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징조와 연인들

우다영 지음 | 민음사 펴냄

밤의 징조와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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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18.11.9

페이지

412쪽

이럴 때 추천!

불안할 때 , 외로울 때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읽으면 좋아요.

#단편 #단편소설 #소설

상세 정보

2014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우다영의 첫 번째 소설집.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일들이 돌연히 벌어지는 사고에 가깝다고 말하는 소설집이다. 우연의 신비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그날의 온도처럼 아주 미세하게 달라지는 '징조'를 포착하는 작가의 살갗은 예민하고, 눈은 날카롭다.

데뷔 후 작가는 수상소감을 통해 자신에게 소설은 "키스 같은 것"이며 앞으로도 자신의 소설이 "따뜻하고 관능적이길" 바란다고 밝힌 적 있다. 그의 말처럼 우다영의 소설을 읽는 일은 메마른 입술에 닿는 키스 같을 것이다. 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이 은밀하고 치명적이며, 이후가 더욱 궁금하고 설렐 것이다.

표제작 '밤의 징조와 연인들'은 긴 호흡으로 섬세하게 남긴 연애의 생몰에 대한 관찰기다. 작가는 '연애'라는 생생한 사건을 포획하여 호흡이 느려질 때까지 묵묵히 바라본다. 이 소설에서 사랑이 숨 트는 순간은 거짓말을 하는 순간이다. '나'는 애인인 '석'의 불안정하고 예민한 면을 견딘다. 더위에 약한 석을 위해 짐짓 쾌활하게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석의 방에서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하는 '나'와 감동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석'. 사랑은 그런 틈 사이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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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언급한 게시물4

Moon님의 프로필 이미지

Moon

@moon

몽환적이고 난해한 분위기 좋아하히는 분들 읽어보세요

밤의 징조와 연인들

우다영 지음
민음사 펴냄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2021년 10월 26일
0
슈슈님의 프로필 이미지

슈슈

@shushu

작은 흠집이 모여 단점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 흠집을 찾아내려 애쓰고 있다.

글은 쉽게 읽힌다. 하지만 끝날 때쯤 강박처럼 꼬아지는 내용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내게 눈에 띈 리뷰가 있었는데, 학생의 습작 같은 느낌이라는 글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작품이 쓰여진 시기를 보면 얼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의 징조와 연인들

우다영 지음
민음사 펴냄

2021년 10월 21일
0
망밍망님의 프로필 이미지

망밍망

@tkvl03mtan2q

해가 지면 조용한 술집에 마주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공부했던 과정에 대해, 여태까지 작게나마 참여했던 전시와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특히 생각지도 못한 관점으로 전시를 기획해 나를 놀라게 했던 선배 큐레이터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석이는 어릴 때 물인 줄 알고 잘못 먹은 부동액 때문에 위세척을 했던 일에 대해, 고등학교 때 스쿠터를 타다가 교통사고가 난 일에 대해, 군대에서 탱크와 벽 사이에 손이 껴서 손가락뼈가 세 개나 부서진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세 살 무렵 갑자기 생긴 천식에 대해, 부모님이 주말마다 데리고 다녔던 공기 좋은 여행지들에 대해, 뒤늦게나마 태어난 두 동생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석이는 미학과에 가기 전에 조소과를 준비했던 기간에 대해, 큐레이터 일 이외의 다양한 아르바이트에서 겪었던 경험에 대해, 1년 전 독립해서 혼자 살기 시작한 생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신기해.”
석이는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전혀 상관없는 궤적을 그리다가 우리가 이렇게 만나다니.”
나도 속으로 생각했다. 맞아, 이건 신비로운 일이야.
“이상하지? 처음 봤을 때부터 너랑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
석이는 턱을 괴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누구한테도 이렇게 내 이야기를 한 적 없어.”
한참 대화에 빠져 있다가 조명이 어두워져서 주위를 둘러보면 가게 안은 텅 비고 석이와 나만 남아 있었다. 석이는 내가 사는 아파트 앞까지 함께 왔다가 다시 컴컴한 강을 건너 집으로 돌아갔다.

-

“네가 통증으로 감각한다면 좋아, 네 마음이 놓일 만큼 멀리 떨어질게. 나는 하나도 아프지 않고 뜨겁지 않지만 네가 그걸 상상하고 있잖아? 좋아. 석아, 난 다 좋다고. 위험이 내 발끝에서 시작된 희미한 그림자에도 닿지 못하도록 할게.”

-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석이가 말했다.
“나도 그래.”
“너랑만 나누고 싶어. 너를 웃게 해 주고 싶어. 왜 너인지 모르겠지만, 왜 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나를 견디고 능가할 용기가 생기는지 정말 모르겠지만, 나도 너에게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 지금 나는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만으로도 즐겁고도 편안해.”
“나도야. 나도 그래, 석아.”
그러면 석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나를 많이 안아 줘서 고마워.”

-

같이 잠이 들어도 나는 이른 아침에 눈을 떴고 석이는 나보다 짧으면 한두 시간, 길면 대여섯 시간을 더 잤다. 나는 석이를 깨우지 않고 책을 들춰 보거나 가만히 생각에 잠겨 시간을 보냈다. 잠든 모습을 빤히 구경하다가 살살 만져 보아도 석이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럴 때면 닫힌 눈꺼풀 너머의 세계와 내 세계의 시차는 얼마나 벌어진 걸까 가늠해 보았다. 방은 이미 익숙하고 편안했지만 홀로 깨어나 찬찬히 바라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고,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었는데, 심지어 체온마저 이렇게 다른데 한 물결 속에 섞여 있다는 게 놀라워. 또 우리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거대한 물속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신비로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가 있겠지. 너이고 나인 이유가.”
석이는 아리송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눈앞에 펼쳐진 물을 바라봤다. 그대로 오래도록 말이 없다가 불현듯 조그맣게 속삭였다.
“나랑 이곳에 와 줘서 고마워.”

-

난 오빠의 하얀 피부가 부러웠어요. 부러워서 울면 오빠가 솓을 뻗어 내 볼을 살살 문질렀어요 ‘자, 봐. 내가 이렇게 만지면 네 얼굴이 하얘져.’ 나도 손을 뻗어 오빠의 뺨과 광대와 눈썹을, 둥글고 차가운 코와 폭이 좁은 턱을 어루만졌어요. ‘어때, 내 얼굴이 까매졌지?’ 하고 오빠가 물으면 나는 끄덕끄덕 그렇다고 했어요.

-

인간은 누구나 가시광선을 보며 살아가지만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빛의 영역이 있단다. 우리는 평생 그것을 보지 못하고 죽지만 보이지 않는 빛과 아직 발견되지 않은 빛이 우리 곁에 없는 것은 아니야. 때때로 우리 눈은 실수를 해서 아주 희박하게 다른 영역의 빛을 볼 때가 있는데, 그것은 이유 없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명명할 수 없는 어떤 일의 결과라고 할 수 있지. 어쩌면 영혼이나 유령을 보는 사람들은 좀 더 넓은 영역의 빛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단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간다고 믿지만 실은 과거와 미래가 현재와 분리되지 않은 채 순서도 정렬도 없이 동시에 생성되는 거라면? 정신 분열증이나 치매 환자가 제대로 우주를 보는지도 모를 일이지. 파동으로 봤다가 입자로 봤다가, 그 고양이가 죽었다고도 살았다고도 횡설수설하는 게 진실일 수도 있어. 그들이야말로 우리의 더러운 이중 속마음과 겉치레 몸뚱이를 간파하고 있는지도 몰라. 고정된 관념을 정확히 보는 사람들, 혹은 보려는 것만 보는 정상인들이 사실은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란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은 그것의 전부가 아니야. 절대로 그것을 온전히 볼 수 없단다.

-

‘나는 문고리를 돌려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잠그는 것을 좋아해요. 문 뒤에 숨어서 아무도 내가 숨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안도감을 느껴요. 글을 쓰면 그런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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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드디어 운명적 사랑을 만났다고 믿는 눈치였지만 나는 사랑은 대체로 운명적인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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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쩐지 내가 조금 더 자란 어느 날 문득 이 날을 떠올리게 되리라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다. 황이 하는 말을, 말을 하는 황의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리라고. 그런 신비로운 순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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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까닭 없이 온 세상이 하얗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끊임없이 달라지고 물러지는 삶 속에서 그것은 감쪽같이 달고 부드럽게 넘어가곤 했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다. 어떤 일의 전조나 의미있는 전경이 될 순간을 순진한 얼굴로 지나가는 것은.

밤의 징조와 연인들

우다영 지음
민음사 펴냄

2021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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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2014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우다영의 첫 번째 소설집.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일들이 돌연히 벌어지는 사고에 가깝다고 말하는 소설집이다. 우연의 신비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그날의 온도처럼 아주 미세하게 달라지는 '징조'를 포착하는 작가의 살갗은 예민하고, 눈은 날카롭다.

데뷔 후 작가는 수상소감을 통해 자신에게 소설은 "키스 같은 것"이며 앞으로도 자신의 소설이 "따뜻하고 관능적이길" 바란다고 밝힌 적 있다. 그의 말처럼 우다영의 소설을 읽는 일은 메마른 입술에 닿는 키스 같을 것이다. 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이 은밀하고 치명적이며, 이후가 더욱 궁금하고 설렐 것이다.

표제작 '밤의 징조와 연인들'은 긴 호흡으로 섬세하게 남긴 연애의 생몰에 대한 관찰기다. 작가는 '연애'라는 생생한 사건을 포획하여 호흡이 느려질 때까지 묵묵히 바라본다. 이 소설에서 사랑이 숨 트는 순간은 거짓말을 하는 순간이다. '나'는 애인인 '석'의 불안정하고 예민한 면을 견딘다. 더위에 약한 석을 위해 짐짓 쾌활하게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석의 방에서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하는 '나'와 감동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석'. 사랑은 그런 틈 사이에서 자란다.

출판사 책 소개

“모두에게 찾아온 이상하고 비밀스러운 기미들을
우리는 어떻게 지나왔을까.”

비밀과 거짓 사이, 징조와 확신 사이
주술처럼 번지는 우연한 진실들


2014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우다영의 첫 번째 소설집 『밤의 징조와 연인들』이 출간되었다. 『밤의 징조와 연인들』은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일들이 돌연히 벌어지는 사고에 가깝다고 말하는 소설집이다. 우연의 신비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그날의 온도처럼 아주 미세하게 달라지는 ‘징조’를 포착하는 작가의 살갗은 예민하고, 눈은 날카롭다. 데뷔 후 작가는 수상소감을 통해 자신에게 소설은 “키스 같은 것”이며 앞으로도 자신의 소설이 “따뜻하고 관능적이길” 바란다고 밝힌 적 있다. 그의 말처럼 우다영의 소설을 읽는 일은 메마른 입술에 닿는 키스 같을 것이다. 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이 은밀하고 치명적이며, 이후가 더욱 궁금하고 설렐 것이다.

■연애의 몸통에서 도려낸 비밀과 거짓말
표제작 「밤의 징조와 연인들」은 긴 호흡으로 섬세하게 남긴 연애의 생몰에 대한 관찰기다. 작가는 ‘연애’라는 생생한 사건을 포획하여 호흡이 느려질 때까지 묵묵히 바라본다. 이 소설에서 사랑이 숨 트는 순간은 거짓말을 하는 순간이다. 연애는 서로의 아름다운 면에 감탄하면 그만인 일이 아니라, 탐탁지 않은 면까지 견뎌야 하는 일이다. ‘나’는 애인인 ‘석’의 불안정하고 예민한 면을 견딘다. 더위에 약한 석을 위해 짐짓 쾌활하게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석의 방에서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하는 ‘나’와 감동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석’. 사랑은 그런 틈 사이에서 자란다.
한편 사랑이 죽어 가는 순간은 비밀이 생기는 순간이다. 파열의 순간을 침묵으로 넘길 때 이별은 실체를 드러낸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석은 “다시는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나는 그런 석을 그저 바라본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이미 사랑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는 이별의 공기가 차오른다. 감정이 숨을 죽일 때, 연애의 몸통을 가르고 그려낸 해부도는 기묘하다. 작가는 우리에게 이 해부도와 함께 가설을 던진다. 연애의 심장처럼 보이는 사랑은 사실 비밀과 거짓말 사이에 위치한 우연을 잘못 본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어두운 구덩이에서 건져 올린 빛나는 진실
우다영은 세계가 논리적 인과 관계가 아니라 무수한 우연의 집합이라고 믿는 작가다. 삶은 “발을 헛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구멍”(「조커」) 같은 함정으로 가득하다. 때문에 삶에서 벌어지는 기쁘거나 슬픈 사건들은 다만 함정과 함정 아닌 곳을 번갈아 디디게 되는 일일 뿐이다. 이러한 세계관 덕에 『밤의 징조와 연인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비애의 순간을 대하는 태도는 신비로워진다. 살면서 한 번쯤은, 그리고 하루에도 여러 번은 그런 구덩이에 빠질 수 있다는 듯한 태도를 지닌다.
오빠가 개에게 심하게 물린 순간 자신의 병이 나았다고 주장하는 여자(「조커」)와 알고 지내던 남자에게 염산 테러를 당하고도 “이건 아주 평범한 사고예요.”라고 말하는 여자(「기분에 이르는 유령들」). 그들은 모두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닥친 불행을 태연하게 여긴다. 삶이 슬퍼지리라는 징조를 미리 느끼고 있던 것처럼, 그리고 그들이 불행 이후에 다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것을 확신하는 것처럼. 작가는 그런 인물들을 내세워 다채로운 삶의 진실들에 가 닿기 위해 기꺼이 어둡고 깊은 구덩이로 들어간다. 그리고 빛나는 소설을 건져 올린다. 우연이라는 우리의 존재 조건을 덤덤히 받아들인 독특한 표정을 하고서.

■작품 소개

▶밤의 징조와 연인들

이수'는 신인 큐레이터들을 소개하는 릴레이 전시에서 '석'을 만났다. 연인이 된 후 석은 그들의 만남을 두고 매번 “전혀 상관없는 궤적을 그리다가 우리가 이렇게 만나다니.”하고 경이로워한다. 우리는 왜 서로를 알아본 걸까? 그런 우리는 왜 헤어지게 된 걸까? 우리는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청춘의 시간을 함께 보낸 연인의 평범하고 특별한 연애 관찰기.

▶노크
외국계 잡지사에서 일하는 ‘나’는 ‘슈즈파파’라고 불리는 슈즈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호텔로 가는 길에 어떤 여자의 전화를 받는다. 여자는 ‘내’가 오래전 잠깐 사귀었던 남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 때문에 자신이 ‘나’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자의 도착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나’는 결국 슈즈 디자이너의 방에서 여자를 기다리게 되는데…….

▶조커
오래전 소개팅에 나간 날, 나오기로 한 여자는 독감에 걸려 나오지 못한다. 남자가 알고 있는 여자의 정보는 어릴 적 개에 물린 적이 있다는 것뿐이다. 혼자 앉아 있는 남자에게 한 여자가 다가와 가벼운 부탁을 하고, 그 사이 이야기를 나눈다.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어릴 적 개에게 물린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인 양 말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어릴 적 개에게 물린 오빠 이야기를 들려준다. 잊은 줄 알았던 이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 결혼한 남자가 아내의 친구를 만나며 반복되는데…….

▶얼굴 없는 딸들
‘나’는 ‘오로’라는 동네에서 중학교에 입학하며 다섯 명의 친구를 사귀게 된다. 승은이, 주란이, 세희, 봄이, 경진이. 그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며 ‘나’는 소속감과 든든함을 느낀다. 다섯 친구들과 그해 봄 전학 온 영건 언니까지, ‘나’가 이들 무리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은 사실 폭력이고 비행이며,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상실이다. 여름을 지나 다시 오로에 겨울이 오기까지, 친구를 얻고 친구를 잃었던 시간. 위태롭고 따스했던 중학생 시절, 우리의 여자 친구들.

▶미래와 밤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여자 주인공 ‘계나’가 한국을 떠나온 지 30년이 지났다. 『미래와 밤』은 행복을 찾아 한국을 떠난 계나의 미래, 그리고 계나가 떠나온 한국의 미래를 들려준다. 세월은 벌써 흐르고 흘러 노인이 된 계나와 그의 아들, 그리고 그의 딸이 살아가는 2045년이다. 내가 떠나온 후, 한국은 어떻게 되었니? 그 질문에 계나의 어린 손녀는 말한다. “한국은 이제 없잖아요.”

▶기분에 이르는 유령들
‘현철’은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 괴한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해 하얀 뼈를 드러낸 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딸의 과거를 추적한다. 딸의 친구를 통해 딸이 나이 많은 남자와 만나고 있었다는 걸 확인한 날, 공교롭게도 유부남인 범인이 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묻지 마 범죄인 줄 알았던 딸의 사고는 교묘하게 계획된 치정극인 걸까?

▶셋
P시에는 속담이 있다. ‘셋이 모이면 문제가 풀린다.’, ‘셋이 모이면 문제가 생긴다.’, ‘셋이 모이면 비밀이 생긴다.’ 결혼을 앞둔 ‘나’는 얼마 전 이혼한 ‘해리’, 그리고 또 한 명의 친구 ‘연희’와 함께 P시로 여행을 떠난다. 세 친구가 앉고 남은 한 자리에 한 명의 남자가 앉게 되고, 이들이 P시에 도착하기 전 기차는 고장으로 Y시에서 멈춘다. 계획이 틀어진 세 친구에게 남자는 함께 여행할 것을 제안하는데……. 변주되어 전해 오는 속담 중 세 친구에게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크림
아버지가 재혼을 앞두고 있던 겨울, 집에는 ‘황’이 함께 살았다. 잘나가는 사진 작가였던 아버지는 형편이 좋지 않았던 황에게 흔쾌히 방을 내주었고, 황은 대신 집안일을 돕는다. 아버지의 재혼 상대자인 어린 배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황과 은밀히 공모의 감정을 공유한다. 아버지가 새엄마가 될 배우와 저녁 식사를 제안한 날, ‘나’는 열이 난다고 거짓말을 하고 황과 단둘이 집에 남는다. 그날 밤, 황은 아이스크림을 사 달라고 조르는 ‘나’를 데리고 밤거리로 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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