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

정진아 지음 | 나무생각 펴냄

맛있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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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9.4.15

페이지

192쪽

상세 정보

'울컥'하고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날이 있다. 이런 날이면 따끈한 호박죽 몇 숟가락을 뜨고 싶다. 일에 치여 체력도 정신도 바닥나는 날에는 푸짐한 삼계탕 한 그릇으로 위로받고 싶다. 가끔은 지독하게 외로운 날도 찾아온다. 이럴 때, 누군가가 따뜻한 집밥을 차려주면 좋겠다. 우리 인생에는 이렇게 허기진 날들을 채워줄, 맛이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맛있는 시>는 8년째 EBS FM [시(詩) 콘서트]를 집필 중인 정진아 작가가 음식으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시를 모아 각각의 시에 대한 단상을 함께 실은 에세이다. 저자는 방송 원고를 쓰기 위해 매일 청취자에게 들려줄 좋은 시를 찾는 과정에서 유독 음식에 관한 시에 인생의 의미가 깊게 배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달고, 짜고, 맵고, 시큼하고, 씁쓸하고, 뜨겁고, 또 차가운 음식은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 오랜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어엿한 된장이 되는 콩처럼, 우리 인생도 어른이 되기까지 길고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소금처럼 짜디짠 세상맛을 느껴봐야 하고, 고추장처럼 맵고 냉정한 순간도 겪어내야 한다.

정진아 작가는 본격적으로 음식 시를 소개하는 요일별 코너들을 만들게 되었는데, 여기에 소개한 시와 그 외의 음식 시를 모아 그중 가장 마음을 울리는 시들로 <맛있는 시>를 구성했다. 백석의 '선우사'부터 한강의 '어느 늦은 저녁 나는'까지, 이 책에 차려진 67편의 시들은 다양한 맛으로, 온도로, 촉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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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우물, 쩝쩝, 꼴깍. 오늘도 먹는 중이다. 내 입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최대 관심사이던 날, 물 한 모금 넣기 힘들 정도여도 꾸역꾸역, 살기 위해 넣었던 날, 그저 오늘처럼 아침, 점심, 저녁 시간에 맞춰 수저를 드는 날이 내게 존재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내 곁에 있는 그들은 '음식'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데 음식은 내가 먹고 싶어 다가가면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다. 내 안으로 들어가는 음식 덕에 난 그 순간의 감정도 함께 담는다. 그 음식에. 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평생을 간다. 이 정도로만 음식을 바라본 나였다. 맛있는 시를 통해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기 전까지는.



오랜 세월, 음식을 바라본 그들의 시각이 담겨있었다. 마음을 울리는, 입가에 미소를, 눈가에 촉촉함을 선물해준 시들 옆에는 따스함이 퍼지는 그림들이 함께했다.



EBS FM <시 콘서트>의 방송 원고를 쓰실 때부터 매일 시를 읽음으로 하루를 여셨다는 정진아 작가님의 손길을 타고 온 시들과 작가님의 마음 이야기로부터 많은 감정들을 선물 받았다. 임상희 작가님의 강아지들이 자주 등장하는 그림 덕에 한 스푼 더해진 여운을 받으며 한 글자씩 읽어내려간 시집, 맛있는 시였다.



맛있는 시에 수록된 시 중 몇 편만 이 감상문에 담아놓으려 한다. 모든 작품이 감사했던 존재지만 다 다룰 수는 없기에 몇 편만. 그전에 임상희 작가님의 말씀으로 열렸던 맛있는 시처럼 이 글도 그렇기를.



생굴을 넣어 미역국을 끓이고 조기가 구워지는 동안 불고기를 볶아 채 썬 대파를 올릴게요. 새로 꺼낸 배추김치를 먹기 좋게 썰고 달달 볶은 묵은지에 데친 두부 몇 조각도 곁들이겠습니다. 자, 고슬고슬 갓 지은 밥 한 그릇 내어놓습니다. 당신을 위한 '시 밥상'이에요. 맛있게 드세요. 마음대로 아무 때나 꺼내 읽으면 됩니다. (중략) 여러 편을 한 번에 읽어도 배탈이 나지 않아요. 통째로 다 먹어도 안전합니다.

- 맛있는 시 _ 6쪽, 작가의 말 :: 따뜻할 때 드세요, 당신을 위한 맛있는 시 -



작가의 말로 데워진 마음을 가지고 통째로 먹어도 안전한 시들을 누리러 가 보시죠~ 맛있는 시는 크게 4장으로 분류되어있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며 위로를 건네주는 위로의 맛,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떠오르는 사랑의 맛,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던, 슬퍼하던 파트인 간장 맛, 소금 맛, 설탕 맛, 된장 맛, 고추장 맛.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재료들, 그 기본의 맛이자 인생의 맛이. 마지막으로 가장 소중한 우리 엄마의 맛.



[숟가락은 숟가락이지]에서는 금수저, 은 수저, 흙 수저 소리에 짧은 물음표를 던지시곤 숟가락 본연의 의미를 언급해주시곤 시집오실 때 가져오신 꽃 숟가락으로 밥 한 숟가락 푹 떠서, 김치를 올려 드시는 할머님을 뵐 수 있었다. 그분의 세월이 이런 말과 생각을 떠올리게 한 듯한 그런 울림이 꽃 스푼의 꽃이 내게도 솔솔솔 떨어지듯 다가왔다.



[삼학년]은 입가가 가장 많이 올라갔던 작품이었다.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던 10살 아이가 동네 우물에 미숫가루 통 훌훌 붙고는 사카린, 슈거도 몽-땅 넣었단다. 미숫가루의 생명이 잘 섞어야 한다는 걸 알았는지 두레박 가져다가 들었다 놓았다 하며 저었다가 집 가서는 뺨따귀를 찰싹. 하고 싶은 걸 멋모르고 하는 아이가 보였다.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는 말처럼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적이 더 대담한 우리이기에.



[콩밥 먹다가-딸아이에게] 얼마 전 보았던 세월호의 슬픔이 고스란히 다가온 영화, 생일을 보고 다시 이 시를 읽었다. 내가 사랑하던 가족 두 분을 보낸 기억에 생일과 [콩밥 먹다가]는 그 아픔을 세월로 덮어놓았던 감정 보따리에 꽁꽁 묶여있던 실끈을 살짝 풀어놓았더라. 예전보다 덜하지만 그래도 함께 할 수 없음에 정다혜 시인의 콩밥처럼 떠오른다.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서도 그들과 함께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평상이 있는 국숫집을 가보고 싶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이 경험을 선물해준 이에 대한 감사함과 그때의 순간들이 지나갔다. 다시는, 다시는 현재의 순간으로 맞이할 수 없던 그날을.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에 가난, 그 가난으로 인해 더 깊어지는 사랑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소금, 짭조름한 소금의 맛으로 인생의 맛을 느끼는 중인 그의 경험이 그려지고, [항아리 속 된장처럼]은 모두에게 이 시를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었다. 깊은 맛을 우려내고자 한다면 갑갑한 항아리 독에 들어가 나가고 싶은 마음 꾸욱 참고 진득이 기다리고 내 살로 불순물도 다 품다가 썩고 썩어서 허파, 내장 다 녹은 후에 볕 좋은 날에 나와 식탁에 오른다는 내용인데 이 시는 위안을 타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주문진 명품 코다리, 세 마리 오천 원. 마트에 적힌 문구 앞에 서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내 신문지에 돌돌 말아 생일 선물로 꺼내든 [엉뚱한 생일 선물]. "이야, 내가 좋아하는 코다리네!" 이 말만이 맴돌던 시였다. 코다리, 아빠가 제일 좋아하시는 코다리. 최고의 선물.





* 출판사로부터 맛있는 시를 제공받았습니다.

맛있는 시

정진아 지음
나무생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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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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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하고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날이 있다. 이런 날이면 따끈한 호박죽 몇 숟가락을 뜨고 싶다. 일에 치여 체력도 정신도 바닥나는 날에는 푸짐한 삼계탕 한 그릇으로 위로받고 싶다. 가끔은 지독하게 외로운 날도 찾아온다. 이럴 때, 누군가가 따뜻한 집밥을 차려주면 좋겠다. 우리 인생에는 이렇게 허기진 날들을 채워줄, 맛이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맛있는 시>는 8년째 EBS FM [시(詩) 콘서트]를 집필 중인 정진아 작가가 음식으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시를 모아 각각의 시에 대한 단상을 함께 실은 에세이다. 저자는 방송 원고를 쓰기 위해 매일 청취자에게 들려줄 좋은 시를 찾는 과정에서 유독 음식에 관한 시에 인생의 의미가 깊게 배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달고, 짜고, 맵고, 시큼하고, 씁쓸하고, 뜨겁고, 또 차가운 음식은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 오랜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어엿한 된장이 되는 콩처럼, 우리 인생도 어른이 되기까지 길고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소금처럼 짜디짠 세상맛을 느껴봐야 하고, 고추장처럼 맵고 냉정한 순간도 겪어내야 한다.

정진아 작가는 본격적으로 음식 시를 소개하는 요일별 코너들을 만들게 되었는데, 여기에 소개한 시와 그 외의 음식 시를 모아 그중 가장 마음을 울리는 시들로 <맛있는 시>를 구성했다. 백석의 '선우사'부터 한강의 '어느 늦은 저녁 나는'까지, 이 책에 차려진 67편의 시들은 다양한 맛으로, 온도로, 촉감으로 다가온다.

출판사 책 소개

외로울 땐 따뜻하게, 피곤할 땐 달달하게,
답답할 땐 얼큰하게, 허기질 땐 푸짐하게

EBS FM <詩 콘서트> 정진아 작가가
당신 마음에 차려주는 든든한 ‘시 밥상’

우리 인생에는 허기진 날들을 채워줄, 맛이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울컥’하고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날이 있다. 이런 날이면 따끈한 호박죽 몇 숟가락을 뜨고 싶다. 일에 치여 체력도 정신도 바닥나는 날에는 푸짐한 삼계탕 한 그릇으로 위로받고 싶다. 가끔은 지독하게 외로운 날도 찾아온다. 이럴 때, 누군가가 따뜻한 집밥을 차려주면 좋겠다. 우리 인생에는 이렇게 허기진 날들을 채워줄, 맛이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맛있는 시》는 8년째 EBS FM <시(詩) 콘서트>를 집필 중인 정진아 작가가 음식으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시를 모아 각각의 시에 대한 단상을 함께 실은 에세이다. 저자는 방송 원고를 쓰기 위해 매일 청취자에게 들려줄 좋은 시를 찾는 과정에서 유독 음식에 관한 시에 인생의 의미가 깊게 배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달고, 짜고, 맵고, 시큼하고, 씁쓸하고, 뜨겁고, 또 차가운 음식은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 오랜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어엿한 된장이 되는 콩처럼, 우리 인생도 어른이 되기까지 길고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소금처럼 짜디짠 세상맛을 느껴봐야 하고, 고추장처럼 맵고 냉정한 순간도 겪어내야 한다.
정진아 작가는 본격적으로 음식 시를 소개하는 요일별 코너들을 만들게 되었는데, 여기에 소개한 시와 그 외의 음식 시를 모아 그중 가장 마음을 울리는 시들로 《맛있는 시》를 구성했다. 백석의 <선우사>부터 한강의 <어느 늦은 저녁 나는>까지, 이 책에 차려진 67편의 시들은 다양한 맛으로, 온도로, 촉감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지나간 어떤 순간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깊고 심오한 성찰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엄마처럼 따뜻하게 마음을 안아주기도 한다.

오늘은 어떤 시가 어떤 맛으로 나를 다독여줄까
《맛있는 시》는 ‘위로맛 詩’, ‘사랑맛 詩’, ‘인생맛 詩’, ‘엄마의 맛 詩’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위로맛 詩’에서는 지치고, 아프고, 괴로운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일어날 힘을 전한다. 봄날에 찾아온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나희덕, <허락된 과식> 중에서)’은 피곤한 일상에도 우리에게 무한대로 전해지는 햇살이라는 축복이 있음을 말해준다. ‘어느 벗은 아들을 잃고 어느 벗은 집을 잃고 어느 벗은 다 잃고도 살아남아 고기를 굽는(허수경, <저녁 스며드네> 중에서)’ 모습은 지독한 상실감 속에서도 덤덤하게 밥을 차려 먹어야 하는 이들의 어깨를 조용히 안아준다.

2장 ‘사랑맛 詩’에서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 현재진행중인 사랑이 주는 달콤함 등을 담은 시들이 실려 있다. 한때 누군가에게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다니카와 순타로,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중에서)’을 받았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잠시 떠올려 미소 짓게 하는 고마운 기억이다. 2장에서는 연인, 부부, 부모와 자녀 등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통해 사랑이라는 우리 삶의 핵심 맛을 맛보게 해준다.

3장 ‘인생맛 詩’에서는 간장, 소금, 설탕, 된장, 고추장 등 우리 음식의 기본 원재료를 소재로 한 시를 통해 인생의 기본이 되는 맛을 찾고자 했다. 오랜 시간의 숙성이 필요한 간장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우리 인생을 보여주고, 소금의 짠맛은 가난에 눈물 흘렸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 설탕의 단맛은 바쁘고 정신없는 삶 속에서 잠깐 누리는 달달한 휴식의 맛을 닮았다. 고추장의 알알한 맛은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냉정한 세상의 맛을 닮아 있다. 짜고 맵고 쓴 게 인생의 맛이지만, 정진아 작가는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다정한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4장 ‘엄마의 맛 詩’에서는 엄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인생이 쓰디써 엄마 손에 남은 건 쓴맛뿐인(성미정, <엄마의 김치가 오래도 썼다> 중에서)’ 엄마. 엄마가 되고 나서야 저자는 비로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딸은 엄마에게 너무 늦게서야 고맙고, 너무 늦게서야 미안한 마음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 외로움, 그리움으로 뒤척이는 밤이면 우리는 우리 인생을 닮은 시에게 위로를 청할 수 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을 수 있고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시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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