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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인 책
출간일
2018.12.14
페이지
384쪽
상세 정보
‘익명의 알콜 중독자들’ 모임처럼 운영되는 독서 모임이 있다. 사회 부적응의 아우라가 다소 느껴지는 독서 클럽 멤버들은 별명을 제외하고 서로의 정보는 전혀 모른 채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나간다. 선생, 고슬링, 사자는 기존 멤버다. 회원들조차 정체를 잘 모르는 미확인 중년 동물도 있다. 여기에 신입 회원으로 경찰과 노마드가 합류한다.
전작 〈에이스 하이〉 <빅토리아처럼 감아 차라〉에서 보여 준 것처럼 이창현, 유희 작가는 환상의 콤비를 자랑하며 B급 감성에 충실하면서도, 고품격 인문학적 상식을 맘껏 펼쳐 놓는다. 다음 웹툰에서 인기리에 연재한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댓글에서 원작의 세계가 그대로 재현될 정도로 책을 고르는 기준부터 다양한 독서 경험을 나누며 책의 세계로 입문하는 독자를 양성해 냈다.
그런가 하면 독서 만화인 줄 알고 접근했다가 예상 외로 개그 본능에 충실한 4차원 아스트랄 세계에 중독되는 독자를 만들어 냈다. 단행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장치들도 있다. 새로 추가된 <냉동과 해동 사이> 아영 편과 독서 클럽에서 무대에 올린 셰익스피어 비극의 전말만으로도 책을 소장하는 의미가 크다. ‘알아 둬도 쓸 덴 없는 작가 주석’은 작품의 이해를 깨알같이 돕고, 한데 모아 놓은 ‘독서 중독자들의 독서 리스트’는 책에서 연마한 독서 방식으로 도전해 볼 만하다.
요즘 무슨 책 읽어?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독서가든 비독서가든 들고 읽기에 그야말로 적합한 책이다. 허를 찌르는 대반전에 당황한 웹툰 독자라면 종이책으로 읽으면서 처음부터 작가들이 곳곳에 숨겨 놓은 치밀한 단서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거기에 단행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장치들도 있다. 아영이 쓴 <냉동과 해동 사이 Rot>, 책의 대미를 장식할 독서 클럽의 셰익스피어 비극 공연 에피소드는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네 이야기”(리어왕), “질투에 눈먼 중년 아저씨 이야기”(오셀로), “우유부단한 유학파 왕자님 이야기”(햄릿)로 간단명료하게 재해석한 로렌스가 주연을 맡은 ‘맥베스’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거기에 ‘알아 둬도 쓸 덴 없는 작가 주석’은 작품 이해를 심층적으로 돕고, ‘독서 중독자들의 독서 리스트’는 이 책에 언급된 책뿐 아니라 참고한 책, 영감을 준 책 목록까지 훑을 수 있다. 이제 이 책으로 독서 중독까지는 아니어도 독서 장벽을 넘어섰다면 앞으로 사람들과 나누는 인사는 이렇게 바뀔 것이다. “요즘 무슨 책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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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nils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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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형
@virgo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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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건
@imwoo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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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익명의 알콜 중독자들’ 모임처럼 운영되는 독서 모임이 있다. 사회 부적응의 아우라가 다소 느껴지는 독서 클럽 멤버들은 별명을 제외하고 서로의 정보는 전혀 모른 채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나간다. 선생, 고슬링, 사자는 기존 멤버다. 회원들조차 정체를 잘 모르는 미확인 중년 동물도 있다. 여기에 신입 회원으로 경찰과 노마드가 합류한다.
전작 〈에이스 하이〉 <빅토리아처럼 감아 차라〉에서 보여 준 것처럼 이창현, 유희 작가는 환상의 콤비를 자랑하며 B급 감성에 충실하면서도, 고품격 인문학적 상식을 맘껏 펼쳐 놓는다. 다음 웹툰에서 인기리에 연재한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댓글에서 원작의 세계가 그대로 재현될 정도로 책을 고르는 기준부터 다양한 독서 경험을 나누며 책의 세계로 입문하는 독자를 양성해 냈다.
그런가 하면 독서 만화인 줄 알고 접근했다가 예상 외로 개그 본능에 충실한 4차원 아스트랄 세계에 중독되는 독자를 만들어 냈다. 단행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장치들도 있다. 새로 추가된 <냉동과 해동 사이> 아영 편과 독서 클럽에서 무대에 올린 셰익스피어 비극의 전말만으로도 책을 소장하는 의미가 크다. ‘알아 둬도 쓸 덴 없는 작가 주석’은 작품의 이해를 깨알같이 돕고, 한데 모아 놓은 ‘독서 중독자들의 독서 리스트’는 책에서 연마한 독서 방식으로 도전해 볼 만하다.
요즘 무슨 책 읽어?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독서가든 비독서가든 들고 읽기에 그야말로 적합한 책이다. 허를 찌르는 대반전에 당황한 웹툰 독자라면 종이책으로 읽으면서 처음부터 작가들이 곳곳에 숨겨 놓은 치밀한 단서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거기에 단행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장치들도 있다. 아영이 쓴 <냉동과 해동 사이 Rot>, 책의 대미를 장식할 독서 클럽의 셰익스피어 비극 공연 에피소드는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네 이야기”(리어왕), “질투에 눈먼 중년 아저씨 이야기”(오셀로), “우유부단한 유학파 왕자님 이야기”(햄릿)로 간단명료하게 재해석한 로렌스가 주연을 맡은 ‘맥베스’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거기에 ‘알아 둬도 쓸 덴 없는 작가 주석’은 작품 이해를 심층적으로 돕고, ‘독서 중독자들의 독서 리스트’는 이 책에 언급된 책뿐 아니라 참고한 책, 영감을 준 책 목록까지 훑을 수 있다. 이제 이 책으로 독서 중독까지는 아니어도 독서 장벽을 넘어섰다면 앞으로 사람들과 나누는 인사는 이렇게 바뀔 것이다. “요즘 무슨 책 읽어?”
출판사 책 소개
책은 넘쳐나지만, 모두가 읽지는 않는다
성인 기준 ‘한국인의 평균 책장’이 있다면 어떤 책들이 꽂혀 있을까?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에 따르면 “대충 소설 3권(베스트셀러 위주), 자기개발서 3권(각성 계열 1권, 닦달 계열 1권, 위로 계열 1권), 대학 시절 교재 1권(한때 대학생이었다는 유일한 증거물. 전공보다 교양 교재일 확률이 묘하게 높음), 영한사전 1권(고교 때 구매), 자격시험이나 토익 등의 수험서 1권(열심히 공부한 기록이 남아서인지 버리지 못함)”일 거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디테일한 분석이다.
올해는 ‘책의 해’이다. 국가에서 나서서 책읽기를 독려하고, 개성 있는 동네 서점, 지역 서점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다양한 독서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절이지만, 모두가 책을 읽는 건 아니다. 성인 10명 중 4명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2017년 출간된 신간이 9만 종을 넘는다고 하는데, 독서 중독자가 아닌 비독자나 간헐적 독자들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독서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면서도, 비독서가들도 의도치 않게 책의 세계로 빨려들게 하는 마성의 웹툰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최규석, 앙꼬, 소복이 등 개성 강한 만화가들의 작품을 출간해 온 사계절만화가열전 열세 번째 책으로, 이창현 작가가 글을 쓰고 유희 작가가 그림을 그린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이다. <에이스 하이>, <빅토리아처럼 감아차라> 두 웹툰에서도 기막힌 조화를 보여 준 두 작가는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고품격 ‘병맛’ 개그로 유명하다. 출격하지 않는 용병 조종사 이야기, 축구하지 않는 축구 이야기와 달리 대놓고 독서를 권장하는『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을 만나 보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서 클럽
‘익명의 알콜중독자들’ 모임에서 책 제목을 따온 것처럼 독서 클럽의 운영 방식도 이 모임의 성격과 비슷하다. 서로의 사생활이나 이름, 직업은 모른 채 별명으로만 서로를 칭하고, 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 간다. 선생, 사자, 고슬링, (슈크림의) 슈, 미확인 중년 동물 예티가 기존 멤버이다. 그리고 여기에 조폭에 잠입해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경찰과 자기개발서만 읽다 들어와 줄곧 추방당하는 노마드, 컴퓨터공학과 대학원생으로 D. H. 로렌스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로렌스가 새롭게 회원으로 들어오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정작 자신들은 깨닫지 못하겠지만 독자들이 보기엔 사회 부적응자의 아우라를 풍기는 캐릭터들은 일상생활은 젬병이지만 책에 관해서는 ‘중독’ 수준으로 고수들이다.
독서 중독자들이 전하는 독서 비법
독서 중독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보면 책 과잉 시대에도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책을 읽을 수가 있다. 책 고르기부터 시작해, 책읽기에 관한 유용한 팁을 모아 보면 다음과 같다.
-저자 소개에 TMI가 많은 건 피한다. ‘저자 소개’보다 ‘역자 소개’가 긴 책은 재고의 여지 없이 무시한다. 목차 확인이 중요하다. 번역서의 경우 책 제목이랑 목차는 원서와 대조해 본다.
-‘꼼꼼한 서문 읽기’로 ‘본문 읽기’를 대신할 수도 있다. 서문에 장별로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 압축적으로 제시한 책은 실패 확률이 적다.
-완독에 집착하지 마라. 끝까지 다 읽으려다 아예 책을 멀리하게 될 수도 있다.
-독서 중독자들은 베스트셀러에 냉담하다. (어쩌다 읽은 책이 훗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조차 불명예로 여길 정도.)
-독서 중독자들은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 나간다(‘동시병행 독서법’). 단, 분야를 겹쳐 읽지 말 것.
독서가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이 방법대로 책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의외로 독서에 대한 진입 장벽을 없애 주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학교 권장 도서나 명사 추천 도서도 비추한다. 이유는 “그걸 작성한 인간도 읽지 않았을 책들을 초보자가 억지로 읽다 보면 금세 독서와 담쌓게” 된다는 것이다. 간헐적 독자의 경우 그나마 읽는 책이 검증된 추천도서나 베스트셀러인데 이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다. 그에 대한 선생의 답변은 이렇다. 베스트셀러는 ‘그때그때의 인기 있는 책’이라 맥락 없이 ‘읽어야 할 신작 목록’만 늘어난다고. 사자는 또 이렇게 조언한다. 평소 관심사에 맞는 책을 고르라고. 책 선택은 ‘나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하니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할 책부터 읽으라고 한다. 그래서 그리스 비극과 셰익스피어 비극만 읽던 경찰은 독서 중독자들의 영향으로 평소 관심사에 맞춰 사회과학서를 읽게 된다. 자기개발서만 읽던 노마드 역시 독서 모임의 일원이 되기 위해 역사서를 읽는다.
B급 감성 사이로 고고히 흐르는 지적 인문주의의 대향연
작가들의 내공은 장면 하나하나에서 빛이 난다.『책과 세계』(강유원),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 『독서의 역사』(알베르토 망구엘) 등 책읽기에 관한 책들은 물론이고, 슈테판 츠바이크의『에라스무스 평전』,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최승자의 시 등이 스토리 안에서 유기적 연결성을 가지며 인용된다. 또한 로렌스가 발표하는 소설 <욕망의 동토>는 D. H. 로렌스의 소설 문장을 패러디한 것이고, <냉동과 해동 사이>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패러디이다. 경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스토리는 영화 <무간도>를 패러디했으며, 청기사파, 다리파로 나뉘는 범죄조직은 독일 현대미술의 유파 이름이다. 카메오처럼 출연하는 전작 <에이스 하이>와 <빅토리아처럼 감아차라>의 캐릭터들 역시 큰 웃음을 선사한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웃음 코드와 지적 허세를 만끽할 수 있는 이 책은 작가가 책 말미에 밝힌 <알아 둬도 쓸 덴 없는 작가 주석>을 통해 더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방대한 스케일의 범죄 추리 액션물이기도 한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작가들의 전매 특허인 ‘예측 불허한 신선한 병맛’에 담겨 세상에서 제일 매력적인 ‘책에 관한’ 만화로 탄생했다. 캐릭터들이 좋아하는 작가, 무인도에 가져갈 책, 평소 읽는 책 목록은 결말에서 밝혀지는 캐릭터들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단서이기도 하다.
들고 읽어라
‘독서의 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인용되는 유명한 문구는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에서 자신의 회심과 관련해 언급한 “들고 읽어라, 들고 읽어라”(톨레 레게, tolle lege)이다. 작가들이 웹툰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을 연재하면서 구호로 내건 문구 ‘들고 읽어라’는 결국 이 책을 관통하는 큰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른은 다르다. 일평생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은 한정되어 있어. (186쪽)
내가 스무 살이냐, 마흔 살이냐에 따라 새로운 면이 보이는 게 책의 매력 아니겠어? (194쪽)
나이가 들수록 독서를 통해 얻는 기쁨과 지식은 깊어지죠. 독서가로서 나 개인의 역사가 그만큼 깊어졌으니까요. (196쪽)
결국 책 읽는 습관이 중요한 건데, 이들의 직업과 정체를 알고 나면 어떤 상황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선생이 독서 클럽에 새 멤버를 들이면서 인용한 문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인문주의는 적이란 것을 알지 못하며 하인을 원하지 않는다. 이 정선된 영역에 속하고 싶지 않은 자는 그냥 바깥에 있어도 좋다. 아무도 그를 강요하지 않는다. 이 새로운 정신의 조합에 가입하려는 사람은 누구도 거부당하지 않는다. 교육과 문화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인문주의자가 될 수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어떤 인종인지, 어떤 계급인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국적이 어딘지 묻지 않는다.” (22쪽, 슈테판 츠바이크, 『에라스무스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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