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보이지 않는 여자들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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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20.7.6

페이지

464쪽

상세 정보

남성을 위해, 남성에 의해 설계된 이 세계가 어떻게 인구의 반, 여성을 배제하는지 증명한 책이다. 남자를 인간의 디폴트값으로 여기는 사고방식 때문에 여성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는 제대로 수집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겨난 데이터 공백은 여자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고 때로는 죽이기까지 한다.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기술과 노동, 의료, 도시계획, 경제, 정치, 재난 상황 등 16가지 영역에 걸쳐 여성에 관한 데이터 공백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차별의 단면을 면밀하게 보여준다. 그간 은폐되고 누락되었던 여성의 관점과 지식을 복원하는 것이 남녀 모두, 나아가 세상에 어떤 이득이 되는지 시사한다. 방대한 통계 자료와 풍성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젠더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쟁과 잘못된 편견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보다 합리적이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무기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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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애

@hwangsun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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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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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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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빈

@seohabin

2021. 05. 28.

누가 나에게 “연방대법원에 여자 판사가 몇명이면 충분하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어봤을때 나는 “9명 전부 다”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놀랐다. 판사 9명이 전부 남자였을땐 한번도 문제조차 제기한 적이 없었는데. - Ruth Bader Ginsburg
-

📖 46 - 내가 잠깐 만났던 한 남자는 내가 이데올로기에 눈멀었다는 말로 나와의 말싸움에서 이기려 들었다. 내가 페미니스트라서 모든 것을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 보기 때문에 세상을 객관적으로 또는 합리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하자 - 그는 자칭 자유의지론자였다 - 그는 아니라고, 페미니스트가 세상을 합리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자 상식이라고 했다. 바로 드 보부아르가 말한 "절대적 진실"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보편적인 반면 페미니즘(세상을 여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특수하고 이데올로기적인 것이었다.

📖 84 - 에브리데이섹시즘이나 할러백!처럼 여자들이 매일같이 공공장소에서 직면하는 '위협적이지만 범죄 구성요건에는 미달하는' 행동에 대해 얘기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단체들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런 행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없음에 가까웠다. 영국 노팅엄 경찰이 (성기노출에서부터 성추행, 치마 속 촬영에 이르는) 모든 여성혐오 행위를 혐오범죄 - 또는 그 행위가 엄밀히 말해 범죄가 아닐 경우 혐오 사례 - 로 기록하기 시작하자 갑자기 신고가 급증했다. 남자들이 갑자기 사악해져서가 아니라 여자들이 경찰이 자기 말을 진지하게 들어줄 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 85 - 여자들이 공공장소에서 직면하는 위협적 행위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들이 남자 일행이 있는 여자에게는 그런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 일행이 있는 여자는 이런 종류의 행위를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브라질 여성의 3분의 2가 교통수단으로 이동 중에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했는데 그중 절반이 대중교통에서 일어났다. 남자의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따라서 성폭력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남자는 어디선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여자들의 그런 이야기를, "나는 한 번도 못 봤는데?"라는 무의미한 말로 너무나 쉽게 일축해버린다. 이 또한 젠더 데이터 공백이다.

📖 85 - 2017년에 쓰인 한 논문은 "성희롱이 얼마나 만연한가에 관한 대용량 데이터가 없다"라고 말한다. 저조한 신고율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범죄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97 - 설계자가 젠더를 고려하지 않을 때 공공장소는 남성 디폴트가 된다. 그런데 현실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 여성의 신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 138 -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5살 때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합쳐서 평균을 내면 남자 과학자와 여자 과학자를 그리는 비율이 비슷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7~8살이 되면 남자 과학자 수가 여자 과학자를 훨씬 앞선다. 14살이 되면 남자 과학자가 여자 과학자의 4배가 된다. 즉 예전보다는 여자 과학자를 그리는 아이가 많아졌지만 그 증가분은 대부분 교육과정이 데이터 공백에 의한 성 편견을 심어주기 전인 미취학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난다.

📖 214 - 인공지능학자 마크 얘츠카(Mark Yarskar)는 이 데이터 세트로 훈련된 로봇이 부엌에 있는 남녀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를 때 “남자에게는 맥주를 갖다 주고 여자가 설거지 하는 것을 도와주는” 미래가 올 수도 있다고 봤다.

📖 216 - <더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구직자 이력서에 72%는 사람에게까지 도달하지도 않으며 면접 과정에는 뛰어난 직원의 자세, 표정, 목소리톤에 관한 데이터로 훈련된 알고리즘을 탑재한 로봇이 관여한다. 근사한 얘기처럼 들린다. 여기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데이터 공백을 생각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프로그래머들은 뛰어난 직원은 선별할 때 성별과 인종이 충분히 다양하게끔 설정했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알고리즘이 그 부분을 반영할까? 알고리즘은 젠더별 사회화에 따른 목소리 톤과 표정의 차이를 반영하도록 훈련되었을까? 우리는 알지 못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알고리즘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입수한 증거들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 271 - 약은 수천 년 동안 남체가 인류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기능해왔다. 그 결과 여체에 관한 데이터에는 엄청나게 큰 역사적 공백이 생겼고 이 데이터 공백은 연구자들이 지금까지도 세포, 동물, 사람을 시험할 때 여성을 포함해야 한다는 윤리적 당위성을 계속 무시하기 때문에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작태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전 세계 신문 1면의 헤드라인을 장식해야 한다. 계속되는 여자들의 죽음, 의료계가 공범이다. 그들은 깨어나야 한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21년 5월 28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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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yijuyeonxm0c

젠더 데이터 공백이라는 단어에 대한 분명한 자각을 하게 되었다.
전에 싱크대의 수납장과 높이를 보면서 나처럼 작은 사람들을 위한 좀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냥 기본값에서 벗어나서 불편한 것이구나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아니었구나 하는 사실들과 만나게 되었다.

_머리말 중에서
젠더 데이터 공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그것이 대개 악의적이지도, 심지어 고의적이도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그것은 수천 년 동안 존재해온 사고방식의 산물일 뿐이기에 일종의 무념이라 할 수 있다. 남자들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고, 여자들은 아예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중 무념이기까지 하다. 우리가 인간이라 통칭하는 것은 남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의 성이 존재하는데 소위 기본값이 한 성으로만 정의되어져 모든 것들이 규정되고 진행된다는 것이 참 불합리한 게 아닌가. 그럼에도 그게 불합리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라는 건 더 씁쓸하다.

감사의 말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 많은 분야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작업하면서 결코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었을 방대한 작업들의 분석, 전문가의 조언들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읽으면서 숫자적 데이타의 근거와 제시, 저자의 추측과 가정을 보면서 '토 나오는 버전'이라는 말에 노고와 공력을 느낀다. 간간이 데이타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데이타임에도 불구하고 이걸 근거로 여성에게 반영되거나 진행될 예측적 결과에 대한 논지는 이해가 되면서 조금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야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부당함의 호소가 아니라, 이런 데이타를 이야기하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는지 자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어렵지만 더 높은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학서가 더 많이 출간되고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회자되면서 문화적 사회적 편향성이 개선되어 나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성 남성의 이분법적 구도의 진영 싸움이 아닌 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근거를 분석하고 제시하려 애쓰는 학자와 운동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나의 딸들은 좀더 나은 사회와 문화속에 살아갔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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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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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남성을 위해, 남성에 의해 설계된 이 세계가 어떻게 인구의 반, 여성을 배제하는지 증명한 책이다. 남자를 인간의 디폴트값으로 여기는 사고방식 때문에 여성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는 제대로 수집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겨난 데이터 공백은 여자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고 때로는 죽이기까지 한다.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기술과 노동, 의료, 도시계획, 경제, 정치, 재난 상황 등 16가지 영역에 걸쳐 여성에 관한 데이터 공백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차별의 단면을 면밀하게 보여준다. 그간 은폐되고 누락되었던 여성의 관점과 지식을 복원하는 것이 남녀 모두, 나아가 세상에 어떤 이득이 되는지 시사한다. 방대한 통계 자료와 풍성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젠더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쟁과 잘못된 편견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보다 합리적이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무기를 제공할 것이다.

출판사 책 소개

“정보가 세상을 바꿀 무기가 될 수 있다면, 이 책은 거대한 무기고다”
보이지 않는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페미니스트를 위한 최고의 무기

스마트폰과 자동차 설계부터 의료, 노동, 도시계획까지
남자가 표준인 세상에서 여자는 어떻게 투명 인간이 되는가

✓ 영국왕립학회 과학서적상 수상 ‧ 《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 아마존 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 《뉴욕 타임스》, 《가디언》, 《포브스》… 세계 언론이 주목한 ‘젠더 팩트 체크’
✓ 권김현영, 김진아, 노명우, 박상현, 이다혜 등 국내 지식인들의 강력 추천



스마트폰을 자꾸 떨어뜨리는가? 사무실 냉방 온도가 낮아 감기를 달고 사는가? 마스크나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너무 헐겁거나 꽉 끼고, 처방받은 약이 어쩐지 효과를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남성을 위해, 남성에 의해 설계된 이 세계가 어떻게 인구의 반, 여성을 배제하는지 증명한 책이다. 남자를 인간의 디폴트값으로 여기는 사고방식 때문에 여성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는 제대로 수집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겨난 데이터 공백은 여자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고 때로는 죽이기까지 한다.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기술과 노동, 의료, 도시계획, 경제, 정치, 재난 상황 등 16가지 영역에 걸쳐 여성에 관한 데이터 공백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차별의 단면을 면밀하게 보여준다. 그간 은폐되고 누락되었던 여성의 관점과 지식을 복원하는 것이 남녀 모두, 나아가 세상에 어떤 이득이 되는지 시사한다. 방대한 통계 자료와 풍성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젠더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쟁과 잘못된 편견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보다 합리적이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무기를 제공할 것이다.


한 손에 쥐기에 크고 무거운 스마트폰,
70kg 40세 남성에게 최적화된 표준 사무실 온도,
여성에게 주로 발견되는 ‘통증 없는 심장마비’는 진단조차 받지 못해…
“남자가 표준인 세상에서 여자는 어떻게 투명 인간이 되는가”


“6인치(152.4mm).” 최신 스마트폰 액정의 평균 크기다. 2020년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아이폰 12 모델은 이보다 조금 작은 5.4인치(137.1mm)라고 한다. 애플에서는 벌써부터 “한 손 조작에 문제없는 크기”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 사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자들에게 이는 다른 세상의 얘기다. 여성의 평균 뼘이 18~20cm라는 걸 감안할 때 대부분의 여자들은 한 손 조작은 고사하고 스마트폰을 떨어뜨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문제는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구글의 음성인식시스템은 여성의 목소리보다 남성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인식할 가능성이 70%나 높고, 똑같이 교통사고를 당해도 여자는 중상을 입을 확률이 남자보다 47%나 높다. 남성 우월주의에 심취한 누군가 꾸며낸 음모라고 단정하기엔 이런 사례가 너무나 많다. 사소한 불편부터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위협까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차별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남성에게 편향된 데이터로 설계된 세계가 어떻게 인구의 반, 여성을 배제하는지 증명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영국의 여성운동가인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남성을 인간의 디폴트값으로 삼는 사고방식 때문에 여성과 관련된 정보와 지식이 제대로 수집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른바 ‘젠더 데이터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회적 표준이 만들어질 때 여성은 가려지고 지워지고 끝내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여름철 사무실의 적정 온도 설정은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표준 사무실 온도를 결정하는 공식은 몸무게 70kg인 40세 남성의 기초대사율을 기준으로 하는 탓에 여자에게 적정한 온도보다 평균 5도가 낮다. 그런가 하면 심장마비의 진단과 치료가 남성에게 맞춰져 있어 여성 심장마비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도 잦다. 실제로 여성들의 심장마비 전조 증상은 가슴통증(남성의 일반적 전조 증상) 없이 복통이나 호흡곤란, 메슥거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관점에서 성차별 메커니즘을 밝히고 젠더 문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언론과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2019년 영국왕립학회 과학서적상을 수상했고 《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뉴욕 타임스》, 《가디언》, 《인디펜던트》, 《포브스》 등 주요 외신의 극찬을 받았다.


“제설 순서, 업무평가제, GDP 산출 방식… 의외의 곳에도 차별은 있었다”
자동차 설계부터 의료, 노동, 도시계획, 정치, 재난 상황까지
젠더를 둘러싼 무지와 편견에 팩트라는 무기로 맞서다


스웨덴 칼스코가 시의 제설 작업은 조금 특별하다. 다른 지역이나 국가들은 눈을 치울 때 주요 도로에서 시작해 인도와 자전거도로에서 끝나지만 칼스코가의 제설 작업은 이와 정반대의 순서로 진행된다. 칼스코가의 제설 방식이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자에 초점을 두는 이유는 분명하다. 눈 속에서 유모차(또는 휠체어나 자전거)를 미는 것보다 운전을 하는 편이 더 쉽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이동할 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장보기나 아이의 등하교 때문에 동선이 복잡해지는 이는 (국적을 불문하고) 여자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눈을 치우는 일이 젠더와 무관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이러한 진실이 밝혀진 데에는 구체적이고 검증된 데이터의 힘이 컸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여성을 향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증명할 사실근거들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국제기구와 NGO,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 자료와 주요 매체에 실린 기사, 논문을 엄선했으며 각각의 출처를 빠짐없이 명기하여 참고 자료만 1330여 개에 이른다. 뿌리 깊은 데이터 공백 때문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만족스러운 여성 데이터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 책은 젠더 분야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보고(寶庫)가 되어준다.
저자는 방대한 통계 자료와 풍성한 사례를 바탕으로 기술, 노동, 의료, 도시계획, 경제, 정치, 재난 상황 등 16가지 영역에 걸쳐 여성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낸다. 겉으로는 성 중립적인 것 같지만 성차별과 긴밀한 사례는 제설 작업 외에도 무수히 많다. 수많은 기업과 대학에서 시행 중인 성과 중심의 업무평가제는 ‘돌볼 대상이 없는 직원’에게 유리하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무급 돌봄노동의 75%를 담당하며 매일 무급 노동에 3~6시간을 들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녀가 있는 맞벌이 여성은 일터에서 출발선이 다른 경주를 하는 셈이다. 국가의 경제 규모를 가늠하는 기준인 GDP에는 집안일이나 돌봄이 포함되지 않아 여성의 노동 가치나 생산성을 저평가하는 핑곗거리가 된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 분야에서 여성에 대한 임상시험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증거도 많다. 2014년 FDA는 여성에게 두 번째로 흔한 약물 부작용이 ‘약효 없음’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심지어 매년 200만 명의 여성이 불안증, 뇌전증 등의 질병 때문에 복용하는 ‘바리움’은 한 번도 여성 피험자를 상대로 무작위 임상시험을 치른 적이 없다. 이 책에 소개된 차별의 단면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가난해지고 아프고 때로는 죽음에 이른다는 말이 어떤 과장도 섞이지 않은 현실 그 자체임을 일깨워준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이 성차별에 대항하는 이들을 위한 필수 자료집이자 그들에게 팩트라는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는 든든한 무기고가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것은 여권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문제다”
남녀 모두를 이롭게 하는 공백 메우기


성차별이나 여성의 권익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면 여자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때가 많다. 이에 저자는 젠더 데이터 공백을 메우는 것은 남녀의 구분을 떠나 우리 모두에게 이득을 준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수치가 증명해준다. 제설 정책을 보행자 중심으로 재편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웨덴에서 겨울철 보행자 사고로 발생한 비용은 도로 관리 비용의 약 2배에 달했다. 스톡홀름 교통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특수 기계로 총 길이 200km의 자전거 및 보행자 도로를 제설하자 사고 발생률이 절반으로 줄었다.” 세계경제포럼은 27%(세계 평균)에 이르는 남녀 취업률 격차를 없앨 경우 미국의 GDP는 최대 9%, 유로존의 GDP는 최대 13%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여기에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려 여자들의 무급 돌봄노동을 줄인다는 전제가 달려 있다. 재원이 부족하다거나 성장 동력에 한계가 왔다는 정치인들의 변명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결국 모든 것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이 책에는 현재 활용 가능한 여성 관련 자료의 최대치가 담겨 있지만, 2000년 넘게 이어져온 데이터 공백을 완전히 채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저자 또한 데이터 공백이 여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들은 연구가 되지 않아 알 수 없다고 밝혀둔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분명하고도 근본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을 늘리는 것이다. 의사결정과정에, 연구에, 지식 생산에 참여한 여자들은 여자를 잊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공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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