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지은이), 이진우 (옮긴이) 지음 | 한길사 펴냄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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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5

페이지

484쪽

이럴 때 추천!

외로울 때 , 답답할 때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상세 정보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으로서 근대적 근본악을 온몸으로 경험했으며, 철학자로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사유했다. 한나 아렌트에게 “어떻게 근본악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한 철학적 화두였다. 『인간의 조건』은 이전에 나온 『전체주의의 기원』과 이후에 나온 『정신의 삶』에 이르는 철학적 여정에서 나타난 근본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영어판 The Human Condition(Chicago, 1958)을 번역한 초판을 토대로 했지만 The Human Condition(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8) 제2판을 새롭게 완역했음을 밝혀둔다. 제2판의 텍스트는 제1판과 동일하지만 마가렛 캐노번의 「1998년 개정판 서문」이 함께 실려 있다. 개념을 명료하게 전달하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아렌트 자신이 감수한 독일어판 Vita activa. Vom tatigen Leben(Munchen, 1967)을 전체적으로 대조하여 문장표현을 갈무리했다. 또한 2018년도에 대니엘 앨런이 쓴 서문을 「2018년 개정판 서문」으로 번역해 실었다. 아렌트가 사용하는 개념과 용어들은 대부분 문맥 속에서 이해되기는 하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해설」을 첨가했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으로서 근대적 근본악을 온몸으로 경험했으며, 철학자로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사유했다. 한나 아렌트에게 “어떻게 근본악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한 철학적 화두였다. 『인간의 조건』은 이전에 나온 『전체주의의 기원』과 이후에 나온 『정신의 삶』에 이르는 철학적 여정에서 나타난 근본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그러므로 아렌트의 저서들은 자신의 철학적 화두에 대한 답으로 시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의의는 세계에 관해 단순히 관조하고 성찰하는 형이상학적 전통을 넘어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실천철학적 방향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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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닉

@zunik

# 삼각대의 균형

인간의 조건인 노동, 작업, 행위를 나의 삶과 현대에 빗대어 생각해 보자.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유 다음으로 행위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지금은 노동의 영역이 대부분을 집어삼킨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인간의 조건이 균형이 잘 맞는 시대가 있었을까? 균형이 잘 맞는 것을 시각적으로 생각하면 3개의 다리가 균형을 이룬 삼각대로 볼 수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노예들에게 노동 측면을 넘기면서 다리 하나를 잃었다. 현대는 작업과 행위라는 두 개의 다리가 짧아져 삼각대가 거의 꼬꾸라진 상태다. 나 자신의 삼각대는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작업과 행위를 되찾으려면 노동이 어떻게 그것들을 집어삼켰는지 이해해야 한다. 노동이 삶의 필연적인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거라면 1차원 적으로는 채집하고 수확하고, 요리하고, 거처를 마련하는 등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화폐가 생기고 이후에는 사적 영역의 확장으로 경제학이 생기면서, ‘노동’이란 것은 1차원 적인 생존 활동과 분리되어 화폐라는 매개체를 가지게 되었다.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가정처럼 분업이 생기고, 호모 파베르도 삶의 필연성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벌려는 노동으로 편입되었다. 그래서 아렌트가 마지막 남은 것은 예술이라고 했던 것 같다. 예술은 그래도 아직 ‘값어치’보단 ‘가치’로서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고대 그리스에도 호모 파베르들의 작품이 필연성의 해결과 아예 관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100% 노동 100% 작업 100% 행위는 없다. 단지 고대 호모 파베르들의 생물학적 필연성은 노예들이 안보이는 영역에서 해결해 줬기 때문에, 돈보다는 명예와 자아실현에 중점을 뒀을 것이다. 행위는 현재 영역 자체가 많이 없어졌기도 하며, 그나마 남아있는 행위들도 돈을 벌기 위한 수단들로 많이 변화되었다.

현대의 문제는 그런 작업과 행위를 꿀꺽한 노동의 비대에 있다. 필연성을 해결하는 정도를 넘어서도 노동에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면 필요 이상의 돈이 모이게 되고, 그것은 사치로 이어지거나 끝없는 축적으로 가게 된다. 인간의 조건 측면에서 보면 노동은 필연성을 해결하는 정도로 하고, 남은 에너지는 작업과 행위로 쓰여야 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자라면서 달리 진정한 ‘작업’ 과 ‘행위’ 방법에 대해 배울 곳이 없다. 그래서 잉여 자원이 생겨도 그나마 익숙한 노동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작업’ 과 ‘행위’는 무엇인가? 순수한 사유로부터 나와야 한다. 왜 순수한 것을 붙였는가? (필연성을 해결하기 위해)돈을 위한 ‘작업’과 ‘행위’에도 사유가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잘 팔리는 것, 돈이 되는 것을 생각해야 되고 그런 방향은 순수한 사유가 아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사유 자체가 배제될 수 있다. 단순히 복제품을 생산하거나 자극적이 말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실 ‘작업’과 ‘행위’가 노동에 먹혔다기보다는 ‘노동스럽게 되었다’ 가 맞을 것이다. 게다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인 아닌 ‘작업’ 마저도, 아렌트가 말한 것 처럼 사유가 배제되고 쉼과 힐링의 목적이 되면서 ‘취미’화 되어가고 있다. 본래 진정한 작업이란 자신을 짜내고 치열하게 사유하는 것이며, 그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나는 삼각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노예를 데리고 있지 않으며, 삶의 필연성을 직접 해결해야 하기에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필요하다. 또한 1차원 적인 노동 행위도 필요한데, 요리와 재배 등의 원초적인 생기를 만끽해야한다. 그리고 필연성을 해결하고 남은 에너지로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나에게는 글을 쓰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행위인데, 내게는 독서모임이 가장 순수한 행위의 장터이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돈도 안되는 걸 뭐하려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 모임이 가지는 힘은 크다. 그 외에도 사람 사이에 크고 작은 다양한 행위들에 힘을 쏟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유’이다. 아렌트가 사유가 모든 활동을 능가한다는 이유가 있다. ‘사유’는 작업과 행위의 원천이다. 이것이 부실하면 좋은 작업과 행위도 나올 수 없다. 이 사유를 기르기 위해서는 독서가 큰 자양분이 된다. 사유가 길러지고 강해진다면 좋은 작업과 행위는 새어나오게 되어 있다.

만약 이대로 모든 활동이 노동화 되고 잉여 자원으로 사치와 고통 없는 취미만 남는 사회(또는 개인)가 된다면, 아렌트의 말처럼 바보들의 천국이 되어버릴 것이다.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지은이), 이진우 (옮긴이) 지음
한길사 펴냄

2개월 전
1
이경우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경우

@yikyungwoo

진짜 고개 끄덕거리면서 봤다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지은이), 이진우 (옮긴이) 지음
한길사 펴냄

2021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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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으로서 근대적 근본악을 온몸으로 경험했으며, 철학자로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사유했다. 한나 아렌트에게 “어떻게 근본악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한 철학적 화두였다. 『인간의 조건』은 이전에 나온 『전체주의의 기원』과 이후에 나온 『정신의 삶』에 이르는 철학적 여정에서 나타난 근본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영어판 The Human Condition(Chicago, 1958)을 번역한 초판을 토대로 했지만 The Human Condition(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8) 제2판을 새롭게 완역했음을 밝혀둔다. 제2판의 텍스트는 제1판과 동일하지만 마가렛 캐노번의 「1998년 개정판 서문」이 함께 실려 있다. 개념을 명료하게 전달하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아렌트 자신이 감수한 독일어판 Vita activa. Vom tatigen Leben(Munchen, 1967)을 전체적으로 대조하여 문장표현을 갈무리했다. 또한 2018년도에 대니엘 앨런이 쓴 서문을 「2018년 개정판 서문」으로 번역해 실었다. 아렌트가 사용하는 개념과 용어들은 대부분 문맥 속에서 이해되기는 하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해설」을 첨가했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으로서 근대적 근본악을 온몸으로 경험했으며, 철학자로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사유했다. 한나 아렌트에게 “어떻게 근본악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한 철학적 화두였다. 『인간의 조건』은 이전에 나온 『전체주의의 기원』과 이후에 나온 『정신의 삶』에 이르는 철학적 여정에서 나타난 근본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그러므로 아렌트의 저서들은 자신의 철학적 화두에 대한 답으로 시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의의는 세계에 관해 단순히 관조하고 성찰하는 형이상학적 전통을 넘어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실천철학적 방향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아렌트는 1959년 『인간의 조건』을 출간하면서 그녀 자신도 예기치 못한 무엇인가를 세상에 내보냈다. 그리고 40년 후에도 이 책의 독창성은 여전히 두드러진다. 책이 어렵지만 그런데도 매력이 있다는 것은 모두 그녀가 대단히 많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아렌트는 확실히 참여 민주주의에 끌렸다. 그녀는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미국인들의 시위부터 단명한 1956년 헝가리 혁명 동안의 풀뿌리 시민 ‘의회’의 형성에 이르기까지 시민 활동의 발생에 대한 열광적 관찰자였다.
‘정치철학자’라는 칭호를 거부하면서 그녀는 플라톤 이래 모든 정치철학자들이 저지른 실수는 정치의 근본조건을 무시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치철학이 아니다. 정말이지 이 책의 상당량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에 관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노동과 작업에 관한, 그리고 현대 과학과 경제적 성장의 함의에 관한 긴 분석들은 정치 자체보다는 정치를 위한 배경과 관련이 있다. 행위에 관한 논의조차 특별히 정치적인 행위와는 부분적으로만 관계가 있다.
이 책의 가장 명백한 조직 원리는 인간의 조건을 위한 근본적인 세 가지 활동 형식에 관한 현상학적 분석에 있다. 동물로서의 인간의 생물학적 삶에 부합하는 노동, 인간이 지상에 건립하는 대상들의 인공세계에 부합하는 작업, 그리고 별개의 개인으로서 우리의 다원성에 부합하는 행위. 아렌트는 이 구별들과 철학 및 종교적 우선권에 의해 형성된 지적 전통 내에서 무시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는 현상학적 분석 이상의 것이 상당히 많다. 그녀가 서론에서 “오직 우리가 행하는 것을 사유하겠다”는 제안을 밝혔을 때 그녀가 마음먹은 것은 인간활동에 관한 일반적 분석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최근에 겪은 경험과 공포를 고려하여 인간의 조건을 다시 사유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동화의 함의
핵 기술 같은 대규모 사업을 통해 인간은 자연적 한계에 성공적으로 도전하고 있으며, 현대 과학이 공공 토론에 쉽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 문제들을 제기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자신의 역량과 책임을 의식하지 못하는 인간 동물은 지구를 위협할 수 있는 힘을 떠맡기에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결합은 전체주의에 관한 아렌트의 초기 분석에도 가득하다. 전체주의는 신념들의 모순적 결합이 추진한 허무주의적 과정으로 서술된다.
이 책은 아렌트가 1956년 4월 시카고 대학교에서 진행한 월 그린(Charles R. Walgreen) 재단 강연들에서 발전한 것이다. 이 강연들은 “마르크스주의 내의 전체주의적 요소”에 관한 훨씬 더 방대한 프로젝트에서 나온 결과물들이다.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uism)을 끝낸 뒤 아렌트는 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원래 그녀의 새로운 대규모 기획은 마르크스 이론의 어떤 특징들이 이러한 재앙에 기여했는가를 고찰하는 것이었다. 막상 시작해보니 그녀의 대대적인 조사는 너무나 방대하고 숨은 문제점이 많아서 마르크스 책은 집필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연관된 일련의 많은 사상이 『인간의 조건』으로 흘러들어왔다. 마르크스가, 아렌트가 작업과 노동이라 부른 서로 다른 인간활동들을 혼합했다는 면에서 정치적 행위를 치명적으로 오해했다는 결론이 특히 그렇다. 아렌트는 마르크스가 정치에 대한 특별한 오해를 서구 정치사상의 위대한 전통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다수이고, 인간은 누구나 새로운 관점과 행위능력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정치적 역량들이 파괴되지 않는 한 그들은 깔끔하고 예측할 수 있는 모형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무시했던 것이다. 『인간의 조건』에서 아렌트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이 도외시된 인간 역량들을 되찾고 해명함으로써 정치철학의 전체 전통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인간활동에 관한 아렌트의 현상학과 뒤얽혀 있는 두 번째 대주제는 ‘노동자 사회’의 부상에 관한 그녀의 설명이다. ‘사회적인 것’이라는 주제는 이 책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논쟁적인 측면들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많은 독자는 사회적 관심에 대한 아렌트의 경멸 투의 언급들을 공격했고, 아렌트가 현대사회의 순응주의적 물질주의를 비판하면서 영웅적 행위의 삶을 권장하려 한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이렇게 읽으면 이 책의 복합적인 측면을 놓친다. 왜냐하면 이 책의 다른 핵심주제는 행위자의 통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과정을 시작하는 행위의 위험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세기 동안 인간세계에 대한 가장 주요한 위협은 모든 안정성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움직이게 만든 경제적 현대화였다. 이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역사적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 마르크스와는 달리, 아렌트는 그것을 우연적인 인간행위의 비의도적 효과로까지 추적한다. 아렌트가 자동화의 함의를 성찰할 때까지 생산과 소비의 과정은 자연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관련된 여러 활동과 방법 그리고 소비재는 정말 모두 대단히 인공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현대적 인공성이 예전의 문명들이 거주했던 안정적이고 세계적인 인공물과는 매우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마치 세계의 한복판에서 진행되는 생물학적 과정이자 세계를 둘러싼 순환적 자연과정이라는 이중적 의미의 자연으로부터, 사람의 손으로 만든 구조물인 세계를 보호하고 분리하는 경계선을 우리가 억지로 무너뜨려서 항상 위협받는 세계의 안정성을 자연에 내맡기고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208쪽). 경제적 관심사들이 공공의 관심과 공동 정책의 핵심이 된 이후, 세계의 대대적인 파괴 그리고 스스로를 소비욕망의 관점에서 생각하려는 경향의 증가가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이라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그녀는 ‘생각 없음’이 “우리 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녀가 큰 소리로 사유하는 목표는 분명 다른 사람들에게서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논쟁의 한가운데서

아렌트의 목적이 사유와 토론을 유발하는 데 있었다면 그녀는 확실히 성공했다. 그녀의 많은 저작처럼 『인간의 조건』은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이 작품만큼 몇 사람은 천재의 작품으로 간주하고 다른 사람들은 논박할 가치도 없다고 간주하는 엇갈린 평가를 받은 현대 정치이론서는 거의 없다. 또한 이 책에 관한 정치적 논란도 급속도로 번졌다. ‘노동하는 동물’(animal laborans)에 관한 논의와 사회적 관심에 대한 분석으로 아렌트는 대다수의 좌파에게도 인기를 잃었다. 그러나 행위에 관한 그녀의 설명은, 몇몇 시민권 운동가와 철의 장막 뒤의 사람들을 포함한, 다른 급진주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와 격려를 주었다. 1960년대 학생 운동 시기에는 『인간의 조건』이 참여 민주주의의 교본으로 취급되었다.
아렌트의 사상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최근에는 이 책의 중요성은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있지만, 그 의미는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이처럼 서로 가닥이 뒤엉킨 복잡성 때문에 이 책은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 현상학자, 하버마스주의자, 포스트모더니스트, 페미니스트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은 이 풍부한 직물의 다양한 가닥에서 영감을 얻었다. 출간 이후 40년이라는 기간은 책의 지속적인 중요성을 평가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만약 우리가 이렇게 복잡한 책으로부터 하나의 핵심주제를 뽑아낸다면, 그 주제는 정치의 치명적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우리의 정치적 역량과 그것들이 제공하는 위험과 기회들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상기시키는 것임에 틀림없다.
『인간의 조건』에서 가장 용기를 북돋워주는 메시지는 인간 탄생성과 시작의 기적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사멸성을 강조하는 하이데거와는 대조적으로 아렌트는 인간사의 믿음과 희망은 새로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세계에 태어난다는 사실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미래의 독자들은 이 책에서 사상의 양식과 토론의 여지를 발견할 것이다. 이 비범한 책에서 상이한 실마리와 주제들을 집어 들고 발전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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