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강보라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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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27

페이지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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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할 때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 고민이 있을 때 읽으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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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괜찮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혹은 좀더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정작 벅찬 일상의 전투 뒤에 숨은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개인과 사회의 거리를 따지거나 자존과 관종의 간극을 헤아려보는 시도는 늘 ‘다음 번’으로 미루어진다.

책의 제목인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가만두지 않을 테야’라고 으르렁거리는 것만 같은 뾰족한 시대를 살아가느라 그 어디와도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아주 납작하게 줄여버린 이 시대의 마음들이 되뇌는 자기최면이다. 이 말 안에는 나만 잘될 수도 없고, 나만 잘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님을 알지만, 나만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양가성이 배어 있다.

책의 부제인 ‘자존과 관종의 감정 사회학’은 엄밀한 의미에서 학문을 일컫는다기보다 사회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해석해보고자 하는 진지한 마음가짐을 대변한다. 오늘날 이야기하는 마음이 비단 정신이나 심리로만 국한되지 않는, 복합적이고 폭넓은 개념이라는 데 착안해 다양한 미디어·문화현상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써 ‘마음의 문제’에 다가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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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라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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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괜찮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혹은 좀더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정작 벅찬 일상의 전투 뒤에 숨은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개인과 사회의 거리를 따지거나 자존과 관종의 간극을 헤아려보는 시도는 늘 ‘다음 번’으로 미루어진다.

책의 제목인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가만두지 않을 테야’라고 으르렁거리는 것만 같은 뾰족한 시대를 살아가느라 그 어디와도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아주 납작하게 줄여버린 이 시대의 마음들이 되뇌는 자기최면이다. 이 말 안에는 나만 잘될 수도 없고, 나만 잘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님을 알지만, 나만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양가성이 배어 있다.

책의 부제인 ‘자존과 관종의 감정 사회학’은 엄밀한 의미에서 학문을 일컫는다기보다 사회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해석해보고자 하는 진지한 마음가짐을 대변한다. 오늘날 이야기하는 마음이 비단 정신이나 심리로만 국한되지 않는, 복합적이고 폭넓은 개념이라는 데 착안해 다양한 미디어·문화현상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써 ‘마음의 문제’에 다가가려고 했다.

출판사 책 소개

뾰족한 시대의 납작한 마음에 대하여
“혼자도 안녕합니다”


나와 너는, 나와 우리 사이는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자존과 타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관종의 사이는 또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좀더 괜찮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혹은 좀더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정작 벅찬 일상의 전투 뒤에 숨은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개인과 사회의 거리를 따지거나 자존과 관종의 간극을 헤아려보는 시도는 늘 ‘다음 번’으로 미루어진다.
이 책의 제목인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가만두지 않을 테야’라고 으르렁거리는 것만 같은 뾰족한 시대를 살아가느라 그 어디와도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아주 납작하게 줄여버린 이 시대의 마음들이 되뇌는 자기최면이다. 이 말 안에는 나만 잘될 수도 없고, 나만 잘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님을 알지만, 나만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양가성이 배어 있다.
이 책의 부제인 ‘자존과 관종의 감정 사회학’은 엄밀한 의미에서 학문을 일컫는다기보다 사회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해석해보고자 하는 진지한 마음가짐을 대변한다. 오늘날 이야기하는 마음이 비단 정신이나 심리로만 국한되지 않는, 복합적이고 폭넓은 개념이라는 데 착안해 다양한 미디어·문화현상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써 ‘마음의 문제’에 다가가려고 했다.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는 개인이 자기 자신, 타인, 사회와 맺는 관계의 거리에 따라 느슨하게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혼밥, 개인 취향, 덕질 등 갈수록 더 강조되는 개인이라는 개념을 여러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2장에서는 일상 안에 내재된 타인의 시선을 먹방, 리액션 비디오, 인성짤 등의 소재를 중심으로 풀어보았다. 3장에서는 오늘날의 소비 패턴과 주거 양식, 성장에 대한 고민과 지식을 선택하는 과정 등을 통해 스스로 그려가는 우리의 자화상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았다. 4장에서는 온라인으로 옮겨간 우리의 삶이 변화하는 방식을 기계와의 소통, 라이브 방송, 랜선 관계, 인증 문화 등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했다. 각각의 글이 다루는 소재는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 곳곳에서 회자되었지만, 좀처럼 한쪽으로 마음을 정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그 문제 안의 여러 마음을 내치기보다 되도록 끌어안아 보려고 했다.

‘개취’입니다, ‘존중’해주세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은 영업의 특성상 매일 고객을 만난다. 고객들 중에는 주인공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이도 있고, 무례하게 구는 이도 있다. 하루 종일 고객을 방문하고 여러 업무에 시달리는 주인공은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혼밥의 시간’을 갖는다. 타인을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 주인공이지만, 밥을 먹는 순간만큼은 철저히 혼자의 것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밥을 먹는 순간만큼은 고독 속에서 나다움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찾는 대신 우리는 혼밥을 통해 먹는다는 본능의 욕구를 따름으로써 나 자신의 감각을 일깨운다.
‘그래, 이제부터는 혼자 즐기는 거야.’ 이렇게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보는 눈이 신경 쓰일 때가 있다. ‘왜, 밥을 같이 먹을 사람도 없어?’, ‘혹시 사람들과 잘 못 어울리는 거 아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질문의 산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산은 무신경의 땅 위에 무관용의 자양분을 먹고 서 있는 경우가 많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따돌림을 받거나 사회생활의 실패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정말 혼자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2017년 페이스북에 개설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약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살 만한 세상을 위해’ 만들어진 이 커뮤니티는 오이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핀잔을 듣거나 오이를 빼고 음식을 주문할 수 없었던 경험을 공유한다. 이 커뮤니티 내에서 넘쳐나는 공감은 음식 취향을 드러낼 수 없었던 사례가 어쩌면 오이에만 국한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제2의, 제3의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오이’가 있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 즉,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형성된 취향이 아니라, 즉자적으로 생겨난 취향이 있다고 한다면?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꼭 나만.” 한 어린이가 새해 소망으로 적어냈다고 알려진 이 한마디가 소셜미디어를 수놓았다. 이와 비슷한 풍경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이 행복한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을 때도 펼쳐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내가 행복한 나라’로 변모시킨 풍자가 가득했다. 누구인지 모를 ‘국민’보다는 확실한 ‘내’가 우선 행복한 게 중요하지 않겠냐는 반문이 숨어 있는 듯하다. 웹툰 <대학일기>의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며 자기만의 시간에 집중한다. 때로 친구들과 만나 노는 것도 좋지만,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노래방에 가는 편이 더 편하다고 고백한다.

“돈을 쓰고 돌아다니는 건 재밌는 것 같아! 탕진잼!”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앤다’라는 탕진은 전통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 단어 뒤에 ‘즐거운 기분’ 또는 ‘크게 흥미를 느끼는 상태’를 뜻하는 ‘재미’가 붙는다는 것은 언뜻 모순으로 비치기까지 한다. 일반적으로 탕진이라는 행위 뒤에 찾아오는 감정 상태는 허탈감이나 불안감과 더 가깝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탕진잼’은 그 뒤에 숨은 복합적인 맥락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스스로 넉넉한 상황에 있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탕진’이라는 소비-놀이를 유희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땅히 재산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일정한 돈을 모아 집과 같은 더 큰 재화와 교환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약간의 여유자금을 필수 품목이 아닌 재화를 소비하는 데 지출하는 ‘현실 타협적 탕진’의 의미를 띤다.
자신에게 허락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을 소비함으로써 탈금욕의 순간을 만끽하는 것. 이를 다른 ‘탕진재머’와 공유하고 ‘탕진력’을 인정받음으로써 내일의 불확실성을 이겨내고자 하는 것. 한정된 예산 내에서 사사로운 물건을 모조리 사들여 일순간일지언정 억눌려왔던 소비 욕망을 발산하는 것. 소소하게 탕진한다고 해서 별반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주인 없던 물건들의 소유자가 된다는 것. 무엇보다 암울하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재미로나마 위로하는 것. 이처럼 탕진잼은 상대의 눈을 의식한 타자지향적인 결정에서 개인의 목표와 취향과 기준에 맞춘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선택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탕진잼과 같이 소비를 통해 개인의 정서적 만족을 추구하고자 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힘 빼지 않고 적당히 일하는 법

유튜버나 아이돌, 때때로 직업이라 부르기 모호한 건물주를 장래 희망으로 적어내는 아이들의 생각은 ‘바둑을 취미로 두는 프로그래머’가 되었으면 하는 어른들의 생각과 달라 보인다. 또 지금 출판계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책들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 어떤 일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을 지금의 젊은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는 데 있다. 젊은 층의 호응을 얻는 이 책들은 ‘백수로 살아남는 요령’을 전수하거나 되도록 ‘힘 빼지 않고 적당히 일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일하고 있지 않은 누군가와 일을 하고 있지만 일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과거에는 없던 낯선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어린아이들은 대중의 인기를 얻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갖고자 하고, 그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청년들은 일 자체에 대해 흥미를 잃은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 시대의 노동이 당면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인간이 점점 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실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일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 했을 때, 특히 발화자가 젊은 층에 속할 때 그 마음은 종종 세대의 특성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청년들이 ‘경쟁이 싫어 백수를 선택했다’고 할 때, 기성세대는 그것은 ‘현실도피일 뿐’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걸쳐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이 커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 간의 관계에 대한 시각이 변화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한국처럼 집단주의적 사고가 발달한 사회에서 ‘나의 노동’은 종종 ‘우리의 노동’으로 치환되어 개인이 받는 노동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었다.
지금의 사회 분위기는 젊은 구직자들에게 스스로 일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지 않는다. 아니, 어떤 의미에선 그러지 못하고 있다. 한 대학 졸업식에서도 “대학 나오면 뭐하나, 백순데……”라는 자조 섞인 플래카드가 붙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 사회도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고, 일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고용 불안정 등으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노동 환경의 악화와 이와 같은 열악한 조건 안에서 부딪히다 못해 탈출하고자 하는 시도는 결국 별개의 것이 아닌 맞닿아 있다.

아무래도 인간은 곤란합니다

일본 드라마 <문제 있는 레스토랑>의 아메키 지카는 극중에서 사람과 직접 대면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20세의 프리터다. 첫 등장에서부터 그녀는 마스크로 입을 가린 채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는다. 말을 걸기 위해 다가가는 사람들을 향해 지카는 손을 뻗어 다가오지 말라는 표시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녀의 휴대전화에서 차가운 기계 음성이 흘러나올 뿐이다. “사람이 싫기 때문입니다. 거리감을 가져주세요.”
기계가 인간의 일상에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아니 인간이 기계를 일상에 들이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다. 오늘날에 이르러 인간은 인간-인간 커뮤니케이션, 인간-기계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로 현실화되고 있는 기계-기계 커뮤니케이션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기계를 매개로 한 가상의 상대가 애완동물, 채팅 상대, 비서 등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올 때마다 기꺼이 그 대상에 우리와 같은 인격을 부여해왔다.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기계를 초대한 이래 우리의 삶은 생각지 못한 속도로, 또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진보라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그것을 재앙으로 부를지 모른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은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기계를 완전히 몰아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아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기계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의 마음은 ‘기계의 마음’보다 알기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때로 자신의 마음을 감추어야 하는 끊임없는 타협의 관계에서 벗어나 마음을 입력하는 대로 산출하는 기계적 마음의 시대로 기꺼이 진입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유일한 존재는 타인과 기계를 넘어 기계에 투사되는 우리 자신의 마음이다.

자존과 관종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타인의 시선을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하는 시대에 발맞춰 진화한 SNS는 시각적 인증에 대해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하기에 이르렀다. 인증하는 자아와 이를 인정하는 타자는 상호작용의 인터페이스 안에 묶여 댓글과 ‘좋아요’를 증여받고 또 증여한다. 타인의 인정을 애타게 기다리며 자아를 극단적으로 인증하는 사례는 종종 ‘관종’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관심을 갈구하는 누군가보다 그가 관심을 갈구하도록 만든 시스템이 정작 문제적일 수 있기에 보기에 따라서는 편향된 표현이라 할 수도 있다. 특히 사회 구성원들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자신을 연출하고 있음을 냉정히 받아들인다면 더욱 그렇다.
지금 살고 있는 순간이 어떠한지 알기 위해, 또는 내가 과연 누구인지 알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나 자신임이 틀림없다. 인증을 하는 것도 그것으로 인정을 받는 것도 얼마든지 나의 앎이나 성찰과 멀찌감치 떨어져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종종 타인의 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나에게만 집중하면 된다고 자신을 타이르기도 한다. 이와 결탁한 SNS도 자신의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인증해 타인에게서 인정받아야만 이름 모를 이들의 기록 더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우리를 설득한다. 그 결과 타인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이상 인증함으로써 인정받는 일상은 어쩔 수 없이 반복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관계를 두고 흔히 ‘랜선 ○○’라 일컫는다. 온라인 사전에서 ‘랜선’을 검색하면 ‘랜선 이모’, ‘랜선 친구’, ‘랜선 조카’ 등이 연관어로 등장한다. 이들 단어 모두 실제 만나거나 혈연 등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나 네트워크를 통해 가상의 가족이나 친구 역할 등을 하는 관계임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현실에서 대면하는 관계보다 느슨하게 연결된 랜선 관계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상세계에서는 적어도 물리적으로는 위험하고 힘든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한 채 안전하고 쉬운 경험이 가능하다. 또 개인이 우선시되다 보니 자신 이외의 다른 개인을 끌어와야만 성립하는 사회적 관계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관계 맺기를 포기하거나 ‘랜선 친구’와 같이 유사관계를 맺는 것이다.

현실 로그아웃

‘동영상으로 된 일상 기록’인 브이로그는 ‘나와 모두를 위한 다이어리’의 전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브이로그는 어떤 주제든 다룰 수 있다는 점과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다는 점에서 친근함을 선사한다. 그 덕분에 브이로그는 최근 유튜브 내에서 한국어로 만들어진 콘텐츠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다. 브이로그의 탄생에는 유튜브의 공이 절대적이다. ‘당신을 널리 알려라’는 슬로건 아래, 유튜브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다룰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했다. 라이브가 갖는 실시간성도 브이로그의 매력을 강화한다. SNS 문화의 여파로 대중은 점점 ‘지금 이 순간’을 공유하고, 서로의 지금을 함께하고 있다는 연결감을 중시한다. 그만큼 현재를 중시하는 현재주의적 관점이 브이로그를 통해 점점 강화되고 있다.
현실에서는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되도록 주류에 동화되려고 하는 반면, 가상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집단주의적 가치가 우선시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경우 개인 서사를 향한 열망은 한층 커진다. 더불어 나의 이야기를 내가 만들어갈 때 나는 세계의 창조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른 말로 가상에서는 개개인이 현실에서보다 자신의 능력을 경험할 기회가 많은 셈이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얻지 않고도 삶의 지속가능성을 타진할 수 없다면 현실은 더 많은 사람을 가상으로 내몰 것이다. 현실 로그아웃은 현실에 발 디딜, 자기만의 장소를 잃은 순간과 다를 바 없다. 그 순간은 밀레니얼 세대에만 국한된 것도 소수의 현실 부적응자에게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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