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이세라 지음 | 나무의철학 펴냄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새하얀 밤을 견디게 해준  내 인생의 그림, 화가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

이 책을 읽은 사람

나의 별점

읽고싶어요
16,000원 10% 14,400원

책장에 담기

게시물 작성

문장 남기기

분량

보통인 책

출간일

2020.7.10

페이지

344쪽

#그림 #미술 #미술관 #미술사 #예술 #치유 #화가 #회화

상세 정보

KBS 기상캐스터로 7년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던 방송인 이세라가 마이크를 내려놓은 지 1년 만에 작가가 되어 돌아왔다. 방송인 다음으로 이세라 작가가 선택한 행보는 바로 ‘미술 번역가’이다. “기상캐스터가 무슨 미술?”이라고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는 KBS '9시 뉴스' 기상캐스터로 일하던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을 만큼 미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세라 작가는 첫 책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를 통해 서른한 명의 예술가를 소개한다. 어떤 예술가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곳에서 한번쯤 접했던 익숙한 인물이지만, 어떤 작가들은 이름조차 생소하다. 기존 미술 에세이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설치미술에 심지어 ‘미술 에세이에 왜 이런 주제가…?’ 싶은 글들도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기준으로 예술가와 작품을 골랐을까? 코로나 현실을 살아가는 바로 오늘, 지금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인물과 작품이다. 처음 마주하는 위기 앞에서 흔들리는 우리처럼 사방에서 날아오는 시련을 온몸으로 맞았던 예술가들, 그래도 속수무책으로 주저앉기보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극복하려 애를 썼던 그들이 온 생을 바쳐 완성한 작품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뜨겁게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지켜냈던 예술가들이 결코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라는 사실, 배경지식을 알면 더 좋겠지만 그런 것쯤 몰라도 그림 앞에서 울고 웃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 미술은 우아하고 화려하고 어려운 무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세 정보 더보기

이 책을 언급한 게시물2

스람님의 프로필 이미지

스람

@seuram

  • 스람님의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게시물 이미지
그저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이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작가 스스로의 성장수기였다. 젊은 시절을 지나오면서 스쳤던 생각들, 겪은 아픔들, 그 속에서 위안이 되었던 작품들. 잘 몰랐던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좋았고, 글쓴이만의 사색, 그만의 시선들을 볼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 작품 이야기만 하지도, 너무 자신의 이야기만 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정말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과 자신의 삶을 이리저리 모아 잘 뒤섞어놓은 점에서 재미있게 읽었다.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이세라 지음
나무의철학 펴냄

👍 외로울 때 추천!
2022년 4월 6일
0
꼬작머리님의 프로필 이미지

꼬작머리

@kkojakmeoriqwwj

나는 재이의 그런 면이 좋다. 앞으로도 계속 시답잖은 미끼로 자신을 유인하는 것에 불쾌할 줄 알고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거나 내키지 않으면 무리에서 이탈할 줄도 아는 용기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p.32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생각했다.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매주 선을 보는 그 사람이나, 선 볼 남자를 구해 오라며 부모님을 닦달하는 나나 어쨌든 원하는 건 똑같구나.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진짜 모습을 보여줘도 서로 달아나지 않을 관계. 그렇게나 차갑고 콧대 높은 척을 하고 있어도 우리는 결국 외로움 앞에 무너지는 약한 존재들이고 사랑에 있어서는 같은 꿈을 꾼다. p.78

나는 이런 식의 발화 행위, 개인의 고백들이 모이고 모이면 사회 인식이 바뀌고 제도가 만들어져 결국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는 너무 순진한 믿음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볼 땐 '작은 것들의 힘'을 믿지 않는 태도야말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순진하고 오만한 자세다. p.125

아마 드가는 알코올 중독의 위험을 알리는 일 따위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단지 자신이 목격하고, 직접 살고 있기에 한 '실제의 삶'을 그렸을 뿐이다. 함께 있어도 서로의 고독을 잘 눈치 채지 못하고 자꾸 외로워지기만 하는 위리의 삶을 말이다. 술을 찾을 수밖에 없는 날, 술을 앞에 두고 깊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는 밤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찾아온다는 것을 드가는 알고 있었다. p.165

<질투>는 사랑을 회의하고 의문을 던지는 영화가 아니다. 서로에게서 서서히 고개를 돌리며 멀어져갈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살아남는 뜨겁고 따뜻했던 순간을 이야기한다. 사랑보다 더 길게 지속되는 것은 사랑했던 기억이고 적어도 '그때는 그래주었던' 상대에 대한 고마움이다. p.170-171

간절함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인생이 늘 내게 호의적일 수 없고, 그럴 의무도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인다. 뭔가를 성취하며 발전하는 순간에도 나는 분명 성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크게 실패했을 때 내 세상은 더 넓어졌다. 인생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나니, 남은 남들을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p.181-182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때문에 불행해진다면 '그 꿈'을 한 번쯤은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날마다 축제일 수는 없겠지만 나는 이제 마음의 추가 슬픔이나 우울 쪽으로 더 기울어진 채 살아가는 일은 더 하고 싶지 않다. p.185

그렇다. 자존심은 밥도 돈도 될 수 없지만 때로는 밥과 돈보다 더 소중한, 온몸을 던져 지켜내야 하는 어떤 것이 된다. 존엄을 갖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동시에 타인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둘 모두가 우리에게는 똑같이 중요하다. p.194

그런데 실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아픔이었기 때문에 타인에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그걸 뒤늦게 알았다. 정말 힘든 시간이 찾아오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매 순간이 버겁고 모든 게 힘겨운데 도저히 도와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실은 이런 상태라고,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완전히 길을 잃은 기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다. p.196

지나이다의 행복한 시절, 그녀가 가장 예쁘고 빛났던 그 시간은 과거에만 있지 않다. 그리워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그녀는 언제나 '지금'을 사는 사람이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흘러가게 두고, 넘어진 지금 이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지나이다의 그림을 통해 배운다. 특히 세월에 알맞게 변해갔던 그녀의 자화상으로부터. p.202-203

문득 얼마 전 엄마에게 외할머니 병문안을 왜 더 자주 가지 않는지, 왜 더 신경 쓰지 않는지 쏘아붙였던 게 생각났다. "엄마, 그러다 엄마가 아플 때 우리가 엄마처럼 하면 어떻게 할래?"라는 말까지 해가면서. 아, 나는 얼마나 오만하고 둔감한 사람인가. 각자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어떤 순간에도 잊지 않는다면 살면서 하는 실수 중 절반 이상은 줄어들 텐데. p.205

토레스의 이별 연가는 우리에게 더 큰 사랑을 제안해온다. 그들과 우리, 이쪽과 저쪽, 정상과 비정상 따위를 구분 짓고 편 가르지 않는 사랑 말이다.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랑할 줄 아는 사람, 토레스가 들려준 건 결국 이별이 아니라 사랑 이야기다. p.245

예상했겠지만 나는 헤어졌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주연의 영화 <비포 선라이즈>였던가. 오래전에 본 어떤 영화에는 이별과 관련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별 후에는 마음에 딱 그 사람만큼의 구멍이 남는데, 그건 어떻게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절대 메워지지 않는다고. 이별이 그래서 무서운 거라고.

이 장면을 보고 나는 슬퍼졌다. 자고로 이별은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속에 영원히 그 사람의 빈자리가 남는,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문득 애틋하고 마음 시려오는, 그런 게 사랑이고 이별이지 않을까 싶어서. p.278

만약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당신을 이해하기보다 변화시키는 데 더 몰두하고 있다면, 그래서 그와 함께 있을 때 나의 진짜 모습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나는 그 사람을 멀리하라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다. 자신을 포기해야 유지되는 관계는 꺼림칙하다. 사랑은 결코 희생이 아니다.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하고 그것을 피해갈 수 없을 뿐이다. 어느 한쪽도 많이 바뀌거나 많이 참을 필요가 없는 관계, 그건 사랑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p.285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는 베르그와 같은 적당한 거리도, 앙리처럼 밀착된 관계도 모두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지금까지 나는 전자로 더 기울어져 있었다. 이제부터는 조금 다르게 사랑하고 싶다. 결국 우리는 만나기 위해 떨어져 있는 게 아닐까?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잠시 헤어져 있기도 하고,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해 조금은 느린 속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p.294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이세라 지음
나무의철학 펴냄

읽었어요
2021년 1월 1일
0
집으로 대여
구매하기
지금 첫 대여라면 배송비가 무료!

상세정보

KBS 기상캐스터로 7년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던 방송인 이세라가 마이크를 내려놓은 지 1년 만에 작가가 되어 돌아왔다. 방송인 다음으로 이세라 작가가 선택한 행보는 바로 ‘미술 번역가’이다. “기상캐스터가 무슨 미술?”이라고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는 KBS '9시 뉴스' 기상캐스터로 일하던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을 만큼 미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세라 작가는 첫 책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를 통해 서른한 명의 예술가를 소개한다. 어떤 예술가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곳에서 한번쯤 접했던 익숙한 인물이지만, 어떤 작가들은 이름조차 생소하다. 기존 미술 에세이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설치미술에 심지어 ‘미술 에세이에 왜 이런 주제가…?’ 싶은 글들도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기준으로 예술가와 작품을 골랐을까? 코로나 현실을 살아가는 바로 오늘, 지금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인물과 작품이다. 처음 마주하는 위기 앞에서 흔들리는 우리처럼 사방에서 날아오는 시련을 온몸으로 맞았던 예술가들, 그래도 속수무책으로 주저앉기보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극복하려 애를 썼던 그들이 온 생을 바쳐 완성한 작품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뜨겁게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지켜냈던 예술가들이 결코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라는 사실, 배경지식을 알면 더 좋겠지만 그런 것쯤 몰라도 그림 앞에서 울고 웃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 미술은 우아하고 화려하고 어려운 무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인생의 어느 시기에 나를 구한 이 작품들이
이제 다른 이들에게도 힘과 위로를 줄 수 있기를.”

그림에, 화가에, 예술에 위로받고 치유되며
마음껏 행복했던 시간의 기록


KBS 기상캐스터로 7년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던 방송인 이세라가 마이크를 내려놓은 지 1년 만에 작가가 되어 돌아왔다. 혹시 젊고 아리따운 여성 방송인의 아기자기한 일상 이야기, 사랑과 연애, 나만의 소확행 같은 달콤말랑한 내용을 짐작했다면, 그 생각은 잠시 내려놓자. 방송인 다음으로 이세라 작가가 선택한 행보는 바로 ‘미술 번역가’이다. “기상캐스터가 무슨 미술?”이라고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는 KBS〈9시 뉴스〉기상캐스터로 일하던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을 만큼 미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와 더불어 미술 감상을 좋아하고 즐겨온 미술 애호가이다. 지금도 짬짬이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작품 앞에서 감동하고, 영감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누구보다 캐스터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이었던 그가 KBS를 퇴사하고 결혼 소식을 전할 때 일각에서는 ‘역시 여자 방송인들은 결혼하면 일 그만둔다’라며 수근거렸지만, 그가 정든 직장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동안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사랑할 그림을 더 잘 알고, 많은 이들에게 자신만의 언어로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이세라 작가는 책에서 ‘젊은 여성 방송인’으로 사는 동안 자주,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밝힌다. 고민의 상당 부분은 직업과 관련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데, 숱하게 받았던 질문과 시선 때문에 하얗게 밤을 지새울 때 그에게 곁을 내주고 응원해주었던 건 사람이 아닌 그림, 그리고 예술가들이었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굴곡진 인생을 살면서도 끝내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예술가들은 시대와 국적, 성별을 막론하고 큰 힘이 되어주었다. 예술가들이 온 삶을 바쳐 만들어낸 작품 앞에 설 때면 때로는 겸허해졌고, 때로는 주먹을 쥘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보는’ 나보다 ‘보이는’ 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나 자신의 행복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기준 삼아 살아갔다.
내 삶에 내가 빠진 채로 살아가는 허깨비 같은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이 책은 내가 나의 언어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첫 시도다.“
_프롤로그(7p)

이세라 작가는 이 책에서 인생의 어느 시기를 지날 때 자신을 구하고 위로해준 미술작품들을 소개한다. 깊은 밤에도 다시 기운을 내어 기쁘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치게 해준 작품들, 자신에게 충분히 역할을 해주었던 작품들이 이제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첫 시도가,《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이다.

보여지는 사람이기보다 보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타인에게 판단되고 규정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발화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세상의 정답보다 자신의 목소리로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싶다면 올 여름, 이세라 작가가 소개하는 예술가와 작품들을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 서툴고 부족해도 우직하게 자기 삶을 살았던 예술가들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한껏 받을 수 있을 테니.

사방이 막히고 인생이 꼬인 것 같을 때 만나는
그림, 그리고 예술가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지 6개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 깊숙이 자리한 불안은 어쩔 수 없다. 코로나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고 2차 대유행도 곧 시작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빠르게 현실이 되면서 급속도로 위축되는 경기, 더욱 심해진 취업난과 높아진 실업률, 간단한 모임조차 조심스러워진 일상을 생각하면 ‘이 시국에 미술 감상’은 달라진 현실에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일부 사람들의 한가한 취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는 사람들, 성실한 근로자이자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 달라져버린 일상에도 어떻게든 나다움을 지키려는 사람들, 불안하고 두려워도 오늘 하루를 긍정하고 싶은 사람들, 자신만의 장점과 고유한 감각을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 현실이 팍팍해도 좋아하는 미술 한두 점 정도는 가슴에 품고 사는 여유를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잠시 멈춰 서서 이세라 작가가 소개하는 그림과 예술가에게 눈길을 주어도 좋다.

이세라 작가는 첫 책《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를 통해 서른한 명의 예술가를 소개한다. 어떤 예술가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곳에서 한번쯤 접했던 익숙한 인물이지만, 어떤 작가들은 이름조차 생소하다. 기존 미술 에세이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설치미술에 심지어 ‘미술 에세이에 왜 이런 주제가……?’ 싶은 글들도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기준으로 예술가와 작품을 골랐을까? 코로나 현실을 살아가는 바로 오늘, 지금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인물과 작품이다. 처음 마주하는 위기 앞에서 흔들리는 우리처럼 사방에서 날아오는 시련을 온몸으로 맞았던 예술가들, 그래도 속수무책으로 주저앉기보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극복하려 애를 썼던 그들이 온 생을 바쳐 완성한 작품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뜨겁게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지켜냈던 예술가들이 결코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라는 사실, 배경지식을 알면 더 좋겠지만 그런 것쯤 몰라도 그림 앞에서 울고 웃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 미술은 우아하고 화려하고 어려운 무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세라 작가는, 인생은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스스로를 믿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우리도 이 책의 예술가들처럼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전한다. 작가의 친절하고 다정한 안내로 한 작품 한 작품을 따라 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좀 더 단단하고 뜨거워진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귀한, ‘있어 보이는’ 특별한 취미가 아닌
평범한 일상과 다를 바 없는 미술 이야기


커피 한잔을 마셔도 인스타그램에 인증부터 하는, 바야흐로 ‘있어빌리티’의 시대이다. 취미를 일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남다른 취미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림 감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조금은 특별한 취미에 속한다. 예술사도 좀 알아야 할 것 같고, 미술관에 갈 때는 옷도 차려입고 행동도 평소와 다르게 해야 할 것 같다. 유명한 작품이라니 일단 가서 보는데 ‘이게 왜?’ 하는 순간 머쓱해지기도 한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고 싶어도 다른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급히 사진만 찍고 나와야 할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문화생활, 미술관나들이, 전시회 같은 해시태그를 달아 업로드하지만, 뭘 보고 뭘 느꼈는지보다 좋아요를 몇 개나 받을지, 어떤 각도에 어떤 어플을 써야 사진이 예쁘게 보일지 고민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 감상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에서 소개하는 작가와 작품 상당수는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추억 등 소위 ‘예쁜 무엇’과는 거리가 멀다. 화사한 그림, 기분 좋아지는 그림이 가득한 예쁜 미술책을 기대했다면 생각보다 묵직한 이야기 앞에서 멈칫할 수도 있다. 이세라 작가가 나누고자 하는 미술은 ‘이게 정말 인간이 그린 거야?' 하는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예술가의 아내로 남고 싶지 않았던 마리 크뢰위에르, 쏟아지는 찬사에도 평생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몰랐던 알브레히트 뒤러, 평론가들의 비판과 조롱에도 꿋꿋하게 인간의 밑바닥 욕망을 가감없이 조망한 잭 베트리아노,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화폭 앞에서도 직진만 했던 잭슨 폴록, 사랑받는 게 인생의 전부였던 과거로부터 용감하게 빠져나온 트레이시 에민,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아닌 최초의 여성 화가로 이름을 남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이들의 삶은 결코 감탄할 만하지 않고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보통 사람인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닮아 있다. 언젠가 인정받는 날, 행복한 날, 웃는 날이 오리라는 희망 하나로 그리고 또 그리며 자신을 믿었던 예술가들은, 그래서 멀리 있지 않다. 작가가 소개하는 예술가들 중 내 마음을 사로잡는, 나와 닮은 인물 몇 명은 어렵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제한 대여 혜택 받기

현재 25만명이 게시글을
작성하고 있어요

나와 비슷한 취향의 회원들이 작성한
FLYBOOK의 더 많은 게시물을 확인해보세요.

지금 바로 시작하기

플라이북 앱에서
10% 할인받고 구매해 보세요!

지금 구매하러 가기

FLYBOOK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