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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흥미로운 기호 중 하나인 암호를 역사적 관점에서 숨겨진 발자취를 추적해 본다. 가족과 비밀통신을 하기 위해 글자를 뒤섞어 글을 쓴 로마의 카이라스부터 현대의 <매트릭스>와 <다빈치 코드>의 바탕이 된 상상력 넘치는 암호 유희까지, 역사 속에서 등장한 다양한 암호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책은 암호가 역사와 우리 일상에서 예상 외로 커다란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주목하고, 암호를 둘러싼 인간들의 창과 방패와도 같은 두뇌싸움에 집중한다. 예컨대 각종 전투와 첩보전에서 쓰였던 암호는 국가간의 승패를 결정짓는 열쇠였고, 현대에도 기업들은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로 내부 메신저로 소통되는 메시지를 암호화하고 있다는 것. 이 책은 인류의 역사가 애써 암호를 풀어내면 이보다 더 어려운 암호가 등장하는 순환 과정임을 보여준다.

수메르, 이집트, 마야 등 고대 문명의 문자언어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후대 사람들에게 이들 고대 문자는 일종의 암호와도 다름 없었기 때문에, 이를 해독하기 위한 노력에서도 추리소설 같은 기호학적 재미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설명이다.

인디언 나바호족의 언어가 암호로 응용되기까지의 과정, 최초의 여자 스파이였던 마타 하리의 이야기, 한글로 만든 암호표의 위력 등의 일화들을 다수 소개하면서 곱암호, 난수표암호, 문장암호 등 다양한 암호의 종류와 해독방법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