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자들 상

헤르만 브로흐 지음 | 열린책들 펴냄

몽유병자들 상 (헤르만 브로흐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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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7.12.30

페이지

400쪽

상세 정보

19세기 말부터 제2차 세계 대전 말까지를 배경으로, 가치 붕괴 시대를 살아가는 군상들의 내부 풍경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헤르만 브로흐. 20세기 독일 문학사가 발터 옌스가 '박학한 시인(Poeta doctus)'라고 부른 이 지적인 작가는, 산업화와 현대화로 인해 낡은 가치들이 무력해지는 과정을 독특한 미적 형식으로 그려낸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이야기는 첫 번째 소설의 가능한 한 부담 없는 형식에서, 두 번째 소설의 일견 무계획적이고 우연적인 진행을 거쳐, 세 번째 소설에 이르러서 파격적인 형식 해체를 겪는다. 주된 소설상의 사건 외에도 논문이 삽입되고 신문 기사가 그대로 드러나는가 하면 시와 드라마의 형식이 차용되기도 한다.

20세기 초 유럽의 선구적인 작가들을 논할 때, 브로흐는 제임스 조이스, 앙드레 지드, 토마스 만, 로베르트 무질 등과 함께 이야기된다. 이 작가들은 현대 소설을 혁신하고 소설 장르를 지식의 도구로 사용하려고 했는데, 특히 브로흐는 예술 작품을 아인슈타인 이후의 물리학 이론에 비견할 만한 지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야심 찬 시도를 했다. 장편소설 <몽유병자들> 역시 이러한 시도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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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리당의나귀

@bwiridangeuinagui

이 책은 상, 하권으로 분책되어 있고 각자 연결되어 있는 세개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소설: 1888ㆍ파제노 혹은 낭만주의, 두번째 소설: 1903ㆍ에슈 혹은 무정부주의, 세번째 소설: 1918ㆍ후게나우 혹은 즉물주의] 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3부작 소설의 각 제목들은 매우 의미심장한데 문명이 몰락하는 과정의 각 단계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상권에 두개, 하권에 세번째 소설이 실려 있다.

구입한 상, 하권의 발행일이 달라 연결되는 페이지 숫자도 맞지 않았고 인쇄 글자의 폰트 크기나 글자간 밀도가 같지 않았다. 아마도 하권의 남아있던 재고가 나에게 온 것 같다.
어쨋든 내가 구입한 책의 기준으로도 1,000페이지에 가까운 상당한 분량이며, 내가 갖고있지 않은 최근 발행한 하권을 기준으로 한다면 1,000페이지를 훌쩍 넘길 것이다. 완독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쓰여졌지만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첫 대면하는 작가의 지적이고 치밀한 문체, 문장에 내면이 충만해졌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호평으로 선택한 책이었고, 특이한 구성과 세밀한 심리/상황 묘사 등이 인상적이었으며 문체 등 부분적으로는 사견이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어떤 단면이 연상되기도 했다.(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스스로에게 다소 아쉬운 것은 일부 인물들의 생각이나 행위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반응'이 적지 않았는데 그것이 시대의 한계인지, 지역적인 특성이나 젠더에 대한 몰이해인지, 어쨋거나 아직도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인상 깊은 문구)

-그들은 그것을 승리처럼 느꼈지만, 그 승리에 패배가 따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을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포옹 속에서 인식에의 눈을 감아 버렸다.

-엘리자베트는 그의 손이 꼬옥 쥐어 오는 것을 느꼈다. 그건 마치 그녀를 충분히 확고하게 붙잡아 놓을 수 없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암시 같았다. 어쩌면 그것은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에게 요아힘과 루제나는 그들 본질의 작은 조각만을 지니고,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에, 지금의 나이에 도달한 존재로 여겨졌다. 커다란 조각이 있는 곳은 어딘가 다른 곳, 어떤 다른 별이나 다른 시대, 혹은 단순히 어린 시절일지도 몰랐다.

-신은 미래를 가림으로써 인간을 축복하고, 과거를 볼 수 없게 함으로써 저주한다.

-어린 시절을 넘어 어른으로 성장한 그가 고독하고 버림받은 채 언젠가 죽음에 맞서야 함을 예감할 때, 모든 인간이 받는 저 이상한 압박감, 신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이상한 압박감이 찾아들면 인간은 손에 손을 잡고 어두운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갈 동료를 찾는다.

-오직 목적이 있는 사람만이 위험을 두려워한다. 그가 목적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자유롭고, 자유로 구원받은 사람은 죽음을 감수했던 사람이다....(중략) 그렇다. 죽음 앞에 선 인간에겐 모든 것이 허용된다. 모든 것이 자유롭다.

-자유와 살인은 얼마나 가까운가, 마치 탄생과 죽음처럼! 자유 속에 던져진 사람은 사형대로 다가가며 어머니를 부르는 살인자처럼 고독하다.

-낯선 이방인은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아. 그는 해방된 사람이니까. 얽매여 있는 사람만이 고통을 받지.

-어둠 속에서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밤은 자유의 시간이며 웃음은 자유롭지 못한 자의 복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식하고 있었다. 불멸성과 절대성을 현세에서 찾으려는, 그 쫓기는 사람들이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그들이 찾는 것에 대한 상징이나 대용물에 불과함을. 그들은 자기들이 찾는 것을 이름 부를 수 없을 것이었다.

-코른이 그녀를 배반한다면 그녀는 그를 죽이는 대신 황산을 부을 것이다. 그렇다. 그런 식의 분배가 질투에 적당한 것으로 여겨졌다. 소유했던 자는 대상을 없애려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이용했던 자는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레츠키 소위의 팔은 절단되었다. 팔꿈치 윗부분이었다. 쿨렌베크는 일을 하면 철저하게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야레츠키의 나머지 부분은 병원의 정원에 앉아 있었다.

-왼쪽 팔을 잃은 후부터 오른쪽 팔이 늘어져 있는 무게가 느껴집니다... 그것도 잘라 버렸으면 싶습니다

-모든 사유는 공간적인 것에서 발생한다는, 사유 과정은 말할 수 없이 뒤엉클어지고 다차원적인 논리적 공간의 혼지(混知)를 묘사한다는 이러한 이론은 대단히 커다란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몽유병자들 상

헤르만 브로흐 지음
열린책들 펴냄

2019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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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19세기 말부터 제2차 세계 대전 말까지를 배경으로, 가치 붕괴 시대를 살아가는 군상들의 내부 풍경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헤르만 브로흐. 20세기 독일 문학사가 발터 옌스가 '박학한 시인(Poeta doctus)'라고 부른 이 지적인 작가는, 산업화와 현대화로 인해 낡은 가치들이 무력해지는 과정을 독특한 미적 형식으로 그려낸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이야기는 첫 번째 소설의 가능한 한 부담 없는 형식에서, 두 번째 소설의 일견 무계획적이고 우연적인 진행을 거쳐, 세 번째 소설에 이르러서 파격적인 형식 해체를 겪는다. 주된 소설상의 사건 외에도 논문이 삽입되고 신문 기사가 그대로 드러나는가 하면 시와 드라마의 형식이 차용되기도 한다.

20세기 초 유럽의 선구적인 작가들을 논할 때, 브로흐는 제임스 조이스, 앙드레 지드, 토마스 만, 로베르트 무질 등과 함께 이야기된다. 이 작가들은 현대 소설을 혁신하고 소설 장르를 지식의 도구로 사용하려고 했는데, 특히 브로흐는 예술 작품을 아인슈타인 이후의 물리학 이론에 비견할 만한 지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야심 찬 시도를 했다. 장편소설 <몽유병자들> 역시 이러한 시도의 산물이다.

출판사 책 소개

20세기 초 유럽의 선구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헤르만 브로흐의 대표 장편소설 『몽유병자들』이 열린책들 <미스터 노 세계문학>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20세기 독일의 문학사가 발터 옌스가 <박학한 시인Poeta doctus>이라고 부른 이 지성적인 작가는 그동안 문학 연구자들에 의해 많이 인용되고 언급되었지만, 정작 그 작품들은 고전 작가 반열에 오른 그의 위치를 고려해 볼 때 소홀히 묻혀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1970년대 중반부터 사회 비판적인 함의를 중시하던 문학 연구자들에 의해 재조명되기 시작하여 한때 <브로흐 연구의 봄>을 일으키면서, 그의 작품 몇 편이 소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이 있지만, <무관심한 인정의 상아탑>에서 내려와 세계를 좀 더 구상적인 사건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바로 그의 첫 발표작이자 규모가 방대한 대작인 『몽유병자들』이다.
이 작품은 제1차 세계 대전 전후, 즉 산업화와 현대화로 인해 그동안 유럽을 지배해 왔던 절대 가치가 붕괴하고 그를 대체할 새로운 가치가 성립되지 않은 가치 붕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내부 풍경을 그리고 있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이 연작 소설의 구성은 이런 낡은 가치들이 무력해지고 매몰되는 과정을 미적 형식으로 잘 구현해 냈는데, 첫 번째 소설의 가능한 한 부담 없는 형식에서, 두 번째 소설의 일견 무계획적이고 우연적인 진행을 거쳐, 세 번째 소설에 이르러서 파격적인 형식 해체를 겪는다. 주된 소설상의 사건 외에도 논문이 삽입되고 신문 기사가 그대로 드러나는가 하면 시와 드라마의 형식이 차용되기도 하는 것이다. 브로흐가 이렇듯 형식 해체를 도입한 것은 세계의 총체성, 각 인물들의 삶의 총체성을 묘사하기 위한, 모든 문학적 표현 수단의 총체 형식으로서의 소설을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소설 1888?파제노 혹은 낭만주의
빌헬름 2세가 즉위한 해인 1888년 베를린을 무대로 한 귀족 요아힘 폰 파제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는 제복, 즉 군복으로 상징되는 구가치를 고수하는 인물이다. 둘째 아들로 태어난 파제노는 장남은 가계를 잇고 다른 아들은 장교가 되어야 하는 당시의 관습에 따라 사관학교에 입학한다. 처음엔 이런 관습을 부조리하게 여기다가 차츰 그 가치를 받아들이게 된 그는 사랑이 없는 인습적 결혼, 군복으로 대표되는 질서의 삶과, 군복을 벗고 사업계에 투신한 베르트란트, 술집 여급이자 자신의 정부인 루체나로 대표되는 무질서의 삶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결국 고향의 장원으로 돌아가 부모님이 정해 준 엘리자베트와 결혼함으로써 구가치를 고수하는 <방어적인 낭만주의>를 보여 준다.
 
두 번째 소설 1903?에슈 혹은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운동이나 노동조합의 스트라이크가 전개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회계사 에슈의 이야기이다. 전형적인 소시민인 에슈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해고를 당하지만, 정작 자기를 해고하고 수많은 비리를 범한 넨트비히에게 복수하지 못하고 그에게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한 추천서를 써달라는 아쉬운 부탁을 하며 불의에 타협하고 만다. 그는 친구 가이링이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다가 억울하게 잡히고 구금된 것을 보고, 그 책임이 기업가인 베르트란트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살해할 계획을 품고 그의 별장에 찾아가지만, 살해 계획을 성사시키지 못한다. 그러고는 식당을 운영하는 헨트옌 어머니와 결혼하고, 한때 자유에 대한 동경으로 미국에 대한 환상을 품기도 하고 여자 레슬링 경기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고향 룩셈부르크에서 회계사로 정착하며 살아간다. 그는 자유를 동경하며 폭력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일종의 무정부주의자였다가, 자기가 시도하는 구원은 죽음을 통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삶은 통해서라는 걸 깨닫는 과정을 거치지만, 불임의 헨트옌 어머니와 결혼하고 미국 이민의 계획을 포기하는 결말은 결국 그의 신비주의적 구원관 역시 시대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세 번째 소설 1918?후게나우 혹은 즉물주의
제1차 세계 대전이 진행 중인 무렵 탈영병인 후게나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는 당시의 가치 붕괴 상황을 가장 잘 대표하는 인물로, 가치와 무관한 사람으로 살지만 <시대에 적합한 아들>로서 인정을 받고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그는 낡은 도덕적 가치는 전혀 개의치 않는 인물로, 전쟁에 대한 회의보다 이기적인 동기에서 탈영을 하고, 심지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전쟁에 동의하기도 한다. 사회주의자들을 혐오하다가 그들이 정치적으로 우세하자 그들과 결탁하는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며, 평화 조약이 체결된 후 고향에 정주하게 되었을 때는 재산의 이익 때문에 신교로 개종하기도 한다. 이 인물은 당시 개개 영역을 포괄할 수 있는 절대 가치의 결여를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데, 이를 브로흐는 '즉물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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