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이 있었다

오은 지음 | 아침달 펴냄

나는 이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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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

출간일

2018.9.10

페이지

108쪽

이럴 때 추천!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 행복할 때 , 달달한 로맨스가 필요할 때 , 떠나고 싶을 때 ,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상세 정보

오은 시인의 <나는 이름이 있었다>가 아침달에서 출간되었다. 2009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을 시작으로, 2013년 문학동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2016년 문학과지성사 <유에서 유>를 선보이며 활동은 이어온 시인은 2018년 현대문학의 <왼손은 마음이 아파> 발간과 거의 동시에 아침달 시집을 발간했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는 서른두 편의 '사람' 연작으로 구성된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동명의 시 「사람」으로 끝을 맺는 이 시집은 읽는 이에게 갖은 사람과의 만남을 선사한다. 「궁리하는 사람」, 「읽는 사람」, 「마음먹은 사람」, 「비틀비틀한 사람」, 「세 번 말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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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kafahr

뭘 하지?
뭘 먹지?

​서로에게 묻는 일
함께 답을 구하는 일

​뭘 해도 상관없었다
뭘 먹어도 상관없었다

답은 없었다
둘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을,
매일매일 습관적으로 던지고 있었다

​푹 자자
풍부해지는 감정처럼
풍성해지는 어휘처럼

매일매일
같은 꿈을 열심히 꾸었다

그때 뭘 했는지 기억해?
그때 뭘 먹었는지 기억해?

​기억하는 죄와
기억하지 못하는 죄

​헤어질 때는
어쩔 수 없이 죄인이었다

​매일매일이 그때그때로 수렴하고 있었다

​더 이상 같은 꿈을 꾸지 않았다

​뭘 사랑하지?
누굴 사랑하지?

​답이 없었다
혼자 있었다

- ‘애인’, 오은


앞만 보며 달려왔어요
뒤를 볼 겨를이 없었어요
누가 쫓아오고 있는 것처럼
그림자를 볼 여유가 없었어요

뒷바라지하느라 이렇게 늙었어요
앞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누가 달아나고 있는 것처럼
몰아세우니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었어요

위를 떠받들며 살아왔어요
아래를 보살피며 살아왔어요
위아래가 있는 삶이었어요
옆에 누가 있는지
어떤 풍경이 흘러가고 있는지
이 거대한 풍경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담당하고 있는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실은 무서웠어요
일그러져서 다시 펴지지 않을까 봐
희미해져서 다시 생생해지지 못할까 봐

무서워서 눈을 감아버렸어요
온몸이 거대한 속표정으로 변했어요

눈뜨면 여기였어요
여지없이 여기였어요

오늘은 오늘의 밥이 절실했어요
내일은 내일의 옷이 요긴했어요

십 년 뒤 오늘에는 집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앞을 보면
개떼처럼 몰려가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뒤에 있어서
어디로 가는 길인지 모를 때가 많았어요

늘 위아래가 있었는데
꾹 다문 입술에서는
아무 말도 새어 나오지 않았어요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서 멈췄어요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그림자가 꿈틀거렸어요

뒤를 돌아다보니 거울이 있었어요
내가 있었어요
잊고 있었던 얼굴에는 물굽이가 가득했어요

어디로 흘러도 이상할 게 없는 표정이

- ‘58년 개띠’, 오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

오은 지음
아침달 펴냄

2021년 5월 10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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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mooneo

사람이 사람을 불러보며
안에 다양한 감정이 존재함을 알리는 시집

나는 이름이 있었다

오은 지음
아침달 펴냄

👍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추천!
2021년 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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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오은 시인의 <나는 이름이 있었다>가 아침달에서 출간되었다. 2009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을 시작으로, 2013년 문학동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2016년 문학과지성사 <유에서 유>를 선보이며 활동은 이어온 시인은 2018년 현대문학의 <왼손은 마음이 아파> 발간과 거의 동시에 아침달 시집을 발간했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는 서른두 편의 '사람' 연작으로 구성된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동명의 시 「사람」으로 끝을 맺는 이 시집은 읽는 이에게 갖은 사람과의 만남을 선사한다. 「궁리하는 사람」, 「읽는 사람」, 「마음먹은 사람」, 「비틀비틀한 사람」, 「세 번 말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경험하게 한다.

출판사 책 소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오은 시인의 『나는 이름이 있었다』가 아침달에서 출간되었다. 2009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을 시작으로, 2013년 문학동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2016년 문학과지성사 『유에서 유』를 선보이며 활동은 이어온 시인은 2018년 현대문학의 『왼손은 마음이 아파』 발간과 거의 동시에 아침달 시집을 발간했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는 서른두 편의 ‘사람’ 연작으로 구성된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동명의 시 「사람」으로 끝을 맺는 이 시집은 읽는 이에게 갖은 사람과의 만남을 선사한다. 「궁리하는 사람」, 「읽는 사람」, 「마음먹은 사람」, 「비틀비틀한 사람」, 「세 번 말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경험하게 한다.

무인 공장에 내가 있었다. 무인 공장인데 내가 있었다. 무인 공장인데 내가 있는 것이 유일하게 습득한 기술이었다. 어느 날에는 스위치를 켜는 심정으로 불쑥 내 이름을 발음해보았다. 무인 공장과는 달리, 나는 이름이 있었다. 무인 공장과는 달리, 나는 사람이었다.
―76쪽 「무인 공장」 중

심지어 사람이 없어야 할 「무인 공장」에서까지 독자들은 사람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이 없는 공간에 머무는 화자가 ‘무인 공장’과 ‘나’를 비교하며(‘무인 공장과는 달리, 나는 사람이었다’) 사람으로서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까닭이다. 결국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 없어도 사람인 채 버티’는 존재이며, ‘무인 공장인데 내가 있’는 것처럼, 곁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스위치가 다시 켜지지 않’게 된 이후에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없게 된 화자는 말한다. ‘비로소 무인 공장이 무인 공장다워졌다’고. 결국 ‘스위치가 켜’져 있다면 제 아무리 무인 공장에 있더라도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소란 때문에 궁금해진 옆 반 선생님이 우리 반을 찾았다 장 선생님 어인 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 장 선생이 선생님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곤 낄낄 웃었다 김 선생은 아직도 그 게임을 해요? 이럴 때 보면 꼭 옛날 사람이라니까 장 선생의 말에 김 선생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새 새로운 게 나왔나요? 그새라니요, 한 달이 넘었는데! 업데이트를 좀 하세요, 업데이트! 장 선생의 훈계에 제기를 차던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순식간에 옛날 사람이 된 김 선생의 얼굴이 붉어졌다
―38쪽 「옛날 사람」 중

『나는 이름이 있었다』에는 사람만큼 다양한 대사가 등장한다. 주고받는 대화에서부터 혼잣말(그는 고개를 떨구며 혼잣말을 했다. 친했었는데…….―66쪽, 「유예하는 사람」 중), 그리고 독백까지도. 그 까닭에 이 시집은 각각의 시편이 누군가의 일상이자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처음 보는 시가 이토록 정겨운 이유는 시인이 만나고 거쳐 온, 이 시집에 기록한 사람들이 대단히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를 읽는 독자들은 시 속 장면들이 어디선가 경험한 것처럼 일상과 맞닿아 있다고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와 같은 까닭에 독자들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에 쉽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을 테다. 인간이라면 으레 느낄 법한 감정-후회, 환희, 선호, 기쁨, 부끄러움, 분노(사람을 뭐로 보고 이런 걸 줘요?//불우 이웃을 도울 사람이 화를 냈다―34쪽 「좋은 사람」 중)-들이 곳곳에 머물러 있으니 말이다.

사람과 사람, 그 내면에 흐르는 특별한 감정

같은 곳에서 출발했지만 지금 나는 여기에, 너는 거기에 있다. 많이 변했구나. 나는 말했고 너는 웃었다. 오래되었잖아. 나는 그 말이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말인지 헤어진 지 오래되었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둘 다. 너는 덧붙여 말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내 마음을 읽는 것은 여전히 잘하는구나. 그럼, 오래되었잖아. 그 말은 분명 우리가 오랫동안 만났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둘 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의 첫사랑이었다.
―94쪽, 산문 「않는다」 중

『나는 이름이 있었다』에는 오은 시인의 두 편의 산문이 수록된다. 시편에서 사람 그 자체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너’와의 이야기 「않는다」에서는 사람과의 ‘관계’와 화자가 느끼는 ‘감정’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시인이 제시하는 BGM을 재생하고, 그 리듬까지 독서인 양 읽어 내려가다 보면, 화자의 감정에 동화되고 나아가 그 감정에 눅진하게 녹아드는 경험에 이르기도 한다. 시인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를 통해 사회 속의 사람,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 ‘나’로서의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람’, 그리고 그 내면까지 다각도로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기록하고자 했다.”

시인의 앞선 시집들에서 언급되던 요소가 언어유희와 말놀이, 그리고 그 이면에 드리워진 사회 비판과 블랙유머였다면 이 시집에서는 ‘삶’ 그 자체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시인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를 사람 연작으로 꾸린 이유를 ‘나도 모르게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기록’하고자 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그가 말한 ‘사람’은 기인이나 달인과 같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주위에 있는 사람, 스쳐 지나간 사람 등, 이어지거나 이어지지 않은, 부딪치거나 부딪힌 사람이며, 마침내 그의 삶을 뒤튼 사람들의 나열이다. 사람을 기록하겠다는 애초의 목적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시인은 고백한다. 시인의 고백으로 말미암아, 독자들도 편편의 시를 통해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익히 알고 있던 나, 여태 몰랐던 나, 알지만 외면했던 나…… 결국은 ‘사람’인 나를.

물방울 한 점이 바다를 들썩이게 만든다. 물방울은 그저 몸을 한 번 뒤틀었을 뿐이다. 자신의 몸을 신나게 미끄러뜨렸을 뿐이다. 바다 위에서 물방울의 뒤척임은 나비의 날갯짓만큼이나 위태롭고 강력하다. 예의 그 예민한 섬들이 몸을 떨고 있다. 무시무시한 물방울 효과.
―105쪽, 산문 「물방울 효과」 중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시는 마지막 산문 「물방울 효과」에 이르러 ‘잘 여문 물방울이’ 되어 ‘굴러간다.’(104쪽) ‘물방울 한 점이 바다를 들썩이게 만든다’(105쪽)는 것은 시인이 앞서 언급한 ‘나도 모르게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인식하지 못할 만큼 작은 물방울 한 점이 바다에 닿아 들썩이게 하는 그 모양은, 「물방울 효과」에서 말하듯 ‘위태롭고 강력하다.’(105쪽) 사람은, 그 어떤 재능 때문이 아니라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로 ‘무시무시한’(105쪽) 영향력을 지닌다.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을 모든 독자가 『나는 이름이 있었다』를 통해 그 영향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가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나의 존재’를, ‘나의 이름’을 몇 번이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시집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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