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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인 책
출간일
2013.4.20
페이지
216쪽
상세 정보
소설가 배수아, 등단 20주년 그리고 2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전작 <서울의 낮은 언덕들>에서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인 낭송극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목소리/들'이 소설화되는 과정을 샤머니즘적 색채로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말 그대로 현실이 꿈으로 전이되어 그 안에서 독자적인 구조로 순환되는 세계를 건설했다.
폐관을 앞둔 서울의 유일무이한 오디오 극장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스물아홉 살의 '김아야미'를 내세워 그는 기억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그리고 비밀스러운 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야미와 그가 만나는 사람들, 이를테면 암에 걸린 독일어 선생 여니, 극장의 폐관으로 아야미처럼 실업자 신세가 된 극장장, 소설을 쓰러 난생 처음 서울을 방문한 독일인 볼피 간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서사를 이끌어가는 표면적 중심이지만, 실은 반복되고 변주되는 만남을 통해 오히려 이 소설은 시(詩)와 이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째서 소설이 시를 이야기하는가, 그리고 반대로, 시는 왜 소설을 쓰고자 하는가, 또한 거기서 우리의 이름은 어떻게 불리고 어떻게 기억되는가. 배수아는 특유의 낯설고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어떠한 경계에도 갇히지 않은(혹은 갇힐 수 없는) 존재의 날것을 절창의 솜씨로 그려나간다.
상세정보
소설가 배수아, 등단 20주년 그리고 2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전작 <서울의 낮은 언덕들>에서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인 낭송극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목소리/들'이 소설화되는 과정을 샤머니즘적 색채로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말 그대로 현실이 꿈으로 전이되어 그 안에서 독자적인 구조로 순환되는 세계를 건설했다.
폐관을 앞둔 서울의 유일무이한 오디오 극장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스물아홉 살의 '김아야미'를 내세워 그는 기억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그리고 비밀스러운 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야미와 그가 만나는 사람들, 이를테면 암에 걸린 독일어 선생 여니, 극장의 폐관으로 아야미처럼 실업자 신세가 된 극장장, 소설을 쓰러 난생 처음 서울을 방문한 독일인 볼피 간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서사를 이끌어가는 표면적 중심이지만, 실은 반복되고 변주되는 만남을 통해 오히려 이 소설은 시(詩)와 이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째서 소설이 시를 이야기하는가, 그리고 반대로, 시는 왜 소설을 쓰고자 하는가, 또한 거기서 우리의 이름은 어떻게 불리고 어떻게 기억되는가. 배수아는 특유의 낯설고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어떠한 경계에도 갇히지 않은(혹은 갇힐 수 없는) 존재의 날것을 절창의 솜씨로 그려나간다.
출판사 책 소개
소설가 배수아, 등단 20주년 그리고 2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어째서 소설이 시를 이야기하는가, 그리고 반대로 시는 왜 소설을 쓰고자 하는가
또한 거기서 우리의 이름은 어떻게 불리고 어떻게 기억되는가
어떠한 경계에도 갇히지 않은, 혹은 갇힐 수 없는 존재
“손바닥 바로 아래에 그녀의 움직이지 않는 얼굴이 있었다. 나는 하나의 감정이에요, 하고 말하는 얼굴.”
현실과 꿈이 서로를 향해 녹아드는 세계,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정확히 20년 전, 포스트모던 소설의 새로운 전범을 선보인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으로 1993년 계간 『소설과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배수아는 문단에 등장했다. 20년 동안 보여준 그의 작가적 성취와 쉼 없는 활동은 소설과 에세이, 번역을 아우르는 것이었고 그의 사유와 문장은 동시대 한국, 한국어, 한국인의 경계가 어디까지이며 그것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려는 듯이 한국문학의 문법과 지평을 개척해갔다. 그리고 이제 배수아는 새로운 장편소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를 올해 우리 앞에 선보인다. 작년 하반기에 계간 『자음과모음』에 연재했던 작품이기도 한 이번 신작은 그가 독일 유학 이후 2000년대에 들어와서부터 단편과 장편을 오가며 실험해온 비서사적/반서사적 소설 양식이 미학적으로 완성되었음을 확인시켜준다.
전작 『서울의 낮은 언덕들』에서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인 낭송극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목소리/들’이 소설화되는 과정을 샤머니즘적 색채로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말 그대로 현실이 꿈으로 전이되어 그 안에서 독자적인 구조로 순환되는 세계를 건설했다. 폐관을 앞둔 서울의 유일무이한 오디오 극장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스물아홉 살의 ‘김아야미’를 내세워 그는 기억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그리고 비밀스러운 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야미와 그가 만나는 사람들, 이를테면 암에 걸린 독일어 선생 여니, 극장의 폐관으로 아야미처럼 실업자 신세가 된 극장장, 소설을 쓰러 난생 처음 서울을 방문한 독일인 볼피 간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서사를 이끌어가는 표면적 중심이지만, 실은 반복되고 변주되는 만남을 통해 오히려 이 소설은 시(詩)와 이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째서 소설이 시를 이야기하는가, 그리고 반대로, 시는 왜 소설을 쓰고자 하는가, 또한 거기서 우리의 이름은 어떻게 불리고 어떻게 기억되는가. 배수아는 특유의 낯설고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어떠한 경계에도 갇히지 않은(혹은 갇힐 수 없는) 존재의 날것을 절창의 솜씨로 그려나간다.
“이제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줘요.”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는 다른 배수아 소설이 그러하듯 주요한 스토리라인을 요약하려는 시도를 부질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몇 개의 인물과 설정과 세부 사항을 끊임없이 반복하거나 변주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제목조차 갖지 않고 숫자로만 표시된 4개의 장에 걸쳐서 이야기는 그물처럼 온 사방에 연결되어 있어 책을 펼친 독자가 아름답고 낯선 문장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여니’는 극장장이 아야미에게 소개시켜준 독일어 선생이자, ‘부하’가 약을 배달하는 고객이자, 밤마다 그가 전화를 거는 텔레폰 서비스의 대화 상대이자 한편 아야미가 근무하는 오디오 극장의 마지막 공연이었던 사덱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낭독자이기도 하다. 또한 독일인 소설가 볼피가 만나기로 예정되었던 여자이자, 반복해서 걸려오는 전화에 아야미가 대는 이름이기도 하다. 이 반복되고 변형되는 여니에 대한 묘사는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의 형식 자체를 묘사하는 것과도 같다. 마치 수수께끼처럼, 그러니까 덤벼들면 풀 수 있는 과제처럼, 그러나 그 모든 시도들이 소설을 읽다보면 무의미해져버리는 것처럼. 즉, 이 소설은 독자가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작가가 설정한 도착 지점에 당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이 이야기 속에, 다시 말해 작가가 건설한 몽환의 세계 안에 영원히 머물기를 원한다. 장이 바뀌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무언가 뚜렷한 상황과 전개가 시작되는 것처럼 보여도 이내 인물들과 시공간은 꿈의 파편처럼 흩어져 의미와 존재 모두가 사라진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라지더라도 마지막에 남은 것은 “소리의 그림자”,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 “보이지 않는 사람들” 같은 매혹적인 환상이다. 독자가 구체적인 등장인물과 전통적인 기승전결이라는 소설 형식에 대한 강박을 버린다면, 배수아가 만든 몽환의 세계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한국어 문장이 선사할 수 있는 희귀하고 눈부신 아름다움에 대한 체험이 될 것이다. 배수아의 문학이 앞으로 어디로 향하고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기대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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