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히는 가독성 대비 여운이 깊고 긴 책이었다
신화 '큐피드와 프시케 이야기'를 각색한 C.S. 루이스의 소설이다
주인공이자 회자 오루알(Orual)은 모두가 그리고 스스로도 겸손히 인정하는 추녀이다.
반면 그녀의 둘째 동생 프시케(Psyche)는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지성과 미모를 갖췄다.
빼어난 동생을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하고 동경한 오루알은 둘째 동생 프시케(Psyche)를 신에게 빼앗겼다고 느끼고는 신을 고소한다.
그녀는 자신의 순수한 참 사랑을 허락받지 못함에 신이 원망스럽다.
신에게 맞서는 고소의 과정, 그 직면의 순간 그녀는 깨닫는다.
자신은 추하지만 프시케는 아름다웠기에 더 소중히 가둬두었음을.
자신이 추하기에 자신의 얼굴이 숨겨졌었음을.
그리고 숨겨졌던 자신의 얼굴에 자신의 사랑조차 뒤틀렸었음을.
그녀는 참 사랑과 참진리를 깨닫고 자신의 얼굴을 찾는다.
마음도 의도도 선하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오루알.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추함'을 받아들였던 오루알.
응답하지 않는 신 앞에서 마치 켜켜이 쌓인 그녀의 분과 고소를 한꺼풀씩 벗겨갈 때, 비로소 그녀의 얼굴을 '찾았'을 때 동시에 그녀의 얼굴을 '가졌'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 가운데 자리 잡은 느낌은 아련함이었다.
어찌 설명이 어렵지만, 나 또한 나의 얼굴까지의 꺼풀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우리가 거울에 비추어 보듯 희미하게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 볼 것입니다.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같이 내가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3:12)
Till I have face, 주께서 나를 아신 것같이 내가 온전히 알게 될 때까지..
Till We Have Faces
C. S. 루이스 지음
HarperOne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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