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

유정식 지음 | 부키 펴냄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 (의사 결정에 힘이 되는 과학적 사고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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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16

페이지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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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과학을 일상과 동떨어진 분야로 여긴다. 더욱이 조직을 이끌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업무적 역량을 높이는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 하는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 저자는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서 진정한 리더십과 협력의 가치를,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와 정크 DNA의 역할에서 발전적인 조직 운영 방법을, 비효율과 우연을 불편해하는 인간의 심리와 뇌 과학 연구 결과에서 보다 합리적인 선택 방법을 발견했다.

이 책은 저자가 가려 뽑은 55개의 ‘생활밀착형’ 과학 이슈를 통해 과학 지식과 과학적 사고력은 물론이고 그 속에 숨은 비즈니스 및 자기 계발 인사이트를 선사한다. 덕분에 전문 경영인은 물론이고 ‘일잘러’가 되고 싶은 직장인과 한층 더 성장하고 싶은 학생들은 기업 경영과 조직 관리, 리더십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경영하고 혁신할 수 있는 과학적 전략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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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책 제목에 속았다. 상식들을 모아 놓은 상식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목은 과학이라는 단어를 넣었지만 정작 추측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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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는 ‘정규 분포’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규 분포를 따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세상에는 오히려 더 많다. 지진의 경우 에너지 방출이 2배로 늘어나면 발생 빈도는 4분의 1로 줄어드는 멱함수 패턴을 따른다. 산불의 피해 면적이 2배가 되면 건수는 대략 3분의 1로 드물어진다. 미국에서 면적이 가장 작은 도시부터 순서대로 2400곳을 나열하면 어떤 분포가 나올까? 1997년의 연구에 따르면, 면적이 2배로 늘 때마다 도시의 수가 4분의 1씩 급감한다.
한때 “중국은 인구가 14억 명이 넘으니까 1퍼센트만 차지해도 그게 얼마야?”라며 중국 관련 사업을 장밋빛으로 보던 사람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는 망상이다. 매출순으로 1위부터 꼴찌까지 나열하면 정규 분포가 아니라 멱함수 분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멱함수 분포에서 1000개의 기업이 존재할 경우 1퍼센트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매출 순위가 얼마여야 할까? 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앤디 브라이스Andy Brice는 13위가 되어야 겨우 시장의 1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업체 수가 100개라면 19위는 해야 1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을 뿐이다.
비즈니스가 냉혹한 현실인 이유는 세상이 멱함수 분포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계획하거나 이미 시작한 독자가 있다면 이 ‘1퍼센트의 오류’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 투자자 앞에 가서 ‘시장의 1퍼센트만 먹으면 충분히 사업할 수 있다’란 말을 내세우는 것처럼 바보 같은 행동은 없다고 브라이스는 꼬집는다.
정규 분포는 개별 사건들이 독립적이고 분포에 미치는 영향력이 각각 동일할 경우에 성립된다. 학생들의 신장(키)이 정규 분포를 띠는 이유는 키에 대해 학생들이 상호 작용을 하지 않고 학생 한 명이 표본에 추가될 때 분포에 미치는 영향력이 각자 동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동 감자, 논문, 지진, 단어, 기업 경쟁처럼 개별 사건들이 네트워크로 얽혀 있고 특정 사건의 영향력이 다른 것보다 높다면 정규 분포는 현실을 올바로 표현하지 못한다. 세상 만물이 무조건 정규 분포를 따를 것이라고 속단하여 일을 그르치지 않기를 바란다.

동물원에서 배우는 조직의 생존 전략
생태학자 워더 앨리Warder C. Allee가 어항 속 금붕어들이 개체 수가 많을수록 더 빨리 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
했다. 앨리는 이 연구를 통해 단독으로 생활하는 것보다 군집을 이루는 것이 개체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고, 협력이 사회의 전반적인 진화에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늘어질 대로 늘어진 평탄한 일상은 우리 몸에 무척해롭다. 자극이 빈곤한 일상은 폭식과 같은 잘못된 자극원原에 탐닉하도록 만들어 비만과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고양잇과 동물들이 그러하듯 정신적인 이상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지루한 생활에 악센트accent와 스타카토staccato를 가해 줄 ‘따갑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발견하도록 애써라. 다채로운 색깔로 삶을 물들여라.

권위 의식을 벗어던지고 콜레라를 극복한 존 스노
콜레라는 공기가 아니라 물에 의해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이지만, 당시의 과학자들은 별다른 증거 없이 나쁜 냄새가 콜레라를 일으킨다는 ‘독기론毒氣論’을 주장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존 스노John Snow만은 예외였다.
그는 대담하게 공기가 아니라 물이 콜레라균의 매개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가 이런 가설을 세우게 된 이유는 당시에 민영화된 여러 수도 회사가 가정 폐수와 산업 폐수로 오염된 템스강에서 아무런 정화 장치 없이 물을 끌어다 가정에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는 독기론을 반박하고 콜레라 예방법을 발견하기 위해서 나쁜 냄새가 아니라 분뇨로 오염된 물을 먹을 때 콜레라에 걸린다는 증거를 찾아야 했다.
그의 위대함이 빛나는 이유는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면 으레 가질 만한 “내가 그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권위 의식을 스스로 깨뜨리고 신속히 원인 파악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는 신발에 흙을 묻히며 전염병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면밀한 실증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전염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감추려는 주민들의 비협조적인 태도, 복잡하게 얽힌 수도 배관, 수많은 독기론자의 비아냥을 이겨 내며 죽음의 땅을 뛰어다니고 콜레라 확산 과정을 일일이 지도에 그렸다. 그런 그의 모습은 우리를 숙연케 한다.

현명한 결정을 위해 올바른 인과관계 파악하기
상관이 있다고 인과관계가 적용되는 건 아니다. 똑똑한 사람이 욕을 잘한다고 해서 욕을 하면 똑똑해지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착각과 오류는 우리가 의사 결정을 할 때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메기 효과’라는 거짓말 혹은 낭설
이제부터 ‘끓는 물속 개구리’ 이야기를 하면 창피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이것 역시 낭설이기 때문이다. 끓는 물에 개구리를 던지면 근육이 바로 익어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반면 미지근한 물에 넣고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삶아지기 전에 개구리는 기어 나온다. 오클라호마대학교의 빅터 허치슨Victor Hutchison이 실험으로 증명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라는 말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이 아닌 걸 주장의 근거로 삼아서야 되겠는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발견하는 협력의 가치
집단 선택 가설에 의하면 다른 개체나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동료들끼리 서로 힘을 합치는 이타적 행동을 많이 하는 집단일수록 생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자연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야근’이라는 독과 ‘잠’이라는 보약
밤잠을 줄여 가며 무작정 오래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거나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잠이 부족한 뇌는 술을 마신 상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충분한 휴식과 집중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이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와그너David Wagner는 야근이 생산성을 저해하는 주범이라고 말한다. 그는 96명의 학생들이 잠을 자기 전에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팔찌를 차도록 했다. 다음 날 아침, 와그너는 학생들에게 대학 교수직에 지원한 사람의 42분짜리 강의 동영상을 보여 주고 컴퓨터로 그 사람의 강의 능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에 사용한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동영상을 보며 언제든지 웹 사이트를 곁눈질할 수 있었다. 그 후 학생들의 집중도를 분석했더니, 전날 밤에 잠을 많이 못 잤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학생일수록 인터넷으로 딴짓을 많이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면 부족이 두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일을 회피하게 만들고 인지적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렸던 것이다.

호흡의 메커니즘에서 발견한 ‘기브 앤드 테이크’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내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의 호흡 메커니즘도 이와 유사하다. 단순히 산소를 들이마신다고 숨을 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혈액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세포에 산소를 공급한다.
산소가 없으면 인간은 당연히 숨을 쉴 수 없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없이도 인간은 숨을 쉬지 못한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는 몸 바깥으로 내보내야 할 폐기물 같은 것으로 간주했지만, 혈액의 산성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기체다. 놀랍게도, 우리가 숨을 쉬려면 산소와 이산화탄소 모두 필요한 것이다.
화석 연료 사용의 급증으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온실 효과, 지구 온난화의 부작용이 심각한 탓에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백안시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짜릿한 맛의 청량음료를 즐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디카페인 커피를 마실 수도 없을 것이다. 디카페인 커피는 이산화탄소를 용매로 사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산화탄소를 호흡의 폐기물이라고 단선적으로 알고 있었다면 이제 생각을 고쳐야겠다.
호흡하는 데에 산소와 이산화탄소는 서로 등을 맞댄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뉴턴의 운동 제3 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연상케 한다. 도전과 겸손, 열정과 절제, 외연 확대와 내실 다지기처럼 서로 반대되는 덕목들이 우리에게 모두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스트레스, 맞서는 것보다 피하는 게 상책
흔히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내 한 연구진은 스트레스는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발생할 상황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피할 수 없다면 “즐기지 말고”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의 김경태 교수는 스트레스는 몸에 축적되기만 할 뿐 운동이나 여행 등으로 없앨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반복적인 자극을 받으면 세포 속에 ‘소포小胞, Vesicle(내분비 세포 내에서 호르몬을 담는 주머니 역할을 한다)’라고 불리는 것의 양이 꾸준히 늘어나고 그에 따라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좋은 식사와 격한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하려고 하지 말고 무조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한다. 스트레스의 원인 자체를 피하라는 소리다.
건강한 삶은 통제력으로부터 나온다. 힘겨운 날이 계속될 때 빈둥거리면 좋겠다는 소망이 간절하겠지만, 그때도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괴감과 후회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나는 무얼 했나?”라는 탄식은 ‘노는 동안’ 삶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후회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일하고 싶은데 왜 일을 안 주는 거야?”라는 울분 섞인 항변은 그 말을 하는 순간 삶의 통제력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통제력은 목표 의식을 분명하게 함으로써 유지할 수 있다.

우리 뇌의 피로를 풀어 줄 도파민 샤워
목욕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휴식 방법 중 하나다. 몸이 청결해지면 마음도 홀가분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뇌도 샤워를 하면 피로가 풀린다. 바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으로 샤워를 하는 방법이다.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은 쾌락과 환각을 경험하게 해 주는데,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신경심리학자인 로버트 자토레Robert Zatorre는 음식, 스포츠, 섹스뿐만 아니라 음악도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음악이 최고조에 이르기를 기대하는 동안 뇌의 ‘미상핵’이란 부위에서 도파민이 분비됐고, 최고조에 이르면 ‘측좌핵’에서 역시 도파민이 분비되었던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부담을 분산시켜라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적게 먹거나 굶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먹느냐 보다 ‘어떻게’ 먹느냐다. 그리고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그 방법은 ‘한 번에 얼마나 먹을지’로 귀결된다.
다이어트 성공의 관건은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량이 아니라 칼로리의 체내 흡수 속도라는 점을 떠올리면 해결책이 생긴다. 음식을 한 번에 먹되 칼로리의 흡수 속도가 느린 음식을 먹음으로써 혈당의 갑작스러운 증가, 인슐린의 과다 분비, 포도당 수용체의 과다 활성화를 막는 것이다. 어떤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과정에서 혈당이 높아지는 속도를 수치로 나타낸 값이 ‘당 지수GI, Glycemic Index’다. 흰쌀밥의 당 지수는 85인 반면 현미는 50이니 같은 양을 먹더라도 식단을 현미로 바꾸면 적어도 쌀밥을 먹었을 때보다 살이 찌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목표가 우리를 실패자로 만든다
골인 지점을 너무 멀리 잡은 나머지 출발하기도 전에 지치거나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큰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매일 작은 성취감을 만끽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일수록 본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원대한 목표에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의 공부 머리는 유전일까, 환경일까
우리의 외모, 성격, 지능 지수는 유전적으로 결정된 걸까, 아니면 환경적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을까? 사실 이 둘은 선후 관계나 우선순위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요인이다. 그러므로 부모나 자신이 처한 환경을 탓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생물학계에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해묵은 논쟁이 몇 가지 있다. 그중 대표적이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 바로 ‘본성 대 양육’ 논쟁이다. 본성론자들은 인간의 성격, 행동, 능력 등이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자에 의해 이미 결정된다고 믿는 반면, 양육론자들은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성격이나 지능을 결정하는 변수라고 주장한다. 본성론자 중 대표 격인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인간의 행동이 동물보다 지능적인 이유는 이성이 본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동물보다 많은 본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유전자 속에 이미 많은 것이 프로그래밍되어 있기에 환경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입장이다.
반면 양육론자들은 인간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빈 서판Blank Slate’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을 받아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서판 위에 그려 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반격을 가한다. 게다가 인간의 유전자 개수가 고작 3만 개밖에 안 된다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는 양육론자들에게 힘을 실어 준다. 그들은 인간의 유전자 수가 적다는 사실로부터 환경이 주로 개입하여 ‘하나의 인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본성론자들이 주장하는 유전적 결정론, 그리고 양육론자들이 내세우는 환경 결정론 중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논리적 오류 중에는 ‘양자택일의 오류’라는 게 있다. 2개의 주장이나 대안이 있을 때 ‘둘 중 하나만을 반드시 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해서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몰고 갈 때 쓰는 말이다. 방금 던진 질문이 바로 양자택일의 오류라 할 수 있다. 왜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가? 다른 가설은 없는 것일까?
과학 저술가인 맷 리들리는 본성론자와 양육론자 모두 양자택일의 오류에 빠져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유전(본성)과 환경(양육)의 복잡한 상호 작용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면서 ‘양육을 통한 본성’이라는 제3의 개념을 주장한다. 유전자가 서판 위에 밑그림을 그리면 거기에 환경이 색칠을 하여 하나의 인간을 완성한다는 것이 ‘양육을 통한 본성’이라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아름다운 외모’는 확실히 본성의 결과인 듯 보인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음식, 위생, 운동, 화장 등 후천적 환경과 노력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돋보이게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50대의 나이에 ‘동안 미녀’라고 불린 할리우드 배우 데미 무어Demi Moore는 역시 할리우드 배우인 애슈턴 커처Ashton Kutcher와의 이혼 이후 관리에 소홀했는지 급격히 노화된 얼굴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영화 〈나 홀로 집에〉에서 깜찍한 연기를 보였던 배우 매콜리 컬킨Macaulay Culkin의 2012년에 찍힌 사진을 보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앙상해진 외모가 30대 청년이 아니라 50대 아저씨처럼 보인다. 따라서 아름다운 외모는 본성과 양육의 협조를 통해 완성된 것이지, 어느 하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아는 게 아니다
《적과 흑》을 쓴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왜 양수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오랫동안 괴로워했다고 자서전에 쓴 바 있다. 수학자인 친구들이 그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를 괴롭힌 의문은 “1만 프랑의 빚에 500프랑의 빚을 곱하면 500만 프랑이 생기는 건가?”라는 것이었다.
‘믿는 것’과 ‘아는 것’은 별개다. 믿는 것을 증명했을 때 비로소 아는 것이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앞선 학자들이 이미 증명해 놓은 것도 자신이 혼자 힘으로 증명해 내지 못한다면 “그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음수 곱하기 음수가 양수가 된다는 사실을 “내가 안다"라고 말하려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아마 스탕달이 그랬던 것처럼 머릿속이 괴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의 지혜는 이렇듯 단순하며 자명한 듯 보이는 사실에 일부러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답을 구하려는 노력을 통해 체득된다는 것을 필히 기억하자.

미신이라는 비과학의 과학적 효과
미신은 그 자체로는 비과학이지만,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경감시키고 통제감을 높여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이 고조되었던 2000년대 초, 인류학자 리처드 소시스Richard Sosis는 종교를 믿지 않는 이스라엘 여성들에게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물었다. 그랬더니 35퍼센트의 여성이 찬송가를 부르는 것이라고 답했고, 실제로 찬송가를 부르는 여성들이 테러의 공포를 덜 느꼈다고 한다.
심리학자 리산 다미쉬Lysann Damisch는 골프 경기 참가자 중 ‘행운의 골프공’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5퍼센트나 더 공을 잘 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운이 함께할 경우 자신감이 배가되고 실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미신의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비록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해도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작은 미신 하나 믿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 왜 큰 신을 두고 작은 미신을 믿어보려는 미련함을 보일까? 안타깝다.)

왜 커피를 마시면 잠이 달아날까
가장 일반적인 의문 중 하나가 바로 “커피를 마시면 왜 잠이 오지 않을까”일 것이다. 알다시피 그 이유는 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약 1.5퍼센트가량의 카페인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카페인이 커피색과 비슷한 짙은 갈색일 것 같지만 결정 상태의 순수한 카페인은 의외로 백색이다.
우리 몸은 피로해지면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을 생성한다. 그런데 이 아데노신이 신경 세포의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신경 세포의 활동을 둔화시키고 졸음이 오도록 만든다. 이것은 수면을 통해 아데노신의 농도를 감소시키고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카페인의 분자 구조가 아데노신과 유사해서 아데노신 대신 수용체와 결합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신체는 피로를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활력이 회복된 줄로 착각한다. 또한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고 간의 혈당 분비를 자극해 근육을 운동하기 좋은 상태로 각성시킨다. 이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달아나 버리는 것이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면 어떨까? 디카페인 커피라고 해도 카페인이 10밀리그램 정도(일반 커피의 1~3퍼센트)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잠을 설칠 수도 있다.
이런 설명을 읽고 “나는 커피를 마셔도 잠이 잘 오는데?”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CYP1A2’라고 불리는 카페인 분해 효소가 간에서 많이 분비되거나 소변을 통해 카페인 배출이 잘 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 메릴린 코넬리스Marilyn C. Cornelis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커피와 관련된 대부분의 유전 인자를 가진 사람일수록 커피를 많이 마셔도 수면에 문제가 없기에 하루 4~5잔은 거뜬하다고 말한다. 몸에 들어온 카페인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려면 보통 6시간이 걸리는데 이들은 그보다 빨리 카페인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추거나 핸드 드립으로 추출해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맛있는 커피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는 뜻이리라. 가장 맛있는 커피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미국 커피양조센터에서 수년간 커피 맛 감별사들을 통해 실험한 결과, 최적의 커피 농도는 1250피피엠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원두에서 물에 녹는 성분은 28퍼센트 정도인데, 모두 추출하는 것보다 16~22퍼센트만 녹여 내야 맛과 향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과하게 추출하면 오히려 맛이 텁텁해진다고 한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추운 겨울날 방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는 커피 아니겠는가? 낮은 기온이 커피 향이 흩어지는 걸 막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밖에 눈이라도 내리면 그 향은 더욱 그윽할 것이다.

너무 깨끗해서 천식 환자가 늘어난다?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불치병 중 1위는 감기이고 2위가 암이다. 그렇다면 3위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폐 속에 있는 기관지가 좁아져서 가르랑가르랑하는 숨소리를 내거나 숨이 막힐 정도로 발작적인 기침을 터뜨리는 증상인 ‘천식’이라고 한다.
천식은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으로서 ‘알레르겐allergen’이란 말로 통칭되는 집안 먼지, 곰팡이, 진드기, 꽃가루, 짐승의 털 등이 원인이다. 의사들은 천식을 예방하고 잠재우려면 알레르겐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천식이 발병하는 메커니즘은 불분명해서 뾰족한 치료 방법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이상하게도 천식 환자의 급증 현상은 후진국이 아니라 뉴질랜드, 영국, 네덜란드, 일본, 호주, 핀란드와 같은 선진국에서 나타난다. 생활 환경이 후진국에 비해 훨씬 청결해서 알레르겐에 노출되는 정도가 적을 텐데도 천식은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괴롭힌다.
이른바 ‘위생 가설’이라는 것으로, 사람들이 폐를 너무나 ‘곱게’ 사용하기 때문에 천식이 쉽게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있었던 역학 조사 결과, 감염균이나 기생충에 노출될 기회가 적은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일수록 나이가 들면서 천식 발병률이 높아졌다. 위생 가설은 이를 근거로 등장했는데, 상대적으로 옛날보다 깨끗한 환경을 누리는 탓에 조금만 불결해져도 천식에 걸린다는 지적이다. 말 그대로 ‘먼지가 부족해서’ 오히려 천식의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이다.
위생 가설이 옳다고 가정하면 공기 중의 먼지와 곰팡이를 없애 준다는 진공청소기와 공기청정기가 오히려 천식의 발병을 조장하는 물건일지 모른다.
예전의 어린이들은 퀴퀴한 먼지 구덩이에서도 잘 지내며 견뎠지만, 진공청소기로 말끔히 청소된 집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내다 보니 면역력이 미숙한 폐가 작은 먼지에도 약해져 천식에 걸리는 건 아닐까? 깨끗한 집안 공기를 유지함으로써 천식과 아토피 등을 예방해 준다고 광고하는 공기청정기의 효과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심할 일이다.

지진, 예측하기 어렵다면 대비를 철저하게
지진은 사회 기반 시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재해다. 그렇기 때문에 지진 발생에 앞서 단 몇 분이라도 미리 경고할 수 있다면 큰 인명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과 연구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이렇다 할 지진 예보 시스템은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태풍, 집중 호우, 폭설 등의 기상재해는 상당히 정확한 예보가 가능하고 며칠 앞까지 내다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진은 왜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일까?
1915는 지구물리학자인 알프레드 베게너가 제안한 ‘대륙 이동설’에 따르면 지각은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고 각 판은 ‘맨틀’이라고 불리는 반고체 상태의 물질 위를 떠다닌다. 맨틀 위를 떠다니는 판들은 밀고 밀리다 정면으로 충돌하여 맞물리기도 한다. 맞물린 2개의 판이 마찰력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면 미끄러지면서 축적했던 에너지를 한꺼번에 발산한다. 이것이 지진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이다. 단순한 메커니즘에도 불구하고 지진 예측이 아직 불가능한 이유는 판 구조의 복잡성 때문이다. 각 판은 수백수천 종의 바위로 구성되는데, 어떤 바위는 무르고 어떤 바위는 단단해서 마찰력이 제각각이다. 똑같은 스트레스를 가해도 쉽게 미끄러지는 바위가 있는가 하면 꿈쩍도 않고 힘을 축적하는 바위가 있다. 더욱이 어느 바위가 최초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는지에 따라 대규모 지진과 작은 지진의 여부가 결정되고, 대형 지진이라고 해서 특별한 원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끄러진 바위가 다른 바위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 등 미세한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지진이 발생한다. 이것이 지진 발생을 예보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상어 비늘 기술로 풍력 발전에 날개를 달다
독일의 대표적인 기계 부품 및 재료 분야 전문 연구소인 IFAM 연구소는 상어 비늘을 본뜬 구조를 날개에 적용하면 날개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일 뿐만 아니라 효율을 30퍼센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상어의 비늘은 상어가 헤엄칠 때 발생하는 작은 소용돌이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 밀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은 힘으로 빠르게 헤엄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계적인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상어 비늘 수영복’을 입고 8개의 금메달을 따내 화재가 되기도 했는데, IFAM 연구소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상어 비늘 날개’의 실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

유정식 지음
부키 펴냄

2020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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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김대리

@xzni35rlyl0j

꼭 순서대로 읽어야할 필요가 없는 책이다. 짧막짤막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우리가 이미 알았거나 어설프게 알았던 또는 오해하고 있었던 과학지식을 짧막하게 알려주고 거기서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챌린저호의 폭발사고의 원인은 연료의 누출을 막아주는 고무오링이 날씨때문에 갈라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한것으로 밝혀졌으나. 더 근본적 이유는 소통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NASA조직의 내부에 있었다는 사실, 사람들은 이산화탄소를 온난화의 주범인 폐기해야할 가스 정도로 알고 있지만, 이산화탄소가 없다면 호흡을 할수없다며 기브엔 테이크에서 발견하는 호흡의 매커니즘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과학책이 생각보다 재미나고, 어렵지 않고 쉽게 설명해주는데다 거기서 생각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신하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일론 머스크등 세계적인 기업경영자들이 과학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한다. 거기어 얻는 통찰이 있기 때문이겠지. 내 아이들에게도 편향되지 않는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해줘야겠다.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

유정식 지음
부키 펴냄

2020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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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y

@j0yjhx1qgp8x

우리가 알고있는 잘못된 과학상식도 짚어줄뿐더러, 시사하는 바는 하나.

정치, 경제 책도 물론 중요하나 과학책으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도 많다는 점.

그래서 일론 머스크, 마크주커버그, 빌게이츠 등 유명인들이 과학책을 멀리하지 않는 이유. 그들은 종종 과학으로부터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기도.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

유정식 지음
부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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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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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많은 사람이 과학을 일상과 동떨어진 분야로 여긴다. 더욱이 조직을 이끌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업무적 역량을 높이는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 하는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 저자는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서 진정한 리더십과 협력의 가치를,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와 정크 DNA의 역할에서 발전적인 조직 운영 방법을, 비효율과 우연을 불편해하는 인간의 심리와 뇌 과학 연구 결과에서 보다 합리적인 선택 방법을 발견했다.

이 책은 저자가 가려 뽑은 55개의 ‘생활밀착형’ 과학 이슈를 통해 과학 지식과 과학적 사고력은 물론이고 그 속에 숨은 비즈니스 및 자기 계발 인사이트를 선사한다. 덕분에 전문 경영인은 물론이고 ‘일잘러’가 되고 싶은 직장인과 한층 더 성장하고 싶은 학생들은 기업 경영과 조직 관리, 리더십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경영하고 혁신할 수 있는 과학적 전략을 배울 수 있다.

출판사 책 소개

리더십에서 인사 관리, 경영 전략, 자기 경영까지
과학에서 발견한 55가지 비즈니스 인사이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유명한 독서광이다. 그는 ‘게이츠 노트(The Gates Notes)’라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읽은 책과 리뷰를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인문, 사회, 정치, 경제, 역사, 문학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되어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가 추천한 책들 중에서 과학책이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본문 5쪽) 그리고 이는 빌 게이츠뿐 아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구글의 지주 회사인 알파벳의 CEO 래리 페이지,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도 여러 과학책을 추천한 바 있다.
세계 최고의 경영인들은 왜 과학책을 읽을까? 우리는 흔히 인문, 사회, 경제, 정치를 현대인의 필수 교양이자 상식이라고 여기지만 과학은 일상과 동떨어진 분야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조직을 이끌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업무적 역량을 높이는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여긴다. 과학은 해당 업계에 종사하거나 흥미와 관심이 많은 사람들만의 영역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하지만 빌 게이츠를 비롯한 최고의 경영인들에게는 그 반대다. 과학 지식과 그로부터 얻은 통찰력은 수많은 이해관계와 상이한 생각들이 부딪치는 경영의 현장에서 객관적인 판단과 현명한 결정을 내릴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인사 및 전략 전문 컨설팅 회사 ‘인퓨처컨설팅’의 대표인 유정식 저자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학창 시절 생명과학을 전공하며 과학자를 꿈꾸었지만 현재는 전문 경영 컨설턴트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과학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여전해서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식과 소양을 쌓았고 이것이 경영 컨설팅 일을 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수리적 감각과 과학의 원리를 기업과 조직에 적용해서 생각하면, 복잡하게만 여겨졌던 경영의 문제를 의외로 단순하게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는 유정식 저자가 가려 뽑은 55개의 ‘생활밀착형’ 과학 이슈를 통해 과학 지식과 그 속에 숨은 비즈니스 및 자기 계발 인사이트를 선사한다. 예를 들면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서 진정한 리더십과 협력의 가치를 발견하고,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와 정크 DNA의 정체를 통해 발전적인 조직 운영 방법을 모색하며, 비효율과 우연을 불편해하는 인간의 심리와 뇌 과학 연구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선택 과정을 살펴본다. 빠르게 퍼져 나가는 입소문 마케팅의 성질을 지진과 산불의 네트워크 원리로 설명하는가 하면, 작심삼일로 그치고 마는 운동과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비법도 알려 준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수면, 커피, 미세 먼지, 복권, 진통제, 다이어리, 텔레파시, 미신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 속에서 조직 경영과 자기 경영의 함의를 찾았다. 덕분에 독자들은 “개인으로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혹은 기업의 리더로서 과학적 사실과 경영학적 통찰력을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시사점”(본문 8쪽)을 얻을 수 있다.

현명한 리더는 과학적 통찰력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당신이 중국 시장 진출 여부를 결정해야 할 CEO라고 가정해 보자. “14억 인구 중에서 1퍼센트만 차지해도 대박!”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보고받았다면 ‘고작 1퍼센트’를 차지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을 테니 중국 진출을 서둘러야 할까? 이렇게 판단했다면 당신은 리더로서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앤디 브라이스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1퍼센트를 달성하려면 1000개의 기업 중 매출 순위가 13위는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본문 19쪽) 예상보다 치열한 경쟁에 놀랐는가? 그렇다면 다음 문제도 고민해 보자.
‘1, 2, 3, 4, 5, 6’과 ‘2, 16, 21, 24, 33, 42’이라는 숫자 조합 중에서 어떤 것이 로또 당첨 번호로 나올 가능성이 높을까? 두 조합은 어디까지나 각각의 사건이기 때문에 추첨될 확률도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전자를 부자연스러운 ‘우연의 일치’로 여기고 후자보다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뇌 과학자 빌라야누르 S. 라마찬드란은 이러한 착각이 ‘우연의 일치’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혐오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본문 97쪽) 비즈니스의 세계 곳곳에는 이런 수학적 오류와 통계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리더의 객관적 분석과 냉철한 판단을 방해한다. 이 책은 리더가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학적 통찰력을 제공한다.
조직이 위험과 난관에 봉착했을 때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큰가시고기의 생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큰가시고기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무리를 지어 다닌다. 그런데 앞에 포식자가 나타나면 무리 중 한 마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선다. 그러면 이어서 다른 개체들도 나서게 되고 결국 포식자에게 맞서는 형국을 만든다. 이때 앞으로 나서는 행위는 큰가시고기의 세계에서 일종의 ‘설득 행동’이다.(본문 52쪽) 그리고 이 설득 행동은 인간 사회의 리더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리더가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그를 따르는 구성원이 적으면 공허한 외침으로 그치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활약한 영국의 과학자 존 스노 또한 말이나 생각이 아니라 직접, 그리고 먼저 행동에 나서는 자세가 리더의 자질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는 영국 왕실로부터 최고의 명의라는 찬사를 받은 높은 지위의 의사였지만 런던을 휩쓴 콜레라의 전염 원인을 밝히기 위해 기꺼이 창궐지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세간에는 공기에 의해 콜레라가 전염된다는 ‘독기론(毒氣論)’이 대세였는데 스노가 현장에서 직접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 오염된 물이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덕분에 인류는 콜레라라는 치명적인 위협을 정복할 수 있었다.(본문 36쪽) 이처럼 리더에게는 솔선수범, 책임감, 희생정신뿐 아니라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권위의식을 벗어 던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질서에 연연하지 않고 기꺼이 도전할 수 있어야 진심으로 구성원을 설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본문 39쪽)

탁월한 리더는 과학에서 조직 관리와 경영의 묘를 발견한다

여러 경제학자와 컨설턴트들이 유럽사와 한국사에서 기업 경영의 시사점과 리더십의 원리를 발견하고 《삼국지》와 《손자병법》과 같은 고전에서 경영 전략의 핵심을 모색했다. 이는 역사, 고전, 심리학, 철학, 인류학, 지리학, 교육학 등 경영학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치부해 버렸던 학문 속에서 조직 관리, 인사, 경영에 유용한 전략과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정식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수학, 물리학, 생물학, 유전학, 과학사 등 자연과학과 경영학의 접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사고를 통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1986년 1월, 챌린저호는 발사된 지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하여 승무원 7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이 안타까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당시 NASA가 ‘조용한 조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NASA의 엔지니어들은 상부에 챌린저호의 여러 결함을 보고했지만 성과를 우선시한 고위 관리자들은 이를 무시했다. 실무 기술자들은 자신들의 제안이 계속 묵살당하자 입을 닫고 수동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성과주의와 경직된 조직 문화가 치명적인 리스크를 만들어 낸 것이다.(본문 29쪽)
조직 내 우수한 소수가 평범한 다수를 책임진다는 ‘20 대 80 법칙’은 과연 타당할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전체 DNA 중에서 98.5퍼센트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일명 ‘정크 DNA’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정크 DNA가 실제로는 인간의 성격 발현에 영향을 미치고 손상된 DNA를 수선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발견됐다. 1.5퍼센트를 위해 98.5퍼센트가 존재하는 엄청난 비효율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저 비효율적이기만 하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는 인간의 사회 조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경영의 과정 속에서 때로는 손실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손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저마다 다르다. 1988년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불 사례는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작은 손실을 수용해야 할 당위를 보여 준다. 당시 이 산불은 3개월 동안 지속되며 150만 에이커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어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산불의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는 단 1건의 산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 산림 보호 당국의 노력 때문이었다. 숲을 솎아 내는 효과가 있었던 조그만 산불까지 무조건 막은 결과 숲에 불쏘시개가 될 만한 죽은 나무와 마른 나뭇잎이 축적되었고 자라는 나무들이 조밀해져서 임계 상태에 이르고 만 것이다. 그 결과 작은 불이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산불로 확대되었는데 이를 ‘옐로스톤 효과’라고 한다. 이후 미국 산림 보호 당국은 작은 산불은 굳이 끄지 않았고, 통제할 수 있을 만큼의 작은 불을 일부러 내기도 했다.(본문 282쪽) 철저한 산불 예방 노력이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되었다는 아이러니와 산림 보호 당국의 정책 변화는 불가피한 손실과 맞닥뜨려야 하는 경영인, 사업가, 비즈니스맨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 나를 바꾸고 원하는 것을 얻는 무기가 되다

운동, 다이어트, 금연, 영어 공부, 독서 등 우리는 자기 계발을 위해 수많은 결심과 도전을 한다. 하지만 많은 이가 작심삼일로 그치거나 ‘귀차니즘’ 때문에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이들의 실패는 과연 개인의 의지력 문제일까? 성공과 혁신이란 적절한 전략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다. 그래서 기업과 조직을 이끄는 리더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비즈니스맨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경영 전략이다.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 최고의 경영인들이 독서, 특히 과학책에 몰두하는 이유는 과학에서 기업 경영과 조직 관리, 리더십의 통찰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경영하고 혁신할 수 있는 전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경영인은 물론이고 ‘일잘러’가 되고 싶은 직장인이나 성적과 인성을 함께 키우고 싶은 학생들도 다양한 과학 이슈를 통해 자기 계발의 과학적 전략을 배울 수 있다.
성장에는 목표와 동기 부여, 지속 가능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3개월 안에 10킬로그램을 빼겠다” “1년에 책 100권을 읽겠다” “보름 동안 토익 300점을 올리겠다”와 같이 과도한 목표를 세우면 이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트레스를 낳는다. 의학자 브루스 매큐언의 연구에 따르면 이 스트레스는 우리의 자존감을 낮추고 자괴감에 빠뜨린다.(본문 177쪽) 반복되는 실패의 사슬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0킬로그램 감량’ 대신 ‘하루 30분 걷기’라든지, ‘책 1권 읽기’ 대신 ‘하루 10페이지 읽기’처럼 비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일매일 성공을 경험하면 의욕과 자신감이 상승한다. 작은 성공이 차곡차곡 쌓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결국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본문 179쪽)
그럼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는 ‘귀차니즘’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심리학자 아예렛 피시바흐는 목표보다 과정에 집중해야 집중력과 지속력이 좋아진다고 강조한다. 마라톤 도전자에게 “완주한 당신의 모습을 상상하라”보다 “다음에 뛸 한 걸음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다.(본문 113쪽) 그래서 유정식 저자는 ‘딱 5분만 법칙’을 추천한다. “딱 5분만”이라는 생각으로 공부와 운동을 시작하거나 흡연을 미루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점차 그 5분은 10분, 30분, 한 시간으로 늘어날 것이다.(본문 116쪽)
우리를 실패의 굴레에 가두고 귀찮음의 노예로 만드는 것은 바로 스트레스다. 흔히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스트레스는 육체뿐 아니라 정신도 병들게 한다. 그러므로 이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원하는 나를 만들고 바라는 바를 얻을 수 있다. 그럼 맛있는 음식, 충분한 휴식, 즐거운 여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될까? 포항공과대학교 김경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그저 쌓이기만 할뿐 해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되도록 스트레스 발생 원인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본문 118쪽) 하지만 현대인에게 자극 없는 일상은 불가능에 가깝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할까? 아니다. 즐기지 말고 통제해야 한다. ‘나는 언제든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극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만으로도 얼마든지 스트레스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성공과 성장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켜고 끌 수 있는 당신만의 스위치를 발견”(본문 121쪽)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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