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지음 | 열림원 펴냄

그림자를 판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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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9.3.18

페이지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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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줍기 환상문학 1권. 여기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 부와 명예를 거머쥔 남자가 있다.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19세기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주인공 슐레밀이 자신의 그림자를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팔면서 시작한다. 궁핍했던 그는 그림자를 판 대가로 금화가 고갈되지 않는 마법의 주머니를 얻는다.

그는 그 주머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얻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하지만 이내 그림자가 없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얻지 못하며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때부터 그의 비극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백작으로 알고 추앙하지만 정작 그는 그림자 때문에 하인의 도움 없이는 방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몸이 되었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온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아야 하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한다. 결국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마법 주머니를 통해 쌓아 올린 자신의 왕국에서 쫓겨난다. 그에게서 그림자를 사 간 정체불명의 남자는 자신에게 영혼을 팔면 그림자를 되돌려 주겠노라고 제안하지만 그는 이를 거절하고 방랑길에 오른다. 그는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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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언급한 게시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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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교

@sokyoe8tx

돈보다 더 중요한 그림자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작품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궁금했고, 작품 설명을 읽어보아도 무엇하나 명쾌하게 딱 맞아 떨어지지가 않는다. 재밌는 동화 같으면서도 함축적이고 은유적이며 그 깊이를 좀처럼 헤아리기 어려운 책.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지음
열림원 펴냄

2022년 12월 27일
0
세진님의 프로필 이미지

세진

@sejinyiwc

그림자를 판 사나이 -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이 책은 프랑스인이지만 프랑스 혁명으로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평생을 독일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독일을 제 2의 고향으로 살았던 작가 샤미소의 책으로 그는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아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 책을 읽어보면 단순한 내용에 그렇게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분량이 길지 않은 이 책의 뒤에는 작품 해설의 해제가 포함되어 있다. 해제 부분을 읽어보면 이 책이 왜 대단하고 얼마나 많은 이슈들을 담고 있는 작품인지 알게 되서 작품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게 된다.

작가 샤미소는 독일 중/후기 낭만주의 작가로 분류되는데 독일이 낳은 걸출한 작가들에 비하면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번역되었고 그 문학적 가치를 널리 인정받는 작품이다. 그는 프랑스어와 독일어야 능통한 이중언어 구사자로서 독일어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프랑스어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었다. 독일의 낭만주의를 학문적으로 이끌었던 아우구스트 슐레겔의 강의를 대학에서 들은 후 상당한 영향을 받은 그는 그후 1804년부터 본격적으로 독일어로 창작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1813년에 독일어로 된 이 책을 집필하고 1814년에 이 책이 출간된다. 프랑스어판은 30년 후인 1838년에 발간된다. 독일의 낭만주의가 내세운 다양한 문화들 간의 자유로운 교류라는 맥락에서 그는 낭만적인 삶을 살았다고 평가받는다. 세계문학을 표방한 괴테와 더불어 낭만주의자들은 다문화적 교류의 실현 가능성을 무엇보다도 번역에서 찾았다. 그런 활동에서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던 샤미소가 선두에 섰던 것이다.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 책은 의외로 단순하고 짧은 내용의 소설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긴 여행을 끝내고 어느 항구에 도착한 슐레밀은 지인의 부탁으로 편지를 전하기 위해 부유한 토마스 욘씨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는 온갖 물건들을 주머니에서 꺼내며 욘씨의 시중을 드는 한 남자를 보게 된다. 그런데 그 남자는 슐레밀에게 은밀한 제안을 한다.

별 쓸모도 없는 슐레밀의 그림자를 자신에게 팔라는 것이었다. 그 조건으로 그는 금화가 끊임없이 채워지는 마술주머니를 주겠다고 한다. 쓸모없는 그림자라 슐레밀은 단번에 그 제안을 수락하고 그 남자는 슐레밀의 그림자를 둘둘 말아서 가지고 가버린다.

그림자를 팔고 막대한 재산을 얻은 그는 곧 그 거래를 후회하게 된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그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로 그를 조롱하고 따돌렸기 때문이었다. 그림자를 잃은 그는 사회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사랑하는 미나에게 청혼마저 거절당하게 된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그에게 전에 그림자를 사갔던 남자가 다시 나타난다. 그 남자는 악마였다. 이번에 그는 그림자가 없어서 고통받는 그에게 그림자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슐레밀이 죽은 후에 영혼을 가져가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자고 그를 꼬득인다.

그러나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그림자를 판 댓가를 혹독하게 겪은 슐레밀은 악마의 제안을 거부한다. 그리고 끝내 그림자가 없는 상태에 적응하고 이겨내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작품이 출간된 19세기 초는 이미 자본주의 사회가 태동한 시기로 황금만능주의가 싹트던 시기였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돈에 의한 교환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현실에 대하여 날카롭고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슐레밀이 경제적으로 가치 척도가 불가능한 그림자와 돈을 쏟아내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의 마술 주머니를 교환하고 처음에는 자신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내 그 그림자도 가치가 있었다는 것과 그림자와 마술주머니의 가치가 서로 같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림자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적인 가치를 의미하고 있다. 인간적인 가치를 지닌 그림자와 경제적 가치를 지닌 마술 주머니 간의 상호 교환은 애초부터 잘못된 교환이었던 것을 깨닫는다. 작가는 주인공 슐레밀이 이미 무의식적으로 돈에 지배된 상태였고 그래서 그림자를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고 그 거래에 응한 것으로 그렸다.

돈이 지배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부재하다는 인식이 1830년대 작가들의 사회적 딜레마였다고 한다. 19세기 초엽이 되자 왕과 영주같은 절대 권력자의 지배가 아니라 돈이라는 피할 수 없는 새로운 지배적 힘이 도래했고 그 힘에 대해 비판적으로 인식함에도 그 돈의 힘을 부정적으로 매도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21세기 현재도 똑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 책에 격한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이 책은 물질만능주의에 매몰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번쯤 돈으로 교환할 수 없는 인간적인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주는 책이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지음
열림원 펴냄

👍 불안할 때 추천!
2022년 9월 19일
0
유라공간님의 프로필 이미지

유라공간

@yuragonggan

나는 많은 하인들 중 가장 비천한 하인 앞에서도 두려워했고 동시에 그런 녀석까지도 부러워했다. 왜냐하면 가장 비천한 하인도 그림자를 갖고 있었고 태양 아래에서 자신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p. 45/265
_
마치 내 뒤에서 온 세상이 문을 닫아버리는 듯했다.
p. 8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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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황량했고 더이상 판단력이나 이해력을 갖추지 못했다.
p. 9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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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내 가슴을 절망으로 채웠다.
p. 96/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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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자네가 만약 사람들 가운데 살고 싶다면, 부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고 그 다음에 돈을 중시하라고 가르쳐주게나.
p. 15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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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남자에게 그림자를 팔고, 금화가 무한으로 나오는 주머니를
얻게 된 슐레밀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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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지만,
나를 타인과 구별해 주는 자아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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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와 금화 주머니 중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이 그림자라고 책은 자명히 말하고 있지만, "정말 나는 그림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라고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지음
열림원 펴냄

2022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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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이삭줍기 환상문학 1권. 여기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 부와 명예를 거머쥔 남자가 있다.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19세기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주인공 슐레밀이 자신의 그림자를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팔면서 시작한다. 궁핍했던 그는 그림자를 판 대가로 금화가 고갈되지 않는 마법의 주머니를 얻는다.

그는 그 주머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얻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하지만 이내 그림자가 없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얻지 못하며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때부터 그의 비극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백작으로 알고 추앙하지만 정작 그는 그림자 때문에 하인의 도움 없이는 방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몸이 되었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온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아야 하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한다. 결국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마법 주머니를 통해 쌓아 올린 자신의 왕국에서 쫓겨난다. 그에게서 그림자를 사 간 정체불명의 남자는 자신에게 영혼을 팔면 그림자를 되돌려 주겠노라고 제안하지만 그는 이를 거절하고 방랑길에 오른다. 그는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출판사 책 소개

‘이삭줍기 환상문학’은 세계문학사의 보석 같은
환상문학 수작들을 발굴하여 독자에게 소개합니다.

현실과 허구의 구분을 해체시키는 세련된 문학 기법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미리 예견한
19세기 독일 문학의 수작
『그림자를 판 사나이』


“벗이여,
만약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라면
부디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고,
그 다음에 돈을 중시하라고 가르쳐 주게나.
물론 자네가 단지 자기 자신,
그리고 더 나은 자기 자신과 함께 살고 싶다면,
자네에게는 그 어떤 충고도 필요 없겠지만.“
(본문 중에서)

◎ 세계환상문학을 새롭게 읽는다
우리가 이미 깨닫고 있다시피, 21세기는 인류 역사상또 하나의 대전환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직선적 역사 발전을 신봉해온 근대주의는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성 중심의 합리주의?과학주의 같은 지배 담론들도 그 권위를 의심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반면에 그동안 전근대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으로 폄훼되어 문화의 비주류로 밀려났던 환상과 직관 같은 사유와 감성 체계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디지털 시대의 코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하여 우리 열림원에서는 책읽기의 새로운 마당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지난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유의미한 텍스트들은 늘 새롭게 읽을 필요가 있고, 특히 환상문학의 고전과 걸작들 중에는 아직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적지 않다는 인식 아래, ‘이삭줍기’ 시리즈는 세계문학사의 보석 같은 작품들을 발굴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우리는 고정관념에 얽매이거나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풍성한 책의 잔칫상을 차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허드레 정보가 범람하는 세상일수록 알찬 책들과 만나 지혜를 얻고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뜻깊고 소중한 일일 것입니다.

- 기획위원 김석희

몇 년 전 중국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장기를 팔아 아이폰을 산 사건이 있었다. 그에게는 아이폰을 사기 위한 돈이 자신의 신체보다 중요했던 셈이다. 처음에는 만족했을지 몰라도 결국 지금 그는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순간의 욕망을 조절하지 못해 맞은 비극이다. 이처럼 많은 현대인이 사람들이 돈에 종속되어 있다. 이제는 물질만능주의라는 단어조차 때가 묻어 별다른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 한 번 생각해 보자. ‘내가 가진 소중한 것 중 하나를 팔아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 부와 명예를 거머쥔 남자가 있다.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19세기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주인공 슐레밀이 자신의 그림자를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팔면서 시작한다. 궁핍했던 그는 그림자를 판 대가로 금화가 고갈되지 않는 마법의 주머니를 얻는다. 그는 그 주머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얻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하지만 이내 그림자가 없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얻지 못하며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때부터 그의 비극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백작으로 알고 추앙하지만 정작 그는 그림자 때문에 하인의 도움 없이는 방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몸이 되었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온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아야 하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한다. 결국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마법 주머니를 통해 쌓아 올린 자신의 왕국에서 쫓겨난다. 그에게서 그림자를 사 간 정체불명의 남자는 자신에게 영혼을 팔면 그림자를 되돌려 주겠노라고 제안하지만 그는 이를 거절하고 방랑길에 오른다. 그는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 편집자의 책 소개
몇 년 전 중국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장기를 팔아 아이폰을 산 사건이 있었다. 그에게는 아이폰을 사기 위한 돈이 자신의 신체보다 중요했던 셈이다. 처음에는 만족했을지 몰라도 결국 지금 그는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순간의 욕망을 조절하지 못해 맞은 비극이다. 이처럼 많은 현대인이 사람들이 돈에 종속되어 있다. 이제는 물질만능주의라는 단어조차 때가 묻어 별다른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 한 번 생각해 보자. ‘내가 가진 소중한 것 중 하나를 팔아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 부와 명예를 거머쥔 남자가 있다.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19세기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주인공 슐레밀이 자신의 그림자를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팔면서 시작한다. 궁핍했던 그는 그림자를 판 대가로 금화가 고갈되지 않는 마법의 주머니를 얻는다. 그는 그 주머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얻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하지만 이내 그림자가 없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얻지 못하며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때부터 그의 비극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백작으로 알고 추앙하지만 정작 그는 그림자 때문에 하인의 도움 없이는 방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몸이 된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온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아야 하는 비참한 신세가 된다. 결국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마법 주머니를 통해 쌓아 올린 자신의 왕국에서 쫓겨난다. 그에게서 그림자를 사 간 정체불명의 남자는 자신에게 영혼을 팔면 그림자를 되돌려 주겠노라고 제안하지만 그는 이를 거절하고 방랑길에 오른다. 그는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림자의 의미다. 때로 그림자는 존재의 어둠을 상징하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 소설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인다. 주인공 슐레밀이 그림자를 잃어버리고 사회에서 추방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 그림자는 사회에 편입되기 위한 일종의 자격처럼 작용한다. 주인공은 그림자를 잃어버리고 절망에 빠지지만 결국 사회에 섞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이것을 작가의 이력과 결부하면 매우 흥미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는 프랑스의 귀족 출신이지만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독일로 망명을 해야 했다. 그리고 평생을 독일인으로 살았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그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경계인일 수밖에 없었다. 소설에서 주인공 슐레밀 역시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경계에 머문다. 소설의 주인공과 작가 자신의 모습이 겹치는 지점이다. 또한 사람들과 섞이지 않은 채 홀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주인공의 모습 역시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양국의 문화 전달자 역을 자처하며 스스로 삶을 개척한 작가의 모습과 닮았다. 작가의 자의식 속 존재 이면이 소설에 깊게 투영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풍자다. 작가는 자신의 존재를 버리면서까지 돈을 추구하는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품 전면에 띄우고 있다. 슐레밀이 별다른 고민 없이 그림자를 선뜻 내주는 것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놀라운 점은 작가가 이러한 사회 현상을 이미 19세기 예견했다는 것이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이제 막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시기에 쓰인 소설이다. 그런 소설이 현대의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도 적용되는 비판을 한다는 것은 소설의 텍스트가 시간을 초월해 유효하다는 뜻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21세기에 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분명 환상문학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이 딛고 있는 땅은 현실의 그것이다. 그림자를 판다는 재기발랄한 소재에서 시작한 소설은 결국 극단적인 황금만능주의와 천민자본주의로 치닫는 현실 비판에까지 이른다. 이를 자신의 소중한 그림자를 팔아 비극에 이르는 한 남자의 환상적 이야기로 읽든, 현대 자본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풍자소설로 읽든 상관없다. 분명한 것은 이 소설이 현대사회의 우리가 읽기에도 대단히 흥미로우며,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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