달리 심리치료는 심리적 지원과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 반면, 저변에 깔린 생리학적 장애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두 가지 치료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오랜 세월을 보낸 저자는 “매번 나라는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릴 때마다 그 바위가 다시 굴러 내려갈 것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절망한다.

우울증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저자는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왔던 지난날이 자신에게 큰 짐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현재로서는 우울증의 신경생물학적 과정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기 않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정확히 겨냥한 치료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병을 완전히 극복해서 ‘정상’으로 돌아가려 하면 할수록 좌절감만 깊어지고, 자신은 실패자가 될 뿐이다. 저자는 그제야 현실을 담담히 인정한다. “우리는 병을 관리할 수 있을 뿐이지 치유할 수는 없다.”

평생 함께해야 할 우울증에 의연한 태도를 갖게 되기까지, 메리 크리건은 꼬박 3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털어놓으며 자신의 상황을 명확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속 깊은 이야기에서 우울증이 어떤 무게로 한 사람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정신 질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아픈 마음을 안고 사는 이들, 그 가족들, 그리고 그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들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문학과 예술 작품, 신화 속에 담긴 우울의 사유를 날카롭게 포착하며
상실과 죽음, 애도, 회복의 의미의 찾는 에세이


“나는 두어 문장을 쓴 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 그러나 에밀리 디킨슨은 이런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

『내면의 방』에서 만날 수 있는 풍부한 문헌 중 절반은 문학 작품이다. 영문학 강사인 저자는 입 밖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우울증의 고통과 상실의 슬픔을 평소 자신이 접해 왔던 각종 문학과 예술 작품의 언어를 빌려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에밀리 디킨슨이 말한 “납덩이같은 시간”에 접속하고, 수전 손택이 머무른 “병자 나라”의 시민이 되는가 하면, 윌리엄 스타이런이 표현한 “절망을 넘어선 절망”을 감내하는 것이 무엇인지 촘촘히 그려 낸다. 걸출한 문인들이 남긴 표현 속에서 우울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 냄으로써, 복잡하고도 고통스러운 내면을 섬세한 언어로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

첫딸 애나의 애도 과정에서도 문학은 중요한 열쇠가 된다. 저자에게 도움이 된 것은 대체물을 찾아 상처를 회복하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시각보다, 죽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 곁에 남아 있다고 여기는 『두이노의 비가』에 담긴 릴케의 확신이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여린 존재를 문학적인 재현을 통해 끌어안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저자에게는 치유의 방편이 된 것이다. 그녀는 머나먼 시절 신화 속 이야기까지 범위를 확장해,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살려 달라고 빌기 위해 직접 하계로 가는 오르페우스, 망자들의 세계에서 딸 페르세포네를 데려오려고 애쓰는 여신 데메테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깊은 공감을 표현한다.

애나의 묘비에 새겨진 엘리엇 시 「마리나」의 한 대목에서 애도는 절정에 달한다. “깨어났다, 벌어진 입술, 희망, 새로운 배.”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돌아온 딸을 부르는 아버지 페리클레스의 외침을 표지석에 새기고 나서야, 그녀는 애나를 떠나보낼 수 있었다. 풍부한 문학과 예술 작품, 신화 이야기로 나아가며 메리 크리건은 우울과 자살 충동을 뛰어넘어 다시 삶으로 건너오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이력을 활자로 기록해 나간다. 아프지만 아픔에서 멈추지 않고 끝내 앞으로 나아간 저자의 이야기는 상실과 죽음, 애도, 회복의 의미를 찾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동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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