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 반비 펴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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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16.7.12

페이지

472쪽

상세 정보

1999년 4월 콜럼바인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별 다른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했다. 피해자가 아이들이고, 가해자가 아이들이었기에 사회적인 파장은 더더욱 컸다. 사건 당시 가해자들의 나이는 17살이었다. 그리고 17년 후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이 책을 펴냈다.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사건을 벌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는가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사건 이후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겪어왔는지 역시 솔직하고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다.

아들의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마주한 인간이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쓴 책이다. 특히 인간의 폭력성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갑게 고발하는 여타의 책이나 영화와 달리, 바탕에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을 깔고 있는 ‘어머니’가 써내려간 글이라는 점에서 독특하고 설득력 있으며,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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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언급한 게시물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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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soojiht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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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p
범죄가 부모 탓이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심한 학대와 방치를 겪었을 때 취약한 사람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 둘째로, 범죄가 부모 탓이라고 믿고 싶은 더욱 강력한 이유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집에서는 아이에게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으니 이런 재앙을 겪을 위험이 없다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72p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우는 일도 드물지 않다.
... 그 사람의 느끼는 이중의 감정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살고자 하는 욕망이 때로 죽고자 하는 욕망만큼 강렬하기도 하다. 자해 충동을 가진 사람은 카리브해로 휴가를 떠날 것이라는 현실과, 떠나기 전에 자살할 것이라는 현실 두 가지를 동시에 믿으며 살 수 있다.

257p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병의 증상이고 무언가 이상이 있다는 징후다. 대부분의 자살은 한순간에 충동적인 결정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자살은 대부분 고장 난 사고와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싸워오다가 마침내 그 싸움에서 패배했을 때 일어난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자기 고통을 더 이상 감내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죽고 싶지는 않더라도, 죽으면 이 고통이 끝나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 길을 택한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반비 펴냄

👍 불안할 때 추천!
2020년 12월 28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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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87jzpyrttexd

좋았던 '종의 기원'의 꼬리물기같은 책이다.
'종의 기원'을 보며 조두순, 안인득 같은 인물은 흉악한 DNA를 타고났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렇지않고서는 그런 짓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13명을 저격하고 21명에게 부상을 입힌 딜런의 가정은 평범한 가정이었다고 말한다. 아들과 힘을 합쳐 자동차를 고치는 아빠, 가정적인 엄마, 엄청난 일을 저질러 자신의 삶을 불구덩이에 집어넣은 아들이지만 사랑스럽고 반짝거렸다고 묘사했다. 반짝거리는 아들이 그런 일을 저지를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책을 읽는 내내 말하고있다. 누군가의 사주, 어쩔 수 없는 이유를 찾고 싶어했다.

책을 읽고 기사를 찾았다. 콜롬바인 총격사건.
목격자들을 증언엔 딜런은 정확히 인지하고 저격했고 살고자하는 아이들을 조롱했다. 자신들을 괴롭혔던 흰모자 운동부를 찾는다고 했지만 힘없는 친구들만 희생됐다.

부모는 내 아이를 모른다.
아이는 커갈수록 사랑받기 위해 가면을 쓸 줄 안다.
수는 딜런의 가면에 철저히 속았다.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시작했는데 역시 다른 종種이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반비 펴냄

2020년 10월 31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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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열심히읽자

@chaekyeolsimhiikja

자식사랑에 대한 엄마의 합리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반비 펴냄

2020년 2월 26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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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1999년 4월 콜럼바인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별 다른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했다. 피해자가 아이들이고, 가해자가 아이들이었기에 사회적인 파장은 더더욱 컸다. 사건 당시 가해자들의 나이는 17살이었다. 그리고 17년 후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이 책을 펴냈다.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사건을 벌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는가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사건 이후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겪어왔는지 역시 솔직하고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다.

아들의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마주한 인간이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쓴 책이다. 특히 인간의 폭력성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갑게 고발하는 여타의 책이나 영화와 달리, 바탕에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을 깔고 있는 ‘어머니’가 써내려간 글이라는 점에서 독특하고 설득력 있으며, 감동을 준다.

출판사 책 소개

콜럼바인고등학교 총격 사건 가해자의 엄마가 16년간 묻고 또 물었다.
평범하고 사랑스런 내 아들은 어떻게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살인자가 되었을까?

조한혜정, 서천석, 하지현, 이임숙 강력 추천!


아들에 대한 수의 깊은 애정이 이 슬픈 책의 페이지마다, 구절마다 묻어난다. 이 책은 이 일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수 클리볼드는 좋은 사람도 나쁜 행동을 할 수 있고, 사람은 누구나 도덕적 혼란 속에 있으며, 무언가 끔찍한 일을 했기에 다른 행동이나 동기마저 무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에 담긴 궁극적 메시지는 충격적이다. 내 자식을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것. 아니 어쩌면, 자식을 아는 게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렵게 생각되는 낯선 사람이 바로 내 아들이나 딸일 수도 있다.
― 앤드루 솔로몬, 해설 중에서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학교 총격 사건 가해자 부모의 이야기

계속해서 이전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앞서의 사건들은 너무나 빨리 잊혀지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콜럼바인 총격 사건은 여전히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이다. 1999년 4월 콜럼바인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별 다른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했다. 피해자가 아이들이고, 가해자가 아이들이었기에 사회적인 파장은 더더욱 컸다. 그 후로 버지니아테크 총격 사건, 샌디훅초등학교 총격 사건 등 이 사건을 모방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할 정도로 영향이 컸다. 사건 당시 가해자들의 나이는 17살이었다. 그리고 17년 후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몇 문장으로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종합적으로,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사건을 벌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는가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사건 이후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겪어왔는지 역시 솔직하고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아들의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마주한 인간이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쓴 책이다. 특히 인간의 폭력성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갑게 고발하는 여타의 책이나 영화와 달리, 바탕에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을 깔고 있는 ‘어머니’가 써내려간 글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독특하고 설득력 있으며, 깊은 감동을 준다.

처음에는 압도적인 수치감과 공포, 슬픔만큼이나 강렬한, 알고자 하는 원초적 욕구에 따른 개인적인 이유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내가 쥐고 있을지 모르는 조각들이 많은 사람들이 풀려고 절박하게 매달리는 퍼즐의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배운 것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자, 내 이야기를 공개하는 일이 힘겹더라도 피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21)

내 머릿속은 혼란의 소용돌이였다. 우리가 들은 정보와 내가 내 삶에 대해, 내 아들에 대해 아는 것을 끼워 맞출 수가 없었다. 딜런 이야기일 리가 없었다. 우리 ‘햇살’, 착한 아이, 늘 내가 좋은 엄마라고 느끼게 만들어주던 아이. 딜런이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대체 딜런의 삶 어디에서 그게 나온 걸까?(45)

이 책을 쓰면서 나는 내 아들이 죽인 사람들의 기억을 기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내가 아는 최선의 방법은 할 수 있는 한 정직하게 쓰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지만 이게 진실이다. 결국 희생자들 때문에 울게 되었고 지금도 울고 있지만, 그날에는 울지 않았다.(55)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그러면서도 뉴스에 딜런의 잘생긴 본모습이 아니라 이상한 사진이 나온다고 속상해하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알 정도는 되었다. 내 아들이 살인자라는데, 나는 사진이 못 나왔다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니. 견딜 수 없는 감정이 몰려올 때 정신이 어떤 장난을 치는지 보여주는 극적인 예다.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딜런이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텔레비전에 비치기를 원했다.(80)

딜런, 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너를 사랑하고 그리워할 거야. 나는 네가 남겨두고 간 혼란 속에서 애쓰고 있어. 이 모든 일에 대해 네가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렴. 우리에게 평화를 줄 답을 찾고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줘. 도와다오.(103)

내 아들이 악몽 같은 잔인한 행동을 계획하고 저질렀다는 끔찍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할 길은 더 이상 없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페가수스를 만들어준 마음이 따뜻한 아이, 천 피스짜리 직소퍼즐을 맞추는 걸 어떻게든 거들고 싶어 하던 귀엽고 수줍음 많은 아이, 같이 코미디 드라마 「미스터리 사이언스 시어터 3000」을 볼 때 컹컹 짖는 듯한 독특한 웃음소리로 추임새를 넣던 청년. 그것도 진짜였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였고, 나는 왜 그를 사랑했나?(242)

한 친구가 이메일에 어떤 글을 옮겨 적어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그 구절이 정곡을 찔러서 더 보려고 그 책을 찾아봤다. “가슴속에 풀리지 않는 채로 있는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네 번째 편지에 나오는 문구다. “그 질문을 잠긴 방이나 외국어로 쓰인 책처럼 여기고 그 자체로 사랑하려고 애쓰라. 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라. 그 답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게 관건이다. 지금은 그 질문을 살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먼 날에, 점차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답을 경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내 마음이 다시 내 아들에게 완전히 열릴 때가 올 것이다.(242)

짐작하겠지만 딜런과 에릭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를 밝혀줄 딱 맞는 퍼즐 조각 한 개를 찾으려는 생각을 버린 지는 오래되었다. 아이들을 파국으로 몰고간 힘이 뚜렷하게 보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한편 사건 직후에 나온 손쉬운 설명들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학교문화와 괴롭힘이 콜럼바인의 ‘원인’이었을까? 폭력적 비디오게임이? 방임적 육아가? 미국 대중문화가 군대 문화에 물든 것? 이런 조각들이 큰 퍼즐의 일부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들 가운데 어떤 것도, 아니 각각의 효과를 조합하더라도, 두 아이가 보인 증오와 폭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248~249)

딜런이 종이접기하는 모습을 보던 일을 종종 생각한다. 종이접기 전문가들은 모서리를 정확하게 맞추어가며 접지만 4학년이었던 딜런은 좀 대충대충 했고 아직 손끝이 어설펐다. 그래도 복잡한 패턴을 한 번만 보면 그대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나는 차를 한 잔 끓여서 딜런 곁에 말없이 앉아 딜런의 손이 벌새처럼 날래게 움직이는 걸 구경하기를 좋아했다. 딜런이 정사각형 종이를 개구리나 곰이나 가재로 만드는 걸 보면 신기했다. 종잇장처럼 평범한 것이 몇 번 접는 것만으로 어떻게 저렇게 다른 모양이 되는지, 어떻게 한순간에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되는지 보면서 나는 늘 경탄했다. 또 완성된 형태를 보면서, 나는 알 수 없는 감춰진 복잡한 주름들에 탄복했다. 이 경험이 콜럼바인 이후에 내가 겪은 일들과 여러모로 닮았다. 나는 나 자신, 내 아들, 내 가족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뒤집어, 아이가 괴물이 되고, 다시 아이가 되는 것을 보아야 했다.(444~445)


가해자의 엄마, 가해자의 가족으로 살아남기

이 책의 부제는 ‘비극의 여파 속에서 살아가기(Living in the Aftermath of Tragedy)’이다. 말 그대로 이런 유래 없는 끔찍한 사건을 겪어낸 과정을 ‘가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다. 2차 피해의 가능성을 유의해야 하는 예민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저자는 시종일관 희생자 당사자와 가족, 친구들에 대한 ‘예의’를 중심에 놓고 이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낸다. 특히 가해자의 가족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에 대해 이렇게 섬세하게 기술한 책은 없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복잡한 사건인 만큼 그 고통과 슬픔과 자책과 수치와 미안함을 온전히 느끼고 사유하고 기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방어기제로서 사건 초기의 부인(denial)의 과정, 그것이 깨지는 좌절의 과정, 그리고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의미를 부여잡기까지의 과정은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작지 않은 성취로 읽힌다.
앤드루 솔로몬은 자신의 저작 <부모와 다른 아이들>에서 수 클리볼드를 인터뷰한 소회를 “[과거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되돌아보는] 독일 같다.”고 요약한 바 있다. 또 남편 톰 클리볼드는 이 사건을 집요하게 성찰하려는 자신들이 “아담스 패밀리”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이 빠져든 어둠의 정체를 가장 정직하게 직시하려는 이런 노력은 인간으로서의 책임, 인간으로서의 권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 이런 저자를 돕고 위로하고 지지했던 (몇몇 희생자 가족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처럼 반짝인다. 특히 범죄자, 살인자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놀라운 공감 능력이야말로 이들의 가장 큰 조력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책과 회한과 고통과 슬픔만으로 가득할 것 같은 이 책 곳곳에서 감사의 표현이 발견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 첫날 밤에 우리가 잠을 잘 수 있었다는 게 상상이 안 가지만, 정신이 마침내 자비를 베풀듯 꺼졌다. 그 후 몇 년 동안 깨어나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잔인한 순간이었다. 이 모든 일이 악몽, 사람이 꿀 수 있는 최악의 악몽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찰나에 찾아왔다가 지나가버리기 때문이다.(107)

콜럼바인 직후에 나는 글을 쓰면서 일시적이긴 해도 실질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일기장을 내 아들과 아들이 한 일에 대한 복잡하고 모순적인 무수한 감정들을 담아놓는 공간으로 삼았다. 그 최초의 나날들에 글을 쓰면서 딜런이 일으킨 슬픔과 고통에 대한 무한한 비탄을 씹어 삼킬 수 있었다. 희생자 가족들에게 직접 다가가기 전에 나는 일기를 통해 그들에게 사죄하고 홀로 애도했다.(111)

어느 날 아침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옷을 입으려고 했다. 양말 한 짝을 신은 다음 한 시간 동안 허공을 보고 있다가 나머지 한 짝을 마저 신었다. 옷을 다 입는 데 거의 네 시간이 걸렸다. 다른 날 오후에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 어떠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안 해.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 나는 정말 당혹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친구는 자기도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어 이렇게 말해주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야. 슬퍼하고 있잖아. 그거 아주 힘든 일이야.” 딜런을 잃은 것에 대한 슬픔이 나에게는 모든 일의 중심이었다. 다른 상황이었다고 해도 견디기 힘든 일일 테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딜런이 초래한 비극에 대한 내 죄책감 때문에 더 힘겨웠다. 내 세계가 축에서 벗어나버렸다.(160)

그날 밤 이후에 나는 바이런에게서 절대로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일부러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그런데 바이런도 나에게 같은 다짐을 받아야겠다고 해서 놀랐다. 그 사건 이후에 우리는 이전보다 더 친밀해지기는 했지만, 전과 다른 복잡한 관계가 되었다. 나는 바이런에게 감정을 터놓고 이야기하라고 했지만, 정작 바이런이 깊은 절망감을 털어놓았을 때에는(그 상황에서 당연한 것이었다.) 바이런이 자살할까 봐 겁이 났다. 나는 바이런을 부당하게 괴롭혔다. 바이런이 당연히 괜찮지 않을 때 괜찮다는 다짐을 받으려고 했다. 실상 괜찮아야 한다고 강요한 셈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삶을 포기하지 않으리란 믿음을 주면서 좌절감을 터놓고 이야기할 방법을 찾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우리가 정말 살아갈 수 있을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죽는 게 사는 것보다 쉽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우리 세 사람 다 죽음, 재, 묘비명, 삶의 의미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톰은 자기 마지막 말이 무엇일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이제 끝이라니 감사합니다.”(168)

우리는 서로 모자란 점을 채워줬기 때문에 거의 30년 동안 좋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콜럼바인 이후에는 사사건건 생각이 어긋나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둘 다 같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지만 동시에 같은 위치에 있는 일은 없는 듯 했다. 톰이 슬플 때 나는 화가 났다. 톰이 화를 낼 때 나는 슬펐다. 전에는 톰이 기분이 뚱할 때는 그냥 내버려두었고, 온갖 일로 불평할 때에도 웃어넘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슬픔 상태에 있을 때에는 스트레스 내성이 사라진다. 산 채로 살갗을 뜯어낸 것 같아 압도적 감정을 막아줄 보호막이 없다. 나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톰이 하는 말이 나한테 망치 소리처럼 들린다. 조용조용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톰의 생각과 내 생각이 맞춰지지 않고 계속 삐걱거린다. 늘 머나먼 곳에 있는 것 같고 나에게는 낯설기만 하다.’(166)

그래서 나는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우리의 슬픔과 곤경을 가엾게 여기고 손을 뻗는 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나무라지 않고 손을 내밀어준 희생자 가족을 존경하고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분들은 살인자의 엄마가 되는 게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공감의 한 자락을 내어주었다. 나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169)

이 편지들을 통해 더 넓은 세계에 있는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상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고통과 상실을 겪고 있었다. 세상에는 처참할 정도로 많은 고통이 있었다. 마치 인간의 보편적 시련이라는 깊은 샘의 수맥을 건드린 것 같았다. 날마다 사람들의 공감력과 너그러움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카드에는 “하느님이 축복하시길”이라는 문구 하나만 노인의 힘겹고 떨리는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머나먼 곳에 사는 낯선 사람이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 카드를 사고 우표를 사고 글을 쓰고 카드를 부치기까지 얼마나 엄청나고 힘겨운 수고를 들였을까 생각하니 경이롭기까지 했다. 자기 삶에서 겪은 고통에서 비롯한 광대역의 정서를 가진 사람, 이해의 폭이 넓고 깊은 사람들이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당시는 고통을 겪고 버텨낸 이들의 이야기에서 내가 위안을 받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였다는 점이다. 나에게 ‘이후의 삶’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174)

무엇보다도 딜런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간절했다. 머릿속에서는 배경음악처럼 끝도 없이 딜런과의 대화가 되풀이되며 이어졌다. 그 일 직후 루스와 돈의 집에서 지낼 때 의사가 항불안제 처방을 해주었다. 그 약을 나는 딱 한 번 먹었다. 불안을 가라앉히자 슬픔이 최고 강도로 표면으로 몰려나왔다. 수도꼭지가 돌려진 채로 고장 난 것처럼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그런 일을 겪고 나서는 약 없이 감정을 받아들이며 살기로 했다. 혼란이나 서러움을 피하거나 넘어서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버티며 살아가는 일이고, 몇 달, 몇 년이 걸리더라도 내 아들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는 것이었다.(184)

그래서 진실이 드러났을 때에는 무시무시하게 닥쳐오기 마련이다. 내 경우에는 딜런의 마지막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살아온 삶, 내 가족, 나 자신에 대해 내가 가졌던 생각 전부를 믿을 수 없게 되면서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느낌이 더더욱 컸다. 내가 지역 대학에서 일할 때 학생한 명이 장애인으로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인지 말해준 적이 있다. “누구든 장애를 가장 먼저 봐요. 그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사람이기 이전에 장애인인 거예요.” 그때에는 그 말에 담긴 통찰이 내 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런데 콜럼바인 이후에야, 그 학생이한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영원히 살인자를 키운 엄마로 비춰질 것이며 어느 누구도, 나 자신조차도, 나를 다른 존재로 보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189)

월례 회의가 있었는데 내가 조금 늦게 갔다. 의자가 다 차 있어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뒷벽에 기대어 섰다. 비극 이후 처음으로 사람들이 가득한 방 안에 있게 되었다. 일부는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빤히 보지 않으려고 조심하긴 했어도 모든 사람들의 신경이 나에게 쏠려 있는 게 느껴졌다. 이 무렵은 아직 기력이 회복되지 않았을 때라, 그냥 서 있는 것만도 너무 버거웠다. 회의가 시작되고 몇 분이 지나자 숨이 가빠 서 있기가 힘들었다. 바닥에 앉자니 진지하지 않게 보일까 걱정이 되었고 사람들 시선을 끄는 행동은 죽어도 하기 싫었지만, 아무래도 이러다 쓰러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벽을 타고 바닥으로 내려가 주저앉으며 스커트를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
결국은 의자 뒤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동료 한 사람이 나를 보고는 자기 자리에 앉으라고 눈짓을 했다. 정말 아름다운 몸짓이었다. 내가 당황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절제하면서 나에게 신경을 쓰고 염려한다는 사실을 일러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요, 괜찮아요. 그냥 앉아 있어요.’ 나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바닥에 앉아, 그 자리에 있으나 없는 채로,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누군지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말을 들었다. 작은 승리라는 말들을 한다. 나는 숨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 있었다.(198~199)

이상한 일이지만 암을 이겨낸 것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그 일을 겪을 당시에 남 일처럼 무심했던 것은 아니다. 암을 치료했고, 치료가 잘되어서 감사했다. 그런데 회복되고 난 뒤, 이 장 첫머리에 실은 내 일기에서 내가 한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톰은 ‘딜런이 우리도 죽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혹은 우리가 아예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말을 자주 했었다. 나는 자면서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잠에서 깨어나는 고통, 이 모든 일이 끔찍한 악몽이 아님을 깨닫는 고통에서 조용히 해방되고 싶었다. 차에 앉아 있다 보면 내 목숨을 학교에서 죽은 사람들 목숨 대신 내줄 기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 자신을 희생해서 많은 사람들을 구할 기회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공상을 했다. 죽으면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면 내 비참한 생에도 의미가 생길 테니까. 유방암을 이기고 나자 내 삶을 선물이라고 볼 수 있게 되었다.(누구나 그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내 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그 선물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386)


전대미문의 사건을 헤쳐나가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

나날이 학교 폭력과 혐오 범죄 등 이해하기 어려운 폭력과 범죄가 늘어가는 오늘날, 우리가 그 실체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더 종합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납득할 만한 이유로 가해자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금기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들어야만 할 사회적인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고 혼란에 빠진 공동체가 이를 어떻게 겪어내는지에 관한 이야기들도 주의 깊게 들을 만하다. 여기서 대단히 실용적인 참조점들이 도출되기도 한다.
수 클리볼드는 사건 이후 계속해서 리틀턴에서 살고 있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만하다. 수의 가족은 살해 위협을 포함한 다양한 협박을 받았지만 그래도 이 지역 공동체에서 추방당하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는 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다. 특히 수가 근무하던 지역 대학이 취한 조처는 어느 조직에서나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세세하게 되짚어보며 언론이나 법률, 경찰이 이런 이례적인 사건들을 다루는 방식에서의 한계나 어려움, 또 대안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전문가들의 진지한 조언을 구한다.

참사 이후에 리틀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많은 글이 나왔다. 신체에 공격을 받은 사람이 쇼크상태에 빠지듯 지역사회도 그러했다. 학살 당일 밤에 클린턴 대통령이 “리틀턴 같은 곳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이라고 말했다. 리틀턴은 마약에 절은 시내 슬럼도 아니고, 도덕관념이 느슨하다는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도 아니다. 리틀턴에 사는 사람들은 견실한 시민들이고 교외 좋은 집에 살며 아이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고 돌봄을 잘 받는다. 우리는, 우리 학교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콜럼바인 이후 몇 달 동안 리틀턴 사람들은 모두 위험에 노출된 듯 두려움을 느꼈다. 이 동네 전체의 신경줄이 그대로 노출된 듯, 사람들이 온갖 예민한 반응을 표출했다. 어떤 사람들은 용서와 자비에 호소했다. 어떤 사람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전에 아무 목소리를 내지 않던 사람들이 권위 있고 중요한 인물이 되어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사람들은 그 권위에 넘어갔다. 다른 사람들도 무언가 목소리를 내면 좋은 점이 있으리라고 믿었다. (392)

집에 돌아온 뒤 첫 번째 주말 무렵, 우리는 리틀턴을 떠나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그전부터 딜런을 알았던 사람들, 딜런이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엄청난 날을 기억하는 사람들, 딜런이 KFC 치킨 한 통을 혼자 먹은 일을 이야기하며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들, 딜런이 툭 던지는 농담에 배꼽 빠지게 웃어본 사람들. 그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있었고 우리와 딜런의 기억을 나누고자 했다. 그들 없이 우리가 어떻게 살겠는가? 게다가 우리가 정말 달아날 수 있을까. 딜런의 손이 만들어낸 끔찍함에서 벗어날 길은 결코 없을 것이다.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진실로부터, 그 낙인으로부터 멀어질 수는 없었다. 어디로 가든 이 공포스러운 현실은 우리를 따라올 것이다.(158)

이런 식으로 법적인 문제와 사적인 생활이 나란히 놓이는 패턴이 콜럼바인 이후에 계속되어 우리는 둘 사이를 줄곧 왔다 갔다 해야만 했다. 법적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는 필요가 늘 우리의 슬픔에 그늘을 드리웠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변호사가 윤리적이고 동정심이 있고 진심으로 우리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88)

지금은 특수상황이었다.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사건 이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디에서도 지침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161)

변호사들이 거들어주었지만 그래도 날마다 이해할 수 없는 서류와 결정들이 산더미같이 쌓였다. 무슨 의미인지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권총 네 자루 중에 세 자루를 구입한 딜런의 친구 로빈에게 제기된 소송도 있었다. 나머지 한 자루를 판 마크 메인스도 소송에 걸렸다. 권총 제조사를 상대로 한 소송도 있고, 에릭의 항우울제 제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도 있었다. 보안관 사무소, 군, 경찰을 상대로 한 소송도 있었다. 우리를 상대로 한 소송은 다 합해서 서른여섯 건이었다. 우리 변호사는 꼼꼼한 사람들이었고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법적 상황이 워낙 복잡해 내가 파악할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넘어섰다.(193)

다행스럽게도 내가 근무하던 지역 대학을 이끄는 총장은 복잡한 상황을 잘 이해하는 탁월한 리더였다. 총장은 내가 편안히 지낼 수 있게 배려하는 동시에 다른 교직원들이 내 존재에 지나치게 불편해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내가 복귀하기 일주일 전에 직원 전체에게 메시지를 보내 나와 함께 일하는 데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언제든 자기에게 찾아오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언론의 끝없는 질문공세에 잘 대처하도록 벌써 지침을 내려놓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 누구라도 찾을 수 있게 상담사도 배치했다. 이런 일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 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학교의 현명한 처사가 고마웠다.
인사과 직원을 만나서 내 개인정보와 안전 문제에 대해 의논했다. 인사과 직원이 내가 겪고 있는 일이 만성질환이나 부모님 치매 문제 등과 같이 일상적인 일인 양 말해서 놀랐다. 나에게 오는 전화는 전화 교환원이 차단하고 화이트보드에 내 스케줄은 적지 않기로 했다. 관리자 한 사람이 내가 닫힌 문 뒤에서 개인적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자기 사무실을 나에게 내주었다. 나는 내 칸막이 방에 붙어 있던 이름표를 떼어 책상 서랍 속에 넣었다.
복귀하고 하루 이틀쯤 지났을 때 총장이 또 한 차례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내가 평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여유를 주라는 황감한 조언을 했다. 나에게 조의를 표하고 싶더라도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배려를 부탁했다. 그 현명함에 나는 또 감복했다.(196~197)

선서증언 동안에 있었던 일은 공개할 수 없다. 매우 고통스러웠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았으리라는 점만 밝혀둔다. 후회는 남았다. 선서증언에서 유가족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싶었지만, 변호사가 반대했다. “시기도 장소도 적당하지 않아요.”라고 했다. 사죄하겠다고 더 강력하게 주장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사죄하는 말이 없음을 깊이 느꼈을 것이고 오늘날까지도 유감으로 남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깊은 사과의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415~416)

에릭과 딜런이 피 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콜럼바인 범죄 현장 사진이 《내셔널 인콰이어러》에 팔려게재되었을 때에는 이제 더 이상 넘지 못할 선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중에 나는 리틀턴에서 취재하던 기자들도 여럿 트라우마를 겪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394)

시간이 흐르면서 딜런과 에릭의 행동이 다른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리라는 우리의 걱정이 되풀이해서 확인되었다. 버지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학교에서 총기 난사를 일으킨 조승희의 소지품 가운데 콜럼바인과 관련된 물건들이 있었고 샌디훅초등학교 총격 사건의 범인 애덤 란자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발표된 ABC 뉴스의 조사에 따르면 “1999년 콜럼바인고등학교 총격 이후로 이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 학교에 대한 공격이 최소 17건, 범행 계획이나 심각한 위협이 36건 있었다.”4고 한다.(232)

미국에서 대규모 총격 사건이 증가하는 까닭은, 고성능 총에 접근하기 쉽다는 점과 정신건강에 대한 지식과 지원 부족과 함께, 언론이 이런 사건을 다루는 방식과도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언론보도가 확산을 억제할 수도 자극할 수도 있다면, 프랭크 옥버그와 체이네프 투페키 박사 등 언론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살인-자살에 대한 새로운 보도 지침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234)

그는 기자들에게 트라우마에 대해 교육하면서 충격적인 사건을 선정적으로 다루지 말고 대신 사건에 대한 토론을 확대해나가라고 조언한다. 발생한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진정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세부요소들은 어떤 것일까? 사람들에게 어디에서 도움을 구하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비극을 정신건강이라는 더 큰 맥락에 어떻게 위치시킬 수 있을까?
원인을 지나치게 쉽게 짚어 단순하게 결론을 내려버리는 일만 삼가도 큰 진전이다. 학교 총기 사건 범인들은 폭력적 비디오게임이나 테크노 음악 ‘때문에’ 사람들을 죽인 것이 아니고, 사람들은 해고당했거나 애인에게 차였다고 자살하지 않는다.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 이후 그렇게나 부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사람이 삶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는 기사를 많이 읽었다. 당연하지만 돈과 인기가 뇌의 병을 막아주지는 않는다.(236)

내가 여기에서 제안하는 바가 검열을 옹호하고 언론 자유를 억압하자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보도를 요청하는 것으로 비쳤으면 좋겠다.(소설가 스티븐 킹은 학교 총기 사건 범인들이 자기 소설 『분노(Rege)』를 인용하자 존경스럽게도 출판사에 요청해 소설을 폐간시켰다.)(237)

공익을 염두에 두고 언론보도 방식을 바꾸어나간 전례가 분명히 있다. 좋은 기자라면 성폭력 희생자의 이름이나 특정 부대의 이동을 공개한다는 건 꿈도 꾸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살인범의 사진과 그가 죽이고 다치게 한 사람의 수를 붉은 피 색깔로 인쇄해 나란히 싣는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게 될 날이 곧 올 것이다.(237)

일부 언론에서는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2014년, 한 보수적 캐나다 방송사에서 경관 다섯 명을 쏘아 두 명을 죽게 한 범인의 이름이나 사진을 드러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논설을 통해 이 결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살인범의 삶을 보도하고 혼란스러운 페이스북 글을 긁어오고 동기를 추측해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그런 악랄한 행동이 마치 어떤 면에서는 정당화되는 듯한 인상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살인범의 이름을 감추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언론 분석가 등 전문가들의 견해에 귀 기울이면 될 듯하다. 아무튼 이 방송사에서 이런 구체적 요소들을 빼고 사건을 보도했으나 그래도 전혀 모자람 없이 깊이 있는 보도를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237~238)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국가언론위원회에서 보도를 감시하고 위반사항이 있으면 처벌한다. 미국에서는 아마 어려운 일일 테고, 바람직하다고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최고 언론사 보도국에서는 민감성, 파급 효과, 트라우마 등에 대한 토론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시간이 흐르고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면 언론사에서 이런 지침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게 옳기 때문이다.(238)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이 책은 무엇보다도 양육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에 관한 책이다. 양육자의 기본 태도라 할 만한 겸허함을 강력하게 일깨워주는 책이다. 아이를 나와는 다른 존재, 내가 알 수 없는 존재로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것의 숭고함에 대해 일깨워주는 책이다.
통상 양육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양육자들(특히 엄마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는 자신이 아이를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모들을 직무유기라도 하듯 낮춰보고, 아이의 삶에 지나치게 몰입해 아이의 삶을 자신의 삶과 구분하지 않는 선까지 나아가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천성적으로 적극적인 부모였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교육자였기에 특히 둘째 아들인 딜런을 키우면서 스스로 대단히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고 고백한다. 아이와 친밀하게 소통했고, 아이의 행방과 친구관계를 항상 확인했고, 아이의 교육에 열의를 지녔고, 아이에게 좋은 먹거리와 좋은 자연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했고, 특히 올바른 가치관을 키워줄 수 있도록 노력했던 ‘좋은’ 부모였다.
하지만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낯설고도 두려운 타자임을 충격적으로 깨닫고 나서 자신의 양육방식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본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뇌건강 문제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톰과 나는 다정하고 관심이 많고 적극적인 부모였고, 딜런은 에너지가 넘치고 애정이 많은 아이였다. 늘 염려하며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를 찾기를 빌어야 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우리는 딜런을 ‘햇살’이라고 불렀다. 딜런의 금발머리가 후광처럼 빛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딜런에게는 매사가 힘들지 않게 잘 풀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딜런이 내 자식이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했고 온 영혼과 심장으로 딜런을 사랑했다.(22)

그 뒤 몇 달, 몇 해 동안 나는 아들에 대해 내가 몰랐던 사실들을 수도 없이 마주하게 되었다. 판도라의 상자가 바닥이 나지 않을 듯했다. 나는 남은 평생을 내가 알던 아이와 딜런이 한 행동을 하나로 합치는 일로 보내게 될 것이었다. 그날 밤이, 내가 알던 딜런의 모습 그대로를 내 마음속에 담고 있을 수 있는 마지막 밤이었다. 사랑스러운 아들, 동생, 친구의 모습으로.(73)

언론에서 부모로서 우리를 묘사한 것 중에 그나마 우호적인 것이 우리가 부모로서 존재감이 없고 쓸모없고 무능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우리가 증오로 가득한 인종주의자 아들을 알면서도 덮어주었고, 지붕 아래 무기를 쌓아놓고 있는데도 못 본 척해서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했다. 왜 우리를 비난하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나라고 해도 그런 아이의 부모에 대해서는 끝없는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내가 그 아이의 부모가 아니었다면. 증오했을 것이다. 당연히 부모 탓이라고 할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부모로서 우리를 묘사하는 두 가지 상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진실은 그보다 훨씬 더 심란하다는 것을.(93)

장례 준비 과정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고통과 회의의 비명만이 끝없이 울려 퍼지는데도 내가 차분히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스스로 놀랐던 일은 기억난다. 이 아이는 내 아들이었다. 내가 내 몸과 마음을 다해 기르고, 감싸고, 사랑했던 사람. 다시는 딜런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얼굴을 어루만질 수도 없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마지막 이별의 의식을 준비하기 위해 내가 가진 마지막 힘까지 끌어 모아야 했다. 딜런을 키우는 일은 끝이 났다. 이 아이를 만들어내는 데 들였던 모든 사랑과 노력이 끝이 났다.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95)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웠다. 특히 둘째를 낳았을 때에는 자신이 붙었다. 나는 타고나기를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늘 아이들 목에 뭐가 걸리지 않을까 염려하고, 좋은 버릇을 잘 가르치려고 법석을 떠는 편이었다. 또 한편, 나는 어릴 때부터 아이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취직한 뒤에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가르치는 일을 오래했다. 석사학위를 딸 때 아동발달과 아동심리 과목들이 필수였다. 순진하게도 나는 지식과 경험을 통해 단련된 직관이 있으니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문제를 만났을 때 어디에서 도움을 구해야 할지는 안다고 생각했다.(117)

경찰이 에릭과 딜런이 자살한 지점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바닥에 그려진 길고 마르고 껑충한 모습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게 딜런이었다. 딱 딜런처럼 보였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내가 내 아들을 닮은 형체 옆에 주저앉아, 쓰러지는 아들을 받아주었던 양탄자를 손으로 쓰다듬는 동안 바이런이 가만한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주었다.(186~187)

“나는 괴롭힘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어요. 제가 직접 경험해보아 아는데 아이들은 자기가 겪는 고통을 자기 탓으로 돌려요. 나도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건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181)

“딜런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어야 해요. 친구나 동지가 옆에 있어줬어야 했는데. 분노와 우울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달래줄 친구요. 이건 아셔야 해요. 부모님은 그 친구가 되어줄 수 없다는 걸요. 형바이런도 마찬가지고요. 성장과 분리 과정에 있기 때문에 감추어왔던 고통스러운 문제를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털어놓기는 극히 힘듭니다.”(182)

우울증이 청소년기에는 성인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도 몰랐다. 어른은 슬프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반면 십대는 (특히 남자아이들) 방에 틀어박히고 짜증을 잘 내고 자기비판, 좌절, 분노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더 어린 아이들의 우울증은 보통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징징거림, 수면장애, 매달리는 성향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283)

이게 역설 가운데 하나다. 우울에 시달리는 십대 아이들이 상냥하게 자기 생각을 잘 이야기한다면 도와주기도 더 쉬울 것이다. 우울증 안내 책자 사진처럼 깔끔하고 예쁘장한 외모에 주먹으로 턱을 괴고 슬픈 듯한 눈으로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는 막상 만나면 불쾌할 때가 많다. 공격적이고 호전적이고 무례하고 화를 잘 내고 적대적이고 게으르고 짜증을 내고 솔직하지 않고 위생 상태도 썩 좋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까다롭고 다른 사람을 밀어내려고 하는 아이들이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성향이 도와달라는 신호일 수도 있다.(312)

싸우지 않았더라면, 특히 어머니날에 싸우지 않았다면 당연히 더 좋았겠지만, 그럴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길에서 벗어나는 것 같을 때에는 나무라야 하지 않나? 지금은 그 싸움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한다. 아들을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했더라도, 아들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손을 잡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리 와 같이 앉아. 이야기하자. 무슨 일이 있는지 말해주렴.’ 딜런의 잘못을 낱낱이 읊고 무엇에 대해 감사해야 마땅한지 일러주는 대신에, 귀를 기울이고 딜런의 고통을 인정해주었더라면.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거다. ‘네가 달라졌어. 그래서 겁이 나는구나.’ 하지만 그때 나는 겁나지 않았다. 그랬어야 했는데 안 그랬다.(328)

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쉬우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네 살짜리 아이도 쉽게 전문가를 속인다. 레인 박사는 고소하다는 듯한 말투로 연구 결과를 요약한다. “부모는 자기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기가 낳아 기른 아기라도 전혀 모르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다. 안됐지만 누가 사이코패스 거짓말쟁이인지 부모도 나만큼이나 오리무중이다.”

에릭의 엄마가 에릭은 졸업하고 무얼 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해서 나는 딜런은 가을에 대학에 갈 거라고 자랑을 했다. 속으로는 딜런이 에릭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자만심이었는지 생각할 때마다 영원히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354)

딜런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산을 움직여서라도 고치려 했을 것이다. 에릭의 웹사이트나 총기에 대해 알았다면, 딜런의 우울증에 대해 알았다면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아는 아이를 기르기 위해 내가 아는 최선의 방식으로 길렀고, 내가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 아이를 기르는 최선의 방식은 알지 못했다.(424)

나는 스스로 이런 주제에 대해 지식도 있고 또 민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자살에 대한 가장 흔한(그리고 가장 해로운) 근거 없는 믿음을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음을 깨달았다. 이 책들을 펼치면서 나는 이후 평생의 과업으로 삼을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 그리고 우리 집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257)

내가 자살 예방 활동가로 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수치를 보면, 그리고 일반인들의 무지를 보면 충격을 받는다. 나는 바이런에게 그랬듯이 딜런에게도 번개, 뱀, 저체온증을 조심하라고 가르쳤다. 치실질을 하고, 선크림을 바르고, 사각지대를 꼭 확인하라고 가르쳤다. 십대가 된 뒤에는 음주와 약물의 위험에 대해 최대한 터놓고 이야기하고 안전하고 윤리적인 성행위에 대해서도 가르쳤다. 딜런이 마주한 가장 큰 위험은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미 자기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256)

“자살과 살인 사이에 종이 한 장 차이밖에 없을 때가 있습니다. 자살하는 사람 대부분은 살인과 무관하지만,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자살 성향 때문에 그럴 때가 많습니다.” 딜런에게 일어난 일도 그것이라고 생각한다.(276)

매우 위험한 발언인 것은 안다. 뇌 장애가 있는 사람이 위험하다는 것은 오늘날 가장 흔하면서도 파괴적인, 옳지 않은 믿음 가운데 하나다. 뇌 이상이 있는 사람 대부분은 폭력적이지 않다. 아주 일부가 그러할 뿐이다. 뇌건강과 폭력이 교차하는 지점을 편견 없이 터놓고 논할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일단 사회의 낙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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